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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CWA 골드 대거상 수상작
역병이 휩쓸고 간 17세기 로마에서 기이한 죽음들이 이어진다. 부패 되지 않는 시신, 무색무취의 독약이 발견된다. 수사 결과, 피해자들은 모두 아내를 학대한 남편이었다. 살기 위해 선택한 여성들의 이야기와 역사 범죄 소설의 만남.
2026.05.12.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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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책
작가의 말 참고 자료 옮긴이의 말 |
Anna Mazzo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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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 돌고 있어. 이런 시기에 위험할 수 있는 소문. 역병이 지나갔음에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은 수의 남자들이 계속 죽어간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네.”
스테파노는 팔의 솜털이 쭈뼛 서는 기분을 느낀다. “소문의 근거는 있습니까?” “음, 일을 맡게 된다면, 바로 그 점을 자네가 알아봐주어야 해. 시장통에서 부녀자들이 떠들어대는 근거 없는 뜬소문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어. 진짜 근거 있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바란초네는 고개를 끄덕인다. “느릅나무집 염색장이, 죽은 뒤에도 기이하게 시체가 보존된다는 소문이 내 귀에 들어온 건 이자가 처음이 아니야.” “또 누가…….” 총독은 스테파노의 말을 자른다. “이름이나 구체적인 정보는 없고 그저 소문일 뿐이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면, 조사하는 것이 자네 임무일세.” --- pp.18-19 “로마는 다시 부흥하고 있네. 역병을 힘겹게 극복하고 가톨릭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서는 중이지. 교황께서 로마가 새로운 질서의 본보기를 보이기를 바라고 계시는 판국에 이런 소문은 마땅치 않아.” “교황께서도 이런 상황을 모두 알고 계십니까?” “당연하지. 교황께서 명한 일이야. 이건 교황청 차원에서 진행되는 성스러운 임무일세. 자네는 교황을 대리하는 조사관 자격으로 활동하게 될 거야.” 스테파노는 침을 삼킨다. 로마의 중심이자 가톨릭 세계 전체를 다스리는 영적 지도자인 알렉산데르 7세께서 명한 일이라니. “그렇다면 기꺼이 제가 맡겠습니다. 이 임무를 제게 맡겨주신 것을 정말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바란초네는 와인을 다시 한 모금 마시며 미소 짓는다. “좋아. 하지만, 굳이 당부할 필요도 없는 일이네만, 극도로 신중히 행동하게, 극비리에 일을 진행해주길 바라네.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 곤란하지 않겠나. 이 도시는 지난 몇 년 동안의 고통을 딛고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어. 혹시라도 새로운 역병이 돈다는 소문이 퍼지면 분위기는 흉흉해질 걸세. 조사는 반드시 민중의 눈을 피해 진행되어야 하네. 최측근 말고는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도록.” --- pp.19-20 그러니 가족도 도와주지 않을 것이고, 법에 호소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안나는 경찰과 법정이 자신을 돕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남편이 하는 짓은 대부분 법적으로 정당하며, 정당하지 않은 일들? 그런 것들은 안나가 입에도 담을 수 없다. 주님 앞에서조차. 로마에서는 어떤 경우 남편은 아내를 죽여도 된다. 순간적인 격정에서 비롯된 행위라면 죄가 되지 않는다. 여자의 생명에는 그 정도의 가치밖에 없다. 아니, 법은 그녀를 돕지 않을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혼인 무효 청구를 할 수 있지만, 변호사를 고용할 돈도 없을뿐더러 그럴 돈이 있다 해도 서류가 도착하자마자 필리프는 그녀를 죽일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누가? 