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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옛사람의 차 한 잔 마음 한 잔을 권하며
찻물 끓이며 대숲 소리 솔바람 소리 들으리 호남에서 만난 茶人 초의선사 해남 일지암 차 마시며 어찌 진리를 이룰 날이 멀다고 하는가 서산대사 해남 대흥사 산골 물 달과 함께 길어 차 달여 마신다네 다산 정약용 강진 다산초당 차로 심신을 추스르며 <목민심서>를 완성하다 혜장선사 강진 백련사 다산도 홀딱 반한 차 만다는 솜씨 고산 윤선도 완도 부용동 거친 차와 궂은 밥도 더 먹지 못하겠네 소치 허련 진도 운림산방 차 한 잔에 말년의 고독을 달래고 연기조사 구례 화엄사 효심을 담아 올린 최고의 차 한 잔 보조국사 광양 상백운암 차 달이는 향기 바람결에 전해온다네 진각국사 승주 송광사 광원암 북두로 은하수 길어 밤차를 달이리 원감국사 승주 송광사 감로암 목마르면 감로수 길어다 손수 차 달인다네 철감선사 화순 쌍봉사 나의 기풍이 몽땅 동국으로 돌아가는구나 보성 다인들 대원사와 다전마을 차 마신 님 그림자에 차향이 서려 있네 고봉 기대승 장성 월봉서원 사단칠정 논변의 긴장을 차로 풀다 진묵대사 장성 백양사 운문암 차공양으로 홀연히 부처를 이루었노라 의재 허백련 무등산 춘설헌 차를 많이 마시면 나라가 흥하리라 장곡 김육 익산 함라면 불망비 초의보다 2백여 년 전에 차를 소개했던 실학자 원효대사 부안 개암사 원효방 다도란 차 한 잔에 분열을 씻어버리는 것 차 달이는 틈에 흰 구름 보는 것이 내 일이라네 영남에서 만난 茶人 진감선사 하동 쌍계사 참됨을 지키고 속됨 거스른 차살림 점필재김종직 함양 관영 차밭 터 차밭을 만들어 백성의 고통을 덜어주다 남명 조식 산청 산천재 차와 바둑, 그리고 쟁기질을 사랑한 '서릿발 처사' 효당 최범술 사천 다솔사 차 대중화를 이끈 일등공신 고운 최치원 함천 해인사 홍류동 청산에 차 있으니 세상에 나가지 않으리 사명대사 함천 해인사 홍제암 고국이 그리워 하늘 끝에서 차를 마시노라 경봉선사 양산 통도사 극락암 차 한 사발, 시 한수에 번뇌를 잊다 달빛 아래 집 주변엔 차 연기 피어나고 경기 · 충청에서 만난 茶人 사계김장생 연산 돈암서원 차례를 차례답게 하는 정성스러운 차 한 잔 한재이목 공주 충현서원 차 한 잔에 도학사상을 녹여낸 진정한 '차의 아버지' 우암송시열 대전 남간정사 정직을 맹세하는 깨끗한 차 한 잔 야은길재 금산 청풍서원 눈이 펄펄 흩날릴 때 홀로 차를 즐기노라 익제이제현 보은 염수재 향 맑으며 이른 봄날에 딴 것이라네 설잠김시습 공주 무량사 세상이 차의 청허함을 어찌 알겠는가 추사김정희 예산 추사 고택 천리마 꼬리에 달아 햇차를 보내주오 목은이색 여주 신륵사 영아차 마시니 겨드랑이에 바람이 솔솔 나옹선사 여주 신륵사 산승의 가풍은 차 한 잔이 전부라네 포은정몽주 광주 충렬서원 차 한 잔속에서 <주역>을 읽다 허응당보우 서울 봉은사 한줄기 차 달이는 연기 석양을 물들이네 구암허준 서울 구암공원 물은 생로병사의 열쇠를 쥐고 있다 자하 신위 관악산 호수공원 유배 길에도 차 마시며 풍류 즐겨 태고 보우선사 고양 태고사 눈발은 창을 때리고 차향은 다관을 새어 나오네 함허선사 강화도 정수사 세상 일 꿈꾸지 않고 차 한 잔에 잠기네 백운 이규보 강화도 이규보 묘 바위 앞 물 마를 때까지 차를 마시리 보한재신숙주 의정부 신숙주 묘 영욕 내려놓고 맑은 차 한 잔 했으리 해거재홍현주 남양주 수종사 항아리를 들고 다니며 차를 달여 마시네 춘원이광수 남양주 봉선사 산중에 외로이 있으니 차맛인가 하노라 배고프면 밥 먹고 목 마르면 차 마시리 강원도에서 만난 茶人 청평거사 이자현 춘천 청평사 욕심 줄이는 것보다 나은 것 뭐 있으랴 동안거사 이승휴 삼척 죽서루 차 달이는 연기 속에서 <제왕운기>를 짓다 운곡 원천석 원주 원천석 묘 작설차의 영묘한 공덕 헤아리기 어렵네 율곡 이이 강릉 오죽헌 오막살이 돌밭에서 차 마시며 살리라 오은거사 이후 강릉 활래정 차를 마시는 마음에 하늘과 구름이 어리네 교산 허균 진부 상원사 열불암 우통수 샘물로 차를 달여 마시리 등산불지장법사 진부 오대산 중국에 신라 차를 전해준 '차의 부처' |
