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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suhiki Kyogiku,きょうごくなつひこ,京極 夏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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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떠나는 귀성열차는 비어 있었다.
이 차량에는 지친 노파가 한 사람 타고 있을 뿐이다. 휴일도 아닌데 시골에 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나 보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다. 차창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기분좋게 이마와 뺨에 닿는다. 희미하게 고향 냄새가 났다. 정말 기분이 좋다. 연일 이어진 과로 때문에 완전히 잠들고 말았다. 정신없이 자면서 옛날 꿈을 꾸다가 깨어 보니, 어느새 앞좌석에 한 남자가 있었다. 피부가 희고, 젊은 건지 늙은 건지 알 수 없는 남자였다. 몹시 졸린 듯한, 인형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렇게 자리가 많이 비어 있는데, 뭐가 좋다고 여기 앉은 걸까? 곰곰이 그런 생각을 한다. 남자는 상자를 들고 있다. 몹시 소중한 물건인 듯 무릎에 올려놓고 있다. 가끔 상자에 말을 걸기도 한다. 졸린 눈을 비비며 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지 맞혀 보려고 하지만, 너무나도 졸렸다. 항아리나 꽃병이라도 들어 있는 걸까? 크기도 딱 적당한 상자다. 남자는 가끔 웃기도 한다. “호오.” 상자 속에서 소리가 났다. 방울이라도 굴러가는 듯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p. 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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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도쿄. 한밤중의 전철역에서 열차가 서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 열차에 타고 있던 형사 기바 슈타로는 한 소녀가 열차에 치어 중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알고 얼떨결에 조사를 돕게 된다. 유일한 목격자인 소녀의 동급생을 신문하지만 그녀는 충격으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진척되지 않는 조사 중에 다친 소녀의 보호자라며 나타난 여인은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은막의 스타 미나미 기누코였다. 그녀의 팬인 기바 형사는 점점 사건에 휘말려들고...
그가 자리를 비운 틈에 도쿄서부지역에서는 여자의 잘린 팔다리가 발견되는 엽기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 취재에 나선 삼류잡지편집자 도리구치와 소설가 세키구치는 길을 잘못 들어 상자 모양의 기괴한 건물에 도착하는데, 그곳에서 마주친 기바 형사는 남처럼 낯선 얼굴로 세키구치를 쫓아낸다. 세키구치는 이상한 마음에 고서점 교고쿠도를 찾아가 의견을 묻지만, 교고쿠도는 절대 그 상자 건물에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하며, 한편으로는 기바가 위험하다고 말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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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에 이은 교고쿠 나츠히코의 미스터리 2편.
요즈음 추리나 미스터리를 말할 때 흔히 등장하는 말 중‘안락의자 탐정’ 이라는 것이 있다.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고 단서를 수집하는 등‘발로 뛰는’ 고전적 탐정들과 달리,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고 ‘회색 뇌세포’를 십분 활용해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들이 언제부턴가 부쩍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해박한 지식과 논리적인 사고력으로 사건을 재조합하여 앉은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안락의자 탐정들과 발로 뛰는 탐정들의 차이는 비단 사건 해결 방식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안락의자 탐정들의 통찰력 뛰어난 회색 뇌세포들은 살인사건의 진범이나 값비싼 골동품을 훔친 절도범을 지목하기에 앞서, 드러나지 않았어야 할 비밀이나 법으로는 처단할 수 없는 악행까지 간파해 버리고 만다. 선과 악, 참과 거짓의 상쾌한 이분법이 통하지 않는 복잡한 현대에 안락의자 탐정들이 각광을 받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전작 <우부메의 여름> 에 이어 이번 <망량의 상자> 에서도 원치 않는 탐정 역할을 떠맡은 고서점 주인(음양사 겸업) 교고쿠도는 아무리 안락의자 탐정이라도 이건 심했다 싶을 정도로 게으른 탐정이다. 늘 시무룩한 얼굴로 어려운 책만 읽고 있는 그는 장서가 넘쳐나서 어쩔 수 없이 파는 고서점 주인으로, 거의 두문불출 상태다. 그에게 다녀가는 삼류소설가 세키구치, 삼류잡지기자 도리구치, 간판만 탐정인 에노키즈, 멀쩡한 형사인 기바 등이 각자 겪은 일을 이야기하고, 그는 그저 듣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모두가 아는 정보에서 그 이상의 정보를 얻고, 모든 사실을 알아차린다. 하지만 그는 결코 쉽게 사건의 본질을 친구들에게(그리고 독자들에게) 털어놓지 않는다. 언뜻 사건과는 전혀 관계없어 보이는 ‘초능력자와 영능력자와 점술사와 종교가의 차이’ 나 ‘토막 살인을 저지르는 용의자의 심리’ 따위의 장광설을 추리소설 단편 하나에 맞먹을 정도의 페이지 동안 주절주절 떠들어댈 뿐이다. 하지만 사건이 풀려나가면서 그들은 알게 된다. 그가 어째서 별 상관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그토록 집요하게 되풀이했어야 하는지, 그리고 ‘알고’보는 사실과 ‘모르고’ 보는 사실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지를 말이다. 만약 당신이 교고쿠도 탐정의 지루한(?) 장광설을 뛰어넘고 사건의 결말만을 본다면, 범인이 누구인지는 알 수 있겠지만 사건의 본질 자체는 결코 알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교고쿠도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욕하는 ‘몰이해한 인간’ ‘차별주의자’ 의 멍에를 쓰게 될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