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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천국
양장, 개정증보판
이윤학
간드레 20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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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작가의 말

1장

똥산이 / 좁은 문 / 미봉산 / 춤 / 신작로 / 개구리알 / 민들레 / 부활절

2장

피란 / 사로잠 / 명감 열매 / 미꾸라지 해부 / 타조 / 전속 개그맨 / 선택

3장

첫 / 그네 / 비밀 / 보창 / 토마토 / 오이풀 / 오이꽃 버섯 / 김술래 / 하늘빛 눈물 꽃 / 쌍둥이

4장

개에 물린 자국 / 우리의 경계 / 조포사 / 개울물 / 건빵 / 임신 / 커버라이프 스위치 / 무인도 / 연탄

5장

단출한 이사 / 맨발 자국 / 아무도 없는 곳으로 / 눈길 / 노루 / 빈자리 / 봄 / 졸망제비꽃

추천사 | 김찬기

저자 소개 1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청소부」 「제비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나를 울렸다』 『짙은 백야』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곁에 머무는 느낌』, 장편동화 『왕따』 『샘 괴롭히기 프로젝트』 『나 엄마 딸 맞아?』, 산문집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소설 『우리가 사랑한 천국』 등을 펴냈고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 불교문예 작품상
충남 홍성에서 태어나 1990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시 「청소부」 「제비집」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먼지의 집』 『붉은 열매를 가진 적이 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버드나무』『아픈 곳에 자꾸 손이 간다』『꽃 막대기와 꽃뱀과 소녀와』 『그림자를 마신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나를 울렸다』 『짙은 백야』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곁에 머무는 느낌』, 장편동화 『왕따』 『샘 괴롭히기 프로젝트』 『나 엄마 딸 맞아?』, 산문집 『시를 써봐도 모자란 당신』, 소설 『우리가 사랑한 천국』 등을 펴냈고 김수영문학상 동국문학상 불교문예 작품상 지훈문학상 김동명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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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5년 05월 30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228쪽 | 490g | 146*211*18mm
ISBN13
9791197155987

책 속으로

*당신은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당신이 사랑하고 싶은 순간에 머무는 거라고 믿게 되었다.

*나는 그녀가 예루살렘을 찾아가는 수도사가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여자 수도사가 있다는 말을 아직 들어보지 못했다. 대놓고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 수도사는 신나게 춤을 추면서 신작로를 걸어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수도사는 갔던 길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이었다.

*가까운 곳의 바닷물을 보면 어지러운데 먼 곳의 바닷물을 볼 때면 누군가 부려놓은 금가루 빛이 따가웠다. 그렇지만 실제로 거기까지 가보면 벌물이 어지럽게 일렁일 뿐이었다. 내가 가면 어디나 보잘 것 없는 곳이 되고 만다.

*어느새 아카시아 꽃이 만발했다. 읍내로 나가는 첫차에 올라탄 나는 덜렁거리는 차창에 이마를 대고는 눈을 감았다. 순두부 같은 아카시아 꽃송이가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입을 살짝 벌리면 쌀가루에 아카시아 꽃을 버무려 시루에 쪄낸 아카시아 꽃 범벅을 넣어주던 할머니가 어디엔가 살아있을 것만 같았다.

*꿈과 현실 사이에 벽이 생기면 그때부터 완전히 어른이 되는 거라고 했다. 고정관념이 수많은 벽을 만들어 방을 들이면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외로운 인간이 되는 거라고 했다.

*유란의 두 볼에 보조개 물방울이 떨어져 끊임없이 원이 퍼져 나갔다. 들판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교회 종소리가 번갈아 가며 들려오고 있었다. 원이 더 멀리 퍼져 나가고 있었다.

*똥산이는 연거푸 포대기를 토닥거렸다. 그럴 때마다 배냇저고리에 싸인 아가에게서 살냄새 젖 냄새가 풍겨오는 것이었다. 그녀는 품에 안긴 아가에게 웃음을 선물하고 있었다. 나는 신작로 가로 비켜서서, 젖가슴을 풀어헤친 그녀가 더듬어가는 길을 먹먹하게 바라보았다.

*똥산이는 지호네 사나운 암캐에게 오른 정강이를 물어뜯긴 적이 있었다. 암캐가 정강이를 물어뜯는데도 그녀는 모기에라도 물린 것처럼 별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제까짓 게 물어 뜯어봤자 별일이야 있겠어. 그녀는 자신을 물어뜯은 암캐에게 *발길질 한번 하지 않았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원래 절뚝거린 사람처럼 미봉산 골짜기로 올라갔다.

