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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가장자리에서마주하는 한겨울엄마가 떠난 빈자리를 가슴에 안고 간이로 마련된 작은 방 한 칸에서 아빠와 함께 겨울을 나는 태수의 나날을 담아낸 이야기, 『겨울나기』. 뼛속까지, 가슴속까지 에이는 겨울을 나며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태수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고스란히 그 감각을 전달받으며 우리는 태수와 함께 겨울 한복판에 서 있습니다. 어스름한 새벽부터 부지런히 집을 나서는 아빠의 뒷모습. 늦은 저녁 무렵 집으로 돌아와 창 너머로 잠잠히 바라보던 이웃집 불빛들. 엄마를 만나러 가던 길에 본 스쳐 지나던 사람들과 마을풍경···. 책의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길 때, 우리는 태수가 바라보던 거리 위 스쳐 지나가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아니라, 겨울의 가장자리에서 한겨울을 감내하는 중인 열세 살짜리 소년이 됩니다.창밖을 내다보니 집집마다 켜진 불빛이 따뜻해 보였다. 기분이 조금 좋아졌다._본문 35쪽맨몸으로 겨울을 난다는 것태수의 겨울나기가 우리의 가슴을 얼어붙게 만드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잊어버린 겨울이 이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겨울은 여름도, 봄도 아닌 겨울. 방 안을 뜨끈하게 데우는 보일러와 몸을 따뜻하게 덮어 주는 외투가 없다면 어디든 예외 없이 매서운 한기가 속속들이 들어차 누구든 예외 없이 덜덜 떨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계절. 한 계절이 그토록 맨몸과 마음으로 고스란히 느껴지는 것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마음 붙이지 못한 공부방에서 구구단을 외우고, 남몰래 낯선 동네로 찾아가 속절없이 엄마를 기다리고, 결국은 오지 않는 엄마보다 작은 스케치북의 새하얀 도화지 한 장에 더 커다란 기대를 걸 수밖에 없는 태수의 하루 속에서 우리는 함께 기억합니다.그러고도 괜찮을 수 있을까? 공부방에도 가기 싫고, 만날 친구도 없는데……. 어쩌다 친구가 생기면 이사를 갔다. 어느 때부터인가 혼자 놀았다. 학교에서도 혼자였지만 집에서도 혼자였다. 눈물이 또 나왔다._본문 47쪽계절의 그늘진 자리로 우리를 이끄는담백한 목소리와 진실한 시선『겨울나기』는 전작 『편의점』, 『그 형』을 통해 담담한 문체로 무거운 주제를 다루어 온 이영아 작가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이영아 작가의 동화들이 매번 이토록 묵직한 여운을 남기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자주, 양지바른 곳보다는 그늘진 곳에 자리하는 소외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들여다보고 전하고자 힘쓰는 한 사람이 써 내려간 진실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영아 작가의 겨울 동화는 전작 『편의점』에 이어 다시 한번 콜라보를 이룬 이소영 작가의 그림을 만나 더 짙은 농도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보여지는 것 너머에 내재한 인물의 결핍까지도 오롯이 담아내는 이소영 작가의 그림 안에서 우리는 다만 관찰하는 이가 아니라, 함께 이 겨울을 나는 이가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길고 더딘 시간일지라도, 담담히 견디고 나아가 우리는 끝내 맞이하게 되겠지요. 태수 아빠가 곧 다시 가지게 될 새 이처럼, 어린아이가 어린아이로서 당연히 가질 수 있어야 할 희망처럼 오롯한 새 계절을요. 그 안에서는 우리, 부디 맨몸과 마음으로도 누구에게든 어김없이, 따뜻한 봄을 맞이할 수 있기를.어서 내일이 오면 좋겠다. 물감을 사고, 붓을 사고…… 그림을 그리자. 엄마가 없어도 완벽할 때까지._본문 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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