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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금성여인숙 수성다방 화성골 소녀 리뷰|기억으로 몸이 되는 장소들 - 신효진(극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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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숙 엄마는 정말 여기 밀어버리고 싶어?
강부민 모르겠어. 이지숙 아까 프란체스카랑 그 시인인가 하는 사람이랑 통화하던데 내 듣기에는 말이야. 여기를 그 사람들한테 맡겨보면 어때? 강부민 징그러워. 사람들이 기억하는 거. 이지숙 예술가들이 다르게 기억하게 도와준다잖아. 꼭 밀어야 해? 나는 좋기만 하구먼. 강부민 여가 좋아? 남자들한테 맞고 돈 뜯기고. 도망치다 잡혀 오고 했던 여가? 이지숙 그럴 때도 있었지만 마담 되고서부터는 좋았지. 우리 신랑 만날 수 있었던 곳도 여기고. 강부민 나는 여 끔찍해. 아버지 월북하시고 하루라도 편한 날이 있었게? 이지숙 뭔 소리야? 도박 빚에 여자랑 눈 맞아서 날라버렸다더니! 강부민 월북보다야 그게 낫지. 참말로 힘들었어. 썩을 놈의 연좌제인지 뭔지. 뭐 하나 되는 게 있었어야지. 얼마나 원망을 했는지 몰라. 그런데 희한해. 여기서 50년 넘게 여인숙 하면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오고 가는데 속으로는 아버지가 한 번은 오시겠지 그 생각을 하는 거야. 아버지 오시면 곱게 가실 수 있겠나? 여 남한 땅인데.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지켰지. 밤이고 낮이고. 우리를 보러 한 번은 오실 거다. 그런 미련한 믿음으로 여길 지켰는데 이제는 그만 놓고 싶어서. 아버지 좋아하시는 배추전도 이제 그만 부치게. 너무 바보 같단 말이야. 그 오랜 세월을. 멍청한가 봐, 나는. 그 세월이면 음식 솜씨라도 좀 늘어야 하는데 나는 정말 소질이 없어. --- 「금성여인숙」 중에서 장용금 노점상 밀려도 우리는 건재하잖여. 지금이 기회라니께. 니 가게 차리고 니 장사 혀. 너덜 사장이 거래처도 몇 군데 넘겨준다고 했담서. 그런 사장 잘 없다. 이회중 그런데 인수하려니까 권리금이……. 장용금 그거 비싸다고 생각하면 내 장사는 절대 못 해. 이회중 우리는 안전하겠죠? 장용금 여기 이 안에까지는 못 건드려. 여기가 얼마나 그물망맹키로 촘촘헌디. 우리가 호락호락허이 가만히 있것냐? 이회중 매일 방송에서 저렇게 떠들어대니까 불안해지네요. 장용금 재개발 소리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나왔당게. 근데 어뜨케 됐어. 여그 살던 사람들 어디 보낼 데가 마땅찮았거덩. 지금도 봐. 이 많은 기술자들을 다 어디로 보낼 데나 있간디. 불가능해. 청계천 복원허먼 상인들도 안정될 거고. 다들 돌아와 그 자리서 일 그대로 한당게. 긍게 우리는 우리만 잘허먼 되는 거여. 박복자 (멀리서 혼잣말처럼) 답답한 소리들 한다, 정말. 이회중 정말 그럴까요? 장용금 청계 기술 이거는 우리나라 경제 기반여. 손을 어뜨케 대겄냐. 인수하고 니 장사 혀. 내가 도와주께. 이회중 아이고, 형님이 계시면야 저야……. 박복자 우리도 다 밀려난다고. 이 바보들아! 우리도, 저 노점상처럼! --- 「수성다방」 중에서 황진수 이것도 다 엄연한 일이지요. 걔들 생활인이에요. 아니 애들이 지 좋아 들어와서 일하는 걸 우리가 지금 가둬놓고 감시하고 뭐 그런 줄 아세요? 옛날처럼 그런 장사 아니에요. 소개쟁이 선불금 갚고 우리 빚 정리하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자기 가고 싶은 데로 가는 그런 자영업이다 이 말씀이에요. 클라라 그것만 갚으면 되는 구조였다면 금방 다 나갔겠죠. 누가 남아 있을까요? 방값에, 화장품값에, 약값에 시작도 전에 언니들 빚 얹히고 지각하면 벌금에, 하루 쉬면 50만 원 기본으로 얹히고. 무슨 수로 그 빚을 갚나요?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이 쌓여가는 구조잖아요. 