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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르필로소피아
인간을 넘어선 영화예술
조광제
동녘 2000.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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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top100 3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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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니체의 <비극의 탄생>으로 본 키예슬로프스키의 '블루'
2.메를로 퐁티의 몸 현상학으로 본 '시티 오브 엔젤'과 '페이스 오프'
3.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과 오시마 나기사의 '감각의 제국'
4.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으로 본 타르코프스키의 '희생'
5.들뢰즈의 <감각의 논리>와 베르톨루치의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6.하이데거의 눈을 빌려 본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
7.바타이유의 <에로티즘>과 저너선 뎀의 '양들의 침묵'
8.홍상수 감독의 영화적 시선-앙리 르페브르의 <현대 세계의 일상성>을 약간 들먹이면서

저자 소개 1

1955년 출생으로 총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 입학하여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상학적 신체론―E. 후설에서 M. 메를로퐁티에로의 길」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시민철학학교 철학아카데미를 설립해 대표와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철학아카데미 대표이사, 한국 프랑스철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후설의 철학을 전반적으로 조감한 『의식의 85가지 얼굴』(글항아리, 2008)을 출간했고,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에 대한 강해서인 『몸의 세계, 세계의 몸』(이학사, 2004)을 출간했다. 지난 10여 년
1955년 출생으로 총신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했으며, 서울대학교 철학과 대학원에 입학하여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상학적 신체론―E. 후설에서 M. 메를로퐁티에로의 길」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시민철학학교 철학아카데미를 설립해 대표와 공동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상임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주)철학아카데미 대표이사, 한국 프랑스철학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후설의 철학을 전반적으로 조감한 『의식의 85가지 얼굴』(글항아리, 2008)을 출간했고,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에 대한 강해서인 『몸의 세계, 세계의 몸』(이학사, 2004)을 출간했다. 지난 10여 년간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 사르트르의 『존재와 무』, 메를로-퐁티의 『행동의 구조』, 『지각의 현상학』,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그리고 푸코의 『말과 사물』 등을 원전을 중심으로 철저하게 분석해서 해설하는 강의를 진행했다. 또한 2011년부터 ‘주체소’, ‘현상소’, ‘언어소’, ‘현존 벡터’, ‘자성과 대타성’, ‘수렴-응축과 확산-분절’ 등의 개념들을 구축하여 ‘함수적 존재론’이라는 이름의 존재론을 확립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치사회사상을 확립하기 위해 여러 동료들과 함께 집단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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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00년 09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4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2974253

예스24 리뷰

--- 류혜숙 ruru100@yes24.com
지갑을 열어 영화 티켓을 살 때부터 벌써 흥분되고, 광고나 예고편이 끝난 뒤 실내가 암전 되면 늑골 아래서부터 알 수 없는 열기가 차오르는 사람에게 굳이 영화를 좋아하냐고 묻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철학박사가 쓴 영화이야기란 어떤 것일까 하는 의문 역시 '영화란 잠깐 동안의 가짜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관객의 무의식으로 파고드는, 숨어 있는 진짜 현실'일지 모른다는 저자의 영화관(觀) 앞에서는 슬그머니 풀리고 만다.

'쉬르필로소피아 : 철학을 넘어선 철학, 인간을 넘어선 철학'이라는 뜻의 이 영화비평서는 <블루>, <페이스 오프>, <감각의 제국>, <양들의 침묵> <블레이드 러너> 등 11편의 독특한 영화들을 니체, 하이데거, 메를로 퐁티 등의 철학사상을 인용해 날카롭고 깊이 있게 사유하고 있다.

가장 고루하고, 인기 없는 학문으로 취급받는 철학과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예술장르로 각광받는 영화가 만나 '재미있는 사유'라는 오묘한 조화를 이루어 내는 것이다. 철학이라는 개념틀로 영화를 해석했다는 것이 자칫 무겁고 지루하다는 오해를 사기도 하지만, 이 책은 마치 저자가 영화 속으로 뛰어든 것처럼 화면 속에 압축된 감각적 장치들을 생생하고도 미세하게 포착해 낸다.

