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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을 알면 정신이 보인다
강영계
연암서가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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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1장 헤겔 읽기를 위한 예비적 고찰
Ⅰ. 그리스 고전과 성경에서의 로고스
1. 로고스의 의미
2. 그리스 고전의 로고스
1) 사유와 존재 원리
존재 원리 | 사유와 존재 | 명제와 진리
2) 우주와 로고스
우주적 힘으로서의 로고스 | 신과 로고스 | 일자와 로고스
3. 성경의 로고스
1) 종말론과 로고스
태초와 로고스 | 예수와 로고스 | 앎과 믿음과 로고스
2) 삼위일체와 로고스
세계 법칙으로서의 로고스 | 삼위일체
4. 비판적 고찰
Ⅱ. 변증법의 철학사적 배경
1. 변증법의 철학사적 의의
변증술과 변증론 | 중세 철학의 변증법 | 논리적 변증론과 선험적 변증론
2. 관념론적 변증법
3. 유물론적 변증법
4. 비판적 고찰

2장 『정신현상학』의 체계와 변증법
1. 『정신현상학』의 구성과 의미
2. 주관 정신
의식 | 자기 의식 | 이성
3. 객관 정신
인륜성 | 교양 | 도덕성
4. 절대 정신
종교 | 절대 지식
5. 비판적 고찰

3장 역사와 자유
1. 이성과 자유
2. 역사 탐구 방법과 역사
근원사 | 반성사 | 철학적 역사
3. 이성의 규정과 자유
이성의 규정 | 정신과 자유 | 역사의 발전 단계 | 목적론적 세계관 | 국가와 민족 정신
4. 세계사의 과정과 역사의 발전 단계
민족 정신의 자연 관계 | 세계사의 발전 원리
5. 비판적 고찰

4장 자유와 윤리의 이념
1. 철학과 현실
이성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 | 형식과 내용 | 법의 이념과 자유
2. 의지의 계기
자아의 순수 반성 | 규정의 계기 | 자아의 자기 규정
3. 자유 의지의 현존과 법
법의 형식주의 | 구체적 정신 단계 | 자유의 규정 | 고차원적 개념의 변증법 | 사회철학의 구조
4. 추상적 권리
인격과 소유권 | 계약 | 불법과 처벌 | 자유의 무한한 주관성
5. 의지의 주관성과 도덕
의도와 안녕 | 선과 양심 | 도덕으로부터 윤리로의 이행
6. 윤리와 자유의 이념
1) 가정
2) 시민사회
필요와 만족 | 노동과 소외 | 사회와 신분
3) 국가
국가의 이념 | 내면적 국법 | 입헌군주제 | 대중과 여론 | 국가와 종교 | 외면적 국법 | 국가와 세계사
7. 비판적 고찰

5장 예술철학
1. 예비적 고찰
현대의 담론 대상으로서의 예술철학 | 철학의 근본 목적 | 논리학 | 정신과 변증법
2. 아름다움과 예술
예술 작품의 의미 | 아름다움의 개념 | 예술 작품
3. 예술의 분류
예술의 내용과 형식 | 예술미의 이념과 형태 | 예술의 장르
4. 자연미와 예술미
추상적 형식미 | 감각적 소재의 추상적 통일 | 자연미의 결함 | 예술미와 이상
5. 예술 형식
상징적 예술 형식 | 고전적 예술 형식 | 낭만적 예술 형식
6. 비판적 고찰

6장 종교와 절대 정신
1. 헤겔 종교철학의 시발점
2. 종교의 긍정성
객관적 종교와 주관적 종교 | 도덕과 신앙의 통일 | 새로운 긍정성
3. 종교와 윤리의 실천
종교와 도덕 | 이성과 현실의 통일
4. 종교와 역사
인간 주체와 자유 | 종교의 자유
5. 사랑의 의미
느낌으로서의 사랑 | 힘으로서의 사랑
6. 종교의 변증법적 성격
변증법적 발전 | 자연적인 것과 이념적인 것
7. 헤겔 철학 체계에서 종교철학의 위치
8. 예나 시절 저술들에서의 종교철학
형식적 신 | 절대 정신의 자기 매개 | 절대 의식의 차원
9. 『정신현상학』에서의 종교철학
변증법 체계 | 계시 종교의 지식
10. 『엔치클로페디』에서의 종교철학
신앙과 지식 | 절대 지식으로서의 철학
11. 종교 개념 및 종교의 발전
12. 계시 종교
13. 비판적 고찰

