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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듣는 일: 소리를 실어 보내다
듣다 보면 괜찮아져 잘하는 건 모르겠고, 할 수 있는 걸 하는 수밖에 라디오라는 타인의 온기 『필름클럽』이 탄생하기까지 1: 김혜리 기자와의 만남 어쩌다 보니, 영화음악 이야기하는 최다은입니다 『필름클럽』이 탄생하기까지 2: 임수정 배우와의 만남 나를 위한 쿠션은 누가 준비해 줄까? … 40 『필름클럽』이 탄생하기까지 3: 『필름클럽』 제작 과정 몰라도 부끄럽지 않습니다 장수의 비결 2 듣는 사람: 언제나 옆에 음악이 있었다 작곡과라는 데가 있대요 차녀 찬스 혼자만 들으면 무슨 재미 언어 없는 세계의 희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가리워진 나의 길 울보의 직장생활 3 듣는 생활: 청각적 삶의 일상과 이상 들리지 않아도 들리는 노력 금지 우주는 소음으로 가득 차 있다 나를 구조해 준 안전벨트 걱정을 다루는 법 대유잼 미니멀 라이프 계절은 소리부터 온다 동네의 소리를 들어라 이어폰을 빼면 들리는 여행의 소리 너의 목소리를 들려 줘 4 듣는 방법: 낯설지만 알고 보면 다정한 음악 음악은 영화를 타고 가장 적게, 가장 깊게, 최소음악의 세계 미니멀리즘 음악은 어떻게 대세가 되었나 막스 리히터가 유명해지면 정말 좋겠네 클래식 음악에서는 무엇을 들어야 할까? 제목이라는 한 줄의 장벽을 넘으면 음악회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 무인도에서 한 곡의 음악만 들어야 한다면: 분석의 기술 내 장례식 플레이리스트를 골랐다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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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혼자가 되고 보니 누군가가 필요했다. 나의 요즘을 꼬치꼬치 묻지는 않으면서 지금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은 아니라는 감각을 가져다 줄 사람.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은 결국 ‘지금 이 시간을 함께 살고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에 피어난다. 보이진 않지만 저 멀리 어디선가 나와 동시에 숨을 쉬는 사람이 있음을 확인하는 것,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밤이 늦으면 졸리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나를 덜 외롭게 했다.”
--- p.22 “너무나 소중하지만 그래서 더 매몰되기 쉬운 것들이 있다. ‘최선을 다해 보지만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태도로 나 자신을 훼손하지 않으며 지내기. 그게 내가 찾은, 소중한 것들을 오래오래 지키는 방법이다.” --- p.58 “내가 결국 뮤지션이 아닌 피디가 된 것은 어쩌면 음악으로 얻는 기쁨 이상으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하는 데에서 오는 기쁨이 중요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좋은 음악을 함께 듣고 그 감동을 공유하는 것. 음악을 처음 좋아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나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 p.74 “때로 완전한 이해는 언어 바깥에 존재한다. 오래전 깨달았던 그 사실을 옛 기억으로부터 건져 올린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몇 번이고 울컥했다. 뭐든 설명하고 증명해 내는 데에 지친 직장인으로서 과거의 시간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그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라도 음악 가까이에서 지내리라.” --- p.80 “십몇 년 만에 재개된 라이드 중에도 우리는 계속 말이 없었다. 입속에서는 많은 말이 웅얼거리고 있었지만, 밤새 전쟁을 치른 나는 일단 아빠차라는 안전벨트에 실려 겨우 회사로 옮겨졌다. 오시지 말라고 해도 오셨고, 먼저 ‘내일은 못 갈 수도 있다’ 메시지를 남긴 다음날에도 오셨다. 어차피 출근하는 길이라는 이유로 라이딩을 멈추지 않은 아빠 덕분에 나는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었다. 내가 오늘 죽어 버리면 아빠가 내일 와서 계속 기다릴 테니까.” --- p.117 “삶에서 어떤 영역이 완전히 제거되는 경험은 상실감과 동시에 편리함을 제공한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반주를 좋아해 ‘다른 건 몰라도 술을 못 끊을 것 같다’고 한때 생각했던 나는 막상 술 없이도 잘 살고 있다. 