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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이병률 저
문학동네 200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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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누
가슴을 쓸다
밤 열두시
화양연화
생의 절반
스미다
중세의 가을
아물지 못하는 저녁
크고 오랜된 나무
장도열차

2부
이사
벼랑을 달리네
풍경의 뼈
어느 비린 저녁 일요일
오래된 집
북쪽 여자
절 축대 밑에 한 마리 밀뱀
식구
공기
금
숙주나물
시인들
.
.
이하생략

저자 소개 1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좋은 사람들」,「그날엔」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바다는 잘 있습니다』 등과 여행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가 있으며, 제11회 현대시학 작품상, 발견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적어내려가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가 실수처럼 그 길로 접
1967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났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좋은 사람들」,「그날엔」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힘’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 『바람의 사생활』, 『찬란』, 『눈사람 여관』, 『바다는 잘 있습니다』 등과 여행산문집 『끌림』,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내 옆에 있는 사람』, 산문집 『혼자가 혼자에게』가 있으며, 제11회 현대시학 작품상, 발견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적어내려가기 위해 글쓰기를 시작했다가 실수처럼 그 길로 접어들었다. 스무 살, 카메라의 묘한 생김새에 끌려 중고카메라를 샀고 그 후로 간혹 사진적인 삶을 산다. 사람 속에 있는 것, 그 사람의 냄새를 참지 못하여 자주 먼 길을 떠나며 오래지 않아 돌아와 사람 속에 있다. 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진실이 존재하므로 달라지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안다. 전기의 힘으로 작동하는 사물에 죽도록 약하며 한번 몸속에 들어온 지방이 빠져나가지 않는 체질로 인해 자주 굶으며 또한 폭식한다. 술 마시지 않는 사람과는 친해지지 않는다. 시간을 바라볼 줄 아는 나이가 되었으며 정상적이지 못한 기분에 수문을 열어줘야 할 땐 속도, 초콜릿, 이어폰 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일방적인 것은 도저히 참지 못하나 간혹 당신에게 일방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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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5년 04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149쪽 | 320g | 128*188*20mm
ISBN13
9788982819728

출판사 리뷰

마음 속 깊은 곳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시편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온 이병률의 첫 시집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가 출간되었다. 조금은 어두운 조명 아래서 꼼꼼하게 직조된 그의 시는 편편이, 오늘날 거칠고 소란스러운 언어들 사이에서 잔잔한 파문을 불러일으킨다. 세상이 잊고 지나쳐버린 의미를 정성스럽게 건져올리고 있는 그의 시를 읽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밥냄새, 찌개 냄새가 흘러나오는 것만 같아, 마음속 허기는 더해간다.

어두운 방을 밝히는 외로움의 기록

늦은 밤 불 꺼진 방에 홀로 문을 따고 들어가본 적이 있는가, 오랜만에 돌아온 집이 폐허 같다고 느낀 적은? 새벽에 문득 잠이 깨어 오랫동안 홀로 잠 못 이룬 적이 있는가? "어둔 방 불도 켜지 않고 눈이 퉁퉁 붓도록 울어쌌는"(「화양연화」) 자를 그리는 시인, "다시 누군가를 집에 들인다는 일이 상처가 된다는 것쯤"(「사랑의 (무거운) 신호」), "혼자 살다보면 머릿속 불은 환히 밝힐지라도 마음 불은 내비치면 탈이" 된다(「생의 딴전」)는 것을 아는 시인의 시는 독신자의 시요, 고독한 모든 인간을 위한 시다.

해설을 붙인 최하림 시인은 말한다. "빈방에 불을 켜고 들어가는 독신의 시인은 외롭다. 그는 눈을 맞추고 말을 나눌 상대가 없다. 가진 것도 버릴 것도 없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빌려 말하자면 그는 지금 홀로 있을 뿐 아니라 오래오래 홀로 있어야 하며 지금 집이 없기 때문에 영원히 집을 지을 수 없다. 시인은 영원히 홀로 있는 자이며 영원히 가난한 자이므로."