황진수 우리 수녀님 공부 많이 하셨네. 근데 너무 나대지 마세요, 수녀님. 그 옷 입고 계신다고 그게 방패가 되는 게 아니거든요. 클라라 신성한 교회에서 감히 수녀에게 협박을 하다니. 제정신입니까? 황진수 여기가 교회예요? 쉼터 사무실이지. 클라라 하느님을 모시는 사람이 있고 기도할 수 있으면 어디든 교회지요. 황진수 아이고. 예, 수녀님. 신성하고 성스러우시고 고결하시지요. 클라라 점잖게 말씀을 하시든지. 빈정대실 거면 그만 나가주세요. 저도 더는 못 듣고 있겠습니다. 황진수 생각해보니 그렇네. 뭐 달라. 안 그래요? 클라라 무슨 말씀이세요? 황진수 아니 수녀님, 우습잖아요. 저기 일하는 애들하고 수녀님하고 무슨 차이라고. 다 같은 여자로 태어나서 말이에요. 남자 받드는 건 똑같은데 안 그렇습니까? 클라라 뭐…… 이런……. 황진수 막말로 그렇잖아요. 사람들의 자유로운 상거래를 수녀님이 뭔데, 시장이 뭐라고. 여기 없애겠다고 큰소리친 인간치고 성공한 인간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다들 그렇게 이목만 좀 끌다가 사라졌지. 클라라 이제부터는 아니죠. 아니고말고요. 사람을 돈으로 사고팔다니 지금이 어느 시대입니까? 절대 안 됩니다. 모든 이에게 똑같은 평화를 주신 하느님입니다! 우리는 그분의 자녀들이고요. 황진수 어느 시대든 다를까요? 성매매가 없었던 때가 있었을까? 왜 눈 가리고 아웅 하십니까. 세상 만들어진 역사 이래, 언제든 어디서든 일어나는 성범죄의 발생을 줄이고자, 우리 누이들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우리의, 스스로 희생하며 노력한 우리 언니들의 공로를 어찌 이리 몰라주십니까? 클라라 뭐, 보호요? 언니들 착취하면서 잇속만 채우는 파렴치한들이 어디서. 황진수 파렴치한이라니! 우리도 엄연히 이 땅의 시민입니다. 납세의 의무 꼬박꼬박 이행하면서 성실히 살고 있다고요! --- 「화성골 소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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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차범석희곡상 심사평 중에서l
3부작에서 구두리는 사라져가는 장소들-지방 소도시의 여인숙, 을지로의 오래된 다방, 성매매 집결지-을 찾아가 거기 배인 삶의 역사와 장소성(placeness)을 탐구한다. 관념에 머물지 않고 삶 한가운데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 ‘발로 쓰며’ 던지는 물음들은 덤덤한 듯 뜨겁고, 유연하여 단단하다. 리뷰 중에서 결국 세 작품을 관통하는 질문은 동일하다. “장소가 사라질 때, 그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기억되는가.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 장소는 인물들의 삶을 지탱해온 물리적 조건이자 정체성의 일부가 된다. 따라서 공간의 소멸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결국 ‘삶의 층위’다. 가장 먼저 밀려나는 존재는 대개 사회적 약자이며, 특히 이 희곡집에서는 여성들이다. 강부민, 박복자, 박소영과 같은 여성들은 자신의 노동으로 공간을 유지해왔음에도, 철거와 재개발 앞에서는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인다. 그러나 그들은 결코 피해자나 보호받아야 할 존재에 머무르지 않는다. 직접 공간을 운영하고, 생계를 꾸리고, 관계를 이어가고, 공동체를 만들어 확장된 몸으로서 장소를 점유한다. 그들의 노동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공간의 역사를 유지해온 핵심적 동력이었다. 구두리의 희곡들은 이 ‘지워진 역사’를 무대 위로 다시 올려놓는다. 세 작품은 한국 사회에서 장소의 소멸이 얼마나 빠르게 그리고 얼마나 비가시적으로 이루어지는가를 비추며 그곳의 역사성을 바로 지금 여기 극장으로 소환하는 것이다. _신효진(극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