7장 변증법 논리학
1. 헤겔 철학 체계에서 논리학의 위상
『논리학』과 여타의 저술들 | 헤겔의 철학하기 | 형이상학으로서의 철학하기
2. 논리학의 체계
형식 논리학과 변증법 논리학 | 객관적 논리학과 주관적 논리학
3. 존재론
질 | 양 | 척도
4. 본질론
현존재의 근거로서의 본질 | 현상 | 현실성
5. 개념론
주관적 개념 | 객관 | 이념
6. 비판적 고찰

맺음말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저자 소개 1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에서 교환교수를 지냈고, 건국대학교 문과대학장, 부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며 중국 서북대학교 객좌교수, 한국니체학회 고문으로 있다. 일평생 대중들이 철학에 쉽게 다가서고, 어린이와 청소년 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조화롭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양한 집필 활동을 펼쳐왔다. 저서로는 『청소년을 위한 사랑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행복론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철학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가치관 에세이』 『청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에서 교환교수를 지냈고, 건국대학교 문과대학장, 부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며 중국 서북대학교 객좌교수, 한국니체학회 고문으로 있다. 일평생 대중들이 철학에 쉽게 다가서고, 어린이와 청소년 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조화롭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양한 집필 활동을 펼쳐왔다.

저서로는 『청소년을 위한 사랑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행복론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철학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가치관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정의론』 『철학으로 산다는 것』 『철학의 오솔길』 『강영계 교수의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이야기』 『쓸모 있는 지식이 참된 지식』 『자연이라는 위대한 스승을 만나다』 『철학의 기초』 『죽음학 강의』 『행복학 강의』 등이 있다. 역서로는 스피노자의 『에티카』, 브루노의 『무한자와 우주의 세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쾨르너의 『칸트의 비판철학』, 하버마스의 『인식과 관심』, 프로이트의 『문화에서의 불안』, 베르그송의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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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99쪽 | 148*210*30mm
ISBN13
9791160871593

책 속으로

헤겔 철학은 정신의 철학이며 이성의 철학이다.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헤겔 철학은 정신의 변증법적 철학이다. 헤겔 읽기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우선 이성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변증법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 플라톤, 토마스 아퀴나스, 칸트 등의 철학 체계와 마찬가지로 헤겔의 철학 체계 역시 거대한 호수와도 같다. 헤겔의 철학 체계라는 거대한 호수에는 고대와 중세, 그리고 근대 및 칸트, 피히테, 셸링의 크고 작은 다양한 수많은 호수의 물들이 함께 섞여 있다. 따라서 헤겔의 정신이나 이성, 그리고 변증법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서양 고전 철학과 성경에서의 로고스 개념과 아울러 헤겔 이전의 변증법 개념의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고 비판하지 않으면 안 된다. 왜냐하면 헤겔의 이성이나 정신, 그리고 절대자는 모두 서양 고전 철학과 기독교의 로고스 은 뮈토스(mythos)와 직결된 일상적인 것들이다. 또한 인간의 추상력 개념을 뿌리로 삼고 있고, 그의 변증법 역시 과거의 사상사적 맥락을 고스란히 담고 성숙한 것이기 때문이다.
--- p.19

