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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자부심은 어떤 형태여야 하는가?서글픈 웃음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특히 이 영화의 코미디에 동력을 제공하는 배경이 정리해고와 실직 문제라는 점은 관객에게 복잡한 심경을 안겨 준다. 그 소재가 친숙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보는 ‘나’ 역시 주인공 만수가 처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은 가장 큰 웃음을 터뜨려야 할 순간마다 그림자를 드리운다. 나라면 그 상황에서 ‘어쩔수가없다’고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른 해결책을 마련할 수도 있을까? 사실 이 영화에서 ‘어쩔수가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전통적인 가장 역할을 수행해 온 중장년 남성들이다. 그들은 쉽사리 다른 직업을 택하지 못한다. 직종 자체에 귀천이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애정과 시간을―사실상 노동자로서의 거의 전 생애를―퍼부은 자기만의 금자탑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노동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자부심이지만, 그 자부심을 키우고 지키기 위해서 때로는 예기치 못했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이야기는 보기 드물다. 「어쩔수가없다」는 그 사실을 알려 주면서 관객을 망설임 속으로 몰아넣는다. 이 망설임을 여운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어쩔수가없다」는 이상하리만치 긴 여운을 남기는 블랙코미디 영화다.영화를 더욱 확장하는 각본의 디테일과작품의 콘셉트를 형상화한 책 디자인『어쩔수가없다 각본』은 이 독특한 여운을 더욱 풍부하게 담고 있다. 특히 박찬욱 감독 특유의 상세한 지문은 등장인물들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 주면서 영화를 더욱 잘 이해하도록 돕는다. 또한 이 지문들은 작은 몸짓이나 시각적 요소들까지 담고 있어서 관람 중에는 미처 포착하지 못했던 요소들을 재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많은 팬이 가장 기대하고 궁금해하는 요소인 삭제 장면들도 여럿 담겨 있다. 「어쩔수가없다」를 인상적으로 본 관객은 이 각본으로만 만나볼 수 있는 디테일을 통해 영화의 세계를 더욱 확장하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게다가 각본의 표지 역시 영화의 콘셉트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표지 위에 높이가 다른 두 장의 띠지를 겹쳐 놓아 총 세 장의 종이를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이 세 종이는 코팅 유무와 두께, 질감이 서로 다른 감촉과 빛깔을 내보이는데, 이러한 대조는 제지업계에 몸담아 온 인물들의 혼전을 나타낸다. 「어쩔수가없다」를 마음 깊이 받아들인 관객이라면 작품의 콘셉트를 감각적으로 재현한 이 각본을 소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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