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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세계가 하나였다
박대겸
북다 202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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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0. 프롤로그
1. 메타픽션은 안 됩니다
2. 그것이 에세이와 자전소설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3. 일상 미스터리 장르에 나올 법한 이야기
4. ‘소설가 박대겸 3부작’을 집필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5. 갭모에라도 느낄 수 있으면 좋았겠건만
6. 나중에 소설 쓸 때 써먹으면 좋겠다
7. 나는 탐정이다
8. 꿈만 같은 시간이
9. 데이트였네, 데이트였어
10.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고 말았다
11.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말인가
12. 이 지옥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아
13. 작가 후기를 겸해서

추천의 글

저자 소개 1

부산대학교 대학원 일어일문학과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일본 현대문학 중 특히 1990년대 이후 순문학, 미스터리, SF 전반에 관심이 많다. 소설가로 활동하며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 『부산 느와르 미스터리』, 『외계인이 인류를 멸망시킨대』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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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76쪽 | 120*180*20mm
ISBN13
9791170612940

책 속으로

도대체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됐기에 밤 12시가 넘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죽은 듯 쓰러져 있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일까.
(……)
모르겠다, 모르겠어. 일단 경찰에 신고를 하자.
박대겸은 그렇게 생각하고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잠깐, 112에 먼저 신고를 해야 하나 아니면 119에 먼저 신고를 해야 하나. 바닥에 쓰러져 있긴 하지만 아직 목숨이 붙어 있을지도 모르잖아. 그러면 119에 신고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 pp.8-9

“박대겸 선생, 메타픽션은 안 됩니다.”
(……)
“굳이 독자들의 분노를 사면서까지 소설을 쓸 이유가 있을까요? 박대겸 선생도 소설가로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2쇄, 3쇄 찍어서 인지도를 키우고 고정 독자층을 넓혀야 하지 않겠습니까. 10쇄, 20쇄 찍어서 소설만 써서 먹고살 수 있는 소설가가 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단적으로 말해 메타픽션은 안 팔립니다. 국내 작품, 해외 작품을 불문하고 메타픽션 중에 잘 팔린 소설을 당장 한 권이라도 떠올릴 수 있나요?”
--- pp.17-19

“아까 하려던 말을 계속해보자면, 소설에 탐정이라는 존재가 나오는 순간, 아무리 에세이처럼 써봤자 완전히 픽션이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한국에서 탐정이라는 직업은, 비유하자면 유니콘 같은 존재니까.”
“탐정이 유니콘 같은 존재다? 오, 그러고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발상의 전환이네.”
“다들 유니콘이 어떻게 생겼는지 대충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유니콘을 본 사람은 없어. 마찬가지로 다들 탐정이 어떤 일을 하는지 대충은 알고 있지만 실제로 탐정을 만난 사람은 거의 없지.”
--- pp.31-32

서울에서 다시 이런 거주지를 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 나이를 먹도록 어째서 내 수중엔 원룸 계약금 한 푼 없는 것인가.
박대겸은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았지만 돌이켜본다 한들 은행 계좌에 원룸 계약금이 들어올 리 만무했고, 애당초 바꿀 수 없는 과거였기에 그저 속으로 구시렁거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구시렁거리는 소리는 차츰 투덜거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 p.62

어떤 세계를 믿지 못한다면 그 어떤 세계를 쓸 수 없지 않겠는가. 소설 속 세계가 아무리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한들, 소설가는 소설을 집필하는 동안 자신이 창조한 허구의 세계를 진심으로 믿을 것이다. 소설을 써본 적은 없지만 벌써 20년 넘게 소설을 읽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알 수 있는 사실이다.
--- pp.86-87

불 꺼진 거실을 뱅글뱅글 돌며 지난 몇 시간 동안 있었던 일이 꿈인지 현실인지 판가름하려 하다가, 허아름이란 존재가 실존 인물인지 자신의 망상 속 인물인지 판가름하려 하다가, 허아름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소설 속 허구인지 현실 속 사실인지 판가름하려 하다가, 그만 부하가 걸린 컴퓨터가 돌연 뻗어버리는 것처럼 갑자기 우뚝 멈춰 서더니, 스르르륵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 p.106

“에른스트, 넌 네 직업이 뭔지 알제?”
“탐정이잖아. 뜬금없이 뭘 그런 걸 물어봐.”
“탐정 일은 계속 잘하고 있나?”
“이사 준비도 같이 하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었는데 지금은 좀 여유를 찾았지.”
“너한테 있던 능력은?”
“능력? 무슨 능력?”

--- p.166

출판사 리뷰

“탐정이라는 존재가 나오는 순간,
아무리 에세이처럼 써봤자 완전히 픽션이 된다고.”

삶과 허구, 픽션과 메타픽션이 기워진 과감한 패치워크
그 혼돈의 소용돌이를 뚫고 나오는 경쾌하고도 뻔뻔한 유머

이 작품의 첫 페이지를 펼치는 순간, 독자는 스스로 묻게 될 것이다. 과연 이것은 ‘소설가 박대겸’의 진짜 목소리일까, 아니면 ‘소설 속 박대겸’의 허구적 목소리일까. 그러나 작가는 이미 그런 반응을 예견한 듯, 첫 장면부터 미스터리적 상상력을 덧입혀 독자의 기대를 과감히 비튼다. 자정이 넘어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온 ‘박대겸’이 현관 바닥에 엎드린 채 쓰러져 있는 “낯익은 얼굴에 낯익은 복장”(11쪽)의 또 다른 박대겸과 마주하면서 소설은 마치 사건의 현장으로 독자를 이끄는 듯하다.

