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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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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물수제비 / 등 베개 / 마당에 내려앉은 달 / 봄이 오는 섬진강 / 논두렁길에서 / 봄이여 / 왜 손을 밀쳤을까 / 이장 / 외양간 / 찔레꽃 / 산그림자 / 너를 잊으려 해도 / 채석강 / 천렵 / 강마을 / 복숭아 두 개 / 보름달 / 물색없이 / 병상까지 따라온 풀 / 고향 집

제2부


방바닥에 쓰는 반성문 / 졸지 마라 / 배추밭에 나뒹굴고 싶다 / 하굣길 / 어머니의 혀 / 자전거 / 밤마다 꿈속에서 / 추석날 / 빈손 / 보따리 / 숨소리 / 몰무동 길 / 일곱 되지기 / 밥티 / 진뫼병 / 빡빡머리 이발 / 오일장 / 양심 / 기둥

제3부


손깍지 / 아내의 면도 / 구조 조정 / 이사 / 초승달 / 그대가 되고 싶다 / 맘 공부 / 하루살이 / 강을 건너온 슬픔 / 고목 / 민들레꽃 / 시는 어떻게 써요 / 엄마 / 이별 / 애타는 사랑 / 병실에서 / 흙 칠판 / 햇살 꽃 / 바람아 멈춰라 / 끈 / 들깨 이식

작품 해설 : ‘너’였으나 ‘나’인 세계-문신

저자 소개 1

1959년 전북 임실 섬진강가에서 아버지 김동팔과 어머니 조남순 사이의 5남 2녀 중 여섯째로 태어나 깨복쟁이 친구들과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직장 따라 오랫동안 객지의 삶을 살다가 퇴직한 뒤 밭농사를 짓느라 가족들과 함께 고향의 집을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리고 있습니다. 산문집으로 『섬진강 푸른 물에 징·검·다·리』 『섬진강 진뫼밭에 사랑비』, 시집으로 『진뫼로 간다』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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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7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28*205*7mm
ISBN13
9791130822976

책 속으로

복지께 덮어

아랫목 이불 속에 넣어둔

윤기 좌르르 흐르는 흰쌀밥 생각나

엎어져 무릎에 피가 나도

손 탈탈 털고 일어나

바지 내려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달리던

진뫼 오리길
--- 「하굣길」 중에서

철도청 직원 뽑는다는 신문을 보고

쌀 한 말 팔고 한 말은 포대에 담고

돌나물 뜯어 고추장 단지 들고

구로동 산비탈 사촌 형 자췻집 찾아가

두 달간 열심히 공부했지만

입사 시험에 떨어지는 바람에

맥없이 쌀만 없애고 온 놈이라고

아버지께 몇 달은 들들 볶일 생각에

서울에서 한동안 내려오지 못하고

밤마다 꿈속에서 걸었던

진뫼 오리길
--- 「밤마다 꿈속에서」 중에서

새벽 출근길
코끝에 고드름 달릴 거 같이
매섭게 휘몰아치는 눈바람

구들장 식어버린 새벽녘
솜이불 한 채 서로 끌어당기며
모로 누워 잠을 자던 일곱 자식

새근거리며 자는 아들 콧바람에
어깨 시리다며 뒤돌아 눕던 어머니

곤히 잠든 숨소리 듣고 싶어
따스한 가슴 파고들고 싶어
발길 돌려 내달리고 싶은
진뫼 오리길
--- 「숨소리」 중에서

시를 어떻게 써야 할지 막막해
선생님께서 나눠준 복사 용지
눈 크기만 하게 구멍 두 개 뽕 뚫어

시 쓰는 친구들 바라보며 딴전 피우다
종 울리기 전 제출하라기에
쓰지 않을 수 없어 교단 앞으로 나가

선생님, 시는 어떻게 써요?

