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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영감
허진석
글누림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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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작하는말

Inspirations mediterraneennes

글래디에이터
음악과 체육
얻어맞은 챔피언
이소룡 할리우드의 스승
델포이스타디온
자네스
피아차아르메리나
히포드롬
먼로와 디마지오
에디트와 마르셀
윔블던의 춤
체육관과 운동장
칼치오피오렌티노

Olympia Ⅰ

마라톤
에펠탑과 인간동물원
불의 전차
개막식과 프로파간다
황금보다 빛난 우정
손기정
한국인 학생
올림픽은 움직인다

Olympia Ⅱ

올림픽과 월드컵
2024년 파리
1988년 서울
2021년 도쿄
올림픽 찬가
런던올림픽 동메달

Fever Pitch

서울야구 LG 트윈스라는 운명
안세욱 김광호
바이아레나
페어플레이
축구 인천에 내리다
루디푈러
방열
전성기의 황혼
호모루덴스
쉼에 대하여
정기전
소설 월드컵

저자 소개 1

시인.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저서로 『농구 코트의 젊은 영웅들』(1994), 『타이프라이터의 죽음으로부터 불법적인 섹스까지』(1994), 『농구 코트의 젊은 영웅들 2』(1996), 『길거리 농구 핸드북』(1997), 『X-레이 필름 속의 어둠』(2001), 『스포츠 공화국의 탄생』(2010), 『스포츠 보도의 이론과 실제』(2011), 『그렇다, 우리는 호모 루덴스다』(2012), 『미디어를 요리하라』(2012·공저), 『아메리칸 바스켓볼』(2013), 『우리 아버지 시대의
시인.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저서로 『농구 코트의 젊은 영웅들』(1994), 『타이프라이터의 죽음으로부터 불법적인 섹스까지』(1994), 『농구 코트의 젊은 영웅들 2』(1996), 『길거리 농구 핸드북』(1997), 『X-레이 필름 속의 어둠』(2001), 『스포츠 공화국의 탄생』(2010), 『스포츠 보도의 이론과 실제』(2011), 『그렇다, 우리는 호모 루덴스다』(2012), 『미디어를 요리하라』(2012·공저), 『아메리칸 바스켓볼』(2013), 『우리 아버지 시대의 마이클 조던, 득점기계 신동파』(2014), 『놀이인간』(2015), 『휴먼 피치』(2016), 『맘보 김인건』(2017),기자의 독서』(2018), 『옆구리에 대한 궁금증』(2018), 『한국 태권도연구사의 검토』(2019·공저), 『기자의 산책』(2019), 『아픈 곳이 모두 기억난다』(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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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12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148*210*14mm
ISBN13
9788963277677

출판사 리뷰

「지중해의 영감」은 그르니에가 한때 거주했거나 여행한 북아프리카 알제와 오랑, 이탈리아, 프로방스, 그리스, 스페인 등 지중해를 접한 여러 나라, 도시들과 그 내면화된 인상의 반영이다. 산타크루즈, 카지노 바스트라나, 알제의 카스바, 비스크라, 메디나, 하드리아누스 황제의 별장, 로마의 평원, 베로나에서 세빌리아까지, 프로방스와 그리스. 그는 고백하기를, “지중해를 따라가며 여행했던 그 행복한 시간들을 떠올리기 위해서 굳이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 시간들은 내게 늘 살아 있다. 알제의 구릉 위에서 맞은 열기 가득한 밤들, 욕망처럼 입술을 바짝 마르게 하는 시로코 바람, 이탈리아의 눈부신 풍경들, 그리고 이탈리아 사람들의 열정, 그것은 내게 있어서 없어지지 않을 현란함이었다.”라고 하였다.

그 여름, 그 시간, 그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서 ‘영감’과 같은 것이 내 머리를 치고 지나갔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물론 그르니에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 지중해를 아스라이 바라보며 느낀 침묵과 고독이 그 순간 나에게서 가까운 어디에 있었음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나는 그냥 장 그르니에를, 그의 책을 기억했을 뿐이다. 그르니에는 내 의식의 담벼락에 저 코발트색 바다를 영원의 이미지로 못 박았다. 그르니에와 그의 책은 전단지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성가셨으나 계속 기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나는 생각했다. 언젠가 ‘지중해의 영감’이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겠다고. 내용이나 주제는 상관없었다. 그냥 그 제목이면 됐다. 사막에 세운 빈 천막 같은, 이 허위로 가득 찬 다짐을 오랫동안 떨치지 못했다.

