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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나, 우리 쪽, 다른 쪽…… 차이를 만드는 동안 쌓인 수많은 벽
연락하기는 쉬워 졌지만, 정작 소통하기는 어려워진 세상. 요즘 들어 ‘소통’의 부재, 단절된 ‘소통’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우리 쪽과 다른 쪽으로 경계를 짓고 차이를 배척하면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높은 벽들이 쌓여 아무리 외쳐 보아도 나의 목소리가, 또 아무리 들으려고 애써 봐도 들리지 않는 길 잃은 목소리들이 있습니다. 누구나 일상에서 사소한 일로 다른 사람과 벽을 쌓고 힘들어하는 일을 종종 겪습니다. 이 책 속에도 철조망으로 둘러쳐진 높은 담장이 있습니다. 주고받은 공 하나가 전하는 정답고 따듯한 마음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학교 수업을 마친 여자아이는 높은 담장 앞에서 친구들을 기다립니다. 위험하긴 하지만 꽤 조용한 곳이거든요. 그런데 친구들은 오지 않고, 기다리는 데 싫증이 난 여자아이는 괜히 공한테 분풀이를 하지요. 오늘도 인적이 드문 담장 아래 그늘에서 쉬고 있던 남자아이는 공 하나를 발견해요. 담장 너머에서 넘어온 공이네요. 남자아이는 뭐라고 말을 건네고 싶지만, 담장이 너무 높은 데다 저쪽 사람들이 쓰는 말을 몰라요. 그때, 남자아이에게 떠오른 생각이 하나 있어요. 바로 공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 넣어 공을 돌려주는 거예요. 공을 받은 여자아이 역시 자신의 얼굴을 그려서 공을 차올리지요. 이렇게 주고받은 공으로 마음을 나누면서 두 아이는 서로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어느새 친구가 되어 갑니다. 다른 쪽에는 우리의 친구가 살고 있어요! 오래전에 단절된 소통을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아이들이었어요. 마침내 담장이 허물어지고, 두 아이는 제일 먼저 달려 나가 서로를 단번에 알아봅니다. 그동안 높은 담장이 있는 곳에 이제는 하나로 연결된 땅과 바다와 파란 하늘이 시원하게 펼쳐져요. 그 하나로 연결된 땅에 서로를 꼭 닮은 공 하나씩을 들고 서 있는 아이들의 표정이 못내 감격스럽습니다. 마침내 하나로 연결된 땅에서 두 아이는 더 재미있고 즐거운, 제대로 된 공놀이를 하겠지요. 마치 축제에 참가한 듯 소통과 만남의 기쁨을 온몸으로 느끼며 알게 될 거예요. 내가 속하지 않은 다른 쪽에는 괴물도, 적도 아닌 바로 나와 함께 공놀이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살고 있을 뿐이라는 걸. 담장 없는 아름다운 세상이야말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지만 아직까지 지구촌 곳곳에는 이런 높은 담들이 존재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어딘가에서는 차이로 인한 차별과 다툼, 그리고 분단, 심지어는 전쟁까지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아이들이 벽을 넘어 차올린 이 작은 공처럼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해 보려는 시도가 점점 많이 생겨난다는 점입니다. 조금씩, 꾸준히 소통해 보려는 이런 노력들을 통해 우리는 삶에 대한 희망과 평화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요? - 옮긴이의 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