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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욕망하는 것들
김영진
책세상 2001.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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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 top2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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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 영화, 에로티시즘, 포르노
성의 권력과 쾌락
<거짓말>, 퇴행하고 싶은 욕망
영화와 성정치학
포르노와 쾌락, 권력
<거짓말>, 포르노 방식으로 포르노를 말하다

2. 예술영화와 모더니즘 시대의 종언
예술영화의 시대
예술영화 시대의 종언
예술영화의 레퀴엠 <구름 저편에>, 이미지의 저편에
홍상수 영화의 힘

3. B급 영화의 매혹
B급 영화의 뿌리
B급 영화의 대부 로저 코만
B급 영화의 계승자들
B급 영화의 큐레이터, 쿠엔틴 타란티노
한국의 B급 영화 키드, 류승완

4. 블록 버스터의 경제학과 사회학
블록버스터의 시대
블록버스터의 효시 <조스>
<조스>와 <스타워즈> 이후
<스타워즈> 현상
<에이리언> 4부작
한국형 블록버스터와 대중의 쾌락

저자 소개

저자 : 김영진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인하대학교에 입학했다. 대학에 갈 무렵 영화를 하겠다고 결심했으나 불문학을 전공했다. '영화마당 우리'라는 대학 연합 동아리에서 영화도 찍고 공부도 하면서 대학생활을 보냄. 영화감독의 꿈을 안고 중앙대학교 대학원 영화과에 들어갔지만 만만한 길이 아님을 알고 영화에 관한 글로 먹고사는 직업을 굳히게 됐다.

대학원을 졸업하고 1년여 동안 짧은 대학 강사 생활을 한 후 영화 주간지 <씨네 21>에서 창간 때부터 일했으며 5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박사과정에 들어가면서 학업과 일을 병행하기로 마음먹고 인터넷 영화 사이트이자 영화 주간지까지 내고있는 <필름 2.0>에 편집위원으로 취직, 그후 전형적인 영화 언론인의 삶을 살고 있다.
저서로는 『할리우드의 꿈』과 『미지의 명감독』이 있다.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0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03g | 128*205*20mm
ISBN13
9788970132471

책 속으로

홍상수가 <오! 수정>에서 보여준 것은 바닥까지 닿는 자학 비슷한 모욕감이다. 성적 불안감, 망상증, 환상에 갇힌 남성의 자아와 그런 남자를 달뜨게 만들기 위해 애쓰는 여자의 모습을 통해 허우적대는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은 결코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오! 수정>은 표명상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등장인물의 기억 조각을 따라 이야기를 재조립하면 이들의 넝마같은 진심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홍상수 영화는 늘 직접적인 대화 소통에 실패한 등장인물의 말장난을 구사했는데, 급기야 <오! 수정>에선 성교를 나누던 남자 주인공 재훈이 여자 주인공 수정이 아닌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른다. 이것은 '어쩌면 의도'라고 생각하는 수정과 '어쩌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재훈의 기억의 편차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홍상수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피곤하게 말 실랑이를 나누며 영원할 것 같은 기다림을 겪고 뜬금없는 말을 내뱉으며 어떻게든 소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p.

영화의 미래는 결국 알렉상드르 아스트뤽이 말했던 카메라 만년필설이 실현되는 지점과 엄청난 기술과 자본의 복합체인 할리우드 불록버스터가 맞서는 지점에서 흥미로운 꼴로 만들어질 것이다. 필름으로 찍는 영화의 미학은 낡은 것이 되겠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영화는 어차피 근대기술의 산물이었고 시간의 동시성을 담는 20세기의 매체였기 때문이다.

21세기에 또다시 기술의 제약과 혜택을 받아 새로운 매체로 정의된다고 해도 그것은 매체의 운명이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듯이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며 지금의 세상을 긍정하는 태도와 부정하는 태도의 싸움이다. 또 긍정과 부정 사이에서 요동하는 욕망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는 언젠가 '열세살의 평범한 소녀가 아무 때나 쉽게 영화를 찍을 수 있는 날이 오면 그때 비로소 영화는 예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사실 그런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 p.152

무엇보다도 타란티노의 영화는 로저 코만이 정착시켰던 B급 영화에 대한 향수, 무구한 오락에의 매혹과 성과 폭력으로 치장한 싸구려 영화가 안겨주는 일탈의 쾌감을 자극하는 뇌관을 품고 있다.
70년대 흑인영화 스타 팸 그리어를 주연으로 기용한 <재키 브라운>은 바로 그러한 B급 영화에 대한 충성의 재확인이자 고전적인 탐정영화 내러티브의 교묘한 변주이며 동시에 옛날 영화의 강고한 도덕과는 별로 상관없는 상대주의적 윤리를 설파한다. 이 영화에는 로버트 드 니로와 브리지트 폰다가 텔레비젼을 통해 한물간 70년대 싸구려 액션영화를 보고 있는 장면이 있다. 한눈에 봐도 싸구려임이 분명한 그 영화는 피터 폰다가 74년에 만든 <더티 메리 크레이지 랠리>이다. 이 장면은 영화의 내용과 상관없이 옛날에 봤던 싸구려 영화의 원초적인 감동, 사랑, 성, 폭력과 그 밖의 금지된 것을 위반하고 싶은 충동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타란티노는 쓰레기 문화를 즐기고 포장해낼 줄 아는 마법의 손을 지녔다. 그의 영화는 내용 없는 스타일을 선정적으로 선전하는 쓰레기더미 같다는 비난을 종종 듣지만 사실은 B급 영화의 진정한 진취 정신을 몸에 붙이고 아직 개척되지 않은 싸구려 영화의 무한한 자산을 왕성하게 섭취해 인간의 감정과 일상을 반영하는 도발적인 화술의 경지로 넘어가고 있다.

