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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 머리에
프롤로그: 한국인의 민낯에 대한 반성

1. 한국인의 민낯
2. 교육혁명이 필요하다
3. 왜 정치혁명인가?
4. 초고령 사회와 저출산의 위기
5. 배부른 소크라테스를 원하는 사람들
6. 한국인의 미래지향적 민낯을 위한 제언
7. 주체로서의 나
8. 욕망의 한계
9. 과정과 목표 그리고 즐거움
10. 나이와 세월
11. 항상 모자라는 나
12. 의사소통의 뜻
13. 아름다운 외모
14. 종지기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
15. 나는 왜 종교를 믿는가?
16. 관계로서의 인간
17. 인간애
18. 열정의 뜻
19. 왜 행복인가?
20. 고독
21. 삶의 고뇌
22. 나의 삶
23. 자유
24. 정의로운 사회
25. 분노
26. 도덕적 사회
27. 죄의식
28. 나의 인생철학

저자 소개 1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에서 교환교수를 지냈고, 건국대학교 문과대학장, 부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며 중국 서북대학교 객좌교수, 한국니체학회 고문으로 있다. 일평생 대중들이 철학에 쉽게 다가서고, 어린이와 청소년 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조화롭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양한 집필 활동을 펼쳐왔다. 저서로는 『청소년을 위한 사랑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행복론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철학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가치관 에세이』 『청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에서 교환교수를 지냈고, 건국대학교 문과대학장, 부총장을 역임했다. 현재 건국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이며 중국 서북대학교 객좌교수, 한국니체학회 고문으로 있다. 일평생 대중들이 철학에 쉽게 다가서고, 어린이와 청소년 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조화롭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다양한 집필 활동을 펼쳐왔다.

저서로는 『청소년을 위한 사랑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행복론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철학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가치관 에세이』 『청소년을 위한 정의론』 『철학으로 산다는 것』 『철학의 오솔길』 『강영계 교수의 프로이트 정신분석학 이야기』 『쓸모 있는 지식이 참된 지식』 『자연이라는 위대한 스승을 만나다』 『철학의 기초』 『죽음학 강의』 『행복학 강의』 등이 있다. 역서로는 스피노자의 『에티카』, 브루노의 『무한자와 우주의 세계』,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쾨르너의 『칸트의 비판철학』, 하버마스의 『인식과 관심』, 프로이트의 『문화에서의 불안』, 베르그송의 『도덕과 종교의 두 원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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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8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04쪽 | 148*210*20mm
ISBN13
9791160871616

책 속으로

철학은 말 그대로 ‘지혜에 대한 사랑’이다. 지혜에 대한 사랑은 모든 가치 있는 것들 중에서도 으뜸가는 가치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지혜는 다름 아닌 삶의 지혜를 말한다. 인류에게 전형적인 삶의 지혜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상가로는 예수, 석가모니, 공자, 소크라테스 등이 있다. 이들이 지금까지 위대한 성인(聖人)으로 추앙되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다. 이들은 하나같이 자기반성, 자기비판, 자기성찰에 철두철미했던 성인들이다. 그리고 그런 주체적인 자기의식을 바탕으로 후세에까지 길이 등불이 될 지혜와 철학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위대함은 이렇게 창조적이고 비판적이며 주체적인 자기의식에 있다.
--- p.10

나는 한국인의 민낯을 한과 정 그리고 흥에서 찾는다. 아리랑, 심청전, 흥보가는 한국인의 한을 정으로 녹이고 한과 정을 흥으로 푼 노래들이다. 농악놀이와 탈춤을 보면 흥으로 들썩거리게 된다. 노벨 문학상을 받고, 아랍에미리트와 체코에 원전을 건설하고, 세계 각국에 거대한 유조선을 수출하고, BTS와 블랙핑크가 세계 순회공연을 하고… 이 모든 것이 다 한국인의 흥의 표현이다.
한과 정을 소홀히 하지 않고, 한과 정에 대해서 무관심하지 않았기에 한국인은 한과 정을 함께 흥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 흥은 함께 사는 것을 기름지게 하였고, 흥은 홍익인간 사상, 곧 널리 인간을 함께 이롭게 하는 사상을 실현시킬 수 있었다.
--- p.16