로고스가 지닌 합리성 및 절대성(완전성)은 결국 세계의 목적(절대적 존재자)을 전제하지 않고는 이해될 수 없다. 플라톤 이래로 로고스는 합리적인 존재자의 원리였고, 아직 로고스에 절대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성경에 이르러 로고스는 절대성까지 가지게 되었다. 로고스의 이러한 측면은 한편으로 긍정적으로 볼 때 상대적이고 불완전한 인간을 완전성·절대성에 접근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부정적으로 보면 폐쇄적인 절대 존재자가 전제되어 있어서 인간은 결국 맹목적으로 완벽한 합리성·절대성을 향하여 무조건 질주할 수밖에 없다. 절대적 로고스가 전제되어 있는 이상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헤겔의 절대 정신 또한 일종의 절대적 로고스임이 명백하다. 현대 세계에서 우리가 접하는 서양 문명의 일차원적 성격은 이와 같은 로고스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자동차, 비행기, 컴퓨터 등 어느 하나를 만들더라도 더 합리적으로 완전하게 절대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우리의 사고 방식은 이와 같은 로고스에 물들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로고스의 폐쇄성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고전 철학과 성경의 로고스를 비판적으로 재음미하는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다르마(dharma)나 도와 같은 개념들과 로고스를 비교·검토함으로써 로고스에서 새로운 역동적 의미를 찾고, 또한 그러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 p.46

로고스가 지닌 합리성 및 절대성(완전성)은 결국 세계의 목적(절대적 존재자)을 전제하지 않고는 이해될 수 없다. 플라톤 이래로 로고스는 합리적인 존재자의 원리였고, 아직 로고스에 절대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성경에 이르러 로고스는 절대성까지 가지게 되었다. 로고스의 이러한 측면은 한편으로 긍정적으로 볼 때 상대적이고 불완전한 인간을 완전성·절대성에 접근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부정적으로 보면 폐쇄적인 절대 존재자가 전제되어 있어서 인간은 결국 맹목적으로 완벽한 합리성·절대성을 향하여 무조건 질주할 수밖에 없다. 절대적 로고스가 전제되어 있는 이상 다른 선택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헤겔의 절대 정신 또한 일종의 절대적 로고스임이 명백하다. 현대 세계에서 우리가 접하는 서양 문명의 일차원적 성격은 이와 같은 로고스와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자동차, 비행기, 컴퓨터 등 어느 하나를 만들더라도 더 합리적으로 완전하게 절대적으로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우리의 사고 방식은 이와 같은 로고스에 물들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로고스의 폐쇄성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고전 철학과 성경의 로고스를 비판적으로 재음미하는 작업이 우선 필요하다. 그러고 나서 다르마(dharma)나 도와 같은 개념들과 로고스를 비교·검토함으로써 로고스에서 새로운 역동적 의미를 찾고, 또한 그러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이행되어야 할 것이다.
--- p.73

인륜성, 교양, 도덕성의 객관 정신이나 종교 및 절대 지식의 절대 정신을 보더라도 헤겔이 비록 동적인 변증법적 과정을 강조할지라도 그가 주장하는 정신이 얼마만큼 폐쇄된 형식적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정신현상학』 체계와 변증법이 전체적 관점에서 볼 때 형식적인 이유는 헤겔이 현실을 외면하고 철저하게 사변에 의존했다는 데 있다. 제아무리 이론과 현실을 통일시킨다고 할지라도 그것이 단지 사변 속에서만 이루어진다면 결국 남는 것은 형식주의다. 『정신현상학』의 체계와 변증법은 정신(또는 절대 정신)이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게끔 하는 절대적 형식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헤겔은 의식과 삶(정신의 계기들)이 정신의 거대한 틀 안에서 소외와 극복의 단계를 차례차례 법칙적으로 거치면서 모순의 통일이 실현된다고 주장한다.
--- p.92

헤겔은 민족 정신의 자연 관계는 비록 외적인 것일지라도 그 위에 정신이 움직이므로 그것 역시 본질적이고 필연적인 기초라고 주장한다. 민족 정신의 자연 관계는 민족 정신이 전개될 수 있는 시간·공간적인 지리적 기초다. 그렇기 때문에 헤겔은 “만일 인간의 욕구가 충족되면 인간은 보편적인 것, 그리고 더 높은 것으로 방향을 돌린다”고 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헤겔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삼는 유럽이 민족 정신의 전개를 위한 가장 적합한 지리적 기초이고, 미국도 미래의 나라로서 적합한 지리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헤겔에게서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것은 그가 지리적 조건을 변증법의 도식에 따라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 점이다. ① 초원과 평야를 지닌 강물이 없는 고지, ② 커다란 강이 가로지르고 물이 풍부한 계곡의 평야(이행 과정의 땅), ③ 직접적으로 바다와 접해 있는 연안의 땅. 고지의 대표적 예는 몽골이나 아프리카의 내륙에 있는 국가들이다. 여기에서는 가부장(家父長)적 삶이 지배하고 삶의 고유한 원리가 결여되어 있다. 다음으로 계곡과 평야를 지닌 국가는 중국, 인도 및 이집트다. 이러한 지역은 주로 농경 생활에 적합하며 사유 재산과 법이 형성된다.
--- p.131