*사람들은 아줌마를 미쳤다고 하는데 나는 아줌마가 정말 미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아줌마가 미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미친 게 아닌가 생각하게 돼. 아줌마는 정말 미친 게 아니라, 미친 척하며 사람들과는 다르게 사는 게 아닐까.

*나는 유란을 중심으로 떠도는 이름도 갖지 못한 무수한 행성 중 하나에 불과했다. 유란네 마루에 내걸린 전구 불빛을 바라보았다. 지금쯤 저녁을 먹고 있을 유란을 상상해 보았다. 내 가슴은 딱딱하게 굳어가는, 봉지가 뜯겨 오래 방치된 고무찰흙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바닷물을 퍼내고 노를 저으며 기도했다. 다시는 노를 젓지 않아도 되고 바닷물을 퍼내지 않아도 될 때까지. 우리는 우리가 누구였는지도. 돌아갈 곳이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그의 검은 장화 밑바닥에서 뽀득뽀득 볼을 비벼 닦는 소리가 이어졌다. 목간통에 뜨뜻한 물을 받아놓고 젊은 엄마가 아기를 씻기는 소리였다.

*노루는 울 일이 별로 없어 놔서, 커서도 갓난아기 적 울던 그대로 우는 모양이다. 너희들 갓난아기 때 울음소리랑 거진(거의) 비젓(비슷)해 나를 놀래키는구나.

*우리가 커서 아저씨 아줌마가 됐을 때도, 똥산 아줌마가 남기고 간 웃음을 기억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똥산 아줌마는 어쩌면 천국에서 내려온 천사가 아니었을까 생각하곤 해. 말없이 천국의 웃음을 전도하고 떠난 천사 말이야. 이 세상에도 천국이 있다는 걸 웃음만으로 보여준 천사… 똥산 아줌마… 아줌마는 천국에 살면서도 졸망제비꽃을 보러 올 거야… 나는 졸망제비꽃이 피는 여기도 천국이라 믿어볼 거야. 여기가 천국으로 가는 하나뿐인 비밀의 문이라고도 믿어볼 거야.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해맑은 웃음과 순도 높은 눈물이 번져오는
천국에서 보내온 사랑의 편지
『우리가 사랑한 천국』


충청도의 작은 마을 미봉리를 배경으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해 낸 이 소설은, 인생의 페이지에서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랑스럽고 따듯한 시절로 우리를 안내한다. 돌아가고 싶은 그 시절의 아날로그적 감수성은 깊은 호흡과 밀도 높은 서사로 그려져 가슴 뭉클한 추억을 소환한다. 천국에서 보내온 사랑의 편지처럼 우리가 잊고 지낸 삶의 소중함을 되살려주고 지난날의 향기 가득한 감동을 전달한다.

추억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때의 순수함으로 돌아갈 수 없기 때문이야


『우리가 사랑한 천국』을 만나는 순간 당신은 눈동자에 남은 순수를 마주할 수 있다. 이 소설은 빛이 돌고 생기 가득한 과거의 당신을 오늘의 시간 안에서 대면하게 한다. 그리움은 추억이어서 아름다웠던 게 아니라, 당신이었기에 아름다웠음을 기억하게 한다. 그악한 이야기가 난무하는 시대에 이 소설이 선사하는 충만한 위안은 오염되지 않은 투명함과 순수함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분초사회에서 지치고 무기력한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이 한 권의 책은, 혼탁한 마음의 뜨물을 가라앉히고 오롯이 떠오르는 자기 안의 동심을 발견하게 한다.

가장 작고 여린 존재를 통해
사랑의 단단한 중심을 보여주는 소설


버려지고 잊힌 존재들을 소중히 껴안아 삶의 가장자리에 뿌리내리게 한 시인이자 작가인 이윤학의 수채화 같은 문장은, 한 편의 장편 서정시로 우리의 가슴을 물들여주며 일상의 언어로 비일상의 체험을 경험하게 한다. 무엇 하나 온전히 꽃 피우기 어려웠던 시절 그 척박한 폐허의 군락지에도, 서로를 향한 애틋한 마음에 기대어 삶을 피워낸 온기 가득한 이야기를 읽노라면 우리가 손안에서 비벼온 오이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우리가 사랑한 천국』은 우리의 천국이 먼 곳이 아닌 바로 우리가 사랑한 시간에 여전히 꽃 피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어른의 눈에는 그저 미친 여자였던 똥산이가 아이의 눈엔 천국의 비밀로 다가왔던 것처럼. 진실은 의외로 하찮고 평범해서 그것을 소중히 여기는 자에게만 감춰진 비밀의 통로를 보여준다. ‘나는 졸망제비꽃이 피는 여기도 천국이라고 믿어볼 거야.’ 소설 속 유란이의 애잔한 목소리가 웃음을 잊고 산 우리의 마음속에 물방울을 떨어뜨려 끊임없이 보조개 원을 퍼뜨린다.