어떻게 빠져나갈 길을 찾을 수 있을까? 문틈으로 불빛이 보인다. 나무가 주저앉는다. 이제 곧 그가 들어올 것이다. --- p.27 “지금까지 특이한 것은 없습니까?” 마르첼로는 고개를 젓는다. “별로 없습니다. 콜레라를 앓은 사람의 특징에 부합합니다. 간과 비장에는 혈액이 울혈되었고 내장은 병든 상태입니다. 나이에 비해 부패가 덜 진행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 시체는 보통 콜레라로 사망한 환자보다 탈수가 심합니다. 폭행 흔적은 없습니다. 오염이나 독극물이 원인이라고 볼 만한 징후도 없고요. 손톱이 검어지지도 않았고, 피부에 반점이 나타나지도 않았고, 식도나 위벽에 상처도 없습니다. 위장은 일반적인 경우보다 약간 더 붉지만, 질병으로 인해 염증이 생겼다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러니 지금까지 제가 볼 때는 새로운 수수께끼의 질병을 시사하는 요인은 없습니다.” “가족들의 진술대로 그냥 죽었다?” “그럴 수도 있지만, 가을에 땅속에서 일주일이나 묻혀 있던 시체에서 당연히 예상될 정도로 부패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습니다.” 그들은 함께 시체를 바라본다. 스테파노는 말한다. “장례식에서 시체를 목격한 사람들의 말대로 당시 혈색이 좋고 건강해 보였다면, 무엇이 원인일까요?” 마르첼로는 입술을 핥는다.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모르겠습니다.” --- p.34 “부디 제 상황을 전해주세요. 당신도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시간을 오래 끌면 내가 죽는다고. 내 아이도 같이요. 그러면 당신과 당신 친구도 얻는 게 없잖아요. 이렇게 해야 우리 모두 이득을 볼 수 있어요.” 라우라는 안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마치 얼마나 돈이 될지, 얼마나 오래 살지 계산이라도 하듯 붕대 감은 손과 멍든 피부를 확인한다. 만족스러웠는지 그녀는 다시 입을 연다. “물어봐주죠. 하지만 약속은 할 수 없어요. 그 여자는 선량한 영혼이기 이전에 사업가니까. 남편 둘을 보내고 아들 둘을 키우고 있으니 돈을 벌어야 먹고 살 수 있어요.” 안나는 침을 삼킨다. “그 안에는 뭐가 들었나요? 그 물, 왜 그렇게 비싼 거죠?” 그리고 어째서 그렇게 치명적인지. 라우라는 가볍게 미소를 짓는다. “내가 그걸 알면 직접 만들지. 하지만 뭐가 들었든 효과는 좋아요.” --- p.116 “오늘 아침 여관 주인의 아내 카밀라 카펠라를 검사했어.” 스테파노는 전날 일하던 여관에서 그녀를 체포했다. “잘됐군.” “아니, 스테파노. 좋지 않아.” 다시 불안감이 엄습한다. “무슨 뜻이야? 좋지 않다니?” “여자의 몸이…….” 마르첼로는 얼굴을 찡그린다. “흉터투성이였어.” 스테파노도 카밀라의 손목에 있던 깊은 흉터를 기억하고 얼굴을 찌푸린다. “어떤 흉터였나?” “학대의 흔적 같아, 스테파노. 수도 없이 얻어맞았고, 불에 탄 자국에 칼자국도 있었어.” “칼자국?” “그래. 온몸에.” 스테파노는 그녀의 피부를 머릿속에 떠올린다. 식사가 도착하지만, 양고기가 전혀 당기지 않는다. “어쩌다 생긴 상처라고 하던가?” “아무 말이 없었어. 전혀 입을 열지 않지만, 다 알고 있지 않나. 안 그래, 스테파노? 이런 상처를 누가 만드는지 알고 있잖아.” --- p.209 “로마를 떠나야 해요, 어머니.” “내가?” 지롤라마는 부드럽게 묻는다. 그녀는 서리에 상한 월계수와 헬레보어의 잎반점병을 살피고 있다. 치유하는 식물과 해치는 식물. “그래야 한다는 거 아시잖아요!” 안젤리카는 발을 동동 구른다. “이제 마리아도 잡혀갔고, 그라치오사도 수배 중이에요. 그들이 들이닥쳐서 어머니를 그 끔찍한 탑으로 끌고 가는 건 시간문제라고요.” “하, 그들이 오면 가야지. 아무 말도 안 하면 되지.” “왜 지금 도망치지 않고요?” “너도 이유를 알잖니. 내 인생이 여기 있으니까. 돌봐야 할 식물과 약초가 여기 있으니까. 작업실이 여기 있으니까.” (비록 중요한 물건들은 잘 숨겨두었지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여자들도 여기 있고. 그들을 그냥 내버릴 수는 없어.” --- pp.215-2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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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폭력과 교회의 방조 아래 맨몸으로 내몰린 하층 여성들에게 세상은 거대한 감옥이었다. 이 소설은 홀로 고립된 채 막다른 길에 다다른 여자들이 생존을 위해 택했던, 가장 은밀하고도 치명적인 탈출구를 서늘하게 재조명한다.”
