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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몰이꾼 이기 1
테의 섬을 탈출하라
허진희
북트리거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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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도움닫기
테의 섬
적맥인들
사나운 바위
귀신 씐 더덕밭
도나의 주문
진멸인
황포한 본성
맹랑한 기세
오만과 비밀
간절한 약속
마지막 인사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20년 『독고솜에게 반하면』으로 제10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청소년소설 『독고솜에게 반하면』 『노파람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둔 날』 『좋아한다는 거짓말』 『좀비몰이꾼 이기』, 장편소설 『악의 주장법』 『영의 상속』을 썼다. 함께 쓴 책으로는 『세 개의 시간』 『푸른 머리카락』 『성장의 프리즘』 『B612의 샘』 『더 이상 도토리는 없다』 『하면 좀 어떤 사이』 『오후에는 출근합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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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66g | 138*204*14mm
ISBN13
9791193378434

책 속으로

이기는 검고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보드 위에서 춤을 추듯 움직였다. 멀리서 보면 마치 춤으로 좀비들을 홀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이기는 보드를 날렵하게 회전시키기도 하고, 경사로를 이용해 몸을 공중으로 붕 띄우기도 하면서 자유자재로 보드를 다루었다. 보기 좋게 그을린 갈색 피부와 탄탄한 몸은 이기의 동작을 더 돋보이게 해 주었다. 잠시 앞서 나가던 이기는 몸을 돌려 손가락을 입에 넣고 있는 힘껏 휘파람을 불었다. 좀비들의 걸음이 조금 더 빨라졌다.
이기는 소리와 몸짓으로 좀비들을 다루는 데 능숙했다. 처음엔 엄마를 보살필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이 일을 즐기고 있었다. 심지어 가끔은 자신의 말을 잘 따르는 좀비들을 귀엽다고 느낄 때도 있다. 어쨌거나 비슷한 구석이 있잖아. 이기는 자신의 팔뚝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어깨부터 손등까지 불거진 빨간 핏줄. 보드에 속력을 붙일수록 이기는 자신의 오른팔에도 좀비의 것과 똑같은 혈관이 돋아나 있음을 생생히 느꼈다.
--- p.11 『도움닫기』 중에서

“이기.”
마침내 잦아든 신음 뒤로 나직한 호명이 따라붙었다. 테는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두 팔을 무릎 위에 기대고 앉아 이기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오늘따라 뿌옇게 보이는 회색 눈동자를 마주 보지 않기 위해 이기는 황급히 머리를 숙이고 외마디 끝을 흐렸다.
“네….”
“너, 앞으로 네가 어찌 될지 알고 있나.”
이기는 주먹을 움켜쥐고 입술을 달싹였다. 안다고 하자니 이미 죽은 목숨이라고 받아들인 듯하여 억울하고, 모른다고 하자니 빼도 박도 못하게 테의 입으로 죽을 날을 확인받을 것 같아 두려웠다.
그때 테가 검지손가락으로 묵직하게 이기의 관자놀이를 찍어 누르며 말했다.
“너는… 죽는다.”
--- p.72 『사나운 바위』 중에서

녀석들이 목을 꺾고 팔을 비틀며 천천히 다가왔다. 쓰러져 있는 놈이 일어서면 같이 공격하려는 거겠지. 이걸 본능이라고 봐야 할지 지능이 있다고 봐야 할지는 몰라도, 이기가 다뤄야 하는 상대가 점점 더 만만찮은 맞수가 되어 가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했다.
“근데 그거 알아? 난 너희랑 싸우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어. 나는 싸움꾼이 아니라….”
이기가 밀친 녀석이 몸을 일으켰다. 이제 곧 셋이 합세하여 달려들 것이다.
“난….”
녀석들이 달려든다! 달려들었다!
“난 좀비몰이꾼이라고!”
이기는 날렵히 보드를 굴려 좀비 하나를 제치고 나아갔다. 나머지 둘과 맞닥뜨린 순간엔 한 손을 보드에 짚고 두 다리를 올려 들었다. 유연하면서도 정확하고 빠른 몸놀림이었다. 이기가 양발로 나란히 선 좀비 둘의 어깨를 딛고 날아오르는 동안 이기의 보드는 바닥에 착 붙은 채 좀비들의 다리 사이를 매끄럽게 빠져나와 안정적인 착지를 도왔다.
--- p.94-95 『귀신 씐 더덕밭』 중에서