가끔 한국 언론에 초고령 사회와 인구절벽 및 저출산에 대해서 언급되곤 한다. 이미 초고령 사회에 돌입했다. 노인들의 건강과 경제적 자립이 큰 문제이다. 지금부터 계속해서 노인들의 건강과 복지를 위해서 점점 더 많은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것은 현재 청소년들의 몫이다. 현재 한국의 출산율은 0.7이다. 일본만 해도 1.2이다. 초고령 사회와 저출산은 사회국가적으로 맞물려 돌아간다.최첨단 기술을 발달시키기 위한 젊은 인력들이 부족하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방 시골과 도시 변두리 그리고 도서들의 초등학교들이 폐교하였다. 아기들의 울음소리는 물론이고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도 듣기 힘들다. 혼자 살거나 자식 낳지 않고 둘만 사는 딩크족들이 많아졌다. 살기 어려워서, 자식 키우기 힘들어서,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아서 혼자 살고, 둘이서만 산다고 한다.
--- p.29

엘리트는 프랑스어 선발하다, 뽑다(élire: 엘리르)의 명사형으로서 정예, 선발(élite)의 뜻을 가지며, 복수형(élites)은 간부, 지도층을 의미한다. 우리가 말하는 엘리트는 바로 복수형이고, 그것은 사회의 지도층을 가리킨다. 막말로 가진 자들이 엘리트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학력, 권력, 금력을 가진 자들이 사회의 엘리트이다.
오래전에 “배부른 돼지가 되겠는가, 아니면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는가?”라는 물음과 “당연히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는 답이 잠깐 유행한 일이 있다. 나 나름대로는 적어도 일제 강점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한국인은 느림과 여유의 삶에 익숙해 있었다고 말하고 싶다. 한국인의 ‘빨리빨리’는 부정적인 면과 긍정적인 면 양면을 다 갖고 있다.
--- p.31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이 자본가를 타도하고 공산당이 사회를 지배하면 다른 정당의 세력이 없어지고 오직 공산당만이 사회를 정리정돈하므로 완전한 평등이 보장된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내가 1978년 베를린으로 가기 위해서 서독에서 동독을 거쳐 가는 길에 독일 신부의 승용차를 이용한 적이 있었다. 레기날드 신부가 이렇게 말했다.
“강, 동독 공산당의 계급이 몇 개나 있는지 알아? 72개의 계급이 있어.”
맞다. 공산당 총서기가 왕이고, 그 밑에 부서기가 있고, 또 그 밑에 당 간부가 있고, 그 밑에 중급 간부와 하급 간부가 있고, 대부분의 국민은 비당원이어서 힘없고 가난하고…. 왜 마르크스는 이런 지극히 간단한 사실을 몰랐을까?
자유민주주의를 마음껏 호흡할 수 있는 한국인인 것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나는 배부른 돼지는 전혀 되고 싶지 않고, 더군다나 배부른 소크라테스도 결코 되고 싶지 않다.
--- p.37

어디 유치원뿐이겠는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들은 예외 없이 비교와 경쟁의 틀 안에서 생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뿐인가.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일찌감치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한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대학에 진학한 젊은이들도 모두 줄 세우기 교육의 연장인 사회 속에서 끝없이 나와 남을 비교할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도 자신만의 가치관을 세우거나 다양한 가치를 좇을 수 없게 된다. 모두가 비교와 경쟁 속에서 정신없이 이리저리 이끌릴 뿐이다.
이처럼 사회의 전반적인 가치관 내지 삶의 기준의 혼란과 상실은 사회 구성원 각자의 정체성 혼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한 가정만 보더라도 부모와 자식들 각자의 정체성이 명확하고 역할 분담이 조화롭게 될 때 비로소 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이 성립한다. 플라톤은 이미 『국가론』에서 지도자, 무사, 생산자가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지혜와 용기와 절제를 적절하게 수행할 경우에만 정의로운 개인과 정의로운 국가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 p.47

