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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시에
2. 개 짖는 소리 3. 그녀의 행복한 눈 4. 문제들, 문제들 5. 호수로 가는 세 갈래 길 |
Ingeborg Bachm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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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얼이 빠진 듯 매달려 스스로를 향해 뇌었다. 이것은 의무이다. 나는 살지 않으면 안 된다. 살아야만 한다. 그리고는 강요당한 듯 시계를 쳐다본 뒤 늦을세라 뒤돌아섰다. 그녀는 다시 고쳐 말했다. 아니, 내가 뭐라고 하고 있담. 대체 그것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이것은 의무가 아니다. 나는 살아야만 하는 게 아니다. 근본적으로 그것은 아니다. 나는 살도록 허용받고 있다. 진정 나는 살아도 좋은 것이며, 마침내는 그것을 터득해야만 한다. 매순간 순간마다, 바로 이 지점에서도.
--- p.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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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된 시간』『대웅좌의 부름』등의 시집 이후 로마에서 의문사로 생을 마칠 때까지 바하만은 두 편의 방송극(『여치들』『맨하탄의 선신』), 두 편의 단편집(『30세』『동시에』), 그리고 한 편의 장편(『말리나』) 등의 작품을 발표했고 과작임에도 불구하고 그 독창적 작품세계가 인정되어, 브레멘 시(市) 문학상, 게오르그 뷔히너상, 전쟁맹인협회 방송극상, 오스트리아 국가상을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독자들에게 바하만의 존재는 센세이셔널한 죽음과 함께 알려졌고 이 책 『동시에』는 1972년 작가의 죽음 직전에 발표된 최후 소설집.
다섯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중심 테마는 〈사랑의 부재〉 위에서의 사랑의 모색 과정이다. 오스트리아, 특히 빈 주변 출신의 여자들을 구심점으로 하여 그들이 겪는 사랑, 그들이 만나는 남자, 가족관계, 그들이 종사하는 일이 작품의 주조를 이룬다. 『동시에』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하만이 지닌 사랑, 그 중에서도 남녀간의 사랑의 기조는 완전히 격리된 세계 안에 갇힌 절대적인 것, 비사회적이며 폭발적, 아나키즘적, 비이성적 요소이다. 작품들을 살펴보면 『동시에』는 제목이 시사해 주듯 찰나적인 공유의 시간만을 허용하는 사랑을 슬로비디오 식으로 좇아가며 전개된다. 모든 「문제들, 문제들」을 도피하여 사는 빈의 처녀 베아트릭스와 35세 된 기혼 남자 에리히와의 만남은 잉제와(剩製化)된 사랑의 단면도이다. 「그녀의 행복한 눈」의 미란다도 사랑 속에 안주하기 위해 장님이다시피 한 시력으로 도피한다. 「개 짖는 소리」는 남녀간의 사랑을 떠나 근원적인 인간관계에서의 사랑의 부재를 파헤친 작품이고, 「호수로 가는 세 갈래 길」의 여류사진사 엘리자베트 역시 바하만의 모든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행복한 세속적 결혼을 등지고 사는 여자이다. 이같이 인식과의 장력상태(張力狀態)에 있는 사랑의 실체를 포착하는 것이 바하만이 추구하는 사랑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바하만의 작품들은 근본적으로 실존철학 및 빈 중심의 신긍정주의와 결합되어 있고, 프로이트와 융 등의 심리철학과 융화되어 있다고도 해석된다. 일부 비평가들은 그녀의 작품 도처에 머리들고 있는 지식에 대한 혐오, 회의, 지식인의 절망을 〈사회와의 융화의 불능〉에서 오는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바하만은 이 음조를 타인과의 관계, 외계와의 관계에서의 투쟁이 아닌, 개체인 한 인간의 자아 안에 자리잡고 있는 〈지적 요소〉와 〈감성적 요소〉의 갈등으로, 분열로, 변증법적 지양을 모색하는 이원론으로 표출해 내고 있다. 『동시에』에서 바하만은 인간세계 안에서의 사랑을 부정한다. 그러나 이렇듯 부정적이고 암울한 분위기에 침잠된 그녀의 문학세계는 결코 니힐리즘으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세계, 새로운 정신은 오로지 새로운 고통의 체험을 여과해서만 가능하다고 하는 작가의 주장대로, 그녀의 작품 속의 어두운 모색이나 모든 부정적인 화살은 밝음과 긍정에로의 비상을 위한 통렬한 날개짓으로 해석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