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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의 말 4
노래꽃 피는 집 12 겨울 십이령 구빗길 16 됫박 막걸리 18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사랑 22 흑백영화 38 가오리연 42 가난한 자들을 위한 따스한 눈길 44 응급실에서 59 ‘게이에렉투스’의 순정 61 피붙이 72 봄은 해마다 돌아오지만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 73 봄 동작골의 봄 88 빈 절 90 딸의 바다 92 아지랑이처럼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봄노래 98 이팝나무 그늘에서 110 백선 114 파도에 밀려오는 사랑의 기억 116 여름 남국의 벗에게 122 탁란 124 영원한 추억의 거리 126 돌 너와집 142 복순이 144 기적 같은 사랑의 슬픈 뒷모습 148 냉면 권가 156 버려진 기타로 전설을 만들다 158 6·25의 상흔 애련의 노래 164 가을 목로에서 178 한가위 180 숙명이라 하기엔 너무 아픈 첫사랑 이야기 182 단풍 192 멸치 장수 193 안개와 비와 눈물의 가수 195 설악산 뱃사공 207 숙제宿題 208 피어나지 못한 꽃, 어둠 속에 묻힌 별 210 모던포크의 걸작이 된 사랑 발라드 218 포크록의 산파 이주원의 역작 225 그리고 뜨게질 234 한국 록 역사 만든 불후의 명곡 236 메마른 세상을 촉촉이 적셔주는 사랑의 배달부 244 꿈도 앞으로 간다 251 작사의 거성 반야월 이야기 255 인기가수의 숨겨진 노래들 264 낯선 길에서 27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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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려면
길을 알아야 한다 메뚜기 뛰노는 논둑길을 헤치고 미루나무 언덕을 올라 저수지를 끼고 가는 길 말고도 내가 걸어온 길 내가 걸어갈 길을 알아야 한다 그곳에 가려면 눈을 떠야 한다 여태 보았던 세상 말고도 사람 냄새를 기억하는 이라면 뭉게구름 내려앉은 듯 골 안 가득 들꽃 바다에 뜬 작은 섬을 만날 수 있다 그곳에서는 귀를 열어라 돌담집 지붕의 박새 지저귐과 귀뚜리 태엽 감는 소리 말고도 개울물 바닥으로 별 굴러가는 소리 바람으로 돌리는 턴테이블 꽃씨보다 많은 노래 가만가만 술 익는 소리 세월 물레질 소리 그대 잠들지 못하리 어쩌면 세상에 다시없을 그곳에서는 --- 「김상아, 노래꽃 피는 집」 중에서 기억하나요? ‘한 섬’ 들목의 ‘바다 새’라는 커피숍을. 창문엔 늘 두툼한 커튼 자락이 반쯤 내려져 있고, 희뿌연 전구들이 바닷바람에 한들한들 졸고 있는 그 커피숍을. 손님의 그림자조차 보기 힘든 그 적막한 커피숍을 지나면 당신과 내가 매일 찾던 산책길이 시작되지요. 오른쪽에는 푸른 바다가 하늘만큼 펼쳐져 있고 왼쪽 언덕에는 해송들이 빼곡한 길. 그 길을 걸으면 비릿한 미역냄새가 나기도 하고 풋풋한 들풀냄새가 나기도 하는 그 길 말입니다. 인적 없는 그 숲길은 간밤에 내린 봄비로 처녀림 같은 신비감마저 돌고, 겨울을 견딘 뽕잎 하나가 나뭇가지 끝에서 풍경처럼 간당입니다. 우리는 그 길에서 수많은 이야기를 눈빛으로 나누었지요. 대화의 마지막은 늘 그 어떤 고난이 와도 이겨 내자는. 한순간도 떨어지지 말자는. 같은 날 같은 배를 타고 영원의 항해를 떠나자는. 보고 있나요? 그때 그 길을 지금 나 혼자 걷고 있다는 것을. 밀리는 파도도, 세찬 비바람도… 지워지지 않는 당신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되짚으며 걷고 있다는 것을. --- 「파도에 밀려오는 사랑의 기억-송민도, 나 하나의 사랑」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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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도 꿈을 짭니다.
그 시작은 퍽 오래전입니다. 덜커덕 덜커덕 진외가와 우리는 가까이 살았습니다. 덜커덕 덜커덕 소리가 들려오면 나는 쪼르르 진외가로 달려갔습니다. 아마 서너 살 때였을 겁니다. 덜커덕 덜커덕 진외할머니는 한쪽 발을 못 쓰는 분이었습니다. 들일을 못 하는 대신 늘 길쌈을 했습니다. 나는 문지방에 턱 괴고 걸터앉아 씨줄 날줄 한 올 한 올 꿈이 짜이는 모습을 새겼습니다. 그때부터 나도 꿈을 짰습니다. 한 자 한 자 짜낸 또 한 필의 꿈을 포전布廛에 내놓습니다. 모두 아름다운 꿈 간직하시길 … 2025년 서리 허연 날 동작골에서 인생의 골목마다, 노래 한 송이가 피어난다. 마이크를 잡던 손으로, 이제 마음을 튜닝하다. 오랜 세월 음악활동을 하며 DJ로 살아온 김상아는, 사람과 노래를 매개로 세상을 이해해 온 사람이다. 그가 잠시 마이크를 내려놓고 펜을 잡을 때, 그 손끝에서 흘러나온 문장들은 여전히 음악의 리듬을 닮아있다. 『동작골 노래꽃 피는 집』은 그가 걸어온 삶의 트랙 위에 피어난 노래이자, 잊힌 이들의 사연을 다시 튜닝하는 산문집이다. “그곳에 가려면 길을 알아야 한다”는 문장처럼, 그는 인생의 굽이마다 숨어있던 음을 찾아 나선다. 가난했던 시절의 막걸리 냄새, 사랑의 뒷모습, 이름 모를 노래와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의 문장에서 다시 울린다. “꽃씨보다 많은 노래”가 피어나는 동작골의 집은, 결국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는 기억의 무대다. 오래된 턴테이블처럼 서걱이지만 따뜻한 이 문장들은, 노래로는 다 부르지 못한 생의 잔향을 대신 전한다. 김상아는 여전히, 세상을 향해 ‘온기와 노래의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