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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엄마는 쇼파에 앉아 토크쇼를 보고 있었다. 옆에 돼지도 있었다. 엄마는 사과가 담긴 접시를 손에 들고 번갈아가며 자기 입과 돼지 입에 한 조각씩 넣어주었다.
"다녀왔습니다!" 나는 돼지 옆에 앉았다. "사과 하나 먹어도 돼요?" "얘, 너는 네가 깎아 먹어." 엄마가 말했다. 돼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나는 왜 돼지가 거실에 나와 있는지 물었다. "네 아빠가 이 녀석을 돼지답게 보살펴주지 못하니까." ---p.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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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로 나오세요!"
그가 소리쳤다. 엄마오 아이들이 모두 박수를 쳤다. 나는 앞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내가 말했다 슈퍼마켓 책임자가 무대 위에서 나를 내려다 보았다. "아이는 어디 있죠?" 그가 마이크에 대고 물었다. "무슨 아이요?" "일등상에 당첨된 아이요!" "저예요, 방금 제 이름을 부르셨잖아요." 내가 대답하자 그가 손으로 마이크를 감싸며 속삭였다. "당신은 아이가 아니잖아요." ---p.1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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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애와 인간에 대한 성찰을 이야기하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독일의 평단이나 학회가 스물일곱 젊은 작가에게 보낸 수많은 찬사는 독특한 사건이나 인물, 촌철살인의 유머에 국한된 건 아니다. 이야기 곳곳에 스며 있는 진지한 알맹이들 그리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끌어가는 작가의 능력은 그 어느 유명 작가의 글보다도 강한 힘을 발휘한다. 이 책에는 가족애, 인간에 대한 성찰과 애정이 잘 녹아들어 있다. 학교에서 가장 인기 없는 선생 2위로 뽑힌 라틴어 선생인 아버지를 위해 ‘나’는 아버지의 팬클럽 회원을 모집한다. 회원을 모집하면서 아버지가 늙은 당나귀로 불리는 것을 알게 된 ‘나’는 눈물을 흘린다. 아버지에게 진정한 팬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나’는 기발한 방식으로 아버지에게 서른 명의 회원을 선물한다. 스물다섯 살의 ‘나’에게 고민거리는 주차 자리. 늘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차를 주차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나선다. 아버지는 자신의 자동차가 어찌되든 말든 딸의 주차 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 이 책을 가장 돋보이게 하는 건 나와 타인 간의 관계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야나 셰러는 이 관계를 억지와 과장 없이 담담하게 풀어간다. 대학 신입생인 ‘나’는 아버지 때문에 세서미스트리트의 삼손과 하루를 보내게 된다. 곰 의상을 뒤집어쓴 삼손을 무시하는 ‘나’와 ‘나’의 태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삼손. 이 둘의 하루에는 엉뚱한 사건도 특별한 유머도 끼어들지 않는다. 그런데 이 덤덤한 하루 끝에는 너무나 깊고 푸근한 인간애가 기다리고 있다. 이야기를 억지로 짜내거나 구겨 넣지 않는 담백함, 어둡고 무거운 사색을 배제한 가벼움이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