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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5
1부 자카르타 석양 13 나의 마을이 불타고 있다 14 열매 17 출입국증명서 20 캄보자 꽃 22 자카르타를 찾아서 24 세노파티 치킨집 26 바오밥 나무 28 엽서 한 장 30 자카르타 특별시 32 떡국 34 고백 36 산타시장의 재봉틀 소리 38 목구멍의 대답 40 비비 목욕탕 42 새해에는 가도가도를 함께 먹어야겠어요 44 2부 방울토마토 49 열무김치 52 겨울 무 54 너에게 사과 주러 가는 중 56 미역귀 58 이별을 셀 수 있다면 60 맘모스 빵을 먹습니다 62 단팥빵 64 두쫀쿠 67 어울린다는 것 70 3부 가벼워진 이불 75 시는 어디쯤? 78 매미 80 오래된 집이 되어간다 82 하회탈 86 화석 88 존재하는 것과 마주칠 때 90 도산서원에서 92 사이 94 살구꽃 96 곱돌 98 기타(Guitar) 100 과속은 위태롭다 102 만선 호프집 105 4부 사월 109 생각이 많은 사람 110 아직은 뜨겁게 112 커튼을 열어도 될까요? 114 부재(不在) 117 숨쉬기의 법칙 118 모래 사람 121 오늘, 당신의 가방 속에 들어가고 싶습니다 122 그 틈 어디쯤 124 넋 놓고 있다가 126 노트르담의 꼽추 128 환대 130 해설| 박덕규 문학평론가 맛의 이면 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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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가장 뜨거운 해를 보낼 거라고
누군가 말했다. 건기가 오고 있어. 손을 들어 하늘 향해 펼친다. 벌써 손금이 사라질 듯 불타고 있다. 이제 포악한 불이 쪼그만 것들을 꽃들을 우리를 녹게 할지도 몰라. 그런데 눈치 없이 식욕은 살아. 야채가게에서 비닐에 꽁꽁 싸인 배추를 양심 봉투에 담아 비싸게 사 왔다. 구겨진 이파리 속에 배추벌레가 말라 죽었다. 불볕주의보 발령 목마름에 혀는 마른 잎이 되어가고 오늘따라 먹고 싶은 건 피쉬 소스에 버무린 새우 열 마리와 오이와 올리브유, 마늘을 얹은 샐러드 비가 좀 오려나? 오후 한낮 햇무리가 고추기름처럼 둥둥 하늘에 떠서 입을 맵게 한다. 나의 마을이 훨훨 타는 줄도 모르고 철없이 입맛을 다시며 침을 꼴깍 더 깊어지는 뜨거움 건조주의보 사방에 퍼지는 형벌이다. 조금만 참아 곧 우기가 올 거야. 헐떡이는 우리 집 고양이 밥그릇에 물 한 병 부어주었다. --- 「‘나의 마을이 불타고 있다’ 전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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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자바의 바람이 부는 곳과 어머니의 숨이 머무는 곳 사이에서 나는 오래 흔들렸다. 마음은 늘 한쪽으로 기울었고 그때마다 다른 쪽이 울었다. 울먹이는 시절의 불균형을 위로하려 나는 썼다 지우고 또 쓰며 그 틈 사이에서 사랑의 무게를 나누려 했다. 이 시집은 끝나지 않을 내 흔들림의 기록이다. 2026년 여름 강인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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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 시인의 눈앞에 무수히 펼쳐지는 소재는 언뜻 평범하다는 느낌이지만, 이전 현실 속에 녹아 있는 생활의 단면을 구김 없이 표현하는 솔직함이 배어 있다. 그리하여 생경한 장면이 연속된다. “옛날 새색시가 입었던 / 녹의 홍상 / 열무 김치 딱 / 너구나!”(‘열무김치’) 끝까지 읽지 않아도 첫 연에서 기가 막힌 발상에서 시인의 내공을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사과 한입을 베어 물고 달과 대화하는 시인의 능청스러움이 자연스럽다. 시인의 순수한 시심은 방울토마토에도 꽃이 핀다. 대상 속에 들어가서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고, 때로는 그들과 춤을 추며 대화를 시도한다. 상상의 세계는 초월 적이지만 허세롭지 않은 순수함에 놀라고 화려하고 폭넓은 시어의 기술에 한 번 더 놀란다. 시를 쓰면서 중년을 맞이한 강인수 시인의 첫 시집 출판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 김준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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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가 서 있는 곳은 이를테면‘벽과 벽 사이’다. 벽 양쪽 각각의 공간은 ‘이방인’의 세계다. 그 ‘사이’라야 이방인들이 아예 발 들여 놓지 못한다. 그 ‘사이’는 ‘비바람도 들이치지 않아 온전히 내 발을 편안히 쉬게 할 틈’이며 나아가 ‘나를 위로하는 천국’이다.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깨우치고 그 자리를 온전히 자기 것으로 이해할 때 가장 평온한 천국을 경험할 수 있다. 강인수는 ‘사이’를 자기 정체성으로 찾기 위해 그토록 오랜 ‘허기의 갈망’으로 그 많은 음식들을 기웃거리고 있었던 셈이다. - 박덕규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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