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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날개는 당신을 떠나는 데만 사용되었지
이윤학
간드레 202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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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첫사랑 11
에델바이스 12
푸른 자전거 13
오리 14
청평淸平 16
나팔꽃 17
당신 18
별들의 시간 19
식당 20
뿌리 22
메타세쿼이아 23
보리수 24
제비 26
시한부 27
말라가는 연못 28
꼭지들 29
버들강아지 가지 하나가 30
사금沙金 32
직산 가는 길 33
넓어진 개울 34
첫눈 35
눈길 36
민들레 37
환타 페트병 38
금강휴게소- 물 구경4 0
나무다리 앞에서 42
겨울에 지일에 갔다10- 연못 앞 벤치 44
밴댕이젓 46
까치집 48
터널 50
내가 당신 곁을 떠도는 영혼이었듯이 52
잠긴 방문55
내손동56
경주- 느티나무, 무덤 위에서 죽다 59
후박나무 잎사귀 체 60
목화 61
버드나무 꽃가루 62
추석 64
타조 66
측백나무3- 간이역 67
아침고요수목원 68
휘어진 길 70
나팔꽃 봉오리 하나가 72
민들레74
자운영 꽃밭 76
개운산, 소쩍새7 7
석류 78
봄 79
씨앗을 보이는 열매 80
오동나무 그늘 82
시냇물 83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 84
복숭아꽃 핀 언덕 86
물통들 87
반초도 안 되는 순간 88
연민 89
개나리 90
가을 단풍나무 91
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92
흰 철쭉 93
애무愛撫 94
아날로그 캠코더 96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98
꽃밭을 떠도는 세탁 커버가 들려준 말 100
뒤뜰에 무화과 102
벚나무 한그루 104
하얀 민들레 106
들국화 108
먼지는 왜 물에 끌리는가 109
월량대표아적심月亮代表我的心- 태종대 110
빗물 펌프장 111
잠만 자는 방 112
배나무집 여자 113
잔디씨 114
벼꽃이 피어 115
폐등대 116
나리와 백합 118
도라지꽃밭 119
목련나무 아래 소파 120
기차소리를 듣는다 122
쭈그려 앉은 그림자 123
성환成歡에서 2 124
새소리 126
대파 술잔1 28
옛날 북문시장에 갔다 130
이제 다시는 동두천에 가지 못하네- 故 소백암 132
사월의 눈 134
돌 의자 135
보풀들 136
덧니 138
골목 끝 창 140
백합白合과 백합白蛤의 해변 142
우리가 잠든 자크 속 144
우리는 봄 상추밭으로 걸었지 146
순간 148
갈대꽃 150
콘크리트에 찍힌 발자국 151
연둣빛 스커트 152
거울 153
풀밭 154
들길 155
꼰끌라베 156
홍시 162
갈대 160
긴 머리카락 159
향연사香蓮寺 158
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 157
수레국화 164

에필로그 | 거미 165

저자 소개 1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청소부」 「제비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나를 울렸다』 『짙은 백야』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곁에 머무는 느낌』, 장편동화 『왕따』 『샘 괴롭히기 프로젝트』 『나 엄마 딸 맞아?』, 산문집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소설 『우리가 사랑한 천국』 등을 펴냈고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 불교문예 작품상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청소부」 「제비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나를 울렸다』 『짙은 백야』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곁에 머무는 느낌』, 장편동화 『왕따』 『샘 괴롭히기 프로젝트』 『나 엄마 딸 맞아?』, 산문집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소설 『우리가 사랑한 천국』 등을 펴냈고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 불교문예 작품상 지훈문학상 김동명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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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16쪽 | 226g | 120*205*18mm
ISBN13
9791197155994

책 속으로

그대가 꺾어준 꽃,
시들 때까지 들여다보았네

그대가 남기고 간 시든 꽃
다시 필 때까지
--- 「첫사랑」 중에서

설산 어딘가에 솜털 보송한
네가 있다기에 나는 아직도
붉은 칸 원고지에 소설을 쓰는 거다

너와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
너와는 이루어지는 소설을 쓰는 거다

곁에 있던 네가 내 안으로 들어와
이룰 수 없는 꿈을 같이 꾸는 거다
--- 「에델바이스」 중에서

당신이 내게 오는 길이
저 커브길밖에 없었을 때
나는 어디로도 가지 못했지
커브길 밖 중에서는 언제나
푸른 자전거 벨이 울렸지
--- 「푸른 자전거」 중에서