“미네르바의 올빼미는 황혼이 깃들면 비로소 날기 시작한다”는 말은 이성적인 것과 현실적인 것에 연관하여 철학의 위치를 설명한 것이다. 헤겔에게서 철학은 “반성을 통해서 산출된 지식의 총체”이면서, “자신의 최고의 법칙을 이성으로 가지는 체계, 곧 개념의 유기적 전체”다. 『정신현상학』 전체를 볼 때, 정신은 변증법적 운동을 통하여 자신을 자연, 예술, 종교 그리고 마지막으로 철학으로 이행함으로써 절대 정신의 현현을 완성한다. 헤겔이 언급한 미네르바의 올빼미를 형식과 내용에 관련시켜볼 때, 우리는 그가 법철학의 역할을 해명하려고 하는 시도를 파악할 수 있다. 자기 의식적 정신으로서의 이성과 현존하는 현실로서의 이성 사이에 놓여 있는 것은 아직 개념으로 해방되지 못한 추상의 속박이므로, 이러한 속박을 해결하여 이들 양자를 조화시키는 것이 바로 철학의 역할이다.
--- p.143

헤겔의 사회철학에서 자유는 결국 윤리에서, 그것도 국가에서 헌법의 현존을 가지게 됨으로써 완성된 자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헤겔이 말하는 자유는 단지 윤리적인 차원에서의 자유만은 아니고 존재론적 측면에서의 자유이기도 하다. 여기에서 우리는 ① 역사법칙주의에서 과연 자유가 허용될 수 있는지, ② 헤겔이 말하는 자유가 실존적 자유가 아니라면 그것은 존재론적 자유인데, 과연 존재론적 자유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 게다가 ③ 헤겔에 따르면 모든 것이 자유의 발전 계기 아닌 것이 없는데, 그와 같은 주장은 결국 동의어 반복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결과적으로 헤겔의 철학은 사고와 존재를 동일시할 뿐만 아니라 행위마저도 그것들과 동일시하는 동일 철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힘들 것이다.
--- p.154

시민사회에서 개인은 (윤리적 실체로서의) 보편적 재산에 참여할 가능성을 가지지만, 그 가능성은 우선 직접적으로 고유한 자본에 의한 것과 우연적 성격을 가진 재능에 의한 것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이들 양자의 다양성은 자연적 및 정신적 위치의 발전에서 상이함을 초래하므로 모든 방향과 단계 내의 차이가 발생하고, 따라서 개인들에게서 재산과 재능의 불평등이라는 우연과 자의가 따라 나온다. 이 점은 헤겔이 근대 자본주의의 결과를 예견한 것으로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특정 계급에 재산이 편중됨으로써 빈곤한 집단이 출현한다는 것을 암시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헤겔은 사회의 신분을 세 계층으로 구분함으로써 이기심이 보편적인 것, 곧 국가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보면 국가의 첫 번째 기반은 가정이고 두 번째 기반은 신분이다.
--- p.173

