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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영국 여인의 일기 네 번째, 전쟁 속으로
옮긴이의 말 | 부디 모두 안녕했기를 |
E. M. Dela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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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 목사관의 식당은 공동 침실로 바뀌었고 우리 교구 목사님의 아내는 5세 미만 아이 셋과 엄마 둘을 맡아 씩씩하게 고군분투 중이다. 아이 하나는 경기를 자주 일으킨다. 하녀 두 명은 모두 전시 일자리를 찾겠다며 곧바로 떠나 버렸다.
--- p.26 석유 배급제가 어제부터 시작된다고 하더니 일주일 연기되었다. (의문: 혹시 전 국민의 사기를 돋우기 위해 마련한 깜짝 선물일까?) --- p.31 BBC 홈서비스를 웬만큼 신뢰하고 싶지만 현재 연합국이 겪고 있을 게 분명한 실패나 패배에 관해 아무 말도 없다는 게 조금 수상쩍다. 이 부분은 정보부 책임일 테니 그들의 진짜 역할이 무엇인지도 의심스럽다. 얼마 전에 지원한 정보부 자리에 가게 된다면 알게 될지도. --- p.38 이윽고 세레나는 내게 커피와 담배를 권한다. 내가 고맙지만 벌써 둘 다 해결했다고 하자 세레나는 정말이지 이 전쟁은 바지 입은 여자들이 커피와 담배로 버티며 다 치르고 있다고 단언한다. 참, 바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보핍 할머니 보셨어요? 네, 봤어요. 세레나는 한바탕 깔깔거리며 덧붙인다. 그래도 이번 전쟁이 나름대로 재밌지 않나요? --- p.63 괜히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러려고 집을 떠났나? 양심이 거만하게 답한다. 내가 집을 떠난 이유는 첫째, 전쟁 기간 내내 집안일이나 하며 소일하고 싶지 않아서이고, 둘째, 런던에서 멀리 떨어진 데번주에 있으면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들기 때문이며, 셋째, 비상시에 로빈이나 비키에게 가려면 중심지인 런던에 있는 편이 더 수월할 거라는 막연한 추측 때문이라고. --- p.71 나는 머지않아 출판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거라는 말로 J. L.을 위로하려 애쓴다. 등화관제와 연료 배급제 때문에 사람들은 밤에 할 일이 없어질 테고 극장과 영화관도 문을 닫을 테니 별수 없이 책을 읽을 거라면서. --- p.85 로버트가 짧은 편지를 보냈다. 모두 잘 있고 소련이 어떻게 나오든 자기는 상관하지 않으며(언제는 상관했나?) 그가 맡고 있는 지역 공습 대비대 사무실에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무슨 일을 시켜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 정비소의 젊은 크램프는 불발탄 처리 방법을 배우겠다고 하더니 겨우 10분 설명을 듣고는 너무 위험하다며 줄행랑쳤다. --- p.101 우리는 점심을 먹으며 기분 좋게 세레나 얘기를 주고받은 뒤 신분증 얘기로 옮겨 간다. 블란셰 이모가 묻는다. 신분증을 잃어버리면 샛주홍색 신분증이 발급되는 거 알아? 내가 대꾸한다. 그럼 ‘주홍 여자’가 되는 거예요? 그렇다니까. 아니, 엄밀히 말하면 ‘주홍 글자’지. 어느 쪽이든 주홍 신분증을 써야 하고 잃어버린 신분증을 되찾아도 영원히 이 주홍 신분증을 써야 한 대. --- p.216 뮌헨의 맥줏집에서 폭탄이 터졌다고 한다. 히틀러가 연설하는 시간에 맞춰 그를 포함한 나치스 지도자들을 암살하려 했던 모양이다. 그들이 앉았던 자리 바로 위에 폭탄이 설치되었다. 그러나 히틀러는 평소보다 20분 일찍 연설을 끝낸 뒤 제때(그의 관점에서) 그곳을 떠났다. --- p.263 방독면은 여전히 못 찾았고 신분증도 임시증만 있으며 손전등 배터리를 가는 것도 깜빡했다. 침대로 가면서 생각한다. 만약 히틀러가 오래 기다린 런던 공습의 날로 오늘 밤을 택한다면 내 생존 확률은 그리 높지 않을 거라고. 그렇다면 비교적 편안하게 침대에 누워 최후를 기다려도 누가 뭐라고 할 수 없으리라. --- p.2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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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9월 3일, 영국은 독일과의 전쟁을 선포하지만
