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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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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미림 한 스푼
드롭, 드롭, 드롭
쓰리 코드
멸종의 자국

작가의 말
발표 지면

저자 소개 1

말을 최대한 줄인 채 사람을 염탐하는 몹시 음침한 사람. 2019년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 『사뭇 강펀치』 『월영시장』 『드롭, 드롭, 드롭』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붉은 마스크』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우리의 질량』 『강한 견해』 『내가 너에게 가면』 『딜리트』 『범람주의보』 『캠프파이어』 『소녀들은 참지 않아』 『별빛 창창』 『그 변기의 역학』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정성다함 생기부 수정단』 『우연이 아니었다』 『뱅상 식탁』 『드림 라운드』 『열일곱의 사계』 경장편소설 『레드불 스파』, 에세이
말을 최대한 줄인 채 사람을 염탐하는 몹시 음침한 사람.

2019년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내가 만든 여자들』 『사뭇 강펀치』 『월영시장』 『드롭, 드롭, 드롭』 장편소설 『세 모양의 마음』 『붉은 마스크』 『너와 막걸리를 마신다면』 『우리의 질량』 『강한 견해』 『내가 너에게 가면』 『딜리트』 『범람주의보』 『캠프파이어』 『소녀들은 참지 않아』 『별빛 창창』 『그 변기의 역학』 『계란프라이 자판기를 찾아서』 『정성다함 생기부 수정단』 『우연이 아니었다』 『뱅상 식탁』 『드림 라운드』 『열일곱의 사계』 경장편소설 『레드불 스파』, 에세이 『어퍼컷 좀 날려도 되겠습니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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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130*200*20mm
ISBN13
9791172634711

책 속으로

종말을 바란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의 대부분은 통증이라고는 없는 마지막을 원했다. 주경 역시 그랬다. 종말은 부드러워야 했다. 종말이 아프다면, 자신을 멸시하며 덜 아픈 현재를 꾹 참아 내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 p.12 「미림 한 스푼」 중에서

아마 주경은 마지막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를 것이고 죽든 살든, 자신을 미워하기만 하는 것 같던 지구가 마지막 순간 저를 위해 0.1도 정도 움직여 줬다고 여길 터였다.
“누구에게 투표하든.”
미림이 낮게 웅얼거렸다. 투명한 성대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전달이 될까?
“살아남게 해 줄게.”
--- p.67 「미림 한 스푼」 중에서

“엄마가 미안해, 내 유년기를 망친 사람들에게서 너를 보호하지 못해서.”
예원은 중얼거렸다.
엄마가 잘못했어. 다시는 나쁜 사람들 만나지 않게 할게. 아니, 이렇게 하자. 엄마가 집에 가서 바로 이사할 곳을 알아볼게. 꼬똥이 무서워할 어린애들이 없는 곳으로. 그리고 너무 멀어서 가족 모임 같은 거 오라고 말할 수도 없는 곳으로. 엄마 할 수 있어, 그런 곳 찾을 수 있어.
--- p.84 「드롭, 드롭, 드롭」 중에서

예원이 5번째쯤 반복해 불렀을 때, 꼬똥을 잠시 내려놓고서는 그 등을 두어 번 토닥거린 후 예원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예원은 은별의 등을 똑같이 가볍게 두들겨 주었다. 물론 키가 작았기 때문에 손을 위로 힘껏 올려야 했지만.
--- p.120 「드롭, 드롭, 드롭」 중에서

영지는 이런저런 잡일을 하는 와중에 4시간에 한 번씩 동서울 가는 시외버스에 올라 사람들의 숫자를 확인하고 복도를 오가며 안전벨트를 매라고 소리치곤 했다. 그러면서 은밀히 서울 가는 사람들의 낯빛을 확인하며 속으로 물었다.
‘오늘은 어떤 공연을 보러 갈 건가요?’
--- p.130 「쓰리 코드」 중에서

그러나 사람들의 방문은 점점 뜸해졌고 어느 순간 영지는 체념적으로, 자신 말고는 생존자가 없으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노래는 변하지 않았다.

여러분이 어디서든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p.166 「쓰리 코드」 중에서

다 살아내고 나면 처음으로 정식 사제가 될 터였다. 이변이 없다면, 이라는 가정을 사람들은 하지 않았다. 파도가 얼마나 예측 불가능한지 잘 아니까. 대신 다른 말을 썼다. ‘죄가 없다면.’
지은 죄가 없다면 그 어떤 이상한 일이 일어나도 벌 받지는 않을 거란 말이었다.
--- p.180 「멸종의 자국」 중에서

안방 문 너머에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창문을 다 열어 두어서 식탁 위에 맞은편 집 거실의 빛이 그대로 떨어졌다. 둥그런 자국에 밤공기가 고여 있었다.
만약 나무 식탁의 구덩이 안에 정말로 애들이 있다면 아주 잘 살게 해 주고 싶어. 그래서 나를 사랑하게끔 만들고 싶어. 사랑했으면 좋겠고 사랑받으면 좋겠어.

