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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장 카사노바 2장 스탕달 3장 톨스토이 옮긴이 후기 |
Stefan Zwe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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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는 세계문학 사상 특별한 사례로, 둘도 없는 행운아였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 소문난 거짓말쟁이가 창조적 정신들의 신전에 끼어든 것이 본디오 빌라도가 사도신경에 끼어든 것과 똑같이 얼토당토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 단언하건대 카사노바는 불멸성이라는 명예와 영광을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고 얻어냈다. (…) 그는 일생 동안 명성을 얻기 위한 일에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러나 명성은 이 행운아의 손에 저절로 흘러들었다. (…)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를 당하고, 여인들의 웃음거리가 되고, 무일푼으로 무기력해지고, 고독하고 볼품없고 퉁명스런 늙은이가 됐을 때에야 그는 글을 쓰는 일에 손을 댔다. 단지 심심하고 지루해서였다. 이빨 빠진 늙은 개가 성을 내며 으르렁거리듯 소리를 지르며 죽음을 향해 가는 일흔 살의 카사노바는 스스로에게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pp.2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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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는 학문, 예술, 외교, 사업 등 어느 분야에서나 놀라운 수준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그 재능의 발휘를 의식적으로 한순간에 국한시켰다. 그는 무엇이든 다 될 수 있었지만 그 어떤 것도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것은 아무것도 되지 않는 것, 즉 자유였다. (…) “어딘가에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언제나 내게 거부감을 일으켰다. 분별 있는 처신은 내 천성과 어긋나는 것이었다.” 무엇 때문에 자신을 어느 하나에 옭아매는가! 그는 아무것도 가지거나 간직하려 하지 않았고, 그 어느 것에 대해서도 가치를 인정하거나 그것을 소유하려 하지 않았다. 강렬한 열정이 그에게 단 하나의 인생이 아닌 수백 개의 인생을 살기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 pp.48~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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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리 베일은 종이를 꺼내어 이 우울한 달에 접어든 후 벌써 네 번째로 유서를 썼다. “… 로맹 콜롱에게 누를 끼치게 된 데 대해 용서를 빌며, 이 불가피한 사건을 놓고 부디 슬퍼하지 말기를 간청하는 바이다.” “이 불가피한 사건을 놓고”라는 조심스런 문구가 무슨 뜻인지를 내일이면 친구들이 이해하게 되리라. 소식을 듣고 달려와서는 총알이 권총 속에 들어 있지 않고 내 두개골에 박혀있는 걸 보게 될 테니까. 하지만 다행히 이날 앙리 베일은 무척 피곤했다. 그는 자살을 하루 더 연기했다. 다음날 아침 친구들이 찾아와 그를 유쾌하게 만들어주었다. 한 친구가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책상 위에서 ‘줄리앙’이라는 제목이 쓰인 하얀 종이를 발견했다. 그는 이게 뭐냐고 물었고, 스탕달은 소설을 쓰려고 했다고 대답했다. 친구들은 우수에 젖은 이 친구의 용기를 열심히 북돋아주었고, 그는 실제로 그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그는 ‘줄리앙’이라는 제목을 지우고 ‘적과 흑’으로 바꿔 썼다. 그날 이후 앙리 베일은 죽고 다른 이름이 영원불멸의 삶을 시작한다. 그 이름은 스탕달이다.
--- pp.140~1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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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불멸을 꿈꾼다. 찰나에 불과한 자신의 유한한 삶을 작은 흔적으로나마 무한한 시간 속에 붙들어 두고 싶어 한다. 이를 위해 문학가는 소위 자서전이란 도구를 사용하나, 그 성공률은 극히 낮다. 모름지기 자서전이란 자기의 영혼을 추호의 거짓 없이, 한 치의 보탬이나 뺌 없이 그려내야 하는 것이지만, 수치심을 극복하고 자신의 추함과 편협함과 부족함까지 모두 드러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 그것을 성공적으로 풀어낸 세 사람이 있다. 그들은 명예욕, 허영심, 세속적 욕망을 일체 배제함으로써 자기숭배와 자기변명이라는 오물이 끼지 않은 진정한 자서전의 세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첫 번째 주인공 카사노바는 평생을 주색잡기에 몰두해 허랑방탕한 삶을 산 인물의 대명사로 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그는 도박꾼, 사기꾼, 스파이 노릇을 해 호화로운 삶을 영위했으며, 여자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호색한이었다. 그는 일평생 순간의 쾌락과 감각의 세계만을 추구했으며, 일체의 구속을 거부한 자유인으로 유럽 전역을 누볐다. 그러나 그도 세월의 흐름에서만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결국 모든 쾌락의 원천이던 젊음과 함께 남성다움을 잃고 파산상태가 된 후 고독과 권태 속에서 미치지 않기 위해, 살아있음을 느끼기 위해 그는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다. 그리고 그것은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과감하고 본능에 충실한 모험소설로 남아 카사노바를 불멸의 대열에 끼워 넣었다. 두 번째 주인공 스탕달은 놀랍도록 치밀한 심리묘사로 세계문학사에 한 획을 그은 《적과 흑》의 작가로 유명하다. 그의 본명은 앙리 베일. 못나고 우스꽝스런 외모에 소심하기 짝이 없던 그는 가명을 써서 자신을 가장하고 거짓말을 해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데서 위안과 기쁨을 얻었다. 지금껏 스탕달만큼 거짓말을 잘하고 열정적으로 세상을 현혹한 작가는 없다. 그러나 그는 가면 뒤에 몸을 숨김으로써 오히려 가장 완벽하게 진실을 말할 수 있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자기 영혼의 가장 미세한 움직임까지도 낱낱이 고백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고백은 세 권의 자전적 소설로 남았다. 스탕달은 그 자신이 과도한 감수성을 가졌음에도 감상적 낭만주의가 지배하던 당시 사회를 냉소한 리얼리스트였고, 집단적 영웅주의를 혐오한 개인주의자였다. 이런 면모 때문에 그는 동시대인들로부터 아웃사이더로 취급받았지만, 오늘날에는 당시 이름을 날리던 그 어떤 작가보다도 더욱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다. 세 번째 주인공 톨스토이는 생전부터 이미 자신과 인류의 영혼을 탐구한 작가, 위대한 사상가이자 교육자, 행동하는 실천가로 추앙받던 인물이지만, 사실은 자기완성을 향한 고행 속에서 끊임없이 갈등과 혼란, 불안에 시달린 지극히 나약한 인간이었다. 가족과 신분의 굴레는 돈, 집, 명성이라는 세속적 욕망에서 벗어나 오직 양심에 따라 도덕적으로 살고자 하는 그의 의지를 번번이 좌절시켰다. 때문에 그는 ‘말과 행동이 다른 위인’으로 민중과 자아로부터 동시에 채찍질 당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을 통해 고통과 위기를 창조의 계기로 승화시켰고, 마침내 인생의 황혼녘에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남으로써 자신의 이상과 실제 삶을 일치시켰다. 그리고 그의 인생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들은 그와 동시대인들은 물론 후세에게도 계속해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저자 츠바이크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 영향을 받아 인간의 내면세계를 탐구하는 글쓰기를 했다. 주인공들의 내면세계와 심리를 깊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그의 솜씨는 이 책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때문에 독자들은 마치 자신이 주인공이 된 듯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의 드라마틱한 삶과 열정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