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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004
01 광장·011 열린송현 녹지광장 · 광화문광장 · 서울광장 산책 테마│서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을 만나다 걸음 수│4천 보 소요 시간│1시간 30분 02 궁궐·031 창덕궁 산책 테마│조선시대 왕이 살았던 장소에 가 보고 싶다면? 걸음 수│9천 보 소요 시간│3시간 03 한옥마을·047 북촌한옥마을 산책 테마│한옥 그 너머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는 시간 여행 걸음 수│6천 보 소요 시간│2시간 04 천변·069 청계천 산책 테마│역사의 물줄기를 따라, 도심 속 한가로운 천변 산책 걸음 수│5천 보 소요 시간│1시간 30분 05 도성·087 한양도성 산책 테마│아침부터 저녁까지 옛 서울의 자취를 따라 걷기 걸음 수│2만 5천 보 소요 시간│7시간 06 조선왕릉·107 선릉 · 정릉 산책 테마│서울 강남의 최고 명당을 거닐다 걸음 수│6천 보 소요 시간│2시간 07 박물관·127 국립중앙박물관 · 전쟁기념관 산책 테마│실내 못지않게 실외에도 볼거리가 많은 박물관 탐방 걸음 수│2만 보 소요 시간│7시간 08 묘역 공원·151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 산책 테마│낮에도 반짝이는 별들을 만나는 시간 걸음 수│3천 보 소요 시간│1시간 09 시장·175 동묘벼룩시장 산책 테마│여러 세대가 어우러진 활기찬 주말 오후 걸음 수│4천 보 소요 시간│1시간 30분 10 수변 공원·191 여의도 한강공원 산책 테마│서울 시민의 숨통을 틔워 주는, 일상의 즐거움이 가득한 곳 걸음 수│6천 보 소요 시간│2시간 11 숲·207 서울숲 산책 테마│도심 한복판 푸른 쉼터를 느리게 산책하다 걸음 수│4천 보 소요 시간│1시간 30분 참고문헌·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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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마음으로 궁 전체 영역의 오른 방향으로 걷다 보면, 가장 높은 건축물이 들어선 창덕궁의 중심부로 빠져나올 수 있다. 바로 인정전이다. 여기서 잠시 생각해 보자. 궁궐에서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 중에 어떤 곳이 더 화려할까? 당연히 정치를 펼치는 공적 영역이 더 화려하다. 나라의 공식 행사를 여는 곳이기도 하고, 외국에서 온 손님에게 궁궐을 보여주며 조선의 높은 문화 수준을 느끼게 하기 위함이다. 창덕궁의 정전인 인정전에서는 왕의 즉위식이 열리고, 외국 사신을 접견하거나 연회를 여는 등 국가 행사가 치러졌다.
인정전에서 창덕궁의 매력을 여럿 찾을 수 있으니, 요리조리 고개를 돌리거나 자리를 옮겨 다니며 공간을 느껴 보자. 먼저 돌을 넓게 깔아 놓은 마당에 서 본다. 고개를 들면 돌 기단 위에 서 있는 건물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왕권을 상징하는 건물답게 지붕을 중층으로 쌓았다. 몸을 돌려 마당을 둘러보면 왕에게 충성을 맹세한 신하들의 자세를 체험할 수 있다. 왕과 신하가 서는 곳의 높이를 다르게 하여 신분의 위계를 시각적으로 보여 주고자 했다. --- p.37 이 공간은 집주인 남성이 생활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사랑채다. 사랑채 외부를 보면 정세권 선생이 한옥을 개량하던 근대 시기 한옥의 특징들을 찾을 수 있다. 개량 한옥답게 창호지가 발린 문 대신 유리문을 이용해 공간을 닫았으며 야외 연회를 열 수 있도록 집 앞 정원에 잔디를 깔고 나무도 심었다. 과거 한옥의 마당은 결혼식 같은 집안 행사를 치르고 채소를 말리는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흙 마당으로 온전히 비워 두었는데, 시대와 생활 모습이 달라졌기에 마당도 변한 것이다. 근대적 양식이 진하게 나타나는 이 집은 영화나 드라마 촬영지로 많이 활용되었다. 영화 〈암살〉이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시청하면 백인제가옥의 내부를 꼼꼼히 살필 수 있다. --- p.62 안내 표지판을 따라 계단을 오르며 남산공원에 진입하면 오른에 늘어서 있는 성곽길이 보인다. 성곽길을 걸을 때 우리가 한양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구별하는 방법이 있다. 성곽의 가장 윗부분에 있는 총안(총을 쏠 수 있는 네모난 구멍)만 보인다면 우리는 도성 안을 걷는 것이고, 성곽 아래부터 위까지 전체가 다 보인다면 도성 밖에 있는 것이다. 순성길 중에 성곽 바깥 부분에서 걸으면 구불구불, 오르락내리락하는 성곽의 아름다운 선을 한껏 눈에 담을 수 있고, 반대로 도성 안에서 밖을 향해 시선을 두면 현재 서울이 된 구역들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다. 