윤리의 이념인 자유가 비로소 국가에서 실현되며, 그것도 세계사의 과정에서 게르만적 단계에서 완성된다는 헤겔의 주장 역시 목적론적이면서도 동시에 목적론에 적절치 못한 측면을 가진다. 세계사의 발전 단계를 네 가지로 구분한 것은 목적론이지만 게르만적 단계를 절대적이라고 본 것은 목적론에 위배된다. 우리가 모든 사태를 주관적 관념론의 입장에서 보면, 마치 헤겔의 변증법이나 개념 또는 정신과 같은 절대적인 것이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는 지나치게 다양한 삶의 방식을 살아가며, 또한 매우 다양한 관점을 지니므로 그러한 방식과 관점을 단지 관념적으로 통일시킨다는 것은 거의 허구에 가깝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서 대부분의 철학의 조류가 헤겔 관념론에 반기를 든 이유가 바로 그러한 점에 있다. 삶의 다양한 방식과 사고의 다양성이 인정된다면 우리는 점차로 우리의 지식의 한계에 접근함으로써 무지를 인정하며 점진적인 한계 극복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을 것이고, 모든 것을 절대적으로 해결하려는 오만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이다.
--- p.186

절대자의 변증법적 운동 과정에 관한 체계적 학문을 철학이라고 할 경우, 철학은 절대 정신에 관한 학문이다. 그렇다면 절대 정신은 누가 파악하는가 하는 물음이 당연히 제기된다. 이 물음에 대한 답 역시 헤겔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증법적으로 제시되지 않으면 안 된다. 사변적·관념론적 변증법 체계에 관한 비판은 헤겔 이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논리실증주의 입장이나 유물론의 입장에서는 헤겔 체계가 당연히 부정된다. 쇼펜하우어나 니체의 관점에서 볼 때 관념론 체계나 목적론 내지 결정론은 단순히 피상적인 지성 작업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키르케고르의 입장에서 보면 헤겔의 변증법 철학은 질적인 것을 무시한 양적 변증법 철학이다. 그렇지만 헤겔의 견해에서 보면 그의 철학 체계는 모든 갈등과 모순을 종합·통일하기 때문에 헤겔 철학에 반대되는 입장들을 조화시키면서 통일시킨다고 말할 수 있다. 이제 다시 앞의 물음으로 되돌아가 보자. 절대 정신을 파악하는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의 의식의 발전 단계는 자연, 예술, 종교, 정신 등 절대 정신의 발전 과정에 맞물려서 진행한다.
--- p.201

정신은 자신의 절대 본질의 참다운 개념에 도달하기에 앞서서 참다운 개념 안에서 자기 자신을 정초하는 과정을 이행한다. 예술의 경우 내용의 과정에 예술 형태의 과정이 일치함으로써 참다운 미적 예술이 성립한다. 우선 예술적 세계관의 정신적 보편적 과정은 자연적인 의식, 인간적인 의식, 신적인 의식의 단계를 예술적으로 형태화한다. 이것은 내적 예술 발달이며, 이러한 내적 예술 발달이 스스로 감각적 현존의 형식을 가질 때 구체적인 개별 예술들이 성립한다. 위에서 나는 헤겔이 뜻하는 예술의 내용과 형식을 살펴보았다. 예술의 내용과 형식은 결국 이념의 내용과 형식이자 정신의 내용과 형식이다. 자연철학, 예술철학, 정신철학 모두에서 내용은 이념이자 정신이며 형식의 차이로 인해서 내용의 전개 방식이 각각 달라짐에 따라서 자연철학, 예술철학, 정신철학의 구분이 생긴다. 헤겔에게서 상징 예술, 고전 예술, 낭만적 예술의 구분이 가능한 것 역시 정신의 내용이 어떤 형식에 의해서 표현되느냐에 달려 있다.
--- p.228

상징적 예술 형식에서는 보편성이 끊임없이 진전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 현존과 아울러 주관적 내면성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만족을 부여함으로써 표현된 현존의 매력이 아름다움을 압도한다. 고전적 예술 형식에서는 외면성과 개별화된 규정성이 한계로 나타난다. 신들의 의미는 외면성과 개별화된 규정성에 묻히게 되고, 결국 고전적 예술 형식은 고전적 이상의 해소를 초래한다. 헤겔이 예술 형식을 논하는 데에서 신들 또는 신성이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예술의 이상 내지 이념을 뜻하며, 동시에 정시적인 것, 나아가서 절대자를 의미한다. 예술의 상징 형식, 고전 형식, 낭만적 형식은 『정신현상학』에서의 의식, 자기 의식, 이성 그리고 『논리학』에서의 존재, 본질, 개념의 변증법적 전개와 맞물린다. 물론 헤겔의 이와 같은 변증법적 사고의 원천은 이미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능태, 능동태, 현실태에 관한 형이상학에서 찾을 수 있으며, 물 자체(Ding an sich)를 전제로 한 칸트의 범주론에서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존재론에 운동 논리를 도입하고, 더 나아가서 절대자의 자기 전개를 착안함으로써 절대자(세계의 총체성)에 관한 변증법적 철학 체계를 구성한 것은 헤겔의 독창적인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 p.251

