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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상쇄흰검정내가 알던 A의 기쁨코끼리싸움대위법슬럼새의 간격을 보며낭만의 우아하고 폭력적인 습성에 관하여카무플라주겁과 겹모카와 모카빵검열상태방패제2부 기형기우외곬캐러멜라이즈파수정물 b의 당위회복생각되되 생각될 것둘조화개미를 구별하는 취미그릇되는 동안미지암묵위하여제3부 상대성검은 돌의 촉감청사진임상연구센터먼 밭서정에 대하여관조환하고 더딘 방이 사과는 없다텍스트주방장은 쓴다지나가면서법과 빵모를쐐기잔여제4부 투명흰 벽마당을 쓴다잔잔한 붕어 낚시위독 1위독 2투명에 투명을 덧대며어쩌면 조금은 굉장한 슬픔깨지기 직전의 유리컵자정(自淨)편집자의 시끄럽고 조용한 정원연루뭐여름 귤탱자나무 아래노루잠해설|전병준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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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길을 잃게 하는 낯선 문장과 형식무너뜨린 언어를 통해 만나는 새로운 가능성이영재의 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관습적인 의미 체계를 뛰어넘는 모호한 언어와 일상의 어법을 허무는 낯선 문장 속에서 자주 길을 잃게 된다. 시인은 기존의 익숙한 문법을 무너뜨리고 능동의 언어를 비틀어 “생각되되/생각될 것”(「생각되되 생각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피동형의 언어를 자유로이 구사함으로써 존재의 능동성에 대한 회의를 드러낸다. 치밀하게 짜인 문장 안에 논리적 질서와 상식을 넘어서는 새로운 형태의 언어가 돌올하다. “생각된 생각을 생각”(「검열」)하고, “적을 수 없는 너머의/너머”(「위하여」)를 관통하는 그의 시를 읽다보면 미로 속을 걷는 듯하면서도 무언가 “되어가는 기분”(「슬럼」)이다.언어의 한계와 가능성에 관해 골몰하는 시인은 “알고 있는 것들을 다시 알기 위해”(「지나가면서」) 의도적으로 기존의 언어 체계를 허물어뜨린다. 그렇다고 비단 언어에 대한 탐구에만 관심이 머무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무엇 하나 다행스러운 것이 없”(「지나가면서」)고 “누군가 행복하다면 누군가 불행”(「청사진」)할 수밖에 없는 ‘지금, 이곳’의 삶의 고통과 슬픔을 절실한 언어로 담아내면서 현실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처럼 삶의 구체성에 뿌리를 둔 작품들은 뒤틀린 세월과 어긋나버린 시간을 환기하면서 “오랜 교육으로 축조된 희망과 기대”(「청사진」)라는 허울에 가려진 사회 구조의 본질을 드러내 보인다.이영재의 시적 사유는 언어와 실존에 대한 인식에 깊숙이 닿아 있다.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끊임없이 새로운 언어의 가능성을 탐구하면서도, 자신의 세대가 경험하는 삶의 문제에 대해 뚜렷이 인식한다. 시인은 “가능성의/가능성을 향해”(「위하여」) 움직이고,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내가 알던 A의 기쁨」)을 더듬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묵묵히 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그것이 바로 허위가 아닌, “우리가 연 가능성”(「미지」)이 아닐까. “자라지 않는 걸 키우기 위해 나는 멀리를 걸어왔다”(「먼 밭」)는 이 젊은 시인의 첫 시집은, 확실히 독자에게 “다른 시집”(이원, 추천사)으로 기억될 것이다.이영재 시인과의 짧은 인터뷰 (질의: 편집자)-2014년 세계일보 등단 후 출간하는 첫 시집입니다.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최근까지, 책을 못 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계속했습니다. 진심으로 다행스럽고, 편집부에 감사드립니다.고등학교 때부터 시를 써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를 버렸습니다. 시집을 엮는 과정이 시를 버리는 과정인지 담는 과정인지 모호했던 것 같습니다. 가능하다면 ‘의미’가 아니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요즘엔 어떻게 지내시는지 궁금합니다.어릴 때부터 쫓기고 도망 다니는 꿈에 익숙합니다. 이상한 건 잠에서 깨서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떤 면에서 도망 다니는 꿈이 더 안락합니다.기초대사량이 떨어진 몸에 맞춰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돈을 벌 궁리를 뒤늦게 시작했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시기에 놓여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되지 않는다는 건 알지만, 조금은 뻗대볼 생각입니다. -첫 시집을 엮으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나 특징은 무엇인가요?옳다는 논리에 갇히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같습니다. 생명은 쉽게 상처받고 방어기제를 통해 자가치유의 단계로 접어듭니다. 치유의 기본은 괜찮다, 옳다의 논리입니다. 물론 매우 중요한 방어기제지만, 상처에서 비롯한 나의 옳음은 자칫 타인의 그름이라는 공격성으로 변형되기 쉽습니다. 각 부의 제목으로 활용한 ‘상쇄’ ‘기형’ ‘상대성’ ‘투명’은 시의, 그리고 저의 검열 언어입니다. 제대로 작용했는지, 하고 있는지, 할 것인지 모르지만 쉽게 판단하거나 취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번 시집에서 가장 애착을 느끼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어려운 질문입니다. 모두 아픈 손가락이어서 때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슬럼」인 것 같습니다. 이번 시집의 제목을 이 시의 문구에서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편집부와 함께 직관적으로 골라낸 시집의 제목이 지날수록 마음에 듭니다. 「슬럼」은 가장 연약했던 시기의 누군가를 그려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옳지도 그르지도 않고, 되지 않을 걸 알면서도 되어가는 기분에 오래 놓여 있길 바랍니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무엇하나 확실하지 않지만, 그간 등한시했던 ‘생활’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궁리를 해볼 예정입니다. 기회가 있다면, 다음에도 첫 시집을 내는 시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미흡한 원고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께 감사드립니다.시인의 말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예전엔 알고 싶었습니다.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는 그게 무엇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모르는 채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생각은 나의 것이 아닙니다.오랫동안 시를 쓰면서, 내가 썼다고 생각했습니다. 착각이라는 걸 이제야 압니다. 내가 아니라, 시가 나를 기록해왔습니다. 시에 의해 기록된 내가 보고 생각하고 씁니다. 가한다는 건 뭘까요. 가한다는 건 무엇이어야 할까요. 가한다는 건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무엇도 무엇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는 시에 의해 이 꼴이 되고 있습니다. 타당해 보이는 핑계를 대면서 나는 된 것, 되는 것, 될 것 따위를 믿지 않습니다. 시가 그렇기 때문입니다. 시에 의해 구축된 내가 시를 구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내가 택한 건 아니지만, 시를 택하길 잘했습니다. 시는 충분히 매력적이며 충분히 옳고 충분히 그르고 충분히 충분치 않습니다.2020년 첫,이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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