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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일본계非日本界 _ 7
심씨의 하루 _ 64 만취당기晩翠堂記 _ 106 지문 _ 151 온천 가는 길에 _ 169 그 세월의 뒤 _ 203 아론 _ 238 종말 _ 281 덧니 _ 298 매 _ 324 작품 해설 방민호(문학평론가·서울대 국문과 교수) 380 작가?작품 연보 392 |
金文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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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안용복 님을 알게 된 것은 40여 년 전 청계천 고서점에서다. 책 구경을 하다가 우연히 펼쳐 5분도 안 되는 시간에 다 읽은 짧은 얘기, 그러나 충격은 컸다. 소설로 쓰자! 자료를 찾았으나 용이치 않았다. 게다가 그 무렵 한호(寒戶)의 가장이 돼 밥 버는 일로 이리 뛰고 저리 닫다 보니 그만 안용복 님을 까맣게 잊고 말았다. 그러다 10여 년 전, 일본의 망언과 광언들이 그 잊었던 생각을 일깨웠다. 그래, 소설 ‘독도’를 쓴다! 사명감이 들끓었다. 그러던 중 이 작품을 쓸 기회를 얻었다. 소설 ‘독도’의 계획과는 다른.
---「김문수 창작노트」중에서 울릉도가 비록 토지가 척박하다고는 하지만 대마도 역시 몇 자[尺]의 땅도 없으면서 왜인의 소굴이 되어 역대로 우환거리가 되고 있는데 혹시라도 이 섬을 잃게 된다면 이는 하나의 대마도를 더 보태주는 것이니 미구에 닥쳐올 근심을 어찌 이루 말할 수 있으리오? 이로써 논한다면 안용복은 다만 한 시대의 공로자만은 아니다. ― 이규경李圭景,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중에서 --- p.56 안용복과 박어둔은 매일같이 제 가슴만을 팡팡 쳐댔다. 그러면서 부르짖었다. “어째서 우리의 말은 믿지 않느냐!” “아! 나가사키 놈들, 대마도 놈들!” ‘울릉·우산도 비일본계鬱陵·于山島 非日本界’임을 막부의 쇼군 스스로가 밝힌 바로 그 서계, 그토록 어렵사리 얻어낸 서계를 탈취한 바로 그놈들을 향한 분노와 저주의 외침이었다. --- p.39~40p 양도兩島(울릉도·우산도-필자 주)가 이미 당신네 나라에 속한 이상 만일 다시 범월犯越하는 자가 있거나 도주島主(대마도주-필자 주)가 혹 횡침하는 일이 있으면 국서를 작성하고 역관을 정하여 들여보내면 마땅히 무겁게 처리할 것이다. ― 1696년 백기주伯耆州 태수가 안용복에게 한 약속 --- p.40 “……비일본계! 그래, 한 번 더 가서 먼저 것과 똑같은 서계를 받아내고야 만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울화를 삭일 수가 없어!” “아니, 또 왜국엘 가신다고요?” 아내의 걱정스런 반문에는 아랑곳도 않고 그는 계속해 자신의 속내만을 털어놓았다. “이번엔 놈들에게 붙들려서 가는 게 아니라 내 발로 떳떳하게 들이닥치는 거지!” “아니, 이런 몸으로요?”‘ --- p.41 안용복은 일행 중 11명만 내리게 하고 유유를 포함한 나머지는 배에 머물러 있도록 했다. 도주를 찾아간 그는 ‘삼 년 전에 내가 이곳에 들어와 울릉·우산 두 섬이 조선지계朝鮮之界임을 확실히 밝히고 관백의 확인 서계書契까지 받아 가기에 이르렀는데 귀국은 정식定式이 없이 이제 또 우리 경지를 침범했으니 이것이 도대체 무슨 도리인가?’라며 찾아오게 된 경위와 목적을 소상하게 그러나 사뭇 항의 투로 말했다. (중략) “나는 조선에서 온 울릉, 우산 두 섬의 감세장이오. 긴히 상의하고 항의할 일이 있으니 당신네 태수에게 빨리 내 말을 전하시오!” --- p.52~53 호오키슈 태수는 그 말대로 울릉도·우산도가 비일본계非日本界임을 명시했을 뿐만 아니라 어부들은 물론 대마도주라 할지라도 조선의 그 두 섬과 연해를 횡침橫侵할 시 역관을 정해 국서를 보내면 극형에 처하겠다는 확인서를 써주었다. 그리고 ‘죽도도해금지령竹島渡海禁止令’을 내렸으며 안용복으로 하여금 뒤쫓아 오게 만든 어부 15명에게 중벌을 내렸다. 또 배에다 식수, 식량, 부식에 숯과 장작까지도 충분하게 실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태수는 안용복이 승선하기 직전, 많은 폐화幣貨를 선물하려 했다. 