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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프롤로그 1장 오대산이 맺어준 인연 ● 오대산 상두암 _ 017 ● 짚신이 부처다 _ 030 ● 운수납자 _ 039 ● 이 순간에 충실하라 _ 049 2장 지공과 평산의 가르침 ● 황금빛 송골매 _ 059 ● 피부가 검은 스님 _ 078 ● 길 위의 가르침 _ 092 ● 지공의 인가 _ 099 ● 평산 처림에게 이어받은 임제종 법맥 _ 111 ● 광제선사 주지가 되어 _ 119 3장 푸른 산과 흰 구름 ● 10년 만에 돌아온 고국 _ 135 ● 오대산 고운암으로 찾아온 환암 혼수 _ 150 ● 홍건적을 몰아낸 생불 _ 160 ● 다시 찾은 마음의 고향 오대산, 그리고 회암사 _ 176 ● 공부선(功夫選) 주관 _ 190 4장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 회암사 중창 _ 209 ● 밀양 영원사 가는 길 _ 224 ● 사랑도 벗어놓고 미움도 벗어놓고 _ 231 ● 다시 오대산에서 _ 246 에필로그 참고문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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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곧 시작이겠죠.”
“바로 그렇다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게. 낙엽을 쓸 때는 온전히 낙엽 쓰는 일에만 집중하란 말이야.” 그날 밤, 나옹은 수찬을 적묵당으로 불렀다. 촛불 하나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스님, 제가 부처님 제자가 될 수 있을까요?” --- p.53 “우물 안 개구리는 바다를 모르는 법이지요. 더 큰 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우물을 벗어나는 게 순서 아니겠습니까?” 상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하지만 조심하셔야 합니다. 중국 땅은 고려보다 훨씬 넓고 복잡합니다. 길을 잃기 쉽거든요.” --- p.100 “큰스님,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은 무엇입니까?” 나옹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법상에 기대어 놓은 불자를 집어 ‘탁탁탁’ 하고 선상을 쳤다. “이 소리는 이 불자에서 나왔습니까, 아니면 우리 마음에서 나왔습니까?” 대중은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질문했던 스님을 비롯해 나옹의 물음에 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그들은 나옹의 눈빛을 보며 번뜩이는 지혜의 빛을 느낄 수 있었다. --- p.137 “큰스님, 삶과 죽음이 무엇입니까?” 나옹은 문 밖으로 시선을 던진 채 천천히 대답했다. 도량밖 아래쪽으로 남한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저 강물을 보아라. 끊임없이 흘러가지만 강은 그대로 있지않느냐. 물방울 하나하나는 사라지겠지만 강물은 영원한 법이지. 삶과 죽음도 그와 같아서 개별적인 존재는 생멸하지만, 불성은 영원하니라.” “그렇다면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까?” “두려움 또한 무명에서 나오는 게 아니겠느냐? 진리를 깨달으면 두려움은 저절로 사라지겠지. 마치 어둠 속에서 밧줄을 뱀으로 착각하여 두려워하다가 등불을 켜보면 그냥 밧줄임을 아는 것과 같은 이치다.” --- p.2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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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옹은 산속에 머물지 않았다. 원나라에서 법을 이어받고 돌아온 뒤 전국을 떠돌며 법을 전하고 사찰을 중창하며 무너진 불교를 다시 세웠다. 수행을 멈추지 않았고, 동시에 세상을 외면하지도 않았다. 혼란한 시대 속에서 그는 수행자이면서도 현실을 살아낸 사람이었다.
그의 삶은 한 편의 공안과 같다. 짚신을 머리에 이고 다니던 수행자였고, 낙엽을 쓸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끝내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가르침으로 자신의 수행을 삶 속에서 증명해냈다. 이 장면들은 단순한 일화가 아니라, 나옹이 어떻게 깨달음을 살아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인 순간들이다. 나옹의 말은 단순하지만 깊고, 그의 삶은 평범해 보이지만 흔들림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자연스럽게 묻게 만든다. 깨달음은 어디에서 완성되는가. 산속인가, 아니면 세상 속인가. 나옹은 그 질문에 조용히 답한다. 깨달음은 멀리 있지 않으며, 지금 이 자리, 지금 이 삶 속에 있다고. 이 책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가볍지 않다. 한 사람의 삶을 따라가는 동안 수행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수행이 어떻게 삶으로 이어지는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읽히는 속도는 빠르지만, 읽고 난 뒤 남는 울림은 오래 남는다. 『나옹 선사』는 『오대산의 고승』 시리즈에서 수행이 현실과 만나는 지점을 보여주는 책이다. 제도와 수행으로 이어진 흐름이 삶 속에서 완성되는 순간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다. 자장을 시작으로 범일, 나옹, 그리고 신미, 사명, 한암, 탄허, 만화선사로 이어지는 흐름 속에서 한국불교 1,400년 수행의 계보가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한 권으로도 충분히 깊지만, 시리즈를 이어 읽을수록 한 시대의 깨달음이 다음 시대의 삶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더욱 또렷해진다. 한 권을 읽으면 다음이 궁금해지고, 끝까지 읽으면 비로소 한국불교의 흐름이 보인다. 지금 이 시대에 가장 현실적인 수행을 찾는다면, 이 책이 그 출발점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