오히려 홀가분해졌다. 편의점이나 면세점에서 주류코너를 기웃거리지도 않고, 숙취로 고생하거나 술 먹고 하는 실수를 걱정하지도 않는다.” --- p.129 “고향이란 어쩌면 공간보다는 시간의 개념이 아닐까. 소리를 통해 나는 멀리 떨어져 있던 과거의 나와 만날 수 있었다. 같은 동네여도 앞 건물 실외기와 바짝 붙어 창문을 열 수 없던 신혼집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던 일이다.” --- p.140 “그간 나는 이어폰과 함께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막고 살았을까. 음악을 들으며 낯선 거리를 걷던 날도 행복했지만, 앞으로는 결코 그곳이 아니면 들을 수 없는 소리에 더 귀 기울이는 방식으로 여행하고 싶다.” --- p.149 “나는 그의 음성에서 우리가 보냈던 시간, 그리고 그 시간이 축적해 온 총체적인 정서로 공기를 바꿀 수 있다. 친밀한 관계의 누군가가 목소리를 남기는 일을 한다는 건 음악과 방송이라는 트랙을 따라 걸었던 내 인생에서 파생된 일종의 특권이다. 문자로는 아쉬울 것 같고 전화로는 부담스러울 것 같은 상황에서 나는 비교적 편리하게 그들을 불러 내 옆에 둔다.” --- p.1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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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할 수 없던 시간, 나를 지탱해 준 것은 ‘듣는 일’이었다
힘든 순간 가만히 안아주었던 삶의 소리들 유튜브도 2배속으로 돌려보는 것이 미덕인 시대에 시간을 들여 무언가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비효율을 포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렇기에 더욱 애정한다고 말한다.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무수히 많은 레이어를 한 겹 한 겹 열어보는 그 비효율적인 태도야말로 최다은 PD가 타인과 관계를 맺는 태도이자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는 방식이다. 효율적으로 빠르게 판단해버리는 대신 한 사람에게 담긴 모든 결을 이해한다는 것은 최다은 PD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음대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수상했으며, 라디오 PD로 일하면서 팟캐스트까지 제작하고 있는 저자의 이력을 보면 평탄하게 성공적인 커리어의 길을 걸어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한두 줄로 정리된 성공적인 이력 뒤에 무수한 실패와 좌절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음악을 처음으로 꿈꾼 순간부터 부닥쳤던 부모님의 반대, 친구들이 쇼팽을 칠 때 ‘어린이 명곡집’을 똥땅거렸던 뒤늦은 음대 준비 시절, 중학생 시절부터 꿈꿔왔던 음악가의 꿈을 접기까지의 고민, 또다시 여러 발 늦게 시작한 언론고시의 막막함까지, 저자가 걸어온 경로는 급커브와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되는 말 그대로 ‘비효율’ 그 자체였다. 저자에게 마지막으로 찾아온 위기는 이명이었다. 저자는 지금까지 오직 더 노력하는 것으로 실패와 좌절을 극복해왔지만 이명은 그렇게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었다. 이명을 차단하려 했던 모든 노력이 역설적으로 이명을 더욱 또렷하게 만든다는 것을 저자는 뒤늦게 깨닫고 망연자실해 한다. 오랜 시행착오 끝에 저자는 이명을 없애려는 노력을 멈추고, 대신 이명과 함께하는 삶을 시작한다. 지금껏 소음이 없는 세계를 이상향으로 꿈꾸었던 저자는 이제 헤드폰을 벗고 주변의 소리를 받아들인다. 시계 초침 소리, 냉장고의 모터음, 놀이터 아이들의 괴성과 웃음 소리, 여름을 알리는 매미 소리,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목소리까지…. 지금껏 소음이라 여겼던 일상의 소리 속에서 저자는 이명을 잊고 다시 듣는 삶으로 회귀한다. 쓸모없고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세상의 소리를 통해 다시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제 ‘듣는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받아들이고, 자신이 살아오면서 왜 비효율적이라 여겨진 결정을 해왔는지 그 이유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바꿨던 과거의 선택들은 지름길과는 한참 먼 빙빙 돌고 구불구불한 궤적이었지만, 오히려 그 비효율적인 여정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계속 음악을 사랑하게 해주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쉬지 않고 울리는 냉장고 모터음은 나와 찰떡이었다. 