저자는 천재적인 영화작가들을 '이미 삶의 등뒤로 흐르고 있는, 더 넓고 깊은 현실에 앵글을 맞추고 있는 자, 미처 의식이 건져 올리지 못한, 그저 흐르고 있는 표피적인 시간의 껍질을 벗겨 내고서, 일상인들에게는 어쩌다 한 번쯤 겨우 얼굴을 비치다 마는 숨겨진 삶의 진실을 영상을 만들어 낼 줄 아는 자'라고 평가한다.

또한 삶에 가장 맞닿아 있는 죽음, 인간의 본질에 대한 의문에서 끊임없이 제기되는 사유와 감각, 정신과 몸에 대한 이론을 다룬 영화들에 주목하며 그 영화에서 보여지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인간의 존재론적 죽음과 재생을 그린 영화 <블루>에서는 삶과 죽음의 본질에 대해 성찰하며, 원수지간인 사람과 외형이 바뀐다는 소재의 <페이스 오프>, 인간과 천사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시티 오브 엔젤> 등은 메를로 퐁티의 몸철학에 가 닿는다. 의식과 감각은 '나'인데 몸이 '나'이지 않을 때 그 사람의 정체성은 누구인가.

또 사유 없는 감각에의 몰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감각의 제국>, 현대 문명이 뿜어내는 불안스런 어둠 속에서 다가오는 인간의 존재성을 그린 <블레이드 러너> 등 잘 알려진 11편의 문제작들은 저자의 진지한 사색과 어우러져 우리에게 끊임없이 사유하고, 고민하도록 만든다. 국내 감독으로는 냉소적이고 잔인하면서도, 일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던 <강원도의 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오 !수정> 등, 홍상수 감독의 작품세계를 탐구한다.

영화 이론서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교하고, 분석적인 이 책은 영화를 통해 철학에 좀 더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는 매력과 함께 인간을 넘어서면서 인간의 기원을 끊임없이 되새김질하는 영화 예술의 힘에 대해 보여준다.

'어줍잖게 철학의 뒤안길을 헤매며 무슨 암호인 양 몇몇 어구들을 새겨 놓은 이 책 속의 글들은 오죽하겠습니까마는 그 역시 삶이라고 하는 필연의 덫에 걸린 나머지 때로는 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찢기며 피를 흘린 흔적'이라고 밝히는 저자의 목소리는 사뭇 진지하며,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철학적 성찰이 배어 있다.

책 속으로

리듬의 특징은 얼마든지 다른 속도와 진폭과 파장으로 변용될 수 있다는 데서 성립합니다. 그런 점에서 리듬은 설명을 거부합니다. 설명되는 순간, 조금 폭넓게 기호학적으로 표현하면 일정한 코드로 해석되는 순간, 리듬은 다른 모습으로 변용되고 맙니다.

예술은 동시성의 영역에서 솟구치는 리듬의 우발성을 기꺼이 받아들여 그 리듬을 타고 흐르는 데서 성립합니다. 삶과 죽음의 리듬이 지닌 우발성, 혹은 죽음과 삶의 우발성이 지닌 리듬을 타고 흐르는 데서 예술이 출발한다는 것입니다. '블루'에서 젊은이가 구멍에 막대기를 끼워 넣는 것이 삶의 은유라면, 자동차 사고는 죽음의 은유입니다. 삶과 죽음의 관계에서 나타나는 우발적인 리듬을 키예슬로프스키는 영화 도입부에서 기막히게 영상화한 것입니다. 그래서 '블루'는 처음부터 예술의 영역 속으로 진입하고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자동차 사고 이후 주인공 줄리는 실레노스의 지혜의 덫에 완전히 걸려든 모습으로 일관합니다. 우발성을 견디지 못하는 모습으로 일관합니다. 즉 이성이 자신의 권역에 그 본성상 매설해 놓은 부재와 맹목과 무의미의 모순의 덫에 완벽하게 걸려든 모습으로 일관합니다. 그러나 그런 줄리의 모습은 관객인 우리에게 광경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관객인 우리는 한편으로는 덫에 걸린 줄리의 '소리 없는 절규'에 빨려 들어가면서 그녀와 함께 실레노스의 지혜를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곳에서 빠져나와 그녀에게서 연출되는 실레노스의 지혜의 덫을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만큼 줄리에 대해서는 그녀가 예술 세계에 진입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우리는 키예슬로프스키가 펼쳐 놓는 예술의 광장에 이미 발을 들여놓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됩니다.