이 세상 중에서 살기 불가능한 별들을
그 사람을 닮은 새벽별들을
그 사람의 눈동자에 파종한 적이 있었다
--- 「별들의 시간」 중에서

오랜만에 찾아와 할 얘기가 끝없이
밀려 있다는 듯, 제비는 나란히 앉아
재잘거린다. 제비들이 보고 있는 곳이 나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상처를 감추려는 사람은 어느새
말이 많아진다는 생각, 허공 속으로 눈길을 돌린다는
생각……제비는 하늘 높이 날아가고 있다.
--- 「제비」 중에서

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저 말라가는 연못의 숨이
입 맞추는 거라 생각된다.

흰 머리털이 다 빠지도록
머리를 흔들고도
갈대들
아직 기억을 지우고 있다

설렘이 없는 생은
이미 끝난 것이다
--- 「나무다리 앞 중에서」 중에서

투명한 씨앗을 본 적 있는가
그리운 사람 이름을 부르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적 있는가

자기 이름을 부르다 돌아온 적 있는가
--- 「씨앗을 보이는 열매」 중에서

나는 내가 아니었음 싶다.
나는 내가 없는 곳으로 가서
나랑 만나 살고 싶다.

복숭아꽃 핀 언덕을 넘어가고 싶다.
복숭아꽃 피는 언덕으로 가고 싶다.
--- 「복숭아꽃 핀 언덕」 중에서

나는 나일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지.
그걸 잊고 살았지. 잠자리 날개가 움찔할 때마다
내 몸으로 떨림이 증폭되어 퍼졌지.
이제는 오지 않아도 될 애인을 기다렸지.
오래전에 요절한 추억을 기다렸지. 먼지들이
더러운 물에 끌려가는 여름 한낮, 그늘이었지.
--- 「먼지는 왜 물에 끌리는가」 중에서

당신은 등을 돌리고 달아나겠지만, 나는 당신이 그리지 못한 그림을 마저 그릴 거예요 저녁이 되면 당신의 그림들을 폐등대를 향해 걸어둘 거예요 당신은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이에요
--- 「폐등대」 중에서

한순간만 기억나는 뙤약볕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 활
짝 핀 낮 별들이
붉은 눈을 비비며 우는 소녀와 태양뿐인 하늘을 지
켜보았다
--- 「도라지꽃밭」 중에서

내가 먼저 죽으면 생매장을 해줘요 다시 불속 중에서 꺼내는 수고를 덜어주고 싶어요 한쪽 눈을 감고 우리를 보고 피해간 사람들을 위해 방울소리가 날 때까지 찢어진 대파 술잔을 기울여요 어떻게 살까를 궁리할 때는 몰랐어요 어떻게 죽을지 고민하지 않을 수 있겠다, 싶은 저녁이 오고 있었다
--- 「대파 술잔」 중에서

