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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4
제1부 출신성분 난감 12 정착 일기 1 - 삼 일째 되는 날 14 정착 일기 2 - 마트 장보기 16 정착 일기 3 - 동해 인심 18 환승 20 엄마의 자존심 22 투철한 직업정신 24 선거유세 27 첫 투표 1 28 첫 투표 2 30 여사님 32 한복 34 출신성분 36 자전거 여행 38 8평의 성공 40 덤으로 맞은 여성해방 42 2부 밥 먹었소? 금식 46 밥 먹었소? 48 악인 51 바나나 54 자매 57 뒷말 60 가을 태풍 62 뒤늦은 고해성사 64 노동자 고기 66 미쳐가는 임신부 68 올가미 70 마실 다니는 문 72 젓가락질 74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1 - 효자 76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 2 - 북 치고 장구 치고 79 제사 음식 80 3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가장 안전한 곳 82 벽돌과자 84 귤 껍질 1 86 귤 껍질 2 88 귤 껍질 3 90 이름 92 알루미늄 아기 94 지주 딸 96 사과배 98 가족 소풍 100 닷새의 행복 102 국광사과 106 이제는 말할 수 있다 107 꼬리를 무는 의문 110 무료교육 혜택 112 뜻밖의 사실 114 월북자 116 4부 존재의 이유 3의 법칙 120 웅덩이 121 위대한 여성들 124 드라마『슈룹』을 보고 127 나쁜 뉴스 128 낡은 라디오 130 12월 133 누구였을까! 134 고맙습니다 136 씨가 된 말 138 월동 140 붕괴의 싹 1 142 붕괴의 싹 2 143 존재의 이유 145 나는 기다립니다 147 해설 존재의 이유로서의 ‘탈북문학’ 149 |
이명애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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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가야 할지
뒤로 가야 할지 환승을 하라는데 방향을 알 수 없다 밀려가는 사람들 뒤로 주춤주춤 따라가다 뒤늦게 발견한 지하철 안내 표지판 화살표 방향을 따라 위로 올라가고… 옆으로 빠지고… 앞으로 가고… 다시 계단을 내려간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대학 사이버대 학생이 되어 입학식에 가는 길이다 둘로 갈라진 긴 세월 변하지 않은 것은 딱 하나 우리 말 우리 글 같은 말을 쓰니 손짓 발짓 안 해도 되고 같은 글을 쓰니 대학 공부도 할 수 있다 때마침 들어서는 환승 열차 덜커덩덜커덩 사십 대 끝자락의 나를 싣고 긴 터널 속으로 들어간다 --- 「환승」 중에서 두 동생만 남겨놓고 남편을 따라 간 옆집 처녀 오랜만에 친정에 왔다 강냉이밥 한 그릇 된장국 한 그릇 더 떠 놓고 저녁 한 끼 하는데 언니도 임신했을 때 그랬어요? 난 고기가 왜 그렇게 먹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동네 개가 지나가는데 막 때려 잡아먹고 싶더라니까요. 지금도 눈앞에 개가 왔다갔다 해요. 친정엄마가 살아계셨더라면 멀건 돼지고기 국물이라도 한 사발 먹여 보냈으련만 개를 좇아 번득이는 저 눈빛 무슨 일 낼 것 같다 --- 「미쳐가는 임신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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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애는 북한에서 사십 년 세뇌당하며 어떻게든 “내 아이 입에 / 밥 한 숟가락 넣어주기 위해 / 바동거렸던 내 삶”일 뿐이었는데, 그게 ‘소중한 문학적 자산’이고 ‘역사의 증언’이 된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현대시에서 요구하는 은유나 비유나 상징 같은 것에 의존할 것도 없다. 겪은 일의 진솔하고 군더더기 없는 고백은 분단에서 통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형성된 탈북시대를 누구보다 집요하게 증언한다. 이는 개인적으로는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죄책감을 씻는 일이 되기도 한다. 이명애는 말한다. “폭정의 희생양들 대변해 / 한 글자 두 글자 써나갈 것”(나는 기다립니다)이라고. 이명애는 ‘가만히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쓴다’라는 구체적인 실행으로써 자기 존재를 증명하고 있다. 이명애의 시는 ‘존재의 이유’로서의 ‘탈북문학’의 한 전범으로 자리한다.
작가의 말 “이젠 그 북한 얘기 그만하면 안 되겠니. 난 진절머리가 난다.”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 지인에게 들은 말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을 글로 아름답게 표현하는 사람이 시인 아니냐고 했던 분이다. 애초부터 북한을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시작한 글이다. 사십 평생 억눌린 내 가슴속에서 일어나는 거센 소용돌이를, 세상 밖으로 분출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가 없기에 스스로 사명감을 진 것이다. 나 같은 아마추어는 비교할 수 없는 훌륭한 글을 써내는 탈북 작가들도 많다. 하지만 70년이 넘는 세월, 연막 속의 그 세상은 몇몇 사람의 증언으로 다 드러날 수는 없다. 각자의 삶이 다르듯 걸어온 길도 다르다. 내 인생의 한 단락을 통해서도 선善으로 포장된 악행의 역사가 파헤쳐지길 바라 마지않는다. 미흡한 글이나마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2025년 10월 이명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