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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세 번째, 미국에 가다
옮긴이의 말 | 대서양을 건너간 일기장 |
E. M. Dela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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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일까?
분명 아닐 테지만 어쨌든 미국에 가보고 싶고, 보아하니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한동안 여러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남편 로버트에게는 분위기가 가장 좋을 때 얘기하리라. --- p.7 로즈의 집에 머물 때 만난 트레시더 부인이 편지를 보냈다. 내일 아들과 함께 이쪽으로 자동차 여행을 오는데, 오후에 우리 집에 들를 테니 함께 차를 마시자는 것이다. 의문: 외출해 버릴까? 답: (a) 예의상 그럴 수 없다. (b) 그러면 사랑하는 친구 로즈와 멀어질지도 모른다. (c) 딱히 갈 데도 없다. --- p.10 미국에서 전갈이 왔다. 나는 뉴욕의 에식스 하우스에 묵을 예정이란다. 왜 에식스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좀 더 미국적인 이름이면 좋을 텐데. 앨라배마 하우스나 코네티컷 하우스라고 할 수는 없었나? 그래도 동봉한 자료를 보니 위안이 된다. 멋진 초고층 건물의 사진이 들어 있고 원한다면 페르시아 커피숍에서 에스코피에 학교 출신의 프랑스인 요리사가 만든 식사도 할 수 있다. --- p.40 그동안 내가 미국의 환대에 대해 읽거나 들은 얘기는 오히려 과소평가였다는 결론을 내린다. 9시부터 끊임없이 전화벨이 울리며 초대가 쏟아지고 전혀 모르는 사람이 전화해 내 책을 잘 읽었다며 밤이든 낮이든 언제고 내가 원할 때 기꺼이 파티를 열어 주겠다고 제안한다. 이런 상황에 어안이 벙벙하지만 고국 사람들에게 흡족하게 얘기할 거리가 생겼고 미국에서 전업 작가들이 어떤 대우를 받는지도 알 것 같다. --- p.56 커다란 객차에 오르자 승객은 나 혼자다. 이제는 익숙해진 절차가 이어진다. 그중 하나는 비좁은 화장실에서 대충 씻는 것인데, 이 화장실에는 비누가 없고 대신 가루가 조금씩 나오는 이상한 장치가 달려 있다. 로버트가 보면 얼마나 질색할까 생각해 본다. 로버트를 생각하자 여느 때처럼 감정이 북받친다. 흔한 초록색 커튼이 쳐진 침대칸으로 들어가 감상에 젖을 준비를 하다가 문득 모자를 넣어 둔 초록색 종이봉투를 깔고 앉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짐꾼이 침대에 놓아 둔 모양이다. 부아가 나면서 슬픔 대신 분노를 삼킨다. --- p.109 알렉산더 울컷 씨가 방송에 출연한 덕분에 (나를 제외한) 모두의 태도가 크게 바뀐다. 그가 신문에서 내가 미국을 방문해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이 올컷 생가에 가보는 것이었다는 기사를 읽고(혹시 [보스턴 트랜스크립트]에 실렸나?) 이 점을 높이 샀는지 라디오 대담에서 언급했다. 내가 조만간 그곳을 보고 와서 소감을 알려 주면 좋겠다고도 했다. --- p.148 고급 주류 밀매점은 과연 이름에 걸맞은 곳이다. 주황색 덮개와 크롬 도금으로 장식했고 몹시 시끌벅적하다. 우리는 주인을 만나 얘기를 나눈다. 그는 티퍼레리 출신이라서(티퍼레리는 영국과 아주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참는다) 우리는 아일랜드와 런던의 나이트클럽,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을 화제로 삼는다. 돌연 찰리가 (뜬금없이) 묻는다. 금주법이 폐지되면 주류 밀매점은 어떻게 될까요? 주인은 매일 저녁 그런 질문을 백만 번씩 듣는 것 같다고 하더니(틀림없이 사실일 것이다) 잠시 후 다른 데로 가버린다. --- p.194 잠이 들려는 찰나, 마지막으로 머리를 스치는 생각. 뉴욕 밤 문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엄청난 소음에 시달렸으니 내 방 창문 아래서 센트럴 파크 사자들이 포효한다고 해도 인지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 p.2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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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엿한 작가가 되어 미국 북 투어에 초대받은 주인공!
