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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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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신화의 최고봉 〈창세기〉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 질투심에 동생 아벨을 죽인 형 카인, 대홍수와 노아의 방주, 불의 심판을 받은 소돔과 고모라 등 〈창세기〉는 잘 알려진 일화들을 담고 있다. 학자들은 기원전 5세기에 기록된 이들 서사를 역사가 아니라 신화라고 말한다. 실제로 동서양 모든 신화는, 우리나라 고대 신화도 마찬가지이지만, 세상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인간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쩌다가 대홍수가 나고 대화재가 나서 신이 어떻게 세상을 다시 만들었는지 이야기한다. 바로 ‘창조신화’다. 따라서 전 세계 80억 인구 중에서 26억이 믿는 기독교의 창조신화는 아마도 가장 강력한 신화일 듯싶다. 그러니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서사와 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창세기〉는 일생에 한번쯤 읽어볼 만한 텍스트다. 아니, 인류가 자랑하는 문학적 유산 중에서 최고봉에 있는 〈창세기〉는 꼭 읽어봐야 한다. 그런데 왜 〈창세기〉를 읽지 않게 될까? 막상 구약 성경책을 펴고 읽으려면 수없이 등장하는 낯선 이름과 낯선 말투 때문에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구약 〈창세기〉는 1880년대 후반 스코틀랜드 선교사 존 로스(John Ross, 라요한)와 한국인 협력자들이 처음 우리말로 번역했다고 한다. 이 시기 로스 선교사 일행은 신약뿐 아니라 〈창세기〉, 〈출애굽기〉 등을 번역해서 단편 성경 형태로 간행했다고 전해진다. 중국 만주에서 번역해 조선으로 반입했기에 서북 사투리를 그대로 썼다고 한다. 성경 말투는 매우 독특해서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 어색하게 느껴진다. 고대어 표현 방식과 문장 구조가 우리말과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상 언어와 가까운 번역 성경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에게 〈창세기〉는 여전히 접근하기 어렵다. 게다가 누구는 누구를 낳고, 또 누구는 누구를 낳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낯선 이름의 인물들 족보는 일반인에게 지루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버전 우리말 성경 이 책은 영어 원문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종교적 틀을 벗어나 너무 자의적인 표현이 되지 않도록 여러 버전의 성경을 참고했다. 저자인 로버트 크럼은 〈킹제임스 바이블(KJB)〉을 저본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히브리어 성경, 라틴어 성경에는 다양한 판본이 있을 수 없었지만, 성서가 전 세계 많은 나라에 전파되면서 그 번역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880년대 선교사들이 성경을 조선인들과 함께 번역한 이래 1961년 《성경전서 개역한글판》 결정판이 출간돼 이후 수십 년간 한국 교회의 표준 성경으로 사용됐다. 그러다가 1977년 대한성서공회, 개신교, 가톨릭이 공동으로 번역한 《공동번역성서》가 대한성공회와 한국 정교회의 표준 성경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후 생명의 말씀사에서 영어 《리빙바이블》의 번역본을 냈고, 1993년 이후 대한성서공회의 공인 번역본인 《표준새번역 성경》이 출판됐다. 1998년에는 어려운 고어와 한자어를 쉬운 말로 수정하고 맞춤법과 문법을 다듬어 《성경전서 개역개정판》이 발행됐고, 어린이와 초신자를 위해 쉬운 현대 한국어로 번역한 《쉬운 성경》도 출간됐다. 2004년 현대 한국어 감각에 맞게 번역한 두란노서원 《우리말성경》, 2020년대 한국어 어법을 고려하고 스마트폰에서 읽기 편하도록 긴 문장을 짧게 표기한 《온라인 신세대 번역본》이 등도 공개됐다. 이처럼 성경 번역은 시대와 사회 정서에 끊임없이 변해왔다. 크럼의 《창세기》를 우리말로 옮기면서 여러 종 번역본을 살펴봤지만, 표현이 지나치게 고답적이어서 현대인에게 거리감이 드는 번역이나, 청소년 독자층을 고려해 너무 일상적인 표현을 사용한 번역보다는 누구에게나 접근하기 쉬운 《바른 성경》을 주로 참고했다. 〈창세기〉를 만화로 읽을 때 재미와 감동 〈창세기〉는 인간사의 극적 상황들을 보여주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유혹과 과오, 질투와 살인, 타락과 징벌, 용서와 회개 그리고 용기와 믿음 등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인 인물들의 이야기가 강렬하게 펼쳐진다. 우리도 삶에서 한 번쯤은 유혹을 피하지 못해 죄를 짓고, 믿음을 배반해서 벌을 받고, 질투를 견디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기도 한다. 차별당하고, 배척당해서 고통받고, 슬퍼하고, 도움을 청하지만 이용만 당하기도 한다. 심지어 형제간에도 목전의 이득을 두고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놀라운 믿음으로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구원을 받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창세기〉에 있고, 크럼의 환상적인 이미지는 독자의 영혼에 깊이 새겨진다. 모든 영웅 서사가 그렇듯이 〈창세기〉에는 고통과 고난을 겪고 힘겨운 세월을 견뎌내 끝내 위대한 지도자로 우뚝 선 인물들의 서사가 펼쳐진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 그리고 요셉으로 이어지는 이들 영웅은 하나같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 엄청난 고난을 겪고.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되고,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서 학대받고, 수탈당하지만, 끝내 전설적인 지도자로 태어난다. 그런 위기를 겪으면서도 그들은 사랑에 빠지고, 아내를 얻고 자식을 낳고,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통곡하고, 아내와 자식의 위로를 받기도 한다. 이 모든 이야기가 단지 문자 서사로 전달된다면 별다른 감동을 경험할 수 없었겠지만, 크럼의 매우 독특한 그림 스타일은 서사에 엄청난 생동감을 부여한다.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의 묘사가 서사를 살아 숨 쉬게 하고, 끝없이 이어지는 여러 계보의 낯선 이름들로 다소 지겨웠을 수도 있었던 이야기는 저자가 그린 인물들의 살아 있는 표정과 차림 덕분에 독자의 상상력에 불을 붙인다. 특히 책의 부록에는 〈창세기〉 각장의 내용, 저자가 상담하고 참고한 전문가들의 설명이 상세히 게재되어 있어 전문적인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아브라함이 다른 나라에 들어갔을 때 왜 자기 아내 사라를 여동생이라고 속여 그 나라 왕에게 보내고 물질적 이득을 취했는지 등 일반인이 납득할 수 없었던 상황에 대한 명쾌한 설명도 찾아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