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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붉은 유혹 ‘항아리 와인’에 빠지다 -볼리비아 타리하 “같은 방향으로 갈 필요는 없어!” 시계가 거꾸로 도는 나라 -볼리비아 라파스 개도 은화를 물고 다니던 도시, 사람 잡아먹는 산이 있다 -볼리비아 포토시 “태어난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브라질 쿠리치바 잉걸불 나무가 자라는 해변마을 -브라질 올린다 푸른 바다와 초록빛 숲, 마법의 섬으로! -브라질 플로리파 해발 1,100미터 고원에 세운 ‘브라질의 세종시’ -브라질 브라질리아 가장 거대한 지구를 경험하는 이는 누구인가 -페루 아레키파 안데스 산맥의 향기를 가진 여인이여 -페루 우아라스 “쩔어가 무슨 뜻이죠?” 지구 반대편의 BTS 팬이 물었다 -파라과이 아순시온 유목민의 시대, 연금생활자들의 낙원 -에콰도르 쿠엥카 콜롬비아 커피마을에서 에스프레소 한 잔을! -콜롬비아 살렌토 호기심의 돛대 달고 ‘최초의 도시’를 항해하다 -쿠바 바라코아 한 해의 마지막 날, 세계의 끝으로 가다 -아르헨티나&칠레 파타고니아 에필로그 |
D.H.RHO
노동효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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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 고산 지대에서 사는 부족 후손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케추아족과 아이마라족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그들 모두가역도 선수인 줄 알았다. 두꺼운 상체, 튼튼한 하체. 세대를 거듭하며 저산소 지대에서 살다 보니 폐가 점점 더 커지면서 가슴팍이 두꺼워졌다고 한다.
“너도 여기서 몇 년 지내면 엘 알토 평원에서 마라톤 종주도 할수 있을걸!” 계단을 오르내리며 내가 숨을 헐떡거리자 케추아족 아주머니가 농을 했다. 헉헉대며 고지대에서 사는 주민을 동정하는 건 여행자의 감상이고, 케추아족이나 아이마라족에게 해발 4,000미터는 공을 차며 달리고, 사랑을 나누고, 아이들이 뛰노는 일상의 공간일 뿐이다. --- 「“같은 방향으로 갈 필요는 없어!”시계가 거꾸로 도는 나라(볼리비아 라파스)」 중에서 포토시 소재 옛 스페인 조폐국과 대성당을 지나 하염없이 걸었다. 나는 길 위의 노동자, 낯선 도시에 도착하면 하루 10킬로미터 이상 걷는 게 일과다. 나무로 만든 가게 간판들이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일반 가게뿐 아니라 대기업 간판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무를 깎아서 만든 ‘SAMSUNG’ 간판이라니!(…) “유럽인은 저 산에서 나온 은으로 대서양을 건너 유럽까지 다리를 놓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말하지. 이곳 포토시 사람들은 다르게 말해. 저 산에서 죽은 사람들의 뼈로 다리를 놓으면 유럽에 닿을 정도였다고.” 나지막한 그의 음성에 홀리듯 나는 ‘두 번째 세계’로 빨려들었다. --- 「개도 은화를 물고 다니던 도시,사람 잡아먹는 산이 있다(볼리비아 포토시)」 중에서 유럽에선 재배하기 어려운 사탕수수가 브라질 북부 토양과 기후와 맞았던지 무럭무럭 자랐다. 사탕수수즙을 가열해서 설탕을 만들었다. 키가 크고 수액을 흠뻑 머금은 사탕수수는 무겁다. ‘사탕수수를 베고, 옮기고, 추출해야 하는데 누구에게 이 힘든 일을 시키지?’ 아메리카 원주민은 이미 세균에 감염되어 죽거나, 학대를 피해 아마존으로 도망친 후였다. 포르투갈인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노예를 사들여와 하루 17시간일을 시켰다. 그들은 과로로 7~8년이면 죽었다. ‘그럼 뭐 어때? 면직물 100미터면 노예 50명을 다시 살 수 있는데!’ 인신매매와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백색의 금’으로 부를 쌓은 올린다는 ‘리스본보다 허영에 찬 도시’가 되었다. --- 「잉걸불 나무가 자라는 해변마을(브라질 올린다)」 중에서 콜카 협곡 위로 올라설 버스를 기다렸다. 한 시간쯤 지나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며 나타났다. 이제 콜카 협곡을 떠날 시간, 버스가 지구의 깊은 주름을 갈지자로 그으며 오르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수학 공식으로 알아낸 지구 겉넓이를 알려준다. 그러나 인간이 지구 겉넓이를 정확하게 아는 건 불가능하다. 그것은‘앎’의 영역이 아니라 산, 언덕, 계곡, 협곡 등 지구의 주름을 직접 걷는 이들이 ‘체험’하는 영역이기에. 가장 거대한 지구를 경험하는 자는 도보 여행자다. --- 「가장 거대한 지구를 경험하는 이는 누구인가(페루 아레키파)」 중에서 비가 긋자 일행들은 서둘러 야영지로 향했고, 나는 잎사귀 많은 나무 아래서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오늘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았다. 부슬부슬 여우비 내리는 풍경 아래 에메랄드빛 호수의 윤슬이 환했다. 그 풍경만으로도 황홀한데, 야영지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뜻밖의 광경이 나를 맞이했다. 일곱 빛깔 무지개가 지상에 고스란히 드리워져 있었다. 그건 마치 알록달록한 띠로 이루어진 돔 같았다. 무지개 바로 아래가 오늘 묵을 야영지였다. 세상에! 무지개가 떠 있던 공간 아래서 잠들겠구나! --- 「안데스 산맥의 향기를 가진 여인이여(페루 우아라스)」 중에서 “할아버지, 뭘 하는 중이세요?” “아, 망원경 렌즈를 닦아.” “망원경으로 무엇을 보려고요?” “밤하늘의 별을 봐야지!” 