헤겔 철학은 로고스, 총체성, 체계, 통일, 정신 등을 시간 과정의 총체성이나 시간 과정의 결과에서 동일한 것으로 본다. 『정신현상학』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절대자 내지 총체성은 인간의 의식을 통해서 자신을 전개하므로 좁은 의미의 철학은 인간 의식의 자기 반성일 수 있으나, 절대 지식으로서의 철학은 절대 정신의 궁극적인 자기 사유다. 이렇게 볼 때 헤겔 철학은 어디까지나 사변적·관념적 변증법 철학이다. 그런데 포스트모더니즘을 비롯해서 현대의 과학철학 내지 사회철학의 일부에서는 왜 헤겔의 철학하기를 대표적인 거대 담론으로 낙인찍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서 가능한 답들을 몇 가지 열거할 수 있다. 우선 헤겔의 학문 방법론이 추리에 의존하는 연역법이기 때문에 다양한 개별 사실을 주목하는 실험과 관찰은 무시되고, 실험과 관찰을 언급하더라도 헤겔 철학 체계에서는 관념적 사유의 범주 안에 포함되는 한에서의 실험과 관찰만이 고찰의 대상으로 된다.
--- p.315

헤겔이 말하는 갈등과 모순, 그리고 유한이나 차별 역시 정신의 통일이 전제되어 있는 한에서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헤겔이 제시하는 갈등이나 차별 등은 갈등 아닌 갈등이요 차별 아닌 차별이다. 인간의 사유를 완전하게, 그리고 절대적으로 확장한다면 사유는 무소불능(無所不能)의 능력을 가지고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진다. 또한 절대 정신이 인간의 사유를 통해서 자신을 전개한다고 하는 주장 역시 절대자를 전제로 삼은 한에서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인간의 인지 과정에서는 물리적 에너지가 생물학적 에너지로 전환되고, 생물학적 에너지는 다시 심리학적 에너지로 전환되어 감각 지각이 성립하고, 그것이 기억되어 기억을 가지고 인간이 사유한다고 한다면 절대 정신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거대 담론은 삶과 세계 모든 것을 알고 설명하려고 한다. 그러나 거대 담론은 인간의 한계를 무시한 사유 능력을 절대시하며, 나아가서 희망 사항을 이론적 체계의 장식으로 포장함으로써 실체나 절대자로 내세운다. 실체의 거대 담론이나 절대자의 거대 담론이나 모두 실체나 절대자를 거대 담론의 완전하고도 절대적인 체계 안에 포함하므로 양자는 모두 냉철한 비판적 통찰을 결여할 수밖에 없다.
--- p.335

20세기 이후, 특히 1970년대와 1980년대 이후 심리학, 생리학, 의학, 고고학, 천문학, 인류학 등의 개별 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하였다. 한 시대의 철학은 그 시대의 개별 과학들의 성과를 종합하고 반성함으로써 하나의 사상 체계를 형성한다. 현대 초반(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니체의 전통 가치의 해체,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 마르크스의 물질적 생산 관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등은 지금까지의 인간의 세계관을 전도시켰다. 플라톤은 당시의 개별 과학들에 의존하였고, 칸트 역시 당시의 개별 과학들에 의존했으며, 헤겔도 물론 당시의 개별 과학들의 성과에 의존해서 사유하였다. 오늘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현재의 개별 과학들에 의존할 때 더 이상 정신이니 총체성이니 또는 이성과 같은 막연한 개념들을 사용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게 되었다.

--- p.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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