금주법 폐지를 코앞에 두고 다과 모임에서는 칵테일파티가 벌어지고 뉴욕의 밤거리에는 주류 밀매점이 활개친다. 화려한 파티를 즐기면서도 뼈를 파고드는 진실. “나이는 못 속인다니까!” 7월 7일 오늘의 두 번째 우편배달을 받고 몹시 놀란다... 뜻밖에도 미국 출판사가 보낸 정중하고 기분 좋은 편지가 들어 있는 게 아닌가. 런던 진출에 이어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도 초대장이 날아왔다! 때는 1933년 가을. 미국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 정책으로 서서히 대공황의 여파에서 벗어나고 있었고, 역대 가장 기만적인 법이라는 오명과 함께 수많은 부작용을 낳은 금주법은 폐지를 코앞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의 주인공은 공공연한 주류 밀매의 마지막 나날을 아슬아슬하게 목격했고, 그 덕분에 다과 모임을 가장한 칵테일파티나 뉴욕의 밤 문화가 이 유쾌한 작품을 한층 더 풍성하게 채색한다. 가장 사사롭기에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 이 소설은 자전적 이야기이며 작품 속의 많은 인물도 작가의 주변 인물들을 허구화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네 편이 쓰인 시기에 E.M. 델라필드의 삶은 주인공의 삶과 대체로 맞닿아 있다. E.M. 델라필드는 1917년에 첫 소설을 발표한 이후 많은 작품을 썼지만 1929년 주간 문예지 [시간과 조수]에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1930》을 연재하면서부터 비로소 작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 작품의 대중적인 성공으로 작가가 런던 블룸스버리의 문학계에 진출한 상황은 후속편인 《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두 번째, 런던에 가다》의 소재가 되었다. 델라필드는 영국 여인과 똑같이 런런 블룸스버리 도티가 57번지의 작은 아파트를 빌려 데번과 런던을 오가며 생활했다. 신기하게도 다소 건조한 이 여인의 영국식 풍자와 유머는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 출간은 지금의 하퍼콜린스(HarperCollins) 출판사의 전신인 하퍼 앤드 로우(Harper and Row)에서 맡았다. 델라필드는 당시 이 회사를 이끌던 미국의 대표적인 출판업자 캐스 캔필드(Cass Canfield)에게 두 번째 런던 이야기를 헌정하며 그와 따뜻한 관계를 이어 갔다. 1933년 캔필드는 델라필드의 미국 및 캐나다 동부 순회강연을 준비했고, 이 경험이 바로 이 세 번째 미국 이야기에 투영되었다. 첫 두 권은 제각기 영국에서 먼저 출간된 뒤 이듬해에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세 번째 미국 이야기와 네 번째 전쟁 이야기는 모두 영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출간되었다. 미국에서 델라필드의 입지와 위상이 그만큼 발전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 시기의 많은 영국인과 달리 미국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시선은 한없이 긍정적이고 호의적이다. 음식과 기차역, 호화로운 파티와 실내 장식, 화려한 쇼핑몰 등 영국보다 전반적으로 훌륭한 많은 것들에 순수하게 감탄하는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비슷한 시대를 배경으로 쓰인 《위대한 개츠비》의 휘황찬란한 파티 장면이 연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다행히도 이 여인은 주특이인 신랄한 풍자를 끝내 내려놓지 않는다. “그녀의 전형적인 영국식 풍자와 유머가 대서양을 건너서까지 혹은 한 세기를 넘어서까지 통하는 것은 이처럼 편견 없고 공평하며 합리적인 정신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여인은 민족주의나 근거 없는 선입견에 휘둘리지 않고 꿋꿋이 인간의 흠결을 꼬집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공격의 대상에 누구보다도 자신을 포함시킨다. 그녀는 이 화려한 나라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불완전하고 초라한 인간이 되기를 자처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나 멀리 떨어진 세계의 이야기 속에서 끊임없이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혹은 우리 자신을 발견하고 공감한다. 결국 가장 사사로운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이기에.” - 옮긴이의 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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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유쾌한 탐험의 기록.
곧 빙하나 팜파스에서 쓴 영국 여인의 일기가 나와도 놀라지 않을 것 같다.(1934년) - [뉴욕 타임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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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기엔 짤막한 문장과 간결한 문체로 소소한 주제를 다루지만 그 안에는 아주 미묘하고 의도적인 기술이 작동하고 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소름끼치도록 정확한 사회적 의미가 담겨 있다.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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