노인이 대답하며 자기 머리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집 지붕위엔 이상한 장치들이 놓여 있었다. 바람개비가 달린 풍향계, 나무의자와 우산. “지붕 위 저 자리가 나의 천문대고 나의 우주선이야! 오늘 밤엔하늘이 무척 맑을 거야. 오늘은 또 무엇을 발견하게 될지 벌써 가슴이 두근거려.” --- 「호기심의 돛대 달고 ‘최초의 도시’를 항해하다(쿠바 바라코아)」 중에서 크리스마스 연휴 내내 토레스델파이네를 걸었다. 마치 신들의 정원을 거니는 것 같았다. 가끔 야생 여우를 만나기도 했다. 야생화가 지천으로 펼쳐진 오솔길이 하염없이 펼쳐졌다. 화강암 봉우리 아래 푸른 호수에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하기도 했다. 곧 한해의 끝이었다. 우리 인생이 끝나지 않은 이상 끝은 늘 시작으로 이어지기에 세상의 끝 파타고니아에선 어디로 발걸음을 옮기던 결국 세상을 향한 첫걸음이 된다. --- 「한 해의 마지막 날, 세계의 끝으로 가다(파타고니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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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효 작가의 여행기들이 그동안 ‘한번 펼치면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로드 에세이’라는 평을 얻은 데에는 그의 남다른 여행 방식이 큰 몫을 하고 있다. 현지인이 이용하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하루 평균 10km 이상을 걸으며, 한 대륙이나 한 지역에서 사계절을 온전히 보내는 ‘장기 체류형 여행’ 방식을 고수한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한 지역을 깊이 사귀어본 여행가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이번 신간을 통해서 작가는 남미의 속살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가장 거대한 지구를 체험하는 자는 ‘도보 여행가’ 작가는 페루의 콜카 협곡을 갈지자로 오르며 말한다. “지구의 겉넓이는 수학 공식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산과 계곡의 주름을 직접 걷는 이들이 체험하는 영역”이라고. 그는 볼리비아 해발 4,000미터 고지대에서 숨을 헐떡이며, 그곳을 일상의 공간으로 향유하는 케추아족과 아이마라족의 삶을 통해 여행자의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고 인간의 강인함을 예찬한다. 역사와 문명의 이면 넘어 코스모폴리탄적 통찰 볼리비아 포토시의 ‘사람 잡아먹는 산’에서 은 채굴의 비극적인 역사를 되짚고, 브라질의 사탕수수 밭에서 ‘백색의 금’ 뒤에 숨겨진 노예 무역의 잔혹함을 직시한다. 그는 화려한 관광지의 외양에 매몰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역사적 진실과 문화적 층위를 예리하게 파고든다. 다시 시작될 ‘나’를 향한 첫걸음 파타고니아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파타고니아에서 ‘한 해를 마무리’하며, 작가는 “끝은 늘 시작으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깨닫는다. 야생 여우와 야생화가 지천인 신들의 정원을 걸으며, 그는 독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떤 ‘처음 약속한 나’와 함께 걷고 있느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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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효는 '길 위의 문장가'다. ‘정박’과 ‘유람’, ‘과거’와 ‘미래’라는 경계를 허무는 그의 사유는 단순한 여행 기록을 넘어 인문학적 지평을 횡단한다. 오감을 깨우는 예술적 감성은 오직 ‘노동효’만이 그려낼 수 있는 풍경을 빚어낸다.
그의 글은 유쾌하면서도 때로 통렬하다. 문명에 대한 서늘한 성찰을 보여주면서도, 그 시작점은 언제나 인간과 자연을 향한 따뜻한 시선에 닿아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디선가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음악 감독 구스타보 산타올라야의 차랑고 선율이 들리는 듯했다. 바람 구두를 신은 그의 등 뒤로 음악이 흐르고 노을이 진다.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라, 기어이 우리를 '그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 김미옥 (서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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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여행작가, 노동효는 ‘반짝이는 사람과 풍경’을 캐는 재주가 있다. 길 위의 풍경, 사람, 그리고 저자의 경험과 인생관이 섞이고 발효되어 오래 익은 술처럼 향기가 난다. 좋은 와인을 마시듯, 읽는 게 행복하고 책장을 넘기는 게 아깝다.
볼리비아에서 와인을 마시다 쿠에카 춤을 추고, 브라질 해변에서 다른 여행자들과 맥주를 마시고, 페루에서 콜카협곡을 걷고…, 그를 따라 남미의 낯선 지명을 떠돈다. 그가 현지인과 나누는 얘기를 듣는다. 내가 투명 인간이 되어 곁에 있는 듯하다. 어느새 내 안의 방랑 유전자가 깨어나고 자유가 산들바람처럼 스친다. 그런데 여행가가 이렇게 글까지 잘 쓰면 반칙 아닌가? 그의 다음 여행지가 벌써부터 궁금하다. - 조혜정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