---pp.40~41

'다행히도' 죽음이 필연적으로 예약되어 있어 탕진하는 시간을 보내든 절약해 아끼는 시간을 보내든 삶은 근본적으로 해결되게 마련인 것 같습니다. 서론이 너무 냉소적인가요? 제 이야기가 냉소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 삶 자체가 냉소적입니다.

--- p.202

출판사 리뷰

삶이란 무엇이며, 죽음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본질은 사유인가 감각인가 등등의 질문은 오랫동안 철학자들을 괴롭혀 왔다. 그만큼 일상에 묻혀 사는 우리 삶의 중심적 문제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해답이 없는 미로 같기도 하다. '인간을 넘어선 영화예술'은 철학자가 쓴 영화 비평서로서 구체적인 인물 설정과 영상으로 직접 제시하는 영화와 추상화된 개념과 논리로 표현되는 철학이라는 두 가지 코드로 이와 같은 의문을 풀어나가고자 한다. '블루',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감각의 제국', '블레이드 러너' 등과 같은 11편의 문제작들을 니체, 메를로 퐁티, 들뢰즈, 하이데거 등의 철학자들을 인용하여 저자의 감각적이고 풍부한 문체로 풀어내고 있다.

철학의 개념틀로써 영화를 해석한 비평서들이 이미 적지 않게 출간되었지만 개념과 이론 체계를 영화의 줄거리에 앙상하게 인용하거나 덧댄 함량 미달의 책도 많다. 그러나 이 책은 마치 저자가 영화 속으로 뛰어든 것처럼 영화 속 주인공들을, 어쩌면 영화 속에서보다 더 생생하게 살려내면서도 한두 시간의 화면 속에 압축된 모든 감각적 장치들을 미세하게 포착해낸다. 그 속에서 '씨줄과 날줄을 엮듯' 여러 현대 철학자들의 문제 의식을 저자 자신만의 어법으로 녹여낸 글에서 철학자로서의 날카로운 통찰과 사유의 깊이를 엿볼 수 있다.

유구한 역사를 근엄하게 지켜온 철학의 세계는 나날의 현실에 묻혀 버리는 일상인들에게는 너무나 멀기만 한 성채일지도 모른다. 한편 그 역사가 일천하다고 해서 영화를, 영화의 힘을 가볍게 보기에는 우리 곁에 너무나도 가까이 있는, 경쾌하고, 아름답고, 슬프지만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우리를 웃게 하고 울게 하는 것이 영화인 것이다. 세계를 통틀어 우리만 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문제를 영상으로 풀어낸 JSA는 6일만에 100만을 돌파했다고 하지 않는가. 때때로 잊고 있었으나 잊은 줄 몰랐던 우리의 모습, 예측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누군가의 삶이 표현된 장면이 갑자기 심장 속으로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극장에서 경험한 기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그 자신을 매료시킨 영화 감독들을 '미처 의식이 건져 올리지 못한, 그저 흐르고 있는 표피적인 시간의 껍질을 벗겨 내고서, 일상인들에게는 어쩌다 한 번쯤 겨우 얼굴을 비치다 마는 숨겨진 삶의 진실을 영상으로 만들어 낼 줄 아는 자'라고 평한다. 그러나 영화인들이 숱한 나날들을 뜬눈으로 세우며 완성한 영화를 관객들이 편안한 의자에서 보듯이, 역시 편히 앉아 책장을 넘길 뿐인 우리는, 저자가 '삶이라고 하는 필연의 덫에 걸린 나머지 때로는 뼈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찢기며 피를 흘린 흔적'이라 말한 것처럼 철학을 통해 인간의 진실에 도달하려는 저자의 삶에 대한 열정을 그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을 넘어서면서 인간의 기원을 끝없이 되새김질하는 영화 예술의 힘에 대해, 그리고 그 힘에 덧대어 이루어진 이 책의 글들에 대해 쉬르필로소피아라는 전대 미문의 이름을 붙인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삶에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것은 죽음이다. 역설적인 것 같지만 죽음을 대했을 때 우리는 삶의 의미를 생생하게 체험한다. 영화 '블루'에서는 인간의 존재론적인 죽음과 재생을 줄리라는 인간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남편의 죽음이라는 우발적인 사건으로 존재의 급소를 얻어맞은 줄리는 모든 사람, 사물과의 의사소통을 거부한 채 푸른 빛에만 반응한다. 니체가 말한 실레노스의 지혜의 덫에 걸린 줄리에게 푸름의 이미지는 죽음이면서 동시에 그 덫을 빠져나갈 수 있는 유일한 출구를 상징한다. 푸른 화면과 교차되면서 느낌을 증폭시키는 테마 음악, 어둠의 이미지, 곳곳에서 사용된 은유의 방법이 삶의 우발성과 동시성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 기재이다. 하이데거는 '죽음을 향해 내던져져 있는' 인간 존재 자체로부터 불안을 역설한다.

