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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늘 이렇게 유지되었다고, 정말 그래야만 할까?
『이것과 저것』은 아주 단순한 설정에서 출발한다. 이들은 저들을 먹고, 저들은 이들에게 먹힌다. 그것은 오래된 질서이며,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던 규칙이다. 이 그림책이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전통은 옳은 것일까?” 아리아나 파피니는 이분법적 세계를 통해 우리가 너무 쉽게 받아들여 온 사회의 구조, 권력 관계, 다수와 소수의 위치 경계에 의문을 품게 한다. 어린 독자에게는 ‘왜?’라고 묻는 용기를, 어른 독자에게는 ‘당연함’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철학적 균열을 만든다. 질문은 작지만, 그 울림은 크다. 역할은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 배워가는 것! 이야기의 전환점은 두 아이의 만남이다. 먹는 쪽과 먹히는 쪽으로 태어난 존재들이, 아무런 폭력도 논쟁도 없이 세계 질서를 흔든다. 둘이 친구가 되는 순간, 세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 책은 사회가 개인에게 부여한 역할-강자와 약자, 지배자와 피지배자, 정상과 비정상-이 얼마나 쉽게 고정되는지를 보여 주는 동시에, 그것이 얼마나 쉽게 바뀔 수 있는지도 보여 준다. 또한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힘임을 보여준다. 변화는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한 번의 만남과 한 번의 선택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는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에 매우 직접적으로 닿아 있다. 함께 앉을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하는 용기 이것들과 저것들이 같은 테이블에 둘러앉는 순간 누구도 우월하지 않고, 누구도 체념하지 않는다. 이 장면은 단순한 화해의 이미지가 아니라, 공존에 대한 상징적 제안이다. 『이것과 저것』은 폭력 없는 세계를 낭만적으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오래된 규칙과 관성을 넘어 ‘함께 앉을 수 있는 세계’를 상상할 용기를 건넨다. 누군가를 이기지 않아도, 누군가를 배제하지 않아도 공동체는 유지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학급 공동체 교육과도 깊이 맞닿아 있다. 이 책은 읽고 끝나는 그림책이 아니라, 토론으로 확장되고 생활 속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책이다.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질문의 공간을, 교사에게는 의미 있는 수업의 출발점을 제공한다. 『이것과 저것』은 그 질문을, 가장 단순하고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우리 앞에 풀어 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