하지만 작품은 어느새 사건 현장을 말끔히 지워내고, 출판사로부터 청탁받은 원고 구상에 골머리를 앓으며, 신인 소설가로서 발돋움하기 위해 출판사들이 밀집한 서울에 머물러야 할지 아니면 경제적 사정을 고려해 부산의 부모님 댁에서 살아야 할지를 두고 갈등하는 현실적 어려움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 그러나 소설가로서의 고충에 공감하려는 순간, 박대겸의 친구이자 탐정인 에른스트를 등장시키며 소설은 또 한 번 장르적 비틀기를 시도한다. “소설에 탐정이라는 존재가 나오는 순간, 아무리 에세이처럼 써봤자 완전히 픽션이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 한국에서 탐정이라는 직업은, 비유하자면 유니콘 같은 존재니까.”(31쪽)

“어떤 세계를 믿지 못한다면,
그 어떤 세계도 결코 쓰일 수 없다.”

소설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창조된 세계를 진심으로 믿는 일


이처럼 『모든 세계가 하나였다』에서 작가는 삶과 허구, 픽션과 메타픽션의 조각들을 능숙하게 이어 붙인다. 그리고 그렇게 완성된 패치워크 원단은 소설가라는 자기 정체성을 중심으로 재단된다. 작가는 “소설과 현실이란, 언제든 뒤섞이고 뒤엉키고, 분리되는가 싶다가도 다시 뒤범벅되는 무언가”(87쪽)라고 말하며, 어떤 세계를 믿지 못한다면 그 어떤 세계도 결코 쓰일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작가는 또 한 번의 ‘선’을 넘어선다. “그렇다면 우주 어딘가에 우리와 조금 다른 시간대의, 우리와 조금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세계가 있지 않을까, 상상해보는 것이 완전히 허무맹랑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발상은 더욱 부풀어 올라 어쩌면 내가 창작한 ‘소설가 박대겸’ 역시 다른 평행우주에서 존재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다른 세계의 ‘나’ 역시 소설을 쓴다면?”(48쪽)라는 물음으로, 소설은 확장된 상상력으로 나아간다.

박대겸은 능란하게 직조한 ‘불일치의 세계’를 통해, ‘소설을 쓰는 작가’에게도 ‘소설을 읽는 독자’에게도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소설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창조된 세계를 진심으로 믿는 일이라고. 이것은 곧 작가가 소설이라는 허구적이면서도 진정성 있는 세계에 품는 깊은 이해와 애정으로 다가온다.

부산, 서울, 일본, 어느 곳에 있든, 평행우주 속 어느 세계에서든, 박대겸은 계속해서 그 모습 그대로 글을 쓸 것이라 확신한다. (……) 여기 박대겸 작가가 현실의 재료를 알뜰살뜰히 가공해 만든 이 소설이 진실하다는 것을 나는 보증할 수 있다. (신동화 번역가, 「추천의 글」에서)

작가의 말

그날 밤 에른스트의 말처럼 내가 원래 살던 세계가 아닌, 그날 데이트를 했던 허아름이란 존재가 완전히 사라진 멀티버스 세계를 뜻하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곳이 아닌 다른 곳, 내가 생각해본 적 없는 곳. 하나하나 따지고 들면 조금 변한 것 같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크게 변하지 않는 곳.
여기서 하나의 이야기가 끝이 날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새로운 이야기가 태어날 것이다. _「작가 후기를 겸해서」, 168쪽

추천평

부산, 서울, 일본, 어느 곳에 있든, 평행우주 속 어느 세계에서든, 박대겸은 계속해서 그 모습 그대로 글을 쓸 것이라 확신한다. 작가 유디트 헤르만의 에세이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이 얼마나 지칠 줄 모르는 세밀한 작업인지, 모든 걸 어찌나 능란한 솜씨로 낯설게 하고, 일그러뜨린 나머지 결국 더 이상 맞는 게 하나도 없지만 모든 게 진실하군요.” 여기 박대겸 작가가 현실의 재료를 알뜰살뜰히 가공해 만든 이 소설이 진실하다는 것을 나는 보증할 수 있다. - 신동화 (번역가)
『모든 세계는 하나였다』는 말 그대로 ‘선 넘는’ 이야기다. “메타픽션은 안 됩니다”라고 말한 선배 소설가의 조언을 가볍게 건너뛰어, 자전적 에세이조차도 메타픽션으로 다시 쓰는 시도는 작가의 뇌절마저 문학으로 승화한다. 패치워크(patchwork) 스타일로 기워진 복잡한 옷감처럼, 이 소설은 삶과 허구, 픽션과 메타픽션의 원단 조각을 과감하게 짜맞춘다. (……) 그러한 혼돈의 소용돌이 속에서 때로는 경쾌하게 때로는 뻔뻔하게 유머를 구사할 줄 아는 것이 박대겸이라는 작가의 미덕이다. - 박인성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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