“그게 말이 돼? 좀비들이 무슨….”
좀비들의 변화 과정을 제대로 지켜보지 못했으니 그리 생각할 만도 하지. 하지만 이기는 달랐다. 그동안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좀비들을 관찰해 오지 않았는가.
“좀비들이 각성했어.”
생각을 굳힌 이기가 입을 열었다. 눈이 나타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좀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했기에 가능한 확신이었다.
“욕망하는 걸 얻기 위해 움직이고 있어.”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을 모조리 먹어 치운 후 좀비들은 아주 오랜 시간 무욕의 상태에 머물렀다. 하지만 다시 사냥의 대상이 눈앞에 떨어지자 바로 유혈년의 포악한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해?”
“내 생각엔 아마도… 눈을 본 순간 각성이 시작된 거 같아.”
좀비들이 깨어나고 있다. 다시는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듯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

--- p.139 『진멸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열다섯 살 좀비몰이꾼 이기의 눈앞에 나타난 금단의 아이
이기는 섬의 독재자 ‘테’의 눈을 피해 아이를 구해 줄 수 있을까?
모든 것을 뒤흔드는 진실의 실마리가 풀린다


『좀비몰이꾼 이기』는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좀비물의 공식을 전복한다. 공포, 생존, 절망으로 점철된 통속적인 좀비 서사를 벗어나, ‘좀비와의 공존’을 가능성으로 그리는 이 소설은 지금껏 본 적 없는 세계를 독자 앞에 펼쳐 보인다.

열다섯 살 여자아이 ‘이기’가 사는 섬에서는 좀비가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일정한 영역 안에서 관리되며 살아가는 또 하나의 존재들이다. 이들을 통제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좀비몰이꾼’은 이 세계의 필수 노동자다. 이기는 그중에서도 능숙하고 책임감 있는 몰이꾼이다. ‘도나’라는 동갑내기 신입과 짝을 이뤄 좀비들을 몰고, 그들로부터 마을을 보호한다. 하지만 이 평화롭고 묘하게 안정된 일상은 한 아이의 등장으로 송두리째 흔들린다.

그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채 살아남은 유일한 ‘진멸인’, ‘눈’이다. 진작 좀비에게 다 잡아먹혔다고 여겨졌던 인간이 살아서 돌아왔다는 것 자체가 ‘적맥인’ 세계의 규칙을 뒤흔드는 사건이다. 더구나 그 아이는 좀비들을 일시에 각성시켜 버리는 미지의 힘을 지녔다.

이기와 도나는 직감한다. 이 아이를 가만두지 않을 자가 있다는 것을. 바로 섬을 지배하는 독재자 ‘테’. 눈은 단순한 생존자가 아니라, 섬의 균형을 무너뜨릴 존재이며, 동시에 그 균형 너머의 세계로 향하는 열쇠다. 테는 이 아이를 손에 넣어 자신의 권력을 더 공고히 하려 들 것이다. 이기와 도나는 아이를 지키고 더 큰 세계로 나아가는 모험을 선택한다.

『좀비몰이꾼 이기』는 공존이라는 말이 얼마나 다층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인간과 좀비, 억압과 자유, 규율과 유대 사이에서 이기와 동료들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세계의 단서는 지금 막 열리고 있다.

마음이 흔들리는 순간, 세상이 바뀌었다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서


『좀비몰이꾼 이기』의 진짜 중심에는 ‘좀비’도, ‘섬’도 아닌 한 소녀의 성장이 있다. 열다섯 살, 능숙한 몰이꾼 이기는 좀비를 다루는 일에는 도가 텄지만, 마음을 여는 일에는 서툴기만 하다.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혼자서도 충분하다고 믿던 아이는 ‘눈’이라는 존재를 만나며 처음으로 흔들린다.

눈은 단순한 구조의 대상이 아니다. 이기는 그를 단순히 보호해야 할 존재로 대하지 않는다. 눈은 이기의 세계를 깨뜨린 존재이고, 이기가 처음으로 지켜야겠다고 느낀 존재다. 그리고 그 감정은, 도나를 포함한 일행에게도 전이된다.