그 어떤 아름다운 피아노 연주곡도 덮지 못했던 내 귓속의 울림이 냉장고 옆에 가면 의식되지 않았다. 그야말로 냉장고와 나는 ‘주파수가 맞는’ 관계였다. 냉장고와 침실 사이의 거리는 2미터도 채 되지 않았는데, 가능하면 냉장고 소리를 최소화하도록 방 가장 안쪽에 머리를 두고 방문을 꼭 닫은 채 잠들었던 과거와는 달리 이명이 생긴 후론 방문 가장 가까운 곳에 머리를 두고 문을 열어 놓은 채 잠을 청했다.”_111쪽 배경의 존재에 대한 지극한 관심 듣는다는 건 결국 사랑한다는 것 라디오와 영화음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둘 다 부차적 존재라는 점이다. 배경에 머물러 주의 깊게 귀 기울이지 않으면 흘려버리기 십상이다. 항상 존재하지만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 자신의 소리를 들려주는 배경의 존재들. 우리에게도 항상 옆에 있지만 미처 듣지 못하고 지나쳐버리곤 하는 삶의 소리들이 많다. “라디오 PD이자 영화음악 이야기를 하는 최다은”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저자의 차분한 목소리를 따라 책을 읽다 보면 배경의 존재들에 대한 다정함과 사랑이 듬뿍 담겨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배경 속에서 부수적이라 여겨진 다른 존재에게 주파수를 맞출 때 우리 삶은 더 다채롭고 풍요로워진다. 그렇기에 듣는다는 것은 곧 지극한 사랑의 방식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언젠가 누군가가 내 목소리를 들어줄지도 모른다는 상상만으로도 마이크 앞에 설 수 있었다”고 말한다. 라디오도, 음악도, 사랑도 결국 ‘듣는 것’으로 이어진다는 저자의 확신은 효율과 성과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밀려난 사려 깊은 관계 맺기의 감각을 되살려준다. 조용히 귀 기울이는 삶이야말로 결국 세상을 느끼고, 타인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비효율적인 사랑’인 것이다. “나는 사람을 알아 가는 데에 있어서는 비효율을 추구한다. 첫인상을 마주한 뒤 느낌은 간직하되 판단은 유보한다. 어떤 이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땐 정확한 출처나 사실을 알기까지 유효한 정보로 삼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낭비가 되더라도 시간을 들여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 보고, 내 이야기를 해 보려 한다. 우리가 서로에게 조금만 더 시간을 허락한다면 결국 모두에게 나답게 살아갈 자유가 늘어난다고 믿는다.”_206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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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릴없는 소음 속에서도 결코 듣기를 포기하지 않고, 잘하는 게 뭔지 모를 땐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사람. 그의 목소리에 가만가만 귀 기울이며 삶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것들에 대해 생각한다. 듣는다면 들리는 것이 있다.” - 심채경 (천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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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의 평형이 기울고 다른 존재에게 마음의 주파수를 맞출 때 삶은 더 넓고 깊어진다. 그러니 성실하게 듣는 행위가 사랑이 아닐 리 없다. 이 책에서 나는 지극한 사랑을 발견한다.” - 황선우 (작가,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 팟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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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큰 다정함이 녹아 있다. 관계에 대한 은혜와 지금의 최다은을 만들어 준 것들에 대한 사랑이 놓침 없이 표현되었다. 여러모로 인색해진 세상에 마음을 내려놓고 읽기 좋은 책이다.” - 김한주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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