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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좋은 죽음이 없으면, 삶이 어그러진다!
감수의 글∥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지막 권리를 말하다! 한국 독자분들에게∥삶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지금 삶이 빛납니다! 나의 아버지 신앙의 문제 삶의 질 이례적 비상 당직 조력자망 상담 의사로서의 두려움 죽음, 그후 나는 누구인가? 라이프서클과 이터널스피릿 |
Erika Preis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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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 둘, 장애와 노환으로 힘겨운 나이에 이르러서야 나는 아버지의 오랜 염원을 이루어드리기로 했다. 아버지의 자발적 조력사망을 돕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렇게 나의 아버지 알브레히트 고틀리프 하베거-비겟-푸기는 2005년 5월 3일, 그토록 열망했던 자기 결정에 따른 죽음의 의지를 실행에 옮겼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이토록 멋진 작별의 방식을 알려준 아버지께 나는 감사한다.”
“저에게 인간다움이란 곧 자기 결정권을 갖는 거예요. 그게 내가 짐승과 다른 점이죠. 더 이상 내 일을 내가 결정할 수 없다면 타인이 나를 좌지우지하게 되고, 나는 더 이상 인간답다고 느끼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지금 여기 스위스에서 스스로 죽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그럴 수 없어, 안타까워요. 그렇게 되려면 정말 많이 것이 바뀌어야 하겠죠.” “사랑하는 아내 앞에서 자살 방법을 묘사하는 할아버지의 냉담한 태도에 나는 몸서리쳤다. ‘그럼, 할머니가 총소리를 듣고 방으로 들어온 순간을 상상해보세요. 눈앞에 무엇이 펼쳐질까요? 아내에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으세요?’ 나도 냉담하게 물었다. 한참 아내를 바라보던 그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선생, 그것 말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소? 나는 그저 죽고 싶을 뿐이오!’”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일까? 사랑하는 이가 죽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가족과 친구들이 진심으로 동감한 후, 모든 이와 충분히 작별할 수 있는 조력사망? 평생 답을 알 수 없는 의문을 남겨둔 채 은밀하고 끔찍하게 총구를 겨누는 자살?” “죽음의 냄새, 남편은 그런 표현을 썼다. 그렇지만 그녀는 죽을 수 없었다. 남편은 아내에게 모르핀을 과다 투여하든지 당장 엑시트로 데려가 조력사망을 하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하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아내가 직접 의사결정을 하고 조력사망을 허락할 수 있었을 때 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환자는 삶의 마지막 시간을 끔찍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다.” “선생, 솔직해집시다. 눈이 멀어 낮과 밤도 구분 못하지, 손주들이 지척에 있어도 웃는 소리나 노는 소리도 들리지 않아. 그저 종일 기다리는 거야. 끔찍한 하루가 가고 다시 밤이 오기만을.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프고 일어나면 팔다리가 아파. 암흑 속에 갇힌 나를 해방시킬 수 있는 건 오직 죽음뿐이야. 그런 삶에 무슨 의미가 있겠나? 선생이 나라면 어떡하겠어. 기회만 있다면 이제 끝내고 싶지 않겠나?”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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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마지막 권리를 말하다!
이 책은 한 스위스 의사의 개인적인 고백에서 출발하지만, 곧 생애 말기 환자들이 겪고 있는 절박한 현실로 독자를 이끈다.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키며 삶의 마지막을 선택할 권리, 극심한 고통 속에서도 ‘자기 결정’이라는 이름으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는 가능성,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의료인의 시선과 우리가 마주한 법적·윤리적 공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는 단지 죽음을 다룬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과 사회의 책임을 다시금 성찰하게 하는 기록이다. 조력사망은 어떤 이들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개념일 수 있다. 그러나 생애 말기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환자들에게는 구체적이고 절실한 현실이며, 때로는 마지막 남은 인간다운 선택일지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그 선택이야말로 고통의 시간을 스스로 마무리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일 수 있다는 점을, 우리는 결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좋은 죽음이 없으면, 삶이 어그러진다! 생명이란 단지 ‘살아 있음’을 뜻하지 않는다. 말기 환자와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삶이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어떻게 나답게 마무리할 것인가 하는’ 절실한 문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생명을 무조건적으로 연장하는 것만이 절대적인 가치인 양, 삶의 마지막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은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까지 포함한다. 이는 바로 헌법이 보장하는 자기 결정권의 핵심이자, 인간 존엄의 본질과 직결된 문제다. 그동안 나는 토론회에서 ‘생애 말기 환자의 마지막 인권’을 이야기했고, ‘죽을 권리의 날’ 행사에서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죽음이야말로 인간 존엄의 실현임을 강조해왔다. 또한 조력사망을 둘러싼 입법 공백과 형법상 자살방조죄의 문제를 지적하며, 헌법 소원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활동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도 인간으로서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 그리고 그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 삶의 마지막을 생각할 때, 지금 삶이 빛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우리나라의 환자들은 스위스와 같은 먼 나라로 떠나야만 조력사망이라는 선택지를 마주할 수 있다. 하지만 열 시간 넘는 비행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중증 환자에게 그러한 선택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구조는 환자의 선택권을 차단하고 있는 것이며, 이는 단지 법적·제도적 결여가 아닌 방치되고 있는 인권의 사각 지대라 할 수 있다. 더 이상 환자들이 삶의 마지막을 위해 국경을 넘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도 생애 말기 환자들을 위한 더 많은 선택지를 제도화하고, 그 선택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책은 단지 몇 개의 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조력사망에 대한 논의를 단순한 찬반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인간 존엄의 실현과 자기 결정권의 확장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하게 만든다. 한국 사회에서도 이제 ‘존엄한 죽음’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아직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지만, 이 책이 생애 말기 환자의 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담론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 감수자로서, 그리고 존엄한 죽음을 염원하는 시민으로서, 이 책의 뜻을 깊이 지지하며 그 길에 함께하겠다. - 최다혜(한국존엄사협회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