플라톤에 따르면 개인이나 국가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네 가지 덕이 있는데, 그것은 지혜, 용기, 절제, 정의이다. 정의는 지혜와 용기와 절제가 종합된 덕이므로 인간에게 중요한 덕은 세 가지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언제나 더 많은 성공을 욕망하는 우리는 지혜, 용기, 절제에 대해서 냉철하게 되짚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의 삶은 헛된 것들로 가득 차서 공허하기만 할 것이다. 반면, 진정한 적성을 찾아서 계발하고 확실한 실력을 갖추면서 분수에 맞는 성공을 욕망한다면, 그런 사람은 삶에서 공허한 것을 비우고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을 채우는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돈오점수(頓悟漸修)라는 말이 있다. 불교의 수양 방식인데 돈오는 망치로 맞은 것처럼 갑자기 깨닫는 것, 점수는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수련하여 경지에 이르는 것을 일컫는다. 공허한 것을 비운 자리를 자아의 가치와 의미로 채울 때 우리의 삶은 흔들리지 않는 확실한 기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p.59

공자 역시 인간의 목표를 성인군자에 이르는 것이라고 하였다. 또 칸트 같은 철학자는 자연법칙을 밝혀 주는 이론이성과 자유를 해명해 주는 실천이성을 결합시키면서, 동시에 이들 양자의 목표가 되는 것을 판단력이라고 보았다. 판단력은 삶의 궁극적인 목표를 미적인 것과 신적인 것으로 본다.
그러나 나는 삶의 과정이 곧 그 자체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삶의 매 순간은 과정이면서도 목표인 것이다. 나는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론’에 동의한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살 수 없다. 우리가 사는 것은 언제나 현재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오직 지금이라는 순간이 전제되는 때에만 의미 있으며 가치 있다. 우리는 ‘영원한 지금’에 서서 매 순간 후회하면서 후회를 발판으로 삼아 나의 삶을 재창조한다. 과거는 지금의 기억이고, 미래는 지금의 기대이며, 현재는 지금의 지각이다. 따라서 지금을 충실히 사는 것, 과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이 삶을 풍부하게 채우는 길이다.
--- p.65

“나는 하늘의 신들을 땅으로 끌어내렸고 청년들을 도덕적으로 타락시킨다는 죄목으로 기소를 당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아테네 시민들과 똑같이 여전히 하늘의 신들을 믿고 있습니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청년들에게 최고의 윤리적 가치인 정의를 가르쳤습니다. 나를 고발한 사람들은 내 행동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주장합니다. 나는 내 잘못을 인정하고 사형선고를 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 행동은 정의롭습니다. 나는 내 목숨을 걸고 정의를 지킬 것입니다. 나는 사형선고를 받고 독약을 마시면서 고통스럽게 죽어갈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는 죽는 순간까지 나의 정의로움을 지키고 주장할 수 있기에 이 세상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합니다.”
땅딸보에 들창코였던 소크라테스의 외모는 비록 그다지 아름답지 않았지만, 그의 내면적 인간미는 이 세상 어느 누구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움으로 충만했던 것이다.
--- p.69

소통 부재의 시대는 분명 인간성 상실 및 인간성 소외의 시대이다. 그렇기 때문에 위르겐 하버마스를 비롯해서 많은 사회철학자들이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의사소통은 사람들 사이의 대화와 토론, 담론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이익사회를 공동사회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에는 특히 인터넷 매체가 발달하고 많은 사람이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의사소통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과거에 우리는 먼 거리에 있을 때에도 편지를 통해 주로 소식을 전했고, 급한 일이 있을 경우에만 전화를 사용했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휴대용 전화기를 통해 곧바로 직접 전화하거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이메일을 이용해서 간단한 소식을 전한다. 심지어는 외국에 있어도 최첨단 디지털 기기를 통해서 영상통화를 하는 등 쉽게 연락을 취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얼핏 생각하면 우리는 지난 어떤 시대보다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생각을 자유롭게 꺼내어 소통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같이 보인다.
--- p.81