"닿고 싶은 것에 닿지 못"(「어느 어두운 방에서의 기록」)하고, "데려가달라고 하지 않으면 모른 체 데려가주지 않는" 것이 생(「이사」)이라는 것을 아는 시인은 아무것도 붙잡지 않는다. 그래서 창 밖으로 목을 빼고 기다리다가도,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화분」), 어딘가로 가려 하는 당신을 붙잡지 못하고 다만 기다리는 자가 되어 길목을 쓸겠다(「소식」)고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야 하겠습니까마는 날을 잊었거나 심한 눈비로 길이 막히어 영 어긋났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 부디 만나지 않고도 살 수 있게/오지 말고 거기 계십시오 「화분」 중에서

옥탑방에서 배수구를 타고 내려오는 물소리/한밤중이나 새벽에 깨어 멀거니 혼자 앉아 있게 하는 소리 (……) 흐르다 말고 혼자 올라갔다 혼자 내려오는 내 물소리 「조선족 여인」 중에서

"사람의 집에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일이 목메게 아름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은 세상을 향해 손을 내민다. '사람의 집에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일이 목메게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므로. 아주 조심스럽고 간절한 이 몸짓은 사물이나 인간을 눈여겨보고 기울이는 것, 곧 그것을 사랑하고 아끼고 가엾이 여기는 것으로 이어진다. 그리하여 시인은 이리도 무겁고 슬픈 삶, 외롭고 쓸쓸한 생의 물기 어린 풍경에 한 줌 온기를 불어넣는다.



남의 이사에 관심을 가진 건 폐허를 돌보는 일처럼 고마운 희망일까 사람의 집에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일이 목메게 아름답다 적과 내가 한데 엉기어 층계가 되고 창문을 마주 낼 수 없듯이 좋은 사람을 만나 한 시절을 바라보는 일이란 따뜻한 숲에 갇혀 황홀하게 눈발을 지켜보는 일 (……) 먼 훗날, 기억한다 우리가 머문 곳은 사물이 박혀 지낸 자리가 아니라 한때 그들과 마주 잡았던 손자국 같은 것이라고 「좋은 사람들」중에서


사진을 찍는 시인답게, 그의 시는 삶의 무늬를 그림으로 만들어낸다. 한 행, 한 행, 그의 시를 읽다보면 어느새, 마음결이 인화되어 나오는 듯한 느낌과 만나게 된다.


늦은 밤 어디선가 풍겨오는 밥냄새 같은 시

이병률의 시에는 힘이 있다. 이 범상치 않은 힘을 그는 어디서 구하는 것일까. 세상이 잊고 지나쳐버린 의미를 정성스레 건져올린 그의 시의 무대는 드넓다. 약간은 어두운 조명 아래 꼼꼼히 직조된 그의 시를 통해 우리는 신선한 전율마저 느낀다. 그러나 그 전율은 곧 그의 존재론적 외침이며 흐느낌에 다름아닌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외침과 흐느낌은 그가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또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는 도도한 자아 발견으로 발전하면서 가슴 저리게 우리까지 울려준다. 마종기(시인)


늦은 밤 어디선가 풍겨오는 밥냄새처럼 이병률의 시는 마음의 허기를 아련하게 불러낸다. 한술 뜨고 가라고, 그 정갈한 밥상으로 이끌어 말없이 수저를 건네는 듯하다. 세상을 향해 말 건네는 일이 이토록 조심스럽고 간절할 수 있을까. 그는 누군가의 눈빛을 알아차린 것만으로도 세상에 누(累)를 끼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또한 "데려가달라고 하지 않으면 모른 체 데려가주지 않는 生"이라는 걸 알면서 끝내 아무것도 붙잡지 않는다. 그러나 그 말하지 않음이, 붙잡지 않음이 오히려 그의 시에서 마음을 뗄 수 없게 만든다. 그의 품성에서 비롯되었을 이 수동적 태도가 능동성을 지니게 되는 것은 거기에 스스로도 어찌할 수 없는 물기나 온기 같은 게 어려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거칠고 소란스러운 언어들 사이에서 나지막한 파동을 지닌 그의 시가 역설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도 그 소슬한 사랑에 힘입어서일 것이다. 나희덕(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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