그러나 그와 뇌헌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 p.55 병풍 한 폭의 절반쯤 되는 그 액자에는 ‘지지송간반遲遲松澗畔 울울함만취鬱鬱含晩翠’라는 시가 두 줄로 단정하게 올라 있었다. (중략) ‘저 시냇가의 소나무는 더디고 더디게 자라지만 무성하고도 늦도록 푸르도다’라고 풀이했다. 또 아버지는 천자문에 나오는 ‘비파만취枇杷晩翠 오동조조梧桐早凋’라는 시구도 알려주었다. ‘비파는 겨울철에도 푸른 잎이 변하지 않지만 오동나무는 그 잎이 일찍 시든다’는 뜻이라 했다. 그러고 나서 아버지는 본론을 꺼냈다. 이 시에 있는 만취나 천자문에 나오는 만취나 둘 다 똑같은 뜻잉겨, 즑(겨울)에두 잎사귀에 푸른빛이 변하덜 않는단 뜻이란 말여. --- p.109 작가로서 김문수는 선의의 사람들이 공동체적 질서와 모럴을 지켜가며 만들어가는 세계를 지향했다고 말할 수 있다. [비일본계]를 포함하는 그의 소설들은 타자를 향한 포용과 더불어 자기 직분 또는 영유권을 지키며 살아가는 세계를 말하고자 했다. [……] 작가는 다시 우리들 작은 인간들의 선의를 믿고 그것을 성원하는 존재로 돌아간다. 많은 작품들 속에서 그 작품들이 암시하는 작가의 존재는 순수하고도 따뜻한 인간적 존재다. 그의 작품은 그러한 자기 존재의 현현인 것이다. ---「작품 해설: 이 선의의 세계(방민호 교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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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국의 독도 침범을 꾸짖고
당당히 일본의 사과를 받아낸 독도의 수호신 안용복의 영웅담을 그린 수작! 독도와 안용복의 닮은 꼴 - 홀로, 굳세게, 끝까지 현재와 여전히 민감하게 얽혀 있는 과거 문제는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일본의 ‘역사교과서 문제’ 등도 주요 현안이지만, 현실의 영토주권이 걸려 있다는 측면에서 독도 문제는 그 차원을 달리한다. 독도와 안용복(安龍福, 1658?~?)을 ‘지금, 여기’의 문제로 불러낸 [비일본계]. 엄연한 우리의 영토임에도 한반도와 멀리 떨어져 외로워진 독도처럼 이 섬의 파수꾼이었던 안용복 또한 흐릿해 보인다. 동래(부산) 출신 안용복은 울릉도로 출어한 일본 어부들에게 강제로 일본에 납치되었다가 후에 자진해서 일본으로 건너가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땅임을 역설하고 돌아온 영웅이지만 그의 생몰을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의 영웅적인 활약상만 일본이나 한국 문헌에 다소 남아 있을 뿐이다. 그가 얼마나 당당하고 용감하게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땅임을 주장했으면 일본 에도 막부의 관백마저 “네 말이 맞다”면서 “울릉·우산도는 일본 땅이 아니다(鬱陵·于山島 非日本界)”라는 서계(공문서)를 써 주었을까! 안용복이 조선으로 귀국하는 길에 울릉도가 아니면 살길이 막막하다고 여긴 대마도주가 이 증서를 빼앗고 갖은 트집을 잡았지만 독도와 울릉도가 일본 땅이 아니라고 공식 확정된 것은 바로 조선 숙종 19년(1693년)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일본 막부는 이듬해 울릉도 연해로 출어를 금지하겠다는 문서를 대마도 도주를 통해서 조선 측에 통보했다. 그 후 조선 철종 때까지 울릉도에 대한 분쟁은 없었다. 그러나 조선에서는 일본 측의 음모에 넘어가 조정의 허락도 없이 국경을 넘나들었다는 죄목을 안용복에게 덮어씌워 2년간 옥살이를 시켰고 후에는 사형을 시키자는 억지를 쓰다가 결국 곤장을 치고 유배를 보내기까지 했다. 이후 그의 행적과 업적 또한 묻혀버렸다. 안용복은 독도처럼 홀로, 굳세게, 끝까지 싸우다 잊힌 숨은 공로자이자 의기충천한 민초다. 1967년에서야 울릉도에 그를 기리는 안용복 장군 충혼비가 세워졌다. 김문수 작가는 40여 년 전 우연히 청계천의 한 고서점에서 안용복에 대한 짧은 얘기를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다. 소설로 써야겠다는 강한 느낌을 실행하지 못하다가 일본의 연이은 망언에 다시금 사명감이 들끓어 이 작품을 뜨겁게 써내려갔다. 안용복은 영웅호걸이라고 생각한다. 