성길의 두 가지 시선 모두 개성 넘치는 매력이 있다. --- p.95 붉은 홍살문을 지나면 두 번째 공간인 제향 공간에 들어선다. 이제부터는 왕과 왕비가 잠들어 있는 곳에 점점 더 가까워지니 몸가짐을 보다 정갈히 하고 발걸음을 옮기자. 정자각(제례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건물)까지 일자로 돌길이 깔려 있는데, 이 길을 걸을 때 반드시 주의할 사항이 있다. 왼 길로 걸으면 안 된다. 돌길이 하나처럼 보이겠지만 엄연히 두 길로 나뉘어 있다. 자세히 보면 왼과 오른 길의 높낮이가 다른데 왼은 향로(香路)라 하여 왕과 왕비의 혼령이 걷는 길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왕릉에 잠들어 있는 역사 속 주인공들과 이 공간을 만든 사람들의 생각을 존중하는 의미로 비워 둔다. --- p.113 국립중앙박물관 외규장각 의궤실│2024년 11월, 국립중앙박물관 2층 서화실에 새로이 단장한 전시 코너가 있다. 바로 외규장각 의궤(儀軌)실이다. 조선왕조의궤 중 외규장각에 보관되어 있던 의궤를 이곳에서 관람할 수 있다. 입장하자마자 양 벽을 가득 채운 초록빛 비단의 의궤 표지들이 우리의 시간 여행을 환영한다. 어람용 의궤는 관청의 신하들이 열람할 수 있는 분상용과는 달리 고급 종이에 내용이 세밀하게 작성되었고, 표지의 장식까지 격이 남다르다. 안으로 들어가면 순탄하지 못했던 의궤의 역사와 의궤가 지니는 의미, 의궤에 담긴 세밀한 기록 문화가 펼쳐진다. 의궤는 ‘의식의 모범’이라는 뜻으로, 조선시대 왕실과 나라의 중요한 행사와 의식 전반을 기록에 남겨 후대에 전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의궤에는 각종 행사와 의식을 준비하며 주고받은 보고서와 진행 절차, 준비를 관장하는 담당자 이름, 참여 인원, 행사 소요 비용이 상세히 적혀 있을 뿐 아니라 사용 물품과 행사 및 의식 장면이 화려한 색채로 그려져 있다. 이 그림들이 의궤의 특징이자 다른 나라 기록물과의 확연한 차이점이다. --- p.1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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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서울의 역사를 알고 걸어야 할까?
서울 시민들에게 이렇게 물어보자. “북촌한옥마을, 청계천, 창덕궁, 선정릉에 가 보았습니까?” 꽤 많은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을 바꿔 보자. “이 장소들에 얽힌 역사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아마 대답이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사람에게 북촌한옥마을은 한옥의 고풍스러운 골목과 트렌디한 카페가 잘 어우러진 관광지일 뿐, 일제강점기 삶의 터전이 위협받는 한국인을 위한 주거지를 만들고, 전통 한옥 양식까지 지켜 내려 한 어떤 인물의 굳은 의지로 탄생한 마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른 저녁 화려한 조명을 즐기며 걷는 청계천에는 조선시대 빈번히 일어나던 홍수를 방지하기 위해 능에 쓰였던 돌을 날라 둑을 쌓은 흔적이 남아 있고,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와 행차하는 조선시대 기록화를 세계에서 가장 큰 도자 벽화로 재현해 놓았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630여 년의 역사를 품은 우리의 수도 서울. 우리는 서울에 켜켜이 쌓인 영광스럽고 가슴 아프며 찬란한 역사 위에서 무심히 살아간다. 만약 서울 곳곳에 깃든 과거 이야기를 알게 되면 어떨까? 일상의 배경이었던 이 도시가 새롭게 보이고, 과거의 사람들과 시간을 넘나들며 소통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 11개 대표 명소와 테마별 산책길 이 책은 광장, 궁궐, 한옥마을, 한양도성, 조선왕릉, 청계천, 박물관, 묘역 공원, 시장, 수변 공원, 숲 등 총 11개의 테마를 선정해 서울 전역을 걷는 재미를 느끼며 서울의 역사를 하나씩 알아간다. 이 책은 영문판 《Seoul Walker: Half-Day Walks Across Seoul’s Historic and Cultural Spaces》로도 동시 출간되어, 외국인에게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 주는 친절한 안내자가, 한국인에게는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길잡이가 되어 준다. 특히 한국에 정착한 이주 배경 가정의 경우, 부모와 자녀가 함께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한국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