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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을 잃은 개그맨과 개그맨을 보고 웃는 우리의 이야기
‘마빡이’를 기억하시는지? 공연 내내 자신의 이마를 때려 대는 개그맨을 보면서 관객들은 엄청나게 웃고, 골목마다 아이들은 그 마빡이를 흉내 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개그맨 이마가 빨개질수록, 힘들어서 땀을 흘리면 흘릴수록, 괴로워하면 할수록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이상했다. 다른 이의 괴로움을 지켜보면서 웃는 사람들이 이상했고, 그걸 몇 달이나 텔레비전에서 보여 주는 방송국도 이상했다. 그런 이야기를 하면 “왜? 웃기면 그만 아냐?” 하면서 도리어 그렇게 말하는 사람을 더 이상하게 쳐다보는 세태가 이상했다. 김지연 작가의 그림책 《개그맨》의 더미북을 처음 보았을 때 무릎을 쳤다. 그때 이상했던 기분이 고스란히 떠올랐고, 개그조차 가학적이고 폭력적이고 자극적이어야만 인기를 끄는 세상에 꼭 맞는 그림책이다 싶었다. 어린이들이 이런 화법을 낯설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도, 망설임 없이 이 그림책을 출판하게 된 까닭이다. 우리는 순수하게 즐기고 있을까 “왜 우리는 아이처럼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는 걸까요? 어른들은 팔짱 끼고 정색하고 앉아서 얼마나 웃기나 한번 보자 그러는 거 같아요. 그렇게 계산하니까 아이처럼 즐겁게 보지 못하는 거예요.” 김지연 작가는 이런 마음으로 그림책 《개그맨》을 작업했다. 아이들과 파리로 여행을 갔을 때 우연히 들렀던 코미디 극장에서 열정적으로 공연하는 개그맨을 보고 감동받았고, 말이 통하지 않는데도 거리낌 없이 공연을 즐기는 아이들을 보고 신기했던 경험을 살렸다. 판화로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책을 작업해 왔던 작가는 이번에도 기존 그림책 작가들과는 다른 표현 방식을 선택했다. 종이를 잘라 붙이고 롤러로 다채로운 색을 밀고, 판화로 찍은 강렬하면서도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은 고뇌하는 개그맨의 마음과 사람들의 반응을 거침없이 보여 주고 있다. 무표정한 얼굴, 찌푸린 표정으로 공연을 기다리던 어른들이 개그맨이 자학하는 공연을 보면서 박장대소하고, 점점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 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어른들과 달리 개그맨의 첫 공연을 순수하게 즐기던 아이는 그런 어른들 틈에서 홀로 개그맨을 걱정한다. 그리고 잔인한 관객들의 웃음이 개그맨을 덮치는 순간 아이는 눈물로 개그맨을 구해 낸다. 기괴하게 분리된 사람들의 눈, 입, 커다란 얼굴들에 짓눌린 개그맨을 여리디여린 아이가 용감하게 “그만해요!” 외치며 구해 내는 장면은 이 책의 압권이다. 평화롭고 아름답게, 때로는 휘몰아치며 위협하듯 다가오는 김지연 작가의 그림은 변화무쌍한 한 편의 공연을 보여 주는 것 같다. 다 보고 나면 마음속에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공연이다. 책장을 덮는 순간, 극장 안 관객들 속에 자신도 있지 않았을까, 누군가의 아픔을 외면하고 멋대로 즐거워하지는 않았을까? 고민을 던져 주는 책이다. 그림책 《개그맨》은 무대 위 개그맨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보여 주는 그림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