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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던 말(馬)
이광순 수필집
이광순
청어 2026.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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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 산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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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4

1부 모든 이의 아침

산토리니에 스며들다14
크레타섬의 깊고 푸른 빛19
바다 위의 아테나, 로도스24
모든 이의 아침28
낯선 길32
보스니아의 두 다리36
아르항가이에서의 하루39
내 안의 숨표를 찾아서43
시간의 클러치를 조절하며48

2부 떨림이 울림이 되는

그날, 음악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56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60
두 겹의 라흐마니노프64
‘옛 사랑의 노래’를 듣다69
음악회를 갔다73
떨림이 울림이 되는 77
턴테이블과 LP 한 장81
말러가 묻고, 내 생(生)이 답하다85
록할미의 ‘April’ 89

3부 허물의 말들이 박혀 있는

은단의 맛94
허물의 말들이 박혀 있는98
발자국103
서대문, 젖은 시간의 냄새107
옛집111
질그릇 같은 사람 115
부화하는 저녁119
무릇122
집을 짓다126

4부 물듦의 시간

물비늘이 된 심장들132
연꽃 소묘136
이마 위의 재140
전해지지 못한 사진 한 장144
하모니148
물듦의 시간152
푸른 코끼리를 만나다155
마포 언덕 옆 아파트159
레와 미 사이의 틈163

5부 말 없던 말[馬]

‘노아의 숲’이 이어주는 길168
마중물 173
기계치와 길치 그리고177
다정함이 그립다182
궤도(軌道)의 시간187
대숲에서 듣다191
전과 다르게 살아보기195
모란의 시간200
말 없던 말[馬]204

해설
박덕규 문학평론가_비움과 채워짐의 미학210

저자 소개 1

서울 마포 출생 2011년 계간 《문파》 시 등단 2020년 《월간문학》 수필 등단 2016년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 수필 부문 동상 2022년 매일 시니어 문학상 수필 당선 2026년 경기문화재단 출판지원 선정 『말 없던 말[馬]』 수필집 발간 현 한국문인협회 회원 현 대표에세이 회원 현 동서문학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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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148*210*20mm
ISBN13
9791168555051

책 속으로

내 차는 수동식이다. 수동식 차는 클러치 감각이 중요하다. 이번 여행 중에 신호대기를 하다가 출발할 때 클러치를 서서히 놓아야 하는데 급하게 놓은 탓에 세 번쯤 시동을 꺼뜨렸다. 뒤차에 미안하다는 깜빡이 신호를 보내고 다시 출발하면서 아마 사는 동안에도 시간의 클러치를 잘 조절하지 못해 덜컥거렸던, 혹은 절망으로 시동을 꺼뜨리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실은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에도 그랬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쳐버릴 말들이 버겁게 느껴지던 순간 가슴속에서 급하게 놓아버린 클러치가 덜컥 심한 진동을 일으켰다.

돌아오는 길은 국도로 쉬엄쉬엄 왔다. 삽교천 해안 공원 카페에서 이틀 동안 보았던 바다와는 또 다른 갯벌 바닷가를 바라보며 커피도 마셨다. 산사에서, 성지에서 걷다가 만났던 여여(如如)한 사물과 바닷가에서 일몰을 기다리던 시간은 내게 치유의 시간이었다. 늘 달려갈 ‘그곳’이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과 클러치를 잘 조절할 수 있는 왼발의 감각도 돌아온 것 같다.
--- 「시간의 클러치를 조절하며」 중에서

에른스트 블로흐는 ‘음악을 들을 때 우리 자신을 듣는다’라고 했다. 즉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라는 뜻일 것이다. 같은 곡이라도 계절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것은 그의 말처럼 연주되는 선율 위로 내 생각이 실리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도 공연장에서 관현악을 들을 때면 유독 마음을 잡아끄는 한 악기의 소리를 쫓게 된다. 그렇게 음악을 빌려 때로는 관악기에, 때로는 현악기에 나의 사유를 싣는다.
음악에 심취하고 그 안에서 위로받으며 살 수 있게 된 것은, 그날 팀파니가 전해준 ‘쿵’ 하는 놀람이 내 생의 박동으로 들어와 준 덕분이다.
--- 「그날, 음악이 내 안으로 들어왔다」 중에서

몽골에서 말과 헤어지던 날. 잘 지내라는 내 말을 알아듣는 듯 머리를 들고 멀리 울음을 울었다. 그 말은 말을 하지 않았다. 다만 네 굽으로 땅을 두드리며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가끔 그 둔탁한 타격음이 내 심장 소리와 섞여 들고, 먼 기억 속 목마가 다시 삐걱거리며 되살아난다. 그럴 때면 이 말의 등에 앉아 어딘가로 부단히 달려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말이 없던 말이 그리울 때가 있다. 아무 말 없이 내 넋두리를 들으며 눈만 끔벅여 주던 말이, 아니면 그런 사람이.
--- 「말 없던 말[馬]」 중에서

출판사 리뷰

작가의 말

글쓰기의 처음은 시(詩)였다. 끊임없이 은유와 상징 속에 나를 숨기다 보니, 어느 날 문득 그대로의 나를 꺼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쓰게 된 수필 한 편이 ‘삶의 향기 동서문학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수필을 쓰고 있다. 나에게 수필은 삶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비문(非文)과 화해하는 일이란 생각이 든다. 때로는 그 과정에서 어둡거나 이불킥 하고 싶었던 일들이 지나치게 포장되는 것은 아닐지 하는 의구심에 주저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설령 얼마간의 미화가 있었을지라도, 지금 내 기억의 결이 그렇게 남아 있다면 그것 또한 나의 진실이자 답일 것이다.

등단한 지 6년째, 주변에서 책 한 권 낼 때가 되지 않았냐고 채근한다. 그럴 때마다 ‘내 글을 누가 읽어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내 글을 세상에 내어놓을 자신도 없었다. 그런데 일흔이 되던 날 아침, 불현듯 이제껏 써 온 글들에 대한 결과물은 남겨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제로 정한 ‘말 없던 말[馬]’, 오래된 친구에게 속엣말을 꺼냈다가, 그 말이 희화화되어 돌아왔을 때 명치끝이 저리는 통증을 느꼈다. 그 통증을 진정시키는 동안 문득 몽골에서 만났던 침묵하던 말의 눈망울이 떠올랐다. 그 기억을 화두 삼아 여행길에서 만났던 이야기와 좋아하는 음악에 얽힌 이야기 그리고 그동안 살아온 세월 속을 헤집어 보았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묵묵히 힘을 실어주신 박덕규 교수님, 교수님의 격려가 없었다면 이 글들은 여전히 컴퓨터 속에 파일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끝까지 출판을 주저하던 때, 예술지원 사업을 통해 기회를 열어 주신 경기문화재단에도 감사드린다.
마지막으로 할머니의 글쓰기 지도를 기꺼이 따르며 함께 읽고 쓰기를 해오던, 나의 귀한 독자이기도 한 우영 마르티노와 은영 스텔라에게 책 한 권 남기게 되어 더없이 기쁜 마음이다.

2026년 여름
이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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