비미적 태도에는 성적 태도, 도덕적 태도, 실용적 태도 등이 있다. 관능적이고 섹시한 매력이 물씬 풍기는 여성을 사귀게 된 청년이 강렬한 성욕을 느끼면서 “이렇게 성욕을 자극하는 여성은 처음 만난다. 이렇게 터질 것 같은 관능적 섹시함이 넘치는 여성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야!”라고 말한다면 그의 태도는 성적 태도이며, 아름다움을 느끼는 미적 태도와는 거리가 멀다.
아름다움은 크게 자연미와 예술미로 구분된다. 산천경개의 아름다움은 말 그대로 자연미요, 미술, 음악, 문화 등의 아름다움은 예술미이다. 어떤 사람이 산과 강을 바라보면서 자연의 조화에서 쾌감을 느끼지 않고 “저 산과 강을 개발하면 엄청난 수입이 생길 거야”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태도는 실용적 태도이다. 또 어떤 사람이 고려청자나 김홍도의 그림을 앞에 놓고 “이것들이 진품이니 임자만 잘 만나면 나는 당장 부자가 될 것이 뻔해”라고 생각한다면 이런 태도는 상업적 태도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젊은이들은 반드시 고전 소설들을 많이 읽어야 해. 그래서 고전 소설들로부터 윤리와 도덕적 기준을 배울 줄 알아야지.” 이와 같은 태도는 도덕적 태도이다.
--- p.90

자본주의 물질문명의 눈부신 발달은 우리의 시선을 코앞에 붙잡아 두었다. 스마트폰 속의 무궁무진한 가상 세계에서 온갖 재미를 추구하는 우리는 바로 옆에 실제로 존재하는 인간을 배려하지 못한다. 언제 어디에 있든 우리는 점점 더 자신만의 좁은 세계 속으로만 침잠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주변을 벗어나 타인을 보지 못한다. 물론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타인과 소통하기는 한다. 그러나 내 연락처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그와 당장 내 옆을 걸어가는 행인은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여겨진다. 어느새 우리는 스마트폰 안의 세계에만 빠져 내 스마트폰 밖의 세계에는 내가 존중하고 배려해야 할 세계가 없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붐비는 지하철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스마트폰에 빠져 있는 우리를 돌아보자. 몸이 불편해 보이는 사람이 있어도 우리는 그 사람을 보지 못한다. 붐비는 차 안에서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 내가 다른 사람의 길을 막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줄 모른다. 오히려 한술 더 떠 누가 내 세계를 훔쳐보지나 않을까 의심하며 남을 흘겨본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기기에 열광하는 우리의 조금은 우스꽝스럽고, 조금은 슬픈 모습이다.
--- p.109

고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물리적 고독이요 다른 하나는 정신적 고독이다. 대개 물리적 고독과 정신적 고독은 겹치는 경우가 많아서, 우리는 서로 다른 성질의 이 고독들을 보통 구분하지 못한다.
‘고독(孤獨)’이라는 단어를 한번 말 그대로 풀어 보자. ‘홀로 있음’. 주위에 다른 이 없이 혼자 있는 것이 바로 물리적 고독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정신적 고독은 자기 자신을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게 되는 인간의 상황 그 자체를 말한다.
홀로 캄캄한 밤에 산길을 걸어가면서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산길을 걸어가자니 고독하고 무섭구나”라고 중얼거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또는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시내를 활보하며 이렇게 중얼거리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기쁜 얼굴로 거리를 누비고 있구나. 그런데 나는 이들 중에 누구 하나 아는 이가 없으니 정말로 외톨이로군. 나야말로 고독한 놈이야.” 이 말들은 모두 물리적 고독을 뜻한다.
--- p.139

현실에서 결코 충족시킬 수 없는 결여의 감정을 깊이 느끼게 되면 인격 자체가 와해되고 우울증에 빠지면서 무능한 자기 자신에 대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고립으로 도피하다가 끝에 가서는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택한다. 반대로 타인에 대해 공격적인 사람은 타인을 협박하는 수단으로써 자살을 시도한다. 그런가 하면 스스로에게 공격적이면서 동시에 타자에 대해서도 공격적인 사람 역시 흔히 자살을 시도한다.
이처럼 자살은 한 개인의 문제이면서도 동시에 사회 문화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자살의 원인은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다양하다. 그렇지만 자살은 어디까지나 자살하는 사람 자신에 의해서 행해지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극단적인 갈등 상황에 처하면 자살 충동에 사로잡히기 쉽다. 그리고 그러한 충동은 전염되기도 쉽다.
자살의 전염과 연관해서 잘 알려진 표현으로 ‘베르터 효과’라는 것이 있다. 나폴레옹이 전쟁터에서조차 손에서 놓지 못했다는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고뇌』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청년 베르터의 청순한 사랑과, 그러한 사랑 뒤에 따라오는 절망을 그린 소설이다. 베르터는 생명을 바쳐서 사랑하던 여인이 이미 약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존재 의미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그 순간, 권총의 방아쇠를 당긴다.
--- p.155