무염(無染), 벽록檗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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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끓이는 순간만은 세속의 먼지를 털고 깨끗한 정신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래서 손수 찻사발을 씻는 것이니, 이는 자신의 정화(淨化)를 뜻한다. […] 손수 따라 마시면 현실에 찌들어 잘못되었던 생각들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평상의 본심을 찾을 수 있다네. 겉으로는 육신의 찌꺼기 씻어내고, 병마를 몰아내며 정신의 고통까지 덜어내는 차야말로 그것이 상품(上品)이든 차품(次品)이든 무슨 상관이랴. 그러니 차야말로 군자들이 반드시 가까이 해야 할 귀한 것이다. […] 다 끓인 후 한 잔을 마시면 흐렸던 정신이 바로 서고 안목이 제대로 돌아오네. 두 잔을 마시니 세속의 오탁이 씻겨 내리고 선계에 오른 듯 상쾌해지니 […] 세 잔을 마시고 나니 육신의 고통이 사라지고 오직 의롭고 참된 마음이 가득 차네. […] 여섯째 잔을 마시니 광명한 지혜가 나 자신 속에 우주를 담게 하고, 영혼을 다스려 세속의 모든 일은 티끌처럼 여겨진다. […] 일곱째 잔은 다 마시지 않아도 저절로 하늘나라에 이르게 된다. […] 다신(茶神)이 기운을 움직여 묘경(妙境)에 이르면 저절로 무한히 즐거우리. 이 또한 내 마음의 차이거늘 굳이 밖에서 구하겠는가.’ _‘한재 이목’편 중에서
연기조사가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에게 차를 공양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감동을 준다. 장엄한 각황전을 지나 국보 35호로 지정된 사사자삼층석탑이 선 효대에 이른다. 네 마리의 사자가 사방에 앉아서 비구니스님이 된 연기조사의 어머니를 지키고 있으며, 머리로는 부처를 상징하는 삼층의 석탑을 떠받들고 있다. 이 석탑 정면에 연기조사가 어머니를 향해 무릎 꿇고 한 손에 찻잔을 들고 있는 모습의 석물이 있다. […] 부모는 자식이 우려준 차를 이 세상에서 최고의 차로 알고 마신다. 부모는 차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자식의 정성을 마시는 것이 분명하다. […] 간절한 마음을 담아 올리는 차가 바로 최고의 차일 터이다. 천 년 전, 연기조사가 어머니에게 효성을 담아 올린 그 차가 바로 명품 중의 명품일 것이다. _‘연기조사’편 중에서 선사가 차 한 잔을 권하는 것은 자신의 법을 드러내 보이는 것이고, 또한 제자가 스승에게 헌다하는 것은 자신의 마음을 다 바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_‘나옹선사’편 중에서 포은도 망국의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마다 유가(幽家)에서 차를 마시며 《주역》의 책장을 넘겼다. 차는 잠시나마 세상의 일을 잊게 해주고, 《주역》은 자신의 처지를 위로해주곤 했다. _‘포은 정몽주’편 중에서 그를 문득문득 괴롭히는 내상(內傷)은 유학자로서 절의를 지키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는 영욕이 묻을 수 없는 맑은 차 한 잔을 마시며 눈 속에 매화꽃이 피는 고향을 그리워하지 않았을까? _‘보한재 신숙주’편 중에서 춘원은 봉선사에서 자신의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차를 만난다. 그가 묵었던 방은 차와 경전의 향기가 가득한 방이라는 이름의 다경향실(茶經香室)이었다. _‘춘원 이광수’편 중에서 우통수에 이르러 물 한 모금으로 산길을 올라오느라 거칠어진 숨을 고른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안개처럼 모호했던 허균이 차를 달이고 싶어했던 샘물이다. _‘교산 허균’편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