--- p.204 「멸종의 자국」 중에서

출판사 리뷰

“여러분이 어디서든
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누군가의 삶으로부터 그려지는
공감과 연대, 그리고 나아지는 미래

쉬지 않고 서사를 발굴하는 작가, 설재인의 신작 단편집 『드롭, 드롭, 드롭』이 가장 내밀하게 숨 쉬고 있던 삶의 형태를 다듬어 독자들의 앞에 다다랐다. 2019년 『내가 만든 여자들』을 필두로, 장편 소설부터 단편 소설집, 연작 소설, 에세이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그는 이제 독자에게 친밀한 소설가가 되었다.

신간 단편 소설집에는 이전에 발표한 작품 두 편과 이번 소설집을 위하여 새로이 집필한 신작 두 편이 추가되어 있다. ‘멸종’이라는 단어에서 퍼진 서사를 한데 모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본 현재를 눈앞에 퍼뜨렸다. 설재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현재는 이내 가슴 깊은 곳에 숨겨 왔던 공감의 모양새로 떠오른다. 네 편의 소설은 가정 폭력, 지방 소멸, 정상성 등 당장 공동체 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가감 없이 보여 주며 이러한 부정들을 우리는 어떻게 지켜보고 있는지 질문한다.

정상과 비정상의 갈래

한 번쯤은 의구심을 가져 보았을지도 모른다. 왜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잣대를 기어코 나누고야 마는지. 1인 가구 비혼 여성에게 일어나는, 평범과는 조금 다른 순간을 목도한 표제작 「드롭, 드롭, 드롭」은 이러한 사회의 구석을 꼬집어 다루었다. 비정상적인 반려견과 비정상적인 조카, 그리고 비정상적인 나. 비정상들이 모인다면 정상이 될까, 더 비정상이 될까? 한번 붙은 꼬리표는 평생을 쫓아다니지만, 그러한 비정상끼리의 연합은 더 이상 그들이 그런 이분법적인 단어로 사회에서 나누어질 수 없음을 시사한다.

부드러운 멸종의 도래

꼭 재난이 펼쳐지면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어야 마땅한가. 설재인만이 그려 낼 수 있는 유쾌한 다크 판타지 속 한 스푼의 희망, 「미림 한 스푼」은 독자들에게 진실된 연대를 제고하도록 한다. 지하방에서 살고 있는 성인 여성과 가정의 폭력에서 자란 어린 여자아이의 교류는 삭막했던 마음에 응원이라는 싹을 피워 냈다. 그들의 과거는 외따로 어둠을 버틸 수밖에 없었으나 지금은 서로가 있기에 견딜 만한 세상임을 독자들에게 다시금 일깨워 준다.

이루지 못한 꿈의 말로

이미 바랜 코드를 잡고서 한참을 허덕이다가 끝끝내 밴드 맨이 되지 못한 어떤 이의 가련한 이야기, 「쓰리 코드」. 지극히 무난한 인생 속에서 좋아하는 ‘록’ 하나만 바라보며 살았던 그의 시간은 무언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또는 사랑해 봤던 이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꿈은 기어이 꿈으로만 남겨지고, 사라지지 않은 가냘픈 바람은 어째서 꿈은 전부를 가지고 있는 곳에서만 이룰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물음표를 던진다.

소외된 사람들의 희망

최후의 최후까지 신은 우리를 사랑하지 않았던 걸까. 폭력은 어쩌면 인간의 ‘나아질 수 있다’는 허구의 믿음에 기대어 증식한다는 사실을 꼬집는 「멸종의 자국」. 집단의 무관심이 어떻게 한 가정을 파멸로 이르게 하는지를 펼쳐 내는 동시에 현실이 되지 못한 아이의 낡은 소망을 조심스럽게 끄집어낸다.

강자와 약자, 불합리와 희망이 공존하는 공동체의 모임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생을 이어 나가고자 하는 이들. 그리고 곳곳에 부유하는 씁쓸한 후회. 그럼에도, 이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대로 언젠가 닥쳐올 종말을 이겨 낼 수 있지 않겠느냐고 질문하는 설재인표 멸종 풀코스. 그 안에 들어찬 아득한 메시지를 가슴속에 담아 둔 채 기약 없는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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