미천한 군졸로서 죽음을 무릅쓰고 나라를 위해 강적과 겨뤄 간사한 마음을 꺾어버리고 여러 대를 끌어온 분쟁을 그치게 했으며 한 고을의 토지를 회복했으니, 영특한 사람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조정에서는 포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앞서는 형벌을 내리고 나중에는 귀양을 보냈으니 참으로 애통한 일이다. - 이익 [성호사설] 제3권 [천지문(天地門)] 울릉도 동해 구름밖에 한 조각 외로운 섬 아무도 내 땅이라 돌아보지 않을 적에 적굴 속 넘나들면서 저님 혼자 애썼던가 상이야 못 드릴망정 형벌 귀양 어인 말고 이름이 숨겨지다 공조차 묻히리까 이제와 군 봉하니 웃고 받으소서 - 이은상 시인의 ‘안용복 장군 추모비’에 바친 시 김문수의 깊은 시선을 담아낸 ‘진실의 비수’ 10편 동국대 재학시절이던 196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온 작가 김문수의 중단편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솔 출판사에서 ‘한국 소설문학의 새 이정표’를 제시하고자 선보이는 [소설판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그의 유고작인 ‘비일본계’를 표제작으로 앞세웠다. 이 책에는 ‘유머와 위트 끝에 번뜩이는 진실의 비수와 같다’는 평을 듣는 그의 작품 중에서 작가 스스로 선택한 10편의 중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그의 작품에는 과장된 논리나, 아슬아슬한 극적 구성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학대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사실적인 이야기를 통해 ‘고귀한 가치를 가져야 할 휴머니티가 얼마나 열성적으로 타락하는가’(송재영, 문학평론가)를 해학적인 문체를 통해 들려준다. 작가는 ‘이건 소설일 뿐이야’라며 미혹된 희망을 제시하기보다는 사회적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임으로써 독자들에게 인간이 끝끝내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도록 이끈다. [만취당기]는 가정과 현실,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세 이야기 고리가 맞물리면서 현실에 대응하는 의지와 좌절 그리고 극복의 모습을 성찰하도록 한다. 우화소설인 [매]는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비정한 현대사회에서 실직한 가장이 뱀약을 파는 약장수 집단에 자의반 타의반으로 끌려가 심한 외상을 입고 폭력에 대한 공포증에 사로잡혀 웃지 못할 희비극을 극적으로 보이고 있다. [심씨의 하루]는 하루 동안에 일어난 한 소시민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추석 보너스로 대포 한잔을 나누고 비틀거리며 아내의 목걸이를 사들고 가는 심씨, 그리고 심씨의 삶을 몽땅 빼내어 도망친 아내와 그 목걸이를 대포집의 미스 조에게 걸어주며 ‘사랑해’를 마음속으로 울부짖는 심씨는 흐늘거리는 인간의 아이덴티티라고 하겠다. [종말]은 인간 부재에의 특유한 시선을 그려냈다. 한 노인의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면서 그와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사람답게 살려고 아득바득 애를 쓰는 과정에서 사람의 특징이랄 수 있는 지문을 잃는다는 얘기는 그 상징적인 의미를 따져들 필요도 없이 기막힌 사실로서 독자의 가슴을 친다. 작가는 마치 날씨 얘기를 하듯 하드보일드하게(?) 산문을 엮고 있다. 그런 뜻에서 이 작품은 단편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김문수는 일상 속에서 우리 시대가 겪는 아픔을 이야기로 꾸미는 작가 중에 한 사람이다. 그의 소설에서 몸서리치는 아픔은 분단의 고통일 수도 있고 덧없는 삶의 무상과 그것을 감싸 안아 슬기롭게 대응해 가는 모습이 될 때도 있다. 작가 김문수는 40여 년 동안 독특하고 탁월한 작품들을 발표해온 작가로서 국내 권위 있는 문학상을 휩쓸었다 할 만큼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현대문학상(1975), 한국문학작가상(1986), 동인문학상(1989),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문학부문 대통령 표창 1999) 등을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