|
프롤로그 이 계절에 무얼 먹을까 5
1부 일의 맛 시급한 봄 15 + 두릅피클 22 개와 나 24 + 개와 함께 먹는 채소고기찜 32 불안을 없애는 방법 35 + 영양잡곡밥 42 김밥 인생 46 + 감태흑임자김밥 51 국물은 얼마든지 53 + 아욱표고감자된장국 60 남에게 끼니를 맡기다 62 + 버섯피클냉국수 67 덩어리로 돌아가는 시간 71 + 핑크 후무스 76 일의 맛 80 + 카레쳐트니와 렌틸요거트카레 86 살림, 우리가 사는 방법 94 + 엄마의 감자된장국 98 바쁨의 얼굴 101 + 정원초밥 106 시장으로부터 111 + 봄나물보리비빔밥 117 체크리스트 122 + 콜리플라워수프 125 2부 살아갈 기운 고향 음식 131 + 매생이보리리소토 138 밥 잘 차려주는 언니들 140 + 후다닥프리타타 146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 150 + 채소고기와인찜 156 정령 대 이동 160 + 라임바질캐슈 마요네즈와 샐러드 166 훌륭한 유부초밥 170 + 보경의 유부초밥 176 내 친구 에이코 181 + 에이코의 감자샐러드 188 국수 격전지 192 + 매실고추장비빔국수 196 복숭아 언니 199 + 복숭아홍차시럽 207 만두만두만두 209 + 보경의 만두 214 함께 식사 218 + 헤니의 사과타르트 226 에필로그 음식과 자세 230 |
|
정신을 못 차리고 산더미처럼 짊어지고 온 나물을 펼쳐놓고 심호흡한다. 나물 다듬기만큼 묵은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일이 없다. 사이사이 낀 흙을 털고 잔뿌리와 질긴 섬유질을 벗겨내 반짝반짝해진 나물을 가지런히 할 때면 이런저런 시답잖은 생각들은 풋풋하고 싸한 풀 내음에 금세 잊힌다. 풀 맛이 궁금해져 고운 연두색을 툭툭 털어 입에 넣는다. 보기보다 씁쓸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이것을 어떻게 요리할까, 시급한 봄에 하는 느긋한 고민이다.
--- pp.19-20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하는 고민은 늘 ‘무엇을 먹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까지 나아가게 한다. 먹고 싶은 것은 체면과 격식 없이 기분 좋은 ‘온기’와 ‘인상’을 남기는 식사다. 산, 들, 바다의 재료를 적절히 배합해 맛을 끌어낸 음식도 좋고 그것을 맛보며 느낄 수 있는 상쾌함과 명쾌함, 균형 있는 풍미도 좋지만 매일의 식사는 우리에게 분명 온기와 인상을 남긴다. 내게 온기와 인상을 남기는 음식은 단연 김밥이다. 심지어 김밥과 닮은 음식을 만든다면, 요리의 목적에 절반 이상 부합한다고 생각한다. 차에서든 길에서든 식탁에 앉아 오물거리든 김밥이라는 일상식은 우리에게 한결같은 편안함과 따스함을 준다. 매일 이어지는 고된 노동으로 일상을 기꺼이 채우고 있을 김밥 요리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 p.49 각종 나물과 갓 볶아 짠 참기름이 지천인 시장이야말로 맛있는 비빔밥이 탄생하기 적합한 곳이다. 국수가 유명하지만, 실은 보리비빔밥이 더 맛있는 집을 찾아냈다. 주방을 중심으로 네모나게 놓인 바 형태의 식탁에 사람들이 둘러앉았다. 가게에는 손을 뒤집개 삼아 전을 굽는 등이 굽은 어르신이 있다. 그의 두툼한 손을 구경하며 밥을 기다린다. 보리밥에 콩나물, 부추, 도라지무침, 상추, 오이절임, 무생채 등을 잔뜩 얹고 노른자가 살아 있는 달걀프라이를 올리고, 깨와 참기름을 휘휘 두른다. 특별할 것 없는 재료인데 모두 모이면 기똥찬 맛이 난다. 맛의 일등 공신은 고소한 참기름이다. 잘 볶아 고소한 향이 살아 있는 것으로 보아 착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참기름이다. --- p.117 아침은 냉장고 안 재료들을 간단히 조합해 요기했다. 선택하기 쉬운 음식은 단연 샐러드다. 새것으로 채우기 위한 비움은 냉장고에서 가장 가열 차게 일어나는 일이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니, 두부, 상추, 올리브, 치즈, 몇 가지 소스가 살아남아 있다. 차가운 두부를 꺼내 작은 사각형으로 썰고, 시든 상추를 찬물에 헹궈 물기를 털어 뜯고, 올리브와 치즈도 툭툭 썰고, 찬장에 남은 참치 통조림을 따 기름을 버린 뒤, 도예가 동거인이 만든 커다랗고 고운 사발에 모두 털어 넣었다. 소금, 올리브오일, 식초, 후추를 넣고 살살 버무리면 재료들이 가진 각각의 맛이 오일, 소금, 식초와 함께 섞인다. 