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 축제주의자들의 세상
2. 생날라리가 문광부로 간 까닭은 3. 또라이들의 무모한 작전 4. 아슬아슬 공중회전 네 바퀴 반 5. 뚝딱 프로젝트 기획단 6. 네트워크형 잔치 결사체 7. 예술아 놀자 8. 광화문을 열어라, 돌격! 9. 쇼쇼쇼를 위하여 10. 인정사정 볼 것 없다 11. 축제 만들기 압축 버전 |
김종휘의 다른 상품
|
사실 축제 끝나고 전화도 많이 왔다. 문광부는 당근이다. 전국 주요 대도시의 지방자치 단체에서 청소년 축제 해달라고 문의 전화가 제법 걸려왔다. 돈은 있는데 아이디어가 없는 이벤트 수요자들한테도 연락이 왔다. 얼마 필요하냐, 줄 테니까 행사하라고. 알 만한 시민단체에서도 이야기를 전해왔다. 이런 경우말고도 조목조목 주문이 온 경우는 더 많다. 패션쇼, 콘서트, 열린 장터, 설치미술, 퍼포먼스 중에서 특정 프로그램을 콕 찍어서 자기네 행사에 오라는 속삭임들은 너무 많아 다 기억하기도 힘들다.
우리는 꼴깍, 침 한번 삼키고 애초 다짐한 약속대로 하기로 했다. Change 21은 해산한다. 하지만 우리를 필요로 하는 일이 있다면, 그리고 그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도 같다면, 더 넓은 네트워크를 시도하면서 해도 늦지 않고 손해날 것도 없다고 자위했다. --- p.126 |
|
발제 순서가 다 끝나고 잠시 휴식. 이어 허벅지 밴드의 공연과 고영태의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그새 문광부 공무원들은 다 가고 없고, 발제자 중 바쁜 분들도 일부 가고, 약간은 어수선한 자리였다. 묵묵히 이야기를 듣기만 하던 400여 명의 어린 것들과 젊은 것들이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늘 축제 이야길 처음 들었는데 참가할 수 없어요?', '청소년 문화를 말하는데 왜 청소년 발제자는 없죠?'. '난 40대인데 너무 청소년 쪽으로만 가느 거 아닌가?', '포럼형식이 약간 상투적이었는데, 공연을 보니 그나마 위안이 된다' 등등.
그러던 와중에 나온 지적. '발제석 뒤에 친 병풍이 너무 안 어울려요. 이런 행사하고는.' 어느 여학생의 발언이었다. 포럼 시작하기 전 프레스센터 직원들이 들고 와 병풍 치는 걸 보면서 눈에 걸렸었는데, 그게 문광부 요청인지 서비스인지 잘 몰랐다. 바로 그것을 지적하는 순간이었다. 맞아 그렇지. 아이들을 불러놓고 젊은 것들의 문화적 에너지에 대해 말하고 토론하자는 자리인데 전부 어른들 발제에 웬 병풍까지? 여학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좌중에서는 와~ 하는 짧은 웃음이 번졌다. 그날 이후 그 자리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위세를 부렸던 병풍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따끔따끔 되살아나곤 한다. 아, 병풍! --- p.151 |
|
소비 향락 문화 일색인 놀이 문화 현실에 질타를 가한 문화 게릴라들의 공격
이 책은 소비 향락 문화 일색인 우리 현실에서 일상의 축제를 만들어 대안적 놀이 문화를 모색하려는 문화 게릴라들이 벌인 난장 일지이자 성공적인 현장 경험을 모델로 한 '놀기'와 '축제'에 대한 문화 보고서다.
'노는 예술, 즐기는 축제'를 위해 모인 젊은이들의 좌충우돌 축제 만들기 노력을 흥미롭게 보여주는 이 책은 젊은 것들이 벌인 한바탕 난장에 그치지 않는다. 한마디로 이 땅에서 놀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실감한 젊은이들의 뼈아픈 현실 인식과 우리 사회의 놀이 문화에 대한 반성적 고백이다. 이 책의 모델이 된 '새천년 청소년 문화축제-Youth Festival 1999'는 우리 나라의 첫 밀레니엄 축제로 '다양성과 공존'을 주제로 한 청소년 축제였다. 주최는 문화관광부였으나 모든 기획과 진행을 민간의 젊은 예술인들이 주도해 문화 행정사상 일대 사건으로 방송과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때문에 책의 구성은 젊은이들이 모여 축제 기획과 준비, 행사에 이르기까지 난장을 벌이게 된 전말을 보여주는 부분과, 문화 정책을 담당한 정부 부처와 민간의 전문 인력을 위해 축제 기획을 요약한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지금 '놀자'가 우리 사회의 새로운 문화적 이데올로기로 대두되었다. 10대 문화와 청소년의 대안 교육과 관련해서도 '놀이 문화'는 초 관심사다. 그러나 어제까지 '일하자'와 '공부하자'밖에 모르던 사회가 오늘 갑자기 '놀자'고 해서 놀이가 문화로 둔갑할 수는 없다. 놀아볼 기회조차 박탈당해 아예 놀 줄 모르는 어른들의 질펀한 돈 낭비, TV에서 베낀 문화말고는 스스로 창조하는 놀이가 없는 10대들, 또 실속 없는 온갖 사이비 축제만 양산하는 정부. 결국 악순환만 되풀이된다. 저자 김종휘는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보고자 덤빈 것이 바로 축제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사회 현실에 일상의 축제를 만들어 즐기려던 젊은이들의 노력은 생각만큼 유쾌하지 않았다. 전액 국고 지원이라는 행사를 민간이 정부와 함께 치러낸 이면에는, 민과 함께하지 못하는 관의 서비스 정신 부재로 인해 그들이 겪은 고충이 여실히 드러나 있다. 만약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헐벗은 놀이 문화 현실을 개선하고, 건강한 10대 문화를 위한 청소년 축제를 마련하려 한다면 이들의 비판에 귀기울여야 한다. 일 잘하고 공부 잘하면 행복해진다고 굳게 믿어왔던 우리 사회에서, 놀이 문화에 대한 보다 장기적이고 꼼꼼한 사회 전체의 관심은 이제 사람을 기르는 일이 될 것이다 '생각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만이 아닌 '놀이하는 사람'으로서의 새로운 인간형. 바로 그때 우리는 '놀이'와 '문화'의 행복한 접점에서 즐겁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은 바로 그런 대안을 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