작가는 이기의 내면 변화를 매우 섬세하게 그려낸다. 단숨에 영웅이 되거나 갑작스러운 계시를 받는 대신, 이기는 갈등하고 망설이며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해 간다. 책임을 짊어지는 일이 얼마나 두렵고 복잡한 것인지, 그리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깊은 결심을 요구하는지를.

처음에는 반쯤은 부담스러운 동료였던 도나는 점차 이기에게 친구가 되어 간다. 감정 표현이 서툰 이기와 달리, 도나는 솔직하고 따뜻하며 자기 감정에 충실하다. 이 상반된 성격의 두 인물은 서로를 통해 성장하고, 결국 함께 ‘지킨다는 것’의 의미에 도달한다.

결국 테의 섬으로부터의 탈출은 이기에게 물리적인 경계를 넘어선 감정의 경계까지 함께 넘는 과정이다. 이기와 도나는 눈과 함께 섬을 벗어나며 더 큰 세상과 마주할 준비를 마친다. 그곳에서는 더 많은 적, 더 무거운 진실, 더 깊은 관계가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시작이 단지 ‘모험’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점이다. 이기에게 이 여정은 ‘누군가를 지킨다는 것’에 대한 응답이자, 자신을 바꾸는 여정이다. 『좀비몰이꾼 이기』는 청소년 독자에게 진지한 메시지를 전한다. 우정은 비슷한 이들 사이에만 피어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존재가 서로를 온전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 그리고 누군가를 지키는 일은 결국,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

1권이 남긴 여운은 2권으로 이어질 준비를 마쳤다. 눈의 비밀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이기의 여정도 이제 막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시리즈 소개

『좀비몰이꾼 이기』는 북트리거의 새로운 청소년 문학 시리즈 ‘펑’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생각과 감정, 상상을 뒤흔드는 짜릿한 이야기가 펑! 터진다’는 의미를 담은 ‘펑’ 시리즈는, 앞으로도 이야기의 힘을 전하고 미래를 그리는 상상력을 톡톡 자극하는 문학 작품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추천평

어른들은 말한다. 바깥은 위험하다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세계가 안전하다고. 그러니 어른이 시키는 대로만 하라고. 여기 안전의 다른 말이 속박이라는 비밀을 알게 된 아이들이 있다. 이기와 도나를 가두려는 테와 오아나, 하계는 현실에서 십 대의 성장을 막는 어른과 다르지 않다. 어른의 세계에서 벗어나 나만의 모험을 할 때 아이들은 자라날 수 있다.

『좀비몰이꾼 이기』는 대재앙 이후의 세계를 그리지만 조금도 어둡거나 비참하지 않다. 언제나 새로운 답을 찾고야 마는 서로의 이기와 도나가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새로운 세상을 찾아나가는 이기와 도나의 모습이 10대 독자들에게 자극이 될 것이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보드를 탄 이기와 채찍을 든 도나가 질주하는 모습이 생생하다. 둘의 모험은 계속될 것이다. 모험은 언제나 옳으니까. - 김혜정 (『오백 년째 열다섯』 시리즈 저자)
단언컨대 독자들은 허진희표 판타지에 심장이 쿵쿵 뛸 테다. 『좀비몰이꾼 이기』는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으로 몰입되는, 그야말로 ‘읽는 재미’를 가진 소설이다.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채찍을 휘두르고, 새총을 쏘며 활극을 펼치는 소녀·소년 주인공들의 짜릿한 액션과 모험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익숙한 좀비 서사와는 달리 ‘사냥’이 아닌 ‘몰이’라는 행위로 공존을 택하고 살아 있는 모든 존재를 인정한다. 다름이 배제의 이유가 되지 않고, 서로를 기꺼이 돌보는 온전한 마음으로 이어진다. 사랑과 우정의 장면들은 너무도 진실하고 충만해서 자꾸만 머무르게 된다. 마음을 다해 상대를 위해 주는 ‘눈’의 손과 같은 온기가, 내 안에 있음을 발견한다. 고로 무언가를 구하고자 애쓰는 이야기는 이렇게나 소중하다. 우리를 더 나아가는 존재로 만드므로. - 유지현 (책방 사춘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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