응, 구멍 뚫은 복사 용지 눈에 대고
원망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
그대로 옮겨 적으면 되겠는걸

--- 「시는 어떻게 써요」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이 시를 쓰는 일은 자기 안에 그리움의 등불 하나를 밝히는 일이다. 현실에서의 삶이 한낮을 지나 저물어가게 되면 시인들은 내면에 그리움의 등불을 내건다. 등불은 시인이 살아온 이전의 모든 삶을 에너지 삼아 타오르는데, 이 뜨겁고 벅차오르는 순간이 오면 마침내 시인의 영혼이 세상을 향해 열린다. 그 열린 틈으로 첫눈처럼 한 송이 한 송이 떨어져 내리는 언어를 시라고 부를 수 있다면, 김도수 시인의 시는 그리움으로 점철된 영혼이 자기 내면을 남김없이 보여주는 고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시가 고백의 형식으로 표현되는, 도달하지 못할 자기실현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도 있다. 오랫동안 우리의 시는 어떤 염원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염원이란, 알다시피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불가능 앞에 자기의 전부를 내놓는 일이다. 자기 전부를 걸고도 끝내 도달하지 못할 어떤 세계, 끝내 실현되지 못할 이야기, 그게 시라는 건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김도수 시인에게 그리움의 대상이자 도달하지 못할 세계는 단연코 ‘진뫼’다.
진뫼는 그가 나고 자란 곳이자 떠난 곳이며 오랜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돌아온 곳이다. 그런데 과연 그는 진실로 진뫼에서 ‘나고’ ‘자라’ 진뫼를 ‘떠나고’ 다시 진뫼로 ‘돌아온’ 것일까? 그의 연대기적 행적(行蹟)은 그 같은 물음이 무의미하다고 항변한다. 그의 세속적인 이력서는 그가 진뫼에서 나고 자라 떠나고 돌아온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다시 묻고 싶은 이유는 그를 살아가게 한 근원이자 그의 영혼이 때때로 깃들고자 했던 그의 심적(心跡), 즉 마음의 자취를 살펴보고 싶어서다.

(중략)

김도수 시인의 시는 이렇게 ‘너’로 존재하는 것들을 향한 ‘나’의 진심들을 담고 있다. ‘나’ 아닌 존재와 세계를 향한 애정이 ‘나’를 넘어설 때 비로소 ‘너’에게 닿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김도수 시인의 삶은 줄곧 자기를 넘어선 곳, 즉 ‘너’의 세계가 시작되는 곳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곳에서 김도수 시인은 ‘너’의 삶을 마주한 채 ‘나’를 바로 세운다. ‘너’로 인해 ‘나’가 살아갈 수 있다는 비밀을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놓는 것이다. - 문신(시인, 우석대 교수)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부모 형제, 마을 사람들, 고향 산천을 잘 만나 행복이란 단어를 늘 가슴에 품고 살 수 있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자식들에게 많은 정을 주고 가신 부모님. 그 정을 그대로 물려받은 일곱 형제가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
가슴에 붙어 떨어져 나가지 않은 유년 시절 기억의 편린들,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떨어져 나가지 않았다. 종이에 새겨야 하는 수술이 필요했다.

그러나 오늘 밤부터 꿈속에서 고향 찾아가는 길 헤맬까 봐 두렵다.
김도수란 남편을 만나 시도 때도 없이 고향 집을 들락거리느라 애쓴 아내 박은자 님! 아내 덕에 고향 집도 살 수 있었고, 향수병도 사라질 수 있게 해줘 고마워요.

유년 시절 기억은 오직 ‘진뫼마을밖에는 없다’라는 딸 가애, 아들 민성이도 아빠 따라다니느라 애썼다. 둘 다 초등학교 교사가 된 지금, 시골서 배운 자연의 힘, 맘껏 발휘하니 좋단다. 아빠는 새끼들에게 고향을 물려주어 너무 행복하단다.

추천평

이런 고향 다시 없을 것이다. 김도수의 시편들은 그대로 어머니의 김장김치이자 논두렁길이다. “마루에 앉아 졸지 마라/앞산에 머리 찧는다”는 섬진강 상류의 진뫼마을. 부모님과 칠 남매의 고향인 동시에 천생연분의 아내, 두 자녀의 절절한 고향이 되었다. 김도수 시인은 영락없는 섬진강의 아들이다. 일평생 농사를 지으며 “사기 친 흙 한번 못 봤”다는 어머니의 말씀이나, “쇠파리 쫓던 소가” “소금기 흐르는 아버지 등 핥고 있”는 풍경만으로도 이미 충분하다. 팔려버린 고향 집 생각에 ‘진뫼병’이 걸린 막둥이가 마침내 고향 집을 다시 샀으니 그 얼마나 좋았을까. ‘진뫼 오리길’은 세상으로 나가는 유일한 길이자 살아서나 죽어서나 끝끝내 돌아오는 일생일대의 길이다. 어느새 들깨 모종을 눕혀서 심는 지혜를 터득한 김도수 시인에게 응원의 손뼉, ‘발뼉’을 친다. - 이원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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