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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꿈』에 등장하는 ‘실버 해머’라는 인터넷 카페는 연쇄살인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의 모임이다. ‘악마’라는 이름의 카페 주인은 회원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한다는 여섯 명을 골라 산장으로 초대를 하고, 그 초대에 응한 사람들이 어느 금요일 저녁 산장에 모여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쇄살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악마’를 기다리는 사람들. 밤은 깊어가고 눈은 점점 더 많이 내리기 시작하는데 ‘악마’는 나타나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며 술을 마신 사람들은 하나둘씩 취해간다. 희붐한 새벽빛이 넘어올 때쯤 사람들은 깔끔하게 정돈된 여섯 개의 방으로 흩어진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된다.
두번째 이야기인 『복수의 공식』에서는 다섯 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슈베르트의 현악4중주를 틀어놓고 죽음을 미리 선고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 남자, 나비문신의 건달에게서 생긴 트라우마로 인생을 망친 남자, 샛강모텔에서 눈을 뜬 무명의 여배우와 킬러, 코스모스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를 보며 과거를 회상하는 여자, 평생 되는 일 하나 없는 남자에게 끔찍한 우연으로 날아든 새 인생 등, 각각의 이야기 속에 담겨진 진실은 이야기하는 화자에 의해 조금씩 왜곡되고 변형되어 진짜를 가늠할 수 없는 상상의 늪으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세번째 『π』에서는 어지럽게 교차되는 시점, 안으로 계속 파고들며 진행되는 액자식 구성이 인상적이다. 원서의 내용 중 아주 작은 부분을 아무도 모르게 바꿔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것에 쾌락을 느끼는 번역가 M은 어느 날 묘령의 여인을 만나게 된다. 『여섯번째 꿈』을 번역하게 된 작가 M에게 그녀는 매일 밤 조금씩 이야기를 들려준다. 타인의 물건을 훔치고 자신의 물건을 두고 가는 것을 취미로 삼는 하루는 어느 날 백지같이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안경사에게 마음이 꽂히고, 그의 방에 몰래 들어가 카메라를 들고 나오는 대신 모텔 열쇠를 두고 나온다. 그리고 다시 찾은 그의 집 앞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과 부딪힌다. 하루는 자신에게 쏟아진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길을 나선다. 남아 있는 생보다 더 길지로 모를 이야기, M은 그 이야기가 매일매일 진행될수록 점점 더 그 안으로 빠져들고 종국에는 자신이 누구인지, 이야기의 끝은 무엇인지, 이 모든 것이 실재인지 허구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 『일곱 개의 고양이 눈』에서는 도서관 서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 편의 미스터리소설로부터 시작된다. 도서관 폐관을 알리는 소리와 동시에 대출대로 달려간 ‘나’는 연체된 책으로 인해 빌려가지 못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망막이 찢어져 거의 한 달 간 앞을 볼 수 없게 된다. 시각을 잃으면서 새롭게 느끼게 된 예리한 다른 감각들은 ‘나’의 상상력에 불을 지피고, ‘나’는 다 읽지 못했던 뒷부분의 이야기를 완성시켜나간다. 성폭행의 피해자이자 살인 사건의 가해자로 조사를 받고 있는 무명의 여배우 미미, 「살로메」의 주인공 역을 맡고 마지막 공연을 마친 미미는 차를 몰고 가다가 한 남자를 치게 된다. 쇠를 긁는 듯한 거친 목소리의 남자는 한사코 병원을 거부하며 그냥 집까지 바래다달라고만 하고, 미미는 걱정 반 불안한 마음 반으로 차을 운전하는데…… 뒷부분을 구성해나가는 ‘나’는 안대를 풀게 되자마자 도서관에 가서 자신의 결말과 진짜 결말이 궁금해 비교를 해보려 한다. 하지만 미로 같은 상황이 펼쳐지며 혼란에 빠지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