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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 한 줄 글에서 되찾은 것들 - 이지누
하늘에서 본 경성과 인천 / 안창남 우이동의 봄을 찾다 / 차상찬 승가사와 진흥왕 순수비를 찾다 / 문일평 외국인 묘지 유감 / 함대훈 진관사행 / 신림 경성 근처에 이만한 산이 또 있을까 / 이병기 성경 들지 않고 예배당 순례 / YYY 강화행 / 가자봉인 맑은 가을날, 소요산에 가다 / 박춘파 비 오는 날, 산골 마을에서의 세 시간 / 김사량 논개야, 논개야, 초여름의 촉석루를 찾다 / 김동환 주왕산 탐승기 / 정현모 해인사의 풍광 / 나혜석 빡빡 깎은 중대가리 같은 돌집 / 권덕규 백제 궁궐터에는 보리만 누웠더라 / 이광수 바야흐로 두어 줄기 접시꽃이 피던 안심사 / 한용운 군산 스케치 기행 / 최영수 다도해를 찾아서 / 최영수 한라산 모험기 / DK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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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본 경성과 인천 | 안창남
개벽 1923년 스물세 살의 아름다운 청년, 안창남의 이 글은 서울 상공의 자유로운 비행이 금지되어 있는 요즈음에는 볼 수 없는 기행문이다. 더군다나 나라 안의 기행문을 통틀어 비행기를 타고 서울이나 인천을 내려다본 풍경에 대해 쓴 것은 이것이 처음이며 마지막일 것이다. 그는 비행도중 창덕궁 위에서는 왕에게 예를 표하기도 했으며,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는 전단지를 뿌리거나 곡예 비행으로 시민들을 즐겁게 했다. 그 마음 씀씀이가 너무나 고맙다. ---- 경성의 하늘! 경성의 하늘! 내가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모르는 경성의 하늘! 이 하늘을 날 때 나는 그저 심한 감격에 떨릴 뿐이었습니다. 경성이 아무리 작은 시가라 하더라도, 아무리 보잘것없는 도시라 하더라도 내 고국의 서울이 아닙니까. 우리의 도시가 아닙니까. 장차 크고 넓게 발전할 수 있는 우리의 도시, 또 그렇게 만들 사람이 움직이며 자라고 있는 이 경성, 그 하늘에 비행기가 날아다니기는 결코 한두 차례가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비행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로는 모욕이었으며, 아니면 위협의 의미까지 지닌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이번에 잘하나 못하나 내가 날 수 있게 된 것을 나는 더할 수 없이 유쾌하게 생각했습니다. 참으로 일본에서 비행할 때마다 기수를 서쪽으로 향하고 보이지도 않는 이 경성을 바라보며 달려오고 싶은 마음에 몇 번이나 눈물을 흘렸는지 알지 못합니다. 아아, 내 경성의 하늘! 어느 때고 내 몸을 따뜻이 안아 줄 내 경성의 하늘! 그립고 그립던 경성의 하늘에 내 몸을 날릴 때의 기쁨과 감격은 일생을 두고 잊히지 아니할 것입니다. 경성을 찾은 첫째 날인 12월 10일은 의외로 날씨가 차서 추위를 막을 준비도 없는 불완전한 비행기로는 도저히 비행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날아본다고 남대문 위를 넘어 광화문 위까지는 왔으나 북악산에서 내리치는 거센 바람에 비행기가 남으로, 남으로 흐르면서 기계가 얼었습니다. 프로펠러가 돌지 아니하여 기체는 중심을 잃고 좌우로 기우뚱 기우뚱 흔들리면서 떨어질 듯 위험한 형세라서 어쩔 수 없이 급히 경성시가의 서쪽만 한 바퀴 돌고 곧 여의도로 돌아왔습니다. (중략) 거기서 경의선 철로의중간을 끊고 새문(서대문, 곧 돈의문) 밖, 금화산 부근의 하늘에서 어릴 때 세월을 보내던 미동보통학교가 불타고 없어진 옛 터나마 살피려 하였으나 그 부근에 신건축이 많은 탓인지 얼른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여기서 바로 또렷이 보이는 것은 모화관 뒤 무학재 고개와 그 앞에 서 있는 독립문이었습니다. 독립문은 몹시도 쓸쓸해 보였고, 무학재 고개에는 흰 옷 입은 사람이 꼬물꼬물 올라가고 있는 것까지 보였습니다. 그냥 지나가기가 섭섭하여 비행기의 머리를 조금 틀어 독립문의 위까지 날아가서 한 바퀴 휘휘 돌았습니다. 독립문 위에 떴을 때 서대문 감옥에서도 자기네 머리위에 뜬 것으로 보였을 것이지마는 갇혀 있는 형제의 몇 사람이나 거기까지 찾아간 내 뜻과 내 몸을 보아 주었을는지... 붉고 높은 담 밖에서 보기에는 두렵고 흉하기만 한 이 감옥이 공중에서 내려다보기에는 붉은 담에 에워싸인 빛 바랜 마당에 햇볕만 혼자 비추고 있는 것이 어떻게 형용할 수 없을 만치 한없이 쓸쓸하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어떻게 지내십니까" 하고 공중에서라도 소리치고 싶었으나 어떻게 하는 수 없어 그냥 돌아섰습니다. --- p.1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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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 잃어버린 우리땅의 자연, 풍경, 길, 사람들!