두부의 도화지 같은 맛과 상추의 푸릇함, 참치의 쨍함, 치즈와 올리브의 깊은 짭조름함이 입안에서 조미료와 어우러진다. --- p.164 팬데믹을 통과하며 균형에 대한 감각을 익힌 듯하다. 부딪히고 껴안고 멀어지길 반복하는 삶의 자세를 균형감 있게 잡고 싶다. 글을 쓰는 동안 애써 모르는 척 무심히 넘겨버린 사람과 음식 그리고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숨고 싶을 때가 더 많았지만, 멀찍이 밀어놓은 관계와 시간에 글의 힘을 빌려 악수를 청한다. 우리가 함께 버무린 음식과 음식에 대한 자세를 무작정 미화하지 않고 또렷이 상기하고 싶다. 그 안에서 유머를 잃지 않고 앞으로 바지런히 나아가고 싶다. 더 많은 이와 맛있는 걸 먹으며 다정하게 이야기를 자주 나누고 싶다. 그 이야기를 기억하고 싶다. --- p.231 |
|
계절과 일상
요리의 시작은 고향과 부모님을 떠올리는 것이다. 계절에 맞는 식재료와 음식들을 작가는 집에서부터 배웠다. 봄이면 쑥을 캐고 나물을 무친다. 철마다 맛난 걸 먹기 위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어른들을 보며 자란 작가는 이제 남의 끼니를 바지런히 차려주는 사람이 되었다. 상대가 누구건 ‘당신은 내가 한 밥 먹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용기를 내는 사람이 되었다. 사업을 시작하며 숱한 어려움을 겪고, 전염병의 시대를 온몸으로 통과하며 좌절에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 작가는 끼니를 만드는 이로 남았다. 함께 일하는 동료를 챙기고 같이 사는 동물과 사람을 위하는 사람으로 살았다. 어떤 날은 따스한 봄날이고 또 어떤 날은 차가운 겨울이겠지만, 계절은 결국 순환한다. 사람의 몸과 입맛도 날씨와 계절에 맞게 순환한다. 《바지런한 끼니》는 순환하는 계절과 일상을 통과하는 자세를 담는다. 그 자세는 오롯이 제철 음식이 되어 책의 모양으로, 당신의 밥상에 놓인다. 음식과 자세 작가는 시급한 봄을 두릅피클로 가둬둔다. 함께 사는 개의 건강을 고민하며 같이 먹을 수 있는 채소고기찜을 만든다. 고향 음식을 기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매생이보리리소토를 개발한다. 아끼는 친구의 만두 레시피와 감자샐러드 레시피를 섬세하게 기록한다. 안아라는 밥을 짓는 사람이다. 요리를 연구하고 조리하여 내어놓는다. 또한 안아라는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오래 기억하고 싶어 하고, 오랜 기억을 따스하게 담아낸다. 백반을 좋아해 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자유로운 식사 자주 하지만, 필요할 때는 공들여 카레를 끓이고 핑크 후무스나 프리타타를 만든다. 일이 바쁠 때는 김밥으로 동료와 끼니를 때우지만 김과 밥, 채소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김밥의 위대함을 알며 세상 모든 김밥 요리사에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이렇듯 《바지런한 끼니》는 삶의 자세가 하나의 끼니로 완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가 원하는 삶의 자세는 오늘 저녁 밥상에서 비롯될 수 있다. 이 책을 읽은 후에 그것은 전보다 더 건강하고 따스한 자세가 될 것이다. |
|
읽다 보면 밥을 지어 먹고 싶어진다. 나물도 무치고 국도 끓이고 페스토에도 후무스에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그토록 부지런한 사람이 쓴 글이 이토록 한가로운 마음을 선물해준다는 것이 놀랍다. 그리고 고맙다. 안아라의 문장은 그의 음식만큼이나 정성스럽고 정갈하다. 맹물처럼 꿀꺽꿀꺽 읽어 치우기보다는 국물처럼 후후 불어 아껴 읽고 싶은 책이다. - 장기하 (가수, 뮤지션, 작가)
|
|
‘너는 내가 한 밥을 먹는 사람’이란 마음으로 사람을 상대할 용기를 얻는다는 요리사! 나는 수줍은 듯 강직한 그녀의 밥을 여러 번 먹었다. 대충이 없는 사려 깊고 곧은 성품이 그대로 그녀의 음식에 들어 있다. 이 책을 읽고 있는데 갑자기 집밥이 먹고 싶다. 정성스럽고 세심한 레시피를 보다가 안 되겠다. 밥해야겠다! 외치며 벌떡 일어나 소매를 걷고 부엌으로 향한다. - 노석미 (일러스트레이터, 화가, 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