네 가슴은 거기서부터
내가 태워먹은 자리였다
네 가슴은 거기서부터
내가 근접 못할 아랫목이 되었다
--- 「옛날 북문시장에 갔다」 중에서


올해의 복숭아 꽃잎은
당신의 입 중에서 뿜어 나온
신맛 나는 당신의 화석일지도 모르고
--- 「이제 다시는 동두천에 가지 못하네」 중에서

어느새 내게만 예쁜 사람이 되어 돌아온 당신
--- 「보풀들」 중에서

나는 누구였을까. 나다운 게 무엇이었을까. 또 너다운
게 무엇이었을까. 우리가 바란 게 무엇이었을까. 이런
게 아니었다는 생각이 방바닥 밑 모래알갱이처럼 장판을 밀고 올라왔다. 수없이 쓸고 닦여 희어진 자잘하고 촘촘한 장판의 돌기에 두 손을 짚고 흐느꼈다. 심장 뛰는 소리, 그런 징검다리를 밟고 너에게로 가고 싶은 날이 많았다. 내가 떨어뜨린 부스러기들 쓸어주고 닦아주던 너는 없어졌다. 내 짧은 머리카락만 바닥에 어지럽게 떨어졌다.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옷가지들. 팔과 다리를 펴 옷걸이에 걸어주던 너. 이제는 긴 머리카락에 코를 박고 숨 쉴 수 없게 되었다는 것. 너에게 100% 집중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 긴 머리카락을 이어 붙이면 이제라도 너 있는 데까지 몇 발짝은 다가갈 수 있겠다는 것.
--- 「긴 머리카락」 중에서

물속 중에서 새가 날고 사슴이 물을 마시는 곳. 피어난 꽃
이 뿌리까지 흔들리는 곳. 지금은 없는 당신에게 향기
의 말을 전하는 곳. 붉은 꽈리가 무리 지어 천상의 악
기를 연주하는 곳. 당신만 있으면 바로 천국이 되는 곳.
--- 「당신과 함께 있는 느낌」 중에서

파란색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다. 세상의 꽃은
무슨 색이라도 어색한데 파란색은 의외라는 사람이 있
었다. 하늘을 받아 안은 호수가 있었다. 하늘을 품에 들
여놓은 호수가 있었다. 호수 기슭으로 급경사진 언덕에
수레국화 피어 있었다. 의외의 색을 띠는 것에 끌리는
시간이 있었다. 까만색 공기청정기 중에서 바람이 시작되
었다. 파란색 꽃에 홀려 그곳까지 따라간 적이 있었다.

--- 「수레국화」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사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영혼 속으로 스며드는 것이다.


사랑은 떠나도, 사랑했던 마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난다.

그러나 삶의 가장 깊은 곳에 오래 머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어떤 사람은 떠난 뒤에도 우리 안에 남는다. 그가 웃던 방식으로 바람을 기억하게 하고, 그와 함께 걷던 길 위에서 계절의 빛을 다시 발견하게 한다. 시간은 사람을 멀어지게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까지 지우지는 못한다.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나는 데만 사용되었지』는 바로 그 지워지지 않는 마음에 관한 시집이다. 이윤학은 오랫동안 인간의 상처와 그리움, 사랑과 상실을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형상화해 온 시인이다. 한국 현대시의 묘사 계보를 이어온 그는 사물과 풍경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비추는 독보적인 시세계를 구축해 왔다.

한국시의 묘사 계보를 잇는 시인 이윤학
36년의 세월이 빚어낸 가장 깊고 아름다운 연가戀歌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사랑의 가장 깊은 자리까지 걸어 들어간다.

꽃이 피고 지는 풍경,
강물이 흘러가는 시간,
바람과 별빛과 나무와 새들.

그 평범한 풍경들은 그의 손을 거치며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외로움과 사랑의 신비를 품은 상징으로 변모한다. 그의 시 속에서 자연은 배경이 아니라 감정의 또 다른 얼굴이며, 풍경은 사랑이 남긴 그림자이다.

이 시집의 아름다움은 절제에 있다. 시인은 울부짖지 않는다. 사랑을 과장하지도 않는다. 대신 가장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 그리고 그 낮은 목소리가 오히려 독자의 마음 가장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누군가를 잊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했던 자신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잊힌 줄 알았던 기억을 흔들어 깨우며,
지나온 삶의 시간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좋은 시는 읽는 순간보다 읽고 난 뒤가 더 길다. 이윤학의 시가 그렇다. 한 편의 시를 읽고 책장을 덮으면 문득 창밖의 나무가 다르게 보이고, 오래전 헤어진 사람의 안부가 궁금해지며,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손을 조금 더 따뜻하게 잡고 싶어진다.

그것이 시가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면, 이 시집은 그 일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내 날개는 당신을 떠나는 데만 사용되었지』는 사랑의 상처를 노래한 시집이 아니다. 사랑 덕분에 인간이 얼마나 깊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시집이다. 한 사람을 사랑했던 기억이 당신 삶의 가장 소중한 재산이었다는 사실을, 이 시집은 조용히 일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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