벼꽃이 피어*

벼꽃이 피었다 지는 시간
두 시간
수정아, 너였구나
파노라마 선루프를 열어 놓고
의자를 제끼고 눕는 태양보다
먼 하늘들?

다랭이논 피를 뽑던 내 애비도
금광쟁이 네 애비도
눈을 비벼 봐도
물에 뜬 벼꽃들

이윤학 시집
*『나보다 더 오래 내게 다가온 사람』 (간드레, 2021) P69.

추천평

내 유년의 기억 속에도 있다. 풍우가 크게 인 다음 날 아침이었다. 그날따라 아버지 표정은 더없이 굳어있었다. 아버지는 다랭이논 논둑에 쭈그려 앉아 벼 이삭을 헤치며 “올해 농사는 허사겠구먼” 하는 장탄식을 했었다. 간밤의 풍우가 벼꽃을 떨어 놓고 씻어내린 것이다. 그때 나도 아버지 곁에 쭈그리고 앉아 논물에 손을 담가 허옇게 뜬 벼꽃을 ‘보고’ 있었다. 마치 논물에 뜬 흰 벌레나 잡으려는 양 두 손을 모아 작은 손그릇을 만들어 흰 벼꽃을 손안에 넣곤 했었다. 그때 나는 벼에도 하얀 벼꽃이 핀다는 사실과 함께 “물에 뜬 벼꽃들”은 “눈을 비벼 봐”야만 겨우 볼 수 있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그리고 몇 년 후, 농업 시간에 안 사실이지만 벼꽃은 곤충들이 가루받이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수분受粉을 하는 제꽃받이 작물이란 사실도 알았다. 그리고 “벼꽃이 피었다 지는” 그 짧은 “두 시간” 안에만 “수정”이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알았다. 그러나 시인의 “수정아, 너였구나” 라는 외침은 다름 아닌 생명이 잉태하는 순간을 ‘본’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황홀을 감각화한 표현이리라.

그런데 사실 시인이 어떤 사물을 ‘잘 본다’는 것은 그 사물의 생명의 이치를 ‘잘 본다’는 것과는 좀 다르다. 사물의 생성의 이치 그 자체에 더 황홀해하는 사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더 주목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대개는 사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오차 없는 정량화의 유혹에 시달린다.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과학자들이 그렇다. 이에 비해 시인의 ‘봄’은 우리를 사로잡는 사물들 그 자체, 그리고 그 사물들과 다른 사람과의 이치보다는 그 “수정”을 ‘봄’과 동시에 그 “수정”을 있게 한 “먼 하늘들”의 숭고를 ‘눈을 비비며’ 바라보는 자이다. ‘보는’ 것에 너무 황홀해서 ‘봄’의 결과를 정량화하는 데에 시간을 허비할 수 없는 자들이 바로 시인인 점을 보면, 시인은 성직자와는 비슷하고 과학자와는 거리가 멀다. - 김찬기 (소설가, 한경대 교수)
『우리가 사랑한 천국』을 읽는 동안 나는 하얀 민들레꽃이 만발한 작은 동산에 앉아 있는 듯했다. 이윤학 시인은 『우리가 사랑한 천국』을 통해 가만히 우리에게 “손안에서 비빈 오이풀” 냄새를 맡게 해준다. 글 곳곳에 오이 냄새가 난다. 글이 여린 새순 같고 붉은 꽃잎 같고 풀벌레 소리 같고 세상으로 처음 내려온 숫눈 같다. 나는 주인공 기덕이를 따라 명감 열매를 따러 가고 싶다. 물보라에서 피어나는 작은 무지개를 만져보고 싶다. 염소를 매러 가고 푸른 바다로 가 김을 뜯고 싶다. 기덕이 뒤만 졸졸 따라가면 내 두 볼에도 보조개가 생겨날 것이다. 똥산이 아줌마 무덤가에 졸망제비꽃을 심어주는 장면은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나는 이런 슬프고도 아름다운 동심을 예전에는 마주해본 적이 없다. - 문태준 (시인)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기억의 저편을 들여다본 느낌입니다. 이젠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그 시절이, 그 사람이, 다시 사랑으로 다가옵니다. 곁에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 얼굴을 떠올리고 하나하나 이름을 나열해 적어봅니다. 한참을 잊고 산 사람들에게 일일이 연락해서『우리가 사랑한 천국』의 비밀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 정미수 (우리가 사랑한 천국 독자 평가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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