현대의 스포츠는 모두 스타디온의 산물이다. 올림픽부터 그렇다. 고대올림픽은 기원전 776년에서 서기 393년 사이에 4년마다 개최되어 제293회까지 계속되었다. 초기에는 경기장 끝에서 끝까지 달리는 스타디온 경기만 열렸다. 스타디온은 거리의 단위다. 200m에 채 못 미친다. 델포이에 있는 스타디온의 트랙은 실측한 결과 178.35m가 나왔다. 스타디온 경기가 열리는 장소도 스타디온이라고 했다. 라틴어로는 스타디움(Stadium)이다. 기원전 724년 제14회 대회부터 경기장을 왕복하는 경주가 추가됐다. 기원전 708년 제18회 대회부터 레슬링과 5종경기(멀리뛰기·창던지기·단거리경주·원반던지기·레슬링) 등 종목이 점차 늘어 전성기에는 13종목에 이르렀다. 그래도 달리기는 가장 중요한 경기로 꼽혔다.

고대올림픽은 올림피아에 신전을 둔 올림포스의 주신(主神) 제우스에게 바치는 제전(祭典)이었다. 올림픽을 제전이라고 일컫는 이유는 신을 위한 잔치이기 때문이다. 운동 대회는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신들에게 바친 제사였다. 젊은 사나이들의 잘 발달한 신체는 신들을 기쁘게 할 제물이었다. 올림픽은 인간이 야만에서 문명으로 이행했음을 보여준다. 원시의 신은 살아있는 제물을 원했다. 멕시코의 고대경기장 치첸이트사에서 벌어진 축구 울라마(Ulama)는 승자의 심장을 제물로 요구했다. 성경 속 아브라함은 외아들을 죽여 번제물로 바치라는 신의 요구에 직면한다. 그의 순종은 야만의 질서를 함축한다. 신이 이사악의 주검 대신 수양(羊)을 받아들임으로써 주술은 종교가 된다. 문명은 생명을 전제로 한다.

올림픽은 지중해적 행사다. 그리스 본토와 지중해를 둘러싸고 발달한 수많은 식민도시의 청년들이 생명의 제전에 참가하기 위해 올림포스로 모여들었다. 신을 모독한 자나 범법자·노예만 아니면 순수한 헬라(Hella)인 누구나 참가할 수 있었다. 참가선수는 10개월 이상 체육관에서 훈련했다. 올림픽이 열리기 한 달 전엔 제우스신전에 가 기도했다. 심사를 거쳐 선발된 선수는 한 달 동안 합숙하며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현대의 올림픽이나 운동대회와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선수등록 규정을 운영하고 예선이나 선발전을 치르며 합숙훈련을 한다. 올림픽 전후로 한 달 동안 그리스 전역에 휴전이 선포되었다. 지중해는 평화의 바다였다. 가끔 스파르타와 같은 강대국의 일탈은 있었지만.

이제 나는 말할 수 있다. 오랫동안 지중해는 내 의식의 주소지였다. 그러니 1997년 카타니아의 작열하는 태양 아래 나를 통과해간 예감을 오늘에 불러내 언어의 방주에 선적해야 한다. 영감 따위는 없었지만 무언가 번득이긴 했다. 들뢰즈 식으로 말하자면 그 번득임은 장 그르니에의 스크린을 통과해 영원(이데아)으로서 내게 왔다. 그러나 나의 정신과 감정, 정체성을 지명하는 데 이데아는 우선하지 않는다. 오히려 빛은 차이로부터 온다. 빛과 어둠의 차이에서 나온 결과물이 하나의 정체성을 지닌 조형물로서 번개이듯이. 카타니아대학교 스포츠센터 앞 파라솔 그늘 아래 나를 스쳐간 바람은 그 시절의 나와 그르니에를 모두 통과해 영원을 향해 사라졌다. 그러니 내가 손에 쥔 것은 차이를 전제한 반복이다.

이 책의 성격은 자서전과 같다. 스포츠를 취재하는 기자에게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대형 이벤트들은 삶의 마디일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나의 시야는 선명해지고 태도는 분명해졌다. 대회 하나를 치를 때마다 성장했거나 최소한 달라졌다. 김덕기, 손장환 같은 뛰어난 기자들이 나의 교사였다. 나는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까지 기자로 일했다. 2014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은 스포츠기자로서 지켜보지 않았다. 겨울올림픽은 나의 시야 밖에 있다. 월드컵은 1990년 이탈리아 대회부터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까지다. 이밖에 1992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와 1997년 유니버시아드, 1995년 NBA 파이널이 취재 경력의 챕터를 이룬다.

내가 살아온 삶은 ‘시인 절반, 기자 절반’ 식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이곳에서 스포츠 저널리스트로서 산 30년, 어림잡아 내 인생의 절반을 정산하고 있다. 책을 준비하며 그 일이 원한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그렇게 되면 나는 가벼워져 남은 생을 지고 가는 길이 가파를지라도 고통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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