자유는 인간 개인을 성숙시키는 동시에 문화를 성숙시킨다. 자유야말로 인격 주체의 핵심적인 알맹이이다. 인간의 독자성은 물론이고 창조성 역시 자유의 산물이다. 인간이 기계가 아닌 이유는 자유에 있다. 인간이 다른 생물과는 다른 이유 역시 자유에 있다. 독일의 관념론 철학자 헤겔에 의하면 역사의 이념은 자유이다.
헤겔은 역사의 변증법적 발전 단계를 아시아적 단계, 그리스·로마적 단계, 근대 시민사회(게르만 사회)의 단계 등 세 가지로 구분하였다. 아시아적 단계는 왕 한 사람만 깨어난 의식을 가진 인간처럼 여겨지는 상태이다. 왕 한 사람만 인간다운 인간처럼 여겨지고 나머지 인간들은 아직 자기의식을 가지지 못한다. 그렇다고 왕만이 실제로 온전한 자기의식을 가졌다는 것이 아니고, 왕 혼자 자기의식의 소유자인 것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 p.164

마르크스의 경제 이론들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잉여가치설’이다. 마르크스에 의하면 상품가치에서 노동가치를 뺀 것이 잉여가치이다. 노동자는 뼈가 빠지게 노동해서 상품을 시장에 내다 판다. 만일 상품을 1만 원에 팔았다면 자본가는 노동자의 노동가치를 2천 원으로 계산해서 노동자에게 급여로 주고 나머지 8천 원을 자신이 소유한다. 자본가는 전혀 노동하지도 않고 8천 원이라는 잉여가치를 소유하니까 결국 자본가는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한다는 것이 마르크스의 견해이다.
이미 헤겔은 『정신현상학』에서 주인과 노예를 설명하면서 주인은 물론이고 노예도 주체적인 자기의식을 소유한 인격 존재가 아니라고 했다. 주인이나 노예나 모두 거짓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노예는 죽을힘을 다해서 일하지만 일해서 생긴 농작물이나 상품은 자신의 것이 아니고 모두 주인에게 빼앗겨 버리고 만다. 말하자면 노예는 자기 자신을 빼앗겨 버림으로써 주체적 인간이 되지 못한다. 그러면 주인은 어떤가? 주인은 일도 하지 않고 노예가 노동해서 생긴 것을 착취하므로 역시 참다운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고 거짓된 자기의 소유자가 된다는 것이다. 주인이나 노예 모두 각자 자기 자신을 철저히 의식하고 스스로 노동해서 자신이 산출한 것을 소유할 때 참다운 주체적 인간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p.179

우리는 사회적으로도 죄의식에 시달린다. 권력이나 돈을 배경으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가 나중에 들통이 나서 법정에 서는 사람들은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평생 국밥집을 운영해 온 할머니가 수억 원에 달하는 전 재산을 기부했다는 보도를 접하면 순간적이긴 하지만 죄의식을 느낀다. 정치인이나 재벌 회장, 대학의 총장이나 이사장 등 사회 기득권층의 말이나 행동이 지나치게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으로 느껴질 때, 당연히 해야 할 비판을 하지 않고 침묵으로 그것을 묵인하는 자신을 보며 스스로 죄의식으로 괴로워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사회, 공공기관, 회사, 병원 등과 아울러 국가 자체의 가치관의 기준이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혼란스러운데도 내 앞가림이 급하다는 핑계로 일상적 욕망 충족에만 급급한 나 자신을 보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으며 죄의식에 괴로워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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