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성모
꿈 피신 조사 비밀 성경 옷 농장 굴뚝 귀향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
Tracy Chevalier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다른 상품
권민정의 다른 상품
|
『진주 귀고리 소녀』의 작가<트레이시 슈발리에>의 매력적인 데뷔작
―여성 삼부작의 출발점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 「진주 귀고리 소녀」를 한 편의 훌륭한 소설로 재탄생시킨 바 있는 트레이시 슈발리에는 4년 뒤인 2003년, 15세기 태피스트리 속에 들어 있는 ‘여인과 일각수’ 이야기로 연이은 작가적 성공을 거둠으로써 미술과 소설의 세계를 하나로 만드는 데 특별한 자신감과 재능을 보여주었다. 열아홉 살 이후로 줄곧 자신의 침실 벽에 걸려 있던 <진주 귀고리 소녀>의 그림에서 마침내 소설적 영감을 길어올렸던 것처럼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이러한 재능은 당대 풍속을 재현해내는 치밀한 준비 과정과 함께 작가적 성실의 소산임이 분명해 보인다. 역사적 사실과 소설적 상상력을 결합시키는 최근의 ‘팩션’ 장르가 다소간 과도한 흥미 위주의 대중물로 빠져버리는 것과는 달리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경우는 본격문학의 진지함과 리얼리티를 잃지 않으면서도 역사적 사실의 소설적 재창조에서 대중적 눈높이와 문학적 감동의 균형을 적절히 찾아내는 드문 예가 아닐까 싶다. 1997년, 영국에서 재능 있는 신인 발굴의 등용문으로 성가 높은 ‘프레시 탤런트Fresh Talent’에 선정되어 트레이시 슈발리에라는 이름을 세상에 알리게 만든 데뷔작 『버진 블루The Virgin Blue』는 이러한 슈발리에의 특색과 장점이 오롯이 담겨 있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진주 귀고리 소녀』『여인과 일각수』로 이어지는, ‘여성 삼부작’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고독한 영혼을 이어주는 성모의 파란색‘버진 블루’ 제목 ‘버진 블루’는 ‘성모의 파란색’을 뜻한다. 중세 서양에서 파란색 물감은 청금석이 함유되어 매우 귀했기 때문에 성모 마리아의 옷처럼 소중한 대상을 그리는 데만 썼다고 한다. 소설에서 ‘버진 블루’는 남편을 따라 프랑스로 이주한 뒤 이방인으로서의 소외와 남편과의 소통 부재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현대 미국 여성 엘라 터너와 16세기 종교개혁의 시기 성모의 빨강머리와 닮았다는 이유로 고난의 세월을 살았던 프랑스 여성 이자벨을 이어주는 상징적 매개이다. 그런데 이 성모의 파란색은 소설 속에서 상반된 성질로 묘사된다. 이자벨의 경우는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색으로, 엘라의 경우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차디찬 색으로. 말고도 이 소설에서 이자벨이 살았던 종교개혁의 시기에 색깔은 억압과 배척의 대상이자 도구로 그려져 있어 흥미롭다.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이 팽팽하게 대립하던 시절, 자연계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색깔조차 인간의 이념 앞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이자벨의 붉은 머리카락은 성모의 머리 색깔과 닮았다는 이유로 감추어야 할 수치거리가 되며, 이자벨이 행상인으로부터 몰래 산 파란 천은 가톨릭교도의 색깔이라 하여 결국 비극의 원인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버진 블루』는 ‘차이’에 대한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16세기 이자벨의 경우, 종교개혁의 와중에서 칼뱅파 위그노가 배척하는 성모의 이미지 때문에 따돌림과 수난의 삶을 살게 되며, 20세기의 여성 엘라는 낯선 땅 프랑스에서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배척과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16세기 이자벨의 이야기와 20세기 엘라의 이야기가 장(章)을 바꾸며 번갈아 전개되다가 이윽고 소설의 결미에서 엘라가 이자벨의 운명을 껴안고 자신의 상처와 화해하기까지, 『버진 블루』는 수백년 세월을 사이에 둔 두 고독한 여성의 영혼을 교감시키는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역사를 복원한다. 『진주 귀고리 소녀』가 그러했던 것처럼, ‘버진 블루’라는 색에 대한 매혹에서 출발, 역사의 한 귀퉁이에서 자신만의 세상을 지키다 사라져간 이름 없는 존재에 부여하는 트레이시 슈발리에의 상상력은 치밀하고 유려하다. 자신의 성(姓)인 터너, 곧 투르니에 가의 혈통을 추적하는 엘라의 뿌리찾기는 그 자체 추리소설적인 묘미가 만만치 않으며 그 뿌리이자 원점의 풍경을 이루는 이자벨의 이야기 또한 한 편의 역사소설로 손색이 없다. 슈발리에 특유의 담백하고 단정한 문장도 허세와 과장 없는 잔잔한 문학적 감동을 잘 실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