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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PRESSION
이어령은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이다. 이어령의 국내외 활약상을 그래픽으로 표현했다 PREFACE 내일을 사는 사람은 오늘과 불화한다. 그에게 세상은 부재의 표상이다. 이어령을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WORKS 이어령의 주요 활동과 저작물을 아홉 가지로 간추려 보았다 TALKS AND TALES 거리로 나가 시민들을 만났다. 이어령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들었다 PORTRAITS 이어령의 얼굴을 시기별로 담았다 BIOGRAPHY 평론가, 작가, 언론인, 교수, 장관. 이어령은 여러 우물을 파고 다녔다. 그 우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SIMILARITY 한국에 이어령이 있다면 중국에는 린위탕이 있다. 중국의 지성 린위탕에 대해 알아보았다 ARGUMENTS 이어령은 문학이란 이름의 장미밭을 지키는 맹수였다. 이어령의 문학 논쟁을 되짚어 보았다 IN-DEPTH STORY (INTERVIEW / PARTNER / LIBRARY) 여든 현자는 아직 건재했다. 이어령과 그의 아내를 만나 대담했다. 만권 서적과 디지털 기기로 가득한 이어령의 서재를 둘러보았다 STILL LIFES 이어령을 만나러 가는 길, 영인문학관과 자택 안팎의 풍경을 담았다 SAYING 문학 인생 60년, 이어령의 명문을 모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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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현이 법정에 섰을 때 그를 변호한 것은 현실 참여를 외친 문인들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이 현실과 타협했다고 비난한 이어령이었다. 이어령은 문학이 정치의 도구가 되는 것에는 단호히 반대했지만 문학의 자유만큼은 끝까지 옹호했다. 훗날 남정현은 이어령의 증언으로 몇 분 만에 법정 분위기가 역전됐다고 회고했다.
--- p.49 불온한 작품이 서랍 속에 있는 한 아무 의미가 없다. 그것을 밖에 내놓을 때 비로소 그 문학은 참여하는 것이다. 봄이 오듯 영광된 사회는 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참여의 본질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개혁하자는 것이다. --- p.69 나는 책 읽는 게 좋고, 글 쓰는 게 좋고, 생각하는 게 좋아요. 남이 생각하지 못한 걸 글로 썼을 때의 기쁨은 아편을 맞은들 그렇게 즐거울까요. 즐거움엔 반드시 고통이 수반되죠. 목마름 없이 어디 물맛이 생기나요? 쾌락의 반대말은 고통이 아니에요. 고통은 쾌락과 같은 말이에요. 일란성 쌍생아죠. --- p.97 이어령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할 말이 많았다. “우린 백 년 이상 못 살지만 옛날로 치면 수백 년 걸릴 일을 할 수 있어요. 팔십 먹은 노인네가 디지로그를 하는데 요즘 젊은 아이들은 댓글이나 달고 있으니 내가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 p.1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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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선생은 내일을 살고 있었다.
그를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이어령 선생에 관한 흩어진 자료를 모으면서 우리는 그의 상상력과 창조력의 원동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그것은 남에게 인정받기 위한 몸부림이거나 열등감의 발로일 수도 있었고, 싫증을 잘 내는 성미일 수도 있었다. 이 선생에게 직접 물었더니 호기심이란 답이 돌아왔다. 자신은 우물을 파고 다닌 사람이라는 부연도 있었다. 그는 우물에 들어앉아 물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곳을 파면 물이 나올까 하는 끝없는 호기심으로 늘 새로운 것들을 찾아다녔다고 했다. 그렇다면 끝없는 호기심은 또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궁금증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대담 녹음 파일을 수차례 돌려 듣고 나서야 우리는 그가 사용하는 시제時制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선생의 말은 ‘앞으로’, ‘필요’, ‘가능성’ 같은 단어를 자주 포함했다. 미래를 나타내는 선어말 어미 ‘-겠-’의 사용도 빈번했다. 우리는 모두 동일한 시간을 살고 있다고 믿지만 이 선생의 시간은 우리 것과는 다르게 보였다. 대담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자꾸 지나온 일을 물었고 그는 매번 다가올 일로 답했다. 60여 년 전 문단에 충격을 던진 그의 첫 저서 ‘저항의 문학’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당시의 저항이 실체에 대한 저항이었다면 오늘날의 저항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끔 하는 것이라 했다. 3D 프린터나 빅 데이터 열풍에 대해 진단을 요구했을 때는 앞날을 예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의 말은 시위에 걸린 살처럼 오직 전방의 과녁만을 위해 존재했다. 이어령 선생은 내일을 살고 있었다. 그를 읽어야 할 이유가 여기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Combinator의 창립자 폴 그레이엄은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요건을 한마디로 정의했다. “미래를 살아라. 그러고 나서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라Live in the future, then build what's missing.” 내일을 사는 사람은 오늘과 불화한다. 그들에게 세상은 부재의 표상이다. 그들은 불편을 발명하고 해법을 창안한다. 10년 전 우리는 스마트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휴대 전화는 작고 가벼웠으며 엠피스리를 담아 노래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현실에 만족하지 않은 불평꾼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모바일 세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미래를 사는 사람은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리지 않는다. 다만 직접 몸을 던져 세상을 바꾼다. 이어령 선생은 내일을 사는 사람이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우물을 파고 다녔다. 한 분야에 안주하지 않고 이곳저곳을 넘나드는 행보에 못마땅한 시선을 보내는 이도 있었고, 세속적 성공을 시기하는 이도 있었다. 그는 또 다른 오해를 낳을지 모른다며 말을 삼갔지만 지난 세월 동안 켜켜이 쌓인 불만과 억울함이 적지 않아 보였다. 우리는 그에게 덧씌워진 천재라는 프레임을 부수고 서재에서 그가 홀로 보낸 시간들을 조명하려 노력했다. 애초 바라던 결과가 나왔는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적어도 서재에 앉은 그의 뒷모습은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