우리 나라 근대의 풍경을 글과 사진으로 복원한 책이 나왔습니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 말이 무색해졌습니다. 드넓은 논밭이 신도시로 바뀌는 데에 몇 해 걸리지 않고, 눈 깜짝할 사이에 숲 무성하던 산등성이가 잔디 깔린 골프장으로 둔갑하거나, 고요하던 주택 단지가 높은 건물 즐비한 요란한 상가로 변신하곤 합니다. 또 눈만 뜨면 새로운 길이 뚫려 산이 첩첩한 곳까지도 거침없이 고속도로가 뻗었습니다. 그런 변화 속에서 우리가 놓치고, 잃어버린 것에 대한 가슴 아픈 안타까움과 그리움에 대해 저마다 탄식한 지도 오래건만, 변화의 급물살은 더욱 거세어져만 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되돌아보게 하고 또 잃어버린 우리것을 향한 허전한 마음을 달래 볼 만한 책이 나왔습니다. 이제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우리 나라 옛 산천의 모습과 그 때의 사람들, 그 귀하디귀한 풍경과 풍속을 글과 사진으로 복원한 책, 「잃어버린 풍경1 1920_1940 서울에서 한라까지」와 「잃어버린 풍경2 1920_1940 백두산을 찾아서」 두 권이 그것입니다. 이 두 권은 지금으로부터 칠팔십 년 전, 당시의 문인과 명사들이 우리 땅을 골골샅샅 잼처 밟으며 그들의 여정과 자연 풍경,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순박한 삶을 섬세하게 기록한 문화기행문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섬세한 눈으로 관찰한 것을 지나침도 모자람도 없이 적절하게 표현한 이 기행문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려니와 잃어버린 옛 풍경과 길을 더듬어 보는 즐거움과 더불어 우리가 함께 놓쳐버린 순정한 정서와 삶의 모습을 되새겨 보는 귀한 경험을 안겨 줍니다. 또한 질박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의 성찬이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엮은이 이지누는 이 옛 기행문의 매력을 “삼복더위에 코끝을 스쳐 가는 시원한 수박향”과도 같고 “늦은 가을날의 해거름, 마당 한쪽에서 태우는 낙엽”과도 같다고 했습니다. 엮은이는 옛사람들의 기행문들을 요샛말로 읽기 좋게 다듬고, 글마다 애정 어린 해설과 감상을 보태어 책을 엮었습니다. 남녘땅 기행문을 엮은 1권에서는 그가 최근에 찍은 사진도 곁들여 과거와 오늘을 비교해 보여주기도 합니다. 사진작가이며, “우리땅 밟기”로 잘 알려진 이지누가 첫눈에 반한 글과 풍경 이야기! 우리가 함께 잃어버린 것들을 ‘함께 찾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엮은이 이지누는, 21세기 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의 우리에게 근 한 세기 전의 기행문을 구태여 끄집어내어 보여주는 까닭을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기억해야 하는 것은 내가 도달해야 할 곳만이 아니라 과거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 과거와 현재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미래는 우리를 유혹하는 허방다리가 되고 말 것이다.” 그렇습니다. 현대화라는 명분 아래 소중한 것을 마구 버리고 앗긴 채로 그저 앞으로 나아오기에만 급급해 왔던 지난 몇 십 년이 이미 충분히 그런 사실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 책의 옛 기행문들을 보면 곳곳에서 근대화, 도시화의 폐해며 우리것을 제대로 아끼고 지킬 줄 모름에 대해서 질타하고 걱정하는 것이 눈에 띕니다. 엮은이는 처음에 <개벽>, <별건곤>, <삼천리> 같은, 헌책방의 먼지 쌓인 옛 잡지를 뒤지다 이 기행문들을 우연히 만났고, 곧 그 매력에 깊이 빠지면서부터 도서관의 신문 자료와 인터넷 공간을 이리저리 뒤져 가며 글을 수집하여 읽기를 두세 해 동안 매달렸습니다. 그리고 그 글들을 책으로 엮어 내기로 하였습니다. 그것은 이 옛 기행문에서 우리가 함께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발견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잃어버린 그것들”을 함께 확인하고 함께 회복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그 “잃어버린 것들”은 바로 ‘걷는다는 것’과 ‘느림’과 ‘진정성 넘치는 꼼꼼한 글쓰기’가 그것들입니다. 통일시대를 살아갈 지금의 중고생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기행 문학의 정수! 얼마 전, 분단 이후 남북간의 광통신망이 개설되었습니다. 남북의 경제 협력이 강화되고 문화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바닷길이 열리고 육로가 열리는 등 단단히 잠겨 있던 길들이 하나씩 열린 것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금강산 관광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요즈음, 이제 머지않아 그리운 땅인 북녘을 통해 백두산을 오를 수도 있다고 하니 이 책을 통해 옛 백두산을 오르는 길, 풍경, 생태환경 등을 이해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살펴보는 것은 백두산 기행의 또다른 기쁨이 될 것입니다. 「잃어버린 풍경2 1920_1940 백두산을 찾아서」는 머지않아 열릴 미래, 북녘 땅과 백두산을 맞이하기에 앞서 꼭 읽어 봄직한 귀한 책입니다. 「잃어버린 풍경1 1920_1940 서울에서 한라까지」와 「잃어버린 풍경2 1920_1940 백두산을 찾아서」 이 두 권은 근대 지식인의 기행문을 모아 놓은 드문 책이라는 점에서, 특히, 마음과 머리와 우리 글을 한창 키워 나가는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우리 땅의 옛길과 풍경 하나하나가 보석같이 박혀 있는 이 책은 기행 문학의 가치와 함께 인문적 가치도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