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통영, 5월의 어느 날
매거진사업부의 저승사자 다사다난 파란만장 8월호 위태로운, 9월호 사랑은 미친 짓이다 9월호의 후폭풍 달콤살벌 10월호 살아남을 것, 포기하지 않을 것 11월호, 그리고 |
하영준의 다른 상품
|
‘누구에게나 빛나는 시절이 있다. 우주는 나를 중심으로 돌고 내 주위의 세상은 온통 반짝반짝 빛이 나던 시절. 그 시절이라고 괴롭고 힘든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 좌절과 고통마저 달콤하게 만들어주던 청년의 찬란함이 있던 시절,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청춘의 시간들. 그러나 뒤돌아보니 젊음은 찰나의 순간이었고, 영겁의 시간 속에서 몸부림치는 삶에 지친 직장인만 있을 뿐이다.’
--- p.7 「통영, 5월의 어느 날」 중에서 통영에서 돌아온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인데도 상준의 얼굴이 또렷하게 떠오르지 않았다. 그날의 분위기, 그때 느꼈던 감정, 손에 닿았던 촉감, 키스, 섹스, 다 꿈을 꾼 것처럼 아련했다. 어쩌면 진짜로 꿈을 꾼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름다운 풍광에 홀려 신기루 같은 봄날의 꿈속을 헤맨 것일 수도. 그렇게 낯설고 강렬한 경험을 실제로 했을 리가 없다. --- p.66 「매거진사업부의 저승사자」 중에서 상준이 냉정한 눈으로,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나를 응시했다. 회의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꽁꽁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우리를 쳐다봤다. 지시를 내리는 상준과 지시를 따라야 하는 나.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는데 왜 나는 이 싸움을 시작한 걸까. 그럼에도 나는 포기하지 않고 회의가 끝나고 본부장실을 나오면서도 상준을 맹비난했다. --- p.103 「다사다난 파란만장 8월호」 중에서 상준과 말소리를 높이지 않고 대화한 것은 통영 이후 처음이었다. 상준의 목소리가 이렇게 듣기 좋았나 싶었다. 게다가 수화기 너머 들리는 음악 소리는 카니발의 노래였다. 나는 괜히 어색하고 쑥스러워졌다. 그리고 곧 이런 감정을 상준에게 가져서는 안 된다고, 쑥스러워하는 나를 단속했다. 어쨌든 그는 직장 상사이고 약혼녀가 있는 남자다. 실수는 한번이면 족했다. 그에게 어떤 이성적인 관심도 가져서는 안 된다. 그래서 불쑥 말해버렸다. 정적이 흘렀다. 재우의 고백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맹세코 재우가 나를 이성적으로 좋아할 거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재우는 한결이 살아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다정하고 유쾌한 동생으로 내 옆에 있어 주었다. 내 기억으로는 내게 이성적인 눈빛 한번 보낸 적이 없었다. 나를 이성으로 생각한다는 그 어떤 전조 증상도 없었다. 나는 멍하니 재우를 쳐다보다 딸꾹질을 했다. 딸꾹, 딸꾹. --- p.187 「사랑은 미친 짓이다」 중에서 나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다가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될 것 같은 상황에 이르자 결국 상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지 않았다. 박대표와의 약속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았다. 나는 차라리 다행이라 생각했다. 영원히 숨길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내일 아침이면 온 회사가 알게 될 일이지만 그래도 잠깐이라도 미뤄진 게 다행스러웠다. --- p.218 「9월호의 후폭풍」 중에서 할 일은 많은데 정신은 산만해서 한숨만 쉬다 오전을 보냈고 그나마 오후에는 정신 좀 차리고 일 좀 해볼까 했는데, 퇴근 시간을 앞두고 또 다른 대형 사고가 터졌다. 사내 게시판에 나와 상준의 비밀 데이트 사진이 올라왔다. 비교적 최근에 찍힌 것으로, 레스토랑에서 다정하게 식사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고화질에 상반신 컷이라 눈빛까지도 아주 잘 보였는데, 마주 보며 다정히 웃는 모습이 영락없이 데이트 중인 연인이었다. --- p.254 「달콤살벌 10월호」 중에서 김실장은 나와 상준의 연애를 강전무에게 보고했고, 강전무는 크게 웃으며 아주 재미있어했다고 한다. 그리고 남의 연애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그것보다 더 재미진 것은 분탕질이라며 성심성의껏 온힘을 다해 방해하라 명령했다. 김실장은 강전무의 지시에 따라 상준과 나의 데이트 사진을 사내 인트라넷에 올리고 미국에 있는 우연미에게도 연락했다. 어떡하든 나와 상준이 헤어지게 만들려 최선을 다했다. --- p.301 「살아남을 것, 포기하지 않을 것」 중에서 나는 어떡해야 할까. 상준과 나의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상준에게 시간을 가지자고 했을 때만 해도 어쩌면 상준의 말대로 희망적인 방법을 찾을 수도 있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졌었다. 그런데 서우가 우리 일로 입원하고 우울증 증세를 보일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니, 일말의 기대를 했었던 것조차 죄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상준과 헤어질 수 있을까. 정말로 그와 헤어지는 방법밖에는 없는 걸까. --- p.319 「11월호」 중에서 |
|
종이 잡지의 끝자락에 매달린 사람들, 그리고 그 끝에서 비로소 시작되는 두 번째 삶과 사랑. 『두 번째도 뜨겁게』는 존폐 위기에 놓인 여성지 〈그레이스〉와 그 안에서 버티고 있는 아날로그 세대의 얼굴을, 따뜻하면서도 뼈아프게 포착해낸 현실 로맨스입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사라지는 직업’이라는 거대한 사회 변화 속에 인물을 던져놓고도, 신파로 흐르지 않고 끝까지 ‘현실’의 톤을 유지한다는 점입니다. 트렌드의 최전선에 서 있던 잡지사가 어느새 회사 구조조정 리스트의 맨 위로 밀려나는 과정, 마감과 클릭 수, 종이와 디지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편집부의 풍경은 지금 이 시대 수많은 직장인의 불안을 고스란히 비춥니다. 동시에 작가는 “여전히 이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빛을 놓치지 않음으로써, 변화의 파도 앞에서도 자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끝내 포기하지 못하는 인간의 고집스러운 품위를 응시합니다. 싱글맘 편집장 서경주와 ‘저승사자’ 본부장 강상준의 관계 또한 전형적인 로맨스 공식을 비껴갑니다. 이들의 사랑은 설레지만, 언제나 현실의 장벽과 함께 등장합니다. 마감, 육아, 구조조정, 생존을 향한 압박이 촘촘히 끼어들면서, 연애 감정은 순간의 불꽃이 아니라 “오늘 하루도 잘 버텼다”라고 말해줄 수 있는 동지를 향한 갈망으로 변주됩니다. 아이를 먼저 챙겨야 하는 부모로서의 책임과, 한 인간으로서 사랑받고 싶다는 욕망이 부딪히는 장면들은, 20대 로맨스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복합적인 감정의 층위를 만들어 냅니다. 『두 번째도 뜨겁게』는 빠르게 소모되는 로맨스가 아닌, ‘지금 여기’의 삶과 부딪치며 얻어낸 서늘하고도 따뜻한 사랑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종이 잡지가 저물어가는 시대, 그래도 여전히 문장을 믿고 사람을 믿는 이들에게, “두 번째도 충분히 뜨겁게 사랑할 수 있다”고 조용히 말 건네는 소설. 변화의 속도에 지치고, 뒤로 밀려나는 감각에 서러운 모든 아날로그 마음들에게 이 책을 건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