_유소영(옮긴이) 아내를 학대한 남자들 그리고 남편을 독살한 여자들 무색무취하고 치명적인, 독의 이름은 아쿠아 1659년 로마는 전염병이 휩쓸고 간 직후의 폐허 위에서 서로를 믿지 못하고 사랑마저 메말라버린 비정한 도시였다. 바티칸은 땅에 떨어진 교회의 권위를 세우고자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하고 엄격한 법을 내세워 사람들을 옥죄었다. 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병에 걸려 죽었다기엔 얼굴색이 지나치게 좋고 시신이 썩지 않는 기이한 죽음들이 잇따른다. 당국은 이를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계획적인 살인으로 보고 수사 판사 스테파노 브라키에게 은밀한 조사를 맡기는데, 그 끝에서 마주한 진실은 남편의 매질과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들이 선택한 무색무취의 독약 ‘아쿠아’였다. 당시 여자들은 전염병으로 인해 만들어진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남편의 가정 폭력을 견뎌야 했고, 그러다 목숨을 잃더라도 사회가 이를 모른 척할 만큼 인권이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이처럼 출구 없는 절망 속에서, 아쿠아 제조법의 유일한 계승자 지롤라마 스파나는 그녀를 따르는 여인들과 연대하여 《비밀의 책》을 지키며 고통받는 아내들을 위한 비밀 조직을 움직인다. 법과 교회가 외면한 자리에서 그녀들이 나눈 지식과 독약은 단순한 범죄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기 위한 마지막 탈출구이자 처절한 생존 전략이었다. 썩지 않는 시체들이 남긴 기괴한 질문 죄 없는 살인자들을 마주한 판사의 흔들리는 정의 젊고 유능한 수사 판사 스테파노 브라키는 권위적인 집안에서 차별받던 누이들을 보며 자란 탓에 여자를 소모품처럼 대하는 당대의 분위기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느낀다. 성공을 향한 뜨거운 야망을 품고 독살 사건을 추적하는 그이지만 수사가 깊어질수록 총독의 조사가 정의가 아닌 가톨릭 중심의 체제 유지를 위한 국가적 폭력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평민에게는 가혹하고 귀족에게는 너그러운 법의 이중성 앞에서, 그가 믿어온 정의의 근간은 뿌리째 흔들린다. 살인은 절대적 죄악이라는 법의 원칙과 죽임당하지 않기 위해 독을 든 약자들의 현실 사이에서 스테파노는 방황한다. 권력의 명령을 따르는 대신 법의 칼날이 진정 향해야 할 곳을 자문하며, 자신만의 정의를 찾기 위해 치열한 고뇌를 이어간다. 냉철한 수사관의 시선과 인간적인 연민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심리적 서스펜스는 소설 후반부를 묵직하게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동력이 된다. 철저한 고증과 독창적 변주가 빚어낸 팩션(faction) 역사가 악녀로 기록한 이들의 지워진 목소리를 복원하다 안나 마촐라는 역사 속에 매몰된 여성들의 목소리를 스릴러라는 장르로 꾸준히 복원해온 작가다. 실제 사건에 소설적 재미와 독창적인 변주를 더해 팩션의 전형을 보여주는 《비밀의 책》 역시,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지롤라마를 비롯한 여인들에게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는다. 작가는 역사가 그저 ‘악녀’로 기록하고 지워버린 존재들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다시 불러내며, 낡은 기록의 틈새를 파고드는 치밀한 상상력으로 남성들의 시선에 갇혀 있던 사건의 이면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비춘다. 장르적 쾌감과 묵직한 주제 의식을 인정받아 영국 추리작가협회(CWA) 골드대거상을 거머쥔 《비밀의 책》은 ‘죽임당하지 않기 위해 범죄자가 된 약자들을 법은 과연 심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피할 수 없는 질문 끝에 이름 없이 사라질 뻔한 존재들의 삶을 놓아둠으로써, 잊혔던 이들의 목소리가 오늘날의 독자들에게 서늘하고도 긴 여운으로 남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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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변주와 독창성을 지닌 작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을 정교하고도 매혹적인 작품이다.” - 《더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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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하고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역사적 모험.” - 《데일리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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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 투쟁하는 여성들의 강렬한 이야기.” - 앤드루 테일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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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연 독보적이다. 안나 마촐라가 지금까지 내놓은 작품 중 최고의 걸작.” - 엘로디 하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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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하는 판사와 쫓기는 여성들, 독자는 양쪽 모두를 응원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 여성의 권리가 여전히 도전받는 오늘날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는 소설이다.” - 리즈 너전트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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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비릿한 냄새를 이토록 생생하게 살려내는 작가가 또 있을까. 어둡고 치밀하며, 고딕적인 분위기가 일품이다.” - 태미 코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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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리뷰를 요약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