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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물과 길이 흐르는 쪽
천지신명께 아뢰오니 기억이 굽어지는 방식 농다리 부두 물때를 순례하다 통과의 시간, 몽탄 인천항 카페 떠나기 각 빗속의 장(場) 물의 어법 생략 파도 모델 목백일홍, 빗속에서 종이의 깊이 들을 때 둘레 들이라는 말 역전, 봄밤 2부 이름이 남는 방식 새벽 한 시의 논리 고구려를 읽는 오후 바람쪽 민박집 각자의 귀향 자작나무 숲으로 유배 분해도 몽상의 서 균형 맞추기 나를 받드는 것들 발코니의 시간 우산의 관절 초점 조정 용이 시간이 마른 자리 둥근 맛 겹 부재 증명 사랑을 믿다 3부 도시의 모서리에서 다시 걷기 호명 이전 석부작 용서의 높이 가령 길 위의 고백 느린 기술 모서리를 달래는 일 사사로운 중력 기울기 저녁 특강 겹치는 주소 간절기 마지막 수 접힘에 대하여 본문과 부록 계절이 도는 법 귀환 4부 기억의 환류 시간의 우물 구멍의 일 굳은살 팽나무 아래 어떤 유산 편측의 증거 나선계단의 지도 반질임 이후 오래 걷는다는 것 산벚, 필 무렵 고살의 기록 남산도서관 손장롱 사랑의 지층 저녁의 서가 모깃불 도는 밤 해설 | 시간의 경계에서 길어 올린 기억의 지층 황정산(시인, 문학평론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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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는 경계에서 태어나고, 기억은 경계에서 굳는다. 그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이 시집이 선택하는 방법은 사소한 것들의 윤리, 낮은 자리의 노동, 공동체의 시간을 되살리는 것이다. 기억은 개인의 심리 내부에서만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장소와 습관, 냄새와 기다림 속에서 저장된다. “시간의 우물”은 기억을 ‘나’의 소유물로 좁히지 않고, 살아온 세계가 남긴 공기로 확장한다. 기억과 존재는 서로를 동시에 만드는 관계이며, 그 관계는 늘 경계 위에서 진행된다.
이 시집이 독자에게 남기는 것은 단순한 향수나 따뜻함이 아니라, 곤혹스러운 질문이다. 나는 무엇을 지키며 무엇을 버려 왔는가. 나를 지탱해 준 것은 무엇이었는가, 하는 바로 그런 질문이다. 내가 “구조”가 되어 가는 동안, 무엇이 내 기억을 굳게 만들었는가. 그리고 그 굳음 속에서 나는 무엇을 다시 길어 올릴 수 있는가. 그 질문을 억지 해답으로 봉합하지 않는다. 대신 우물가에 독자를 세워 놓는다. 물은 어둡고 깊다. 그러나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 다른 시간의 물속에서 다시 반짝”인다. 이 믿음이야말로, 이 시집이 끝내 지키려는 확실한 표석이며, 독자가 자신의 삶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가장 유효한 위로의 방법이다. - 황정산 (시인,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