'블레이드 러너'를 하이데거의 관점에서 본다면 '현대 기술의 역운(歷運)이 뿜어내는 불안의 어둠 속에서 가능적으로 다가오는 인간 존재와 시대의 존재성 모색'으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시뮬라크르의 착종 문제를 중심에 놓거나(이정우) 금기와 거세 공포를 둘러싼 오이디푸스적 인간 이해를 중심에 놓는(이진경) 해석들이 있기도 했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밝음의 이미지를 허용하지 않는 화면, 2019년이라고 하는 불투명한 미래 상황의 설정 등등은 존재의 불안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천사와 인간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인간'성'을 명확히 드러낸 영화 '시티 오브 엔젤'과 원수지간인 사람끼리 외형이 뒤바뀌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려낸 영화 '페이스 오프'는 메를로 퐁티의 몸철학에 닿는다. 메를로 퐁티는 인간의 주체를 몸으로, 몸이 세계와 근원적으로 맺는 관계를 지각으로 보고 이 지각을 통해 몸과 세계가 하나를 이루고 동시에 서로에게 영향을 미쳐 상호 구조화하고 의미화한다고 본다. 감각을 느낄 수 없는 천사와 인간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화면 속에서 저자는 사유나 이성보다 낮은 차원으로 치부되는 몸, 감각이 인간을 인간이게 한다는 메시지를 읽어낸다. '페이스 오프'는 좀더 복잡하다. 의식과 감각은 '나'인데, 몸이 '나'이지 않을 때, 그 사람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또한 인간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저자는 인간을 규정하는 것은 사회지만 그 토대는 몸이라고 답한다.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었지만 베르톨루치의 정치 의식을 중심 주제로 발견하게 되면 주인공 폴의 '역류하는 원초적이고 순수한 몸의 세계에 한 발짝도 들여놓지 못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한 주인공들의 행동의 인과성을 배제함으로써 관객의 사유를 무력화시키며 '이성'이나 '사유'가 얼마나 불완전한 것인가를 읽어낸다. 이것은 감독이 의도한 것이었을 수도, 저자의 해석일 수도 있다.

오시마 나기사 감독의 '감각의 제국'은 사유 없는 감각에의 몰입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때 저자는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하게 되는 것은 '말의 텅 빈 상태'다"라는 롤랑 바르트의 구절을 떠올린다. 사유의 뿌리는 감각이다. 그러나 우리가 감각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는 것은 사유의 지배에 습관적으로 마조히스트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금기시하는 '포르노그라피'의 실체는 무엇인가? '위반 없는 곳에 쾌락은 없다' 바타이유가『에로티즘』에서 한 말이다. 사회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금기 체계는 한편으로 그것을 위반하고자 하는 우리의 내면적인 욕망을 바탕으로 성립된다. 따라서 금기가 없으면 위반이 있을 수 없고, 위반이 없으면 금기도 없다.

모든 폭력은 에로티즘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키며 죽음은 최상의 폭력이다. 따라서 최고도의 감각을 연출해 내는 힘이다. '감각의 제국'에서 지독한 성 감각이 죽음과 결부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편, 가장 신성한 행위인 제의에서 희생물을 바치는 잔인한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신성이 근본적으로 폭력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원초적인 우리 삶에는 에로티즘적인 폭력과 살해의 폭력이 결합되어 있으며 이를 잘 보여 주는 사람이 '양들의 침묵'의 렉터이다. 마지막으로 냉소적이고 잔인한 것 같지만 실제 우리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냄으로써 관객을 당혹스럽게 하는 영화인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수정'을 통해 일상을 그려낸 영화가 가지는 힘에 대해 분석한다. 최대한 현실과 근접하게 표현하고자 했던 감독의 의도에 따라 저자는 '강원도의 힘'에 주인공의 선배인 대학 강사로 출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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