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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프롤로그 1장 오대산 월정사 적멸보궁 ● 오대산에 심은 자장의 꿈 _ 017 ● 월정사 터에서 마주한 토착민의 반발 _ 024 ● 신라 땅에 깃든 문수보살의 가르침 _ 030 ● 월정초암의 지혜 달빛 _ 037 ● 부처의 진신사리를 깊은 바위 아래 모시다 _ 045 2장 왕족으로 태어나다 ● 세속의 영화를 뒤로하고 출가 _ 051 ● 해골을 안고 정진하는 고독한 수행자 _ 057 ● 차라리 계를 지키다 죽을지언정 _ 064 ● 소금강으로의 만행(萬行) _ 071 ● 서라벌 불교의 허상과 원광 법사 _ 076 3장 당나라 유학 ● 백고좌법회 _ 083 ● 당나라를 배우라 _ 089 ● 종남산의 기인, 원향 선사 _ 096 ● 계율의 정수, 도선 율사 _ 103 ● 오대산 문수보살 친견 _ 109 4장 자장 율사를 불러오라 ● 황제의 선물, 불교 경전 400상자 _ 121 ● 양주의 검은 그림자 _ 126 ● 불타는 대야성 _ 131 ● 신라행 귀국선 _ 138 ● 울주 태화사 _ 144 5장 대국통(大國統) ● 대국통이 되다 _ 153 ● 계율로 세우는 정신의 성벽 _ 161 ● 통도사 금강계단 _ 168 ● 황룡사 구층목탑 _ 177 6장 신라의 불국정토 건설 ● 하늘에 닿은 마지막 보루, 봉정암 _ 187 ● 사자산 법흥사 _ 196 ● 선덕여왕의 서거와 신라의 새 물결 _ 204 ● 비단 위에 새긴 태평송(太平頌) _ 212 ● 갈반지를 찾아서 _ 219 ● 정암사 수마노전탑 _ 226 ● 마지막까지 지킨 법의 등불 _ 232 에필로그 _ 241 참고문헌 _ 2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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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수행자를 가려 받는다. 오대산은 그중에서도 가장 엄격한 산이었다. 이 산에 들어선 자는 먼저 마음을 다잡아야 했고, 다음으로 몸을 바로 세워야 했다. 오대산은 기도보다 앞서 삶의 태도를 요구했다. 말과 행동, 먹고 입는 방식 하나까지도 수행이 되지 않으면 이 산은 결코 사람을 품지 않았다
--- p.11 월정사는 그저 그런 사찰이 아니었다. 계율이라는 씨앗을 뿌리내리게 할 거대한 실험장이자, 타락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불성의 요새였다. 월정사에서 자장은 출가자의 일상, 공동체의 규범, 수행의 질서를 하나하나 새로 썼다. --- p.13 하늘과 땅의 경계가 모호했다. 자장 율사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묵직한 이끼 냄새와 서늘한 흙 기운이 배어 나왔다. 명주(溟州; 강릉) 오대산의 초입,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전나무 숲은 마치 거대한 사찰의 기둥처럼 늘어서서 이방인의 침입을 지켜보고 있었다. 안개는 살아 있는 짐승처럼 계곡을 타고 내려와 자장의 장삼 자락을 적셨고, 바람은 나뭇잎 사이를 지나며 알 수 없는 방언처럼 웅얼거렸다. --- p.17 선덕여왕 12년(643) 1월, 신라 조정은 절박한 국서를 통해 자장의 환국을 공식 요청했다. 붉은 인장이 찍힌 선덕여왕의 친서에는 백제의 끊임없는 도발에 국경의 무너지는 소리, 그리고 폭풍 전야와 같은 국운에 대한 여왕의 깊은 고뇌가 배어 있었다. 여왕은 자장에게 신라의 정신적 지주가 되어 달라며 간곡한 귀국 요청을 전해온 것이다. --- p.121 자장이 품은 것은 단순히 금과 비단이 아니었다. 부처님의 정골사리인 ‘불보(佛寶)’, 400함에 달하는 방대한 대장경인 ‘법보(法寶)’, 그리고 당나라 황실과 고승들로부터 정통성을 인가받은 자장 자신인 ‘승보(僧寶)’였다. 불교의 세 가지 보배를 완벽하게 갖추어 귀국하는 자장의 선단은 이제 단순한 유학승의 배가 아니었다. 그것은 신라 불교의 체계와 당나라의 선진 문화를 통째로 옮겨 가는 거대한 ‘문명의 방주(方舟)’였다. --- p.1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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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는 이렇게 기록한다.
“나라 사람 열 집 가운데 여덟아홉 집이 부처의 가르침을 따랐다.” 한 인물의 실천이 한 시대 전체를 바꾸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를 거의 알지 못한다. 교과서 속 몇 줄의 설명이 전부였다. 이 책은 『삼국유사』, 『삼국사기』, 『속고승전』 등 주요 문헌을 바탕으로 흩어진 기록을 다시 엮어 자장의 삶과 사상을 입체적으로 복원한다. 특히 오대산과 적멸보궁, 사리신앙과 문수신앙의 시작을 함께 따라가며, 한 인물이 어떻게 한 나라의 정신을 만들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책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가볍지 않다.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는 동안 한국불교의 시작이 자연스럽게 이해된다. 읽히는 속도는 빠르지만, 읽고 난 뒤 남는 무게는 깊다. 『자장 율사』는 『오대산의 고승』 전 10권 시리즈의 출발점이다. 자장을 시작으로 범일, 나옹, 신미, 사명, 한암, 탄허, 만화선사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한국불교 1,400년 수행의 계보가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한 권으로도 충분히 깊지만, 시리즈를 이어 읽을수록 한 시대의 깨달음이 다음 시대의 수행으로 이어지고, 그 수행이 다시 하나의 전통이 되는 흐름이 더욱 선명해진다. 한 권을 읽으면 멈추기 어렵고, 끝까지 읽으면 한국불교가 보인다. 한국불교를 이해하는 가장 정확한 시작, 지금까지 제대로 읽히지 않았던 이름을 다시 만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