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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프롤로그 1장 오대산의 정기를 품다 ● 김술원, 오대산에서 자장 율사를 만나다 _ 017 ● 애장왕, 오대산에서 아들을 발원하다 _ 025 ● 오대산의 정기를 품고 태어난 김품일 _ 042 ● 오대산을 참배하고 출가를 결심하다 _ 051 ● 오대산을 떠나 금성으로 _ 064 ● 앵무새 죽이기 _ 074 2장 당나라 유학 ● 명주(明州)에서 만난 정취보살 _ 091 ● 그대는 동방의 보살이로다! _ 097 ● 오대산에서 온 맑은 바람 _ 109 ● 회창폐불 _ 116 ● 귀국 _ 127 ● 인과와 응보 _ 133 3장 오대산 아래 사굴산문이 열리다 ● 다시 오대산으로 _ 145 ● 오대산을 찾은 세 명의 왕 _ 152 ● 오대산과 굴산사 _ 159 ● 정취보살과의 재회 _ 161 ● 오대산에서 온 범교사 _ 169 ● 오대산 아래 사굴산문이 열리다 _ 178 ● 오대산에서 본 세 가지 불행 _ 184 ● 열반, 오대산에 뿌린 선종의 씨앗 _ 189 ● 낭공 행적, 서라벌에서 선법을 펼치다 _ 193 ● 두타 신의, 스승의 뜻을 받들어 오대산에 뿌리를 내리다 _ 196 ● 낭원 개청과 지장선원 _ 198 4장 신이 된 스님 ● 왕순식과 이승사(異僧祠) _ 213 ● 대관령의 수호신 _ 223 ● 신화에서 전설로, 강릉단오제 _ 229 ● 신이 된 세 남녀의 만남 _ 242 ● 도표로 읽는 범일 국사와 강릉단오제 _ 247 에필로그 _ 253 참고문헌 _ 2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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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의 말을 듣는 순간 김술원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자장 율사라면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기 전, 선덕여왕과 김유신 장군과 함께했던 전설적인 분이 아니던가. 자장 율사는 왕족 출신이었으나 출가하여 당나라에 유학했고 당나라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가사, 발우를 받아서 신라로 귀국했다. 그 후 자장 율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멸하지않고 널리 흥할 곳’을 찾아 오대산으로 왔고 오대산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셨다.
--- p.20 자장 율사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문수보살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김품일은 오대산 봉우리 위에서 한없는 자유와 가피를 느꼈다. 그곳에서는 해와 달도, 동과 서도 하나의 허공일 뿐이었다. 김품일은 자신이 오대산을 불국토로 완성할 것이라던 자장 율사의 말을 떠올렸다. 어린 시절, 김술원 공이 무릎에 앉힌 김품일에게 수시로 들려주었던 그 이야기가 갑자기 거대한 확신으로 다가왔다. ‘이것이 내 운명이요, 오대산이 내게 주는 사명이로구나!’ --- p.60 “도는 닦을 필요가 없다.” ‘도는 닦을 필요가 없다.’ 새의 솜털보다 가벼운 한마디 속에 삼라만상의 지혜가 담겨 있었다. ‘그렇구나! 닦을 필요가 없는것이로구나!’ 범일의 마음속에 깨달음의 빛이 환하게 켜졌다. 환희심이 차오르는 범일과는 달리 해창원 스님들의 눈빛은 사정없이 흔들렸다. --- p.105 석 달이 지났을 무렵, 행색은 초췌하나 눈빛이 형형한 젊은 수행자가 오대산 초막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개청이었다. 범일의 눈에 기쁨과 경탄이 흘렀다. 선승의 인도에 의지하여 굴령을 찾아 천리길을 걸어서 범일을 찾아온 것이다. 개청이 큰절을 올리자, 범일이 벌떡 일어나 개청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어찌 이리도 늦었는가! 그대를 기다린 지 오래였다.” --- p.182 범일 국사가 뿌린 불법의 씨앗은 오대산의 맑은 물을 머금고 산천초목과 더불어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웠다. 진흙 속에서도 물들지 않는 선법의 정신은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르기까지 피고 지기를 거듭하며 한반도 전역에 법맥(法脈)을 흐르게 하였다. 우리의 정신과 문화를 억압과 폭력으로 말살하려 했던 일제에게, 오대산과 범일 국사가 상징하는 청정한 기운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다. --- p.23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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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일은 왕의 부름을 받았지만 따르지 않았다. 권력을 통해 불교를 키우는 길 대신, 수행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는 오대산과 강릉 굴산사를 중심으로 수행 공동체를 이끌며, 형식과 기복으로 흐르던 불교를 깨달음의 길로 되돌렸다. 그 선택은 단순한 은둔이 아니라, 불교의 방향을 다시 세운 결단이었다.
그가 세운 사굴산문은 한국 선불교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고, 이후 고려와 조선으로 이어지는 수행 전통의 뿌리가 되었다. 한 사람의 선택이 불교의 흐름을 바꾼 것이다. 이 책은 자연스럽게 묻게 만든다. 불교는 어디에서 살아나는가. 제도와 권력 속인가, 아니면 수행 속인가. 범일은 그 질문에 답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의 삶으로 보여준다. 수행이야말로 불교를 다시 살리는 길이라는 것을. 『오대산의 고승 : 범일국사』 는 어렵지 않으나, 가볍지 않다. 한 수행자의 길을 따라가다 보면 불교가 무엇으로 유지되고 이어지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읽히는 속도는 빠르지만, 읽고 난 뒤 남는 기준은 분명하다. 『범일 국사』는 『오대산의 고승』 시리즈에서 자장 이후 이어지는 흐름을 보여주는 책이다. 한 시대의 제도가 수행으로 이어지고, 그 수행이 다시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자장을 시작으로 범일, 그리고 나옹, 신미, 사명, 한암, 탄허, 만화선사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한국불교 1,400년 수행의 계보가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한 권으로도 충분히 완결되지만, 시리즈를 함께 읽을수록 한국불교의 흐름이 더욱 또렷해진다. 한 권을 읽으면 다음이 궁금해지고, 이어 읽으면 비로소 전체가 보인다. 불교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가장 단단한 기준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