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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사상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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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딱따구리 소리 / 별 모양의 봄 / 진짜 뻐꾸기 / 동백꽃 그리움 / 누명 / 석상암 / 등 속의 집 / 화상(火傷) / 낯선 식구 / 목백일홍에 기대어 / 눈칫밥 / 난감한 집 / 우럭 / 습관

제2부


먼 곳 / 꽃구경 / 목련의 전생 / 수심 / 밥값 / 민물이 있던 자리 / 목련의 포란 / 버려진 냉장고 / 묵언(默言) / 불 속의 날개 / 빈집 / 담장의 마음 / 염소 / 운명

제3부


중심(中心) / 사랑의 가격 / 수준별 꽃구경 / 식구 / 물고기 심부름 / 어떤 손 / 염소 고기 / 월봉사 / 명랑한 낭패 / 따뜻한 돌 / 설산 / 어떤 사람 / 봄편지 / 갯고둥

제4부


일생 / 작은어머니 / 죄에 대하여 / 꽃그릇 설거지 / 초원 / 초원 2 / 초원 3 / 피어오르는 말 / 호상(好喪) / 농담 / 뻘밭에서 / 까막눈 / 뒤에 오는 것들

작품 해설 : 시인의 적응론 _ 맹문재

저자 소개 1

전남 고흥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농사일 돕기와 소 뜯기고 땔나무 하는 일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001년 『시안』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 창작 기금을 수혜하며 첫 시집 『흰뺨검둥오리』를 발간했다. 2021년 두 번째 시집 『햇살을 구부리다』를 펴낸 바 있다. 40여 년 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으며 지금은 정년퇴직하여 두 개의 꽃밭을 가꾸고 있다. 한 개는 지죽동의 매화꽃밭, 한 개는 내 마음의 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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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91130823287

책 속으로

가을마당 환하게 밝힐
금목서 한 그루를 심었다

구덩이에 분을 묻고
채운 흙을 다 밟아줄 무렵
베트남 인부가 웃으며
하늘을 가리켰다

새집이었다
나무를 샀는데 기념으로 집 한 채가 오다니!
행운이라는 생각의 이파리 속에
집의 주인이 도사리고 있었다

지금쯤 호덕리 까막재
온 산판을 휘젓고 다닐 생각 하면
이제 주인이 바뀌었다고
등기 이전을 해둘 수도 없는 일

놀라운 건 내가 두 필지 오백여 평 산밭을 뒤져
고르고 또 고른 딱 한 자루 등촉이

새가 산밭 위 산자락까지 합친 여남은 필지의
수만 평 산골 물골을 더터 점을 찍은
딱 한 채 보금자리의 터였다니!

새에게 치러야 할 변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인연이라면 인연인 나와 새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치수를 잰
안목이 빚어낸, 나와 새의
하이파이브가 이루어낸
난감한 등, 속의 집 울 밖으로

멀쩡한 마당을 밝히려다가 숫제
종족을 초월한 동지에게
배신을 때려버린 꼴이
되어버린 건 아닌지
괜한 마음 한 편에 그늘 하나
생겨버리고 말았다
--- 「등 속의 집」 중에서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데 포르릉
머리 위에서 새 한 마리
어둠 속으로 날아간다
달포 만에 내려왔더니 이놈이 그새
처마 밑 전등 덮개를
둥지로 삼은 거다

그렇잖아도
봄 되면 천장에서
작은 나방들이 쏟아져 내려오고
여름이면 뒤꼍 처마에는
말벌들이 솥뚜껑만 한 집을 짓고
때아닌 낮은 포복을 시키지 않았던가?
행랑채 지붕 아래는
참새 떼가 무시로 들락거리며
터를 잡은 지 오랜데
녀석까지 비집고 들어오면
어쩌자는 것인가

조금 심하다 싶기도 한데
허나 또 어쩔 것인가
식구 하나 늘었다 셈 쳐야지

이미 대처에 뿌리내린
나무가 되어버린 나
를 두고
이 집의 주인 되기 글렀음을 알아차리고
새 주인들이 나타나 속속들이
영역 접수를 해 오는 것인가
뭔가!
--- 「빈집」 중에서

괘종시계의 추는
중심을 지나지만
중심에서 멈추지는 않는다

가지에 앉은 새가
중심을 잡으면 휘청!
가지도 중심을 잡지만
새도 가지도
중심에서 멀어진다

중심을 물고
새는 날고
가지는 흔들린다

나는 지금
네 가지에서
호시다
--- 「중심(中心)」 중에서

나 중학생 때쯤이었을까 옆집에
먼 친척뻘 할머니 한 분 사셨다
사위가 사준 집이라 했다
동그란 얼굴에 앞머리가 조금 벗겨지고
검정 오버코트 차림으로 자주 드나들던
구암초등학교 교장이라던 초로의
그분을 기억한다
헌데 한 번은 시골집에 갔더니
산이 돼버린 그 집터에서
나무를 베어내는 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 교장 아들이라고 했다
나보다 서너 살 위 쯤 돼 보이는 그는 나를 보자
어디서 이런 좋은 꽃나무를 샀냐고
마침 만개한 홍매화를 가리키며 말을 붙여왔다
서울서 사는데 집터를 내놓으려고
동오치 작은어머니 집에서 숙식을 하며
한 달포 잡고 일을 한다고 했다
순간 나는 작은어머니란 말에서 뭔가
야릇하게 만져지는 게 있었다
작은아버지의 아내는 아닐 터이고 으흠!
그 교장 선생님
얼굴이 다시 한번 도렷하게 떠올랐다 그래
그분의 따뜻한 마음 한 자락이 먼 훗날
아들의 푸근한 잠자리가 되고
더운밥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누가
짐작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작은어머니와 아들의 상에
띄엄띄엄 차려졌을
말씨 한 접시, 마음 한 종지까지도
두런두런 들려올 듯 덩달아 나까지
심사가 가지런해지는 봄날
나도 가만히 불러보고 싶은
지금쯤은 나에게도 한 분
계셔도 무방할
작은, 어머니셨다

--- 「작은어머니」 중에서

출판사 리뷰

송기흥 시인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시 세계는 자연의 질서에 적응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태어나 자연에서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존재자이기에 본능적으로 자연에 대해 편안함과 일체감을 갖는다. 때로는 거대하고 엄정한 자연의 실체 앞에서 두려움과 무서움을 갖기도 하지만, 끝내 자신의 태도를 바꾸고 자연과 함께한다.

(중략)

시인은 자연 질서에 따르고자 하는데, 그것은 도가에서 말하는 무위가 아니라 그 나름대로 삶의 지혜를 발휘하는 자세이다. 시인에게 무위란 속세를 떠날 정도로 공허한 것이 아니라 충분히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가 강요하는 이익 창출에 함몰되지 않으면서도 세속적인 사회에서 소외당하지 않는 삶의 방향이자 가치인 것이다. ― 맹문재(시인, 안양대 교수) 해설 중에서

시인의 말


어릴 적 시골집 평상에 누워
보던 별들을 한 갑자가 지난 지금도
변함없는 그 자리에서
올려다볼 수 있게 된 것은 내게
행운이다.
내가 보는 별들은 그대로인데
별들이 보는 나는 어떨까?
지금도 저 별들이 내 허연 머리를
쓰다듬어줄 거라고 나는
믿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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