---p. 106

류승완의 영화에서는 로저코만, 쿠엔틴 타란티노, <엘 마리아치>의 로버트 로드리게즈 등의 감독이 나누고 있는 유희를 향한 열정 같은 것이 풍겨나온다. 앞서 존재한 대중영화의 스타일과 내용을 인용하고 형식을 마구 뒤섞으면서 후안무치한 베끼기에서 이 시대의 대중문화적 코드를 멍석 펴듯이 깔아놓겠다는 징후인 것이다. 완성도와는 관계없지만 공식적인 미학 규범을 무시하거나 아예 의식하지 않는 천방지축의 패기가 보인다. B급 영화 정신이란 결국 그런 것이다. 대중문화의 유산을 이리저리 횡단하고 받아들이면서 굳이 예술인 척하지 않고 이미 봤던 것을 다른 모습으로 가공해내고 거기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그것이 쌓이면 거대한 B급 영화의 만신전이 만들어질 것이다. 한국에서의 B급 영화는 이제 막 시작이다.

--- pp.110-111

출판사 리뷰

2000년, 한국 영화계는 블록버스터에서 에로티시즘 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경험했다. 〈공동경비구역JSA〉, 〈단적비연수〉를 비롯해 제작비 30억 원이 넘는 영화가 한 해에 10편 가까이 제작되었고, 관객들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블록버스터의 십분의 일도 안 되는 제작비를 들인 B급 영화〈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다른 대형 영화들과 대등한 위치에서 관객과 언론에게 좋은 반응을 받았다. 또〈거짓말〉은 포르노그라피라는 장르를 통해 영화계뿐만 아니라 전 사회적으로 문제시되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공존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유행의 부침이 심한 영화문화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는 역사적 상황과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는, 조금은 번거로운 과정인 비평 작업을 게을리했던 우리의 영화문화 풍토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책세상문고·우리시대 『영화가 욕망하는 것들』은 영화 역사에서 개념화된 대표적인 장르의 영화를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어떻게 비평할 수 있는지 몇몇 영화들의 예를 통해 살펴보고 있다.

뤼미에르 형제는 퇴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영상으로 남기기 위해 카메라를 돌렸다. 이것이 영화가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실제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려는 충동. 또한 영화는 현실을 모사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만의 눈으로 세상을 재해석하고자 끊임없이 갈망하며, 기존의 질서와 장르를 거스르려는 욕망을 발산한다. 영화에는 다양한 욕망이 존재한다. 이는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탄생하게 된 계기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을 설명하는 데는 논리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비평이다.

『영화가 욕망하는 것들』은 역사 속에서 개념화된 영화들의 특성을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연관지어 해석한다. 따라서 이 책은 포르노와 에로티시즘 영화에서 보여지는 권력과 욕망의 성격, 예술영화가 특유의 느슨한 구조를 띠는 이유, 블록버스터와 B급 영화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 등을 사회·역사적 맥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각 장르를 대표하는 감독들의 영화 세계를 통해 특정 장르의 개념을 더욱 구체화시키고 있다.

『영화가 욕망하는 것들』은 포르노, 에로티시즘 영화, 예술영화, B급 영화, 블록버스터 등의 장르를 네 장으로 나누어 비평한다.

제1장은 지난해 〈거짓말〉이 야기한 논쟁에서 시작해 포르노냐, 예술이냐는 상투적인 논쟁을 떠나 과연 이 영화가 한국 사회의 권력과 욕망에 관한 담론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서구 영화에서 에로티시즘을 다룬 영화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가운데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 <감각의 제국> 등의 영화가 놓인 맥락을 분석했으며, 80년대 이후 포르노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논쟁을 되새긴다. 그런 가운데 문제는 권력과 욕망 사이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가치평가 기준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아본다.

제2장은 한때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향수>가 흥행할 만큼 우리 영화문화에 큰 영향을 끼쳤던 예술영화가 우리 사회에 소개되고 유행한 맥락을 살폈다. 예술영화가 짧은 기간의 유행으로 끝난 후 체계적인 지식을 축적하지 못했던 저간의 맥락 속에는 아직도 예술영화가 서구 영화 역사 속에서 왜 나타났던 것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무관심이 자리하고 있는 것임을 증명한다. 말미에는 홍상수의 세 편의 영화를 놓고 그것이 장르 영화와는 어떻게 다른 어휘로 주제를 말하고 있는지를 비평하고 있다.

제3장은 B급 영화가 애초에 할리우드에서 나타난 배경 그리고 그것이 때로는 왜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저항을 뜻하게 됐는지를 B급 영화의 거장 로저 코먼의 예를 들어 풀어놓았다. 또 B급 영화의 정신적 자식이라 할 수 있는 쿠엔틴 타란티노의 작품세계와 그의 존재가 현대 영화에 끼친 영향을 서술하고 있으며 말미에는 최근 나타난 류승완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예로 들어 한국 영화에서 가능한 B급 영화의 잠재력을 논하고 있다.

마지막 장은 할리우드 영화의 대명사인 블록버스터가 <조스>와 <스타워즈>를 계기로 어떻게 할리우드 영화의 나침반을 돌렸는지를 되새겨본다. 블록버스터의 미학을 <스타워즈>, <에이리언> 시리즈를 통해 살핀 다음, 온갖 의미와 재미의 복합체인 블록버스터가 왜 현대의 거대한 신화인지를 따져본다. 말미에는 <쉬리>, <공동경비구역JSA> 등의 영화를 통해 한국에서도 중요 비평 어휘가 된 블록버스터가 어떻게 한국 사회의 집단 무의식을 드러내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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