이듬해 봄까지 개전 휴전 상태, 이른바 ‘가짜 전쟁’이 이어진다. 오싹하리만치 고요한 폭풍 전야. 등화관제가 시행되고 런던 상공에는 방공 기구가 떠다니지만 사회생활에 목말라 있던 여성들은 그 안에서 해방의 돌파구를 찾는다. “요리사한테 중형 방독면이 맞을까? 특대형은 아니더라도 대형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한 달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낯선 일상이 이제 너무도 익숙해졌다. 1939년 9월 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낳은 전쟁의 포문이 열렸다. 그로부터 이틀 뒤 영국과 프랑스는 독일과의 전쟁을 선포하지만, 사실상 준비 부족과 여타 사정으로 폴란드를 적극 지원하지 못했다. 그사이 독일은 폴란드 공격에 집중하면서 취약했던 서부전선 병력을 보강했고, 영국도 항공전에 대비한 방어 체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듬해 5월 본격적인 런던 공습이 시작되기 전까지 영국에는 개전 휴전 상태가 이어진다. 이 폭풍 전야 같은 시기를 ‘가짜 전쟁(Phoney war)’이라고 부른다. 얼핏 평화로워 보이는 이 시기 동안 영국의 시민들은 결코 평화롭지 않았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카더라’ 통신이 판을 치면서 하루하루 불안에 떨면서도 히틀러의 폭주를 막는 일에 너도나도 발 벗고 나섰다. “친구의 조카가 민병대인데 그가 제 어머니에게 전한 뒤 그 어머니가 그의 이모에게 전하고 그 이모가 목사님 아내에게 전한 소식에 따르면, 현재 베를린에는 불만이 들끓고 있으며 11월 첫 번째 월요일에 독일에서 혁명이 일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그 시기에 쓰이고 출간된 이 작품은 기록이나 매체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은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준다.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그때 그곳에서’ 들려주는 생생한 전쟁 초기의 이야기! 2차 세계 대전을 재현한 문학이나 영화는 수없이 많지만 대개는 전선을 따라가거나 홀로코스트를 조명한다. 런던 대공습 이전의 영국 상황은 다루지 않거나 아주 짤막하게 요약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이 시기 런던과 지방 소도시 시민들의 삶을 이토록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한 기록이나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 2차 세계 대전은 여러 면에서 엄청난 재앙이었지만, 1차 대전에서 활약한 뒤 가정으로 돌아간 수많은 여성에게는 억눌러 온 사회 진출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회였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20대였던 E. M. 델라필드는 데번주의 간호 봉사대에서 일했고, 2차 세계 대전에서는 정보부에서 선전 관련 일을 맡아 프랑스로 파견되었다. 그 보직을 맡기 전까지의 과정이 이 자전적 소설에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가짜 전쟁’이 길어지면서 구국의 열정으로 달려 나온 사람들은 할 일이 없어졌고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기 시작한다. 우리의 주인공 역시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서둘러 런던으로 달려가지만, 도심의 지하에 마련된 방공 기지는 이미 발 빠르게 달려온 시민들로 가득 차 있다. 결국 그녀는 이곳의 매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좀 더 ‘중요한’ 보직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공습의 위협이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지만, 그 안에서 소소한 농담의 소재와 오락 거리를 찾으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주인공과 시민들의 이야기는 불안하고 혼란한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색다른 재미와 통찰을 제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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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갈수록 실망은커녕 매력을 더하는 시리즈!
일부 영국 여성들에게 전쟁은 일종의 휴지기였다. 1939년 전쟁이 발발하자 그들은 곧장 전시 일자리를 찾아 런던으로 달려갔고 이후 그들의 삶은 영원히 바뀌었다. - 레이철 존슨 (저널리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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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더 널리 알려지고 읽힌다면 좋겠다. 힘든 시기에는 우리의 일상이 계속 이어질 거라는 사실을 확인하기만 해도 큰 위안이 되니까. - [가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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