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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최현유
나무옆의자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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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1부 공산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2부 참기름과 치킨
3부 편과 적
4부 Golden DNA
5부 공짜와 도둑
6부 오해, 곡해, 왜곡
7부 강강약약
8부 MIP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하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과 가고 싶은 곳, 그리고 무엇보다 쓰고 싶은 것이 참 많은 사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은 일어날 수 있는 현실이라는 만화『원피스』의 한 구절을 나침반 삼아 매일 글을 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장편소설 『목숨X값』, 『기억을 달리는 환등열차』(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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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6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135*200*30mm
ISBN13
9791124185179

책 속으로

무조건 오른다, 오른다고 믿자.
손바닥에 흥건해진 땀을 바지춤에 닦은 나눔은 그래프가 오르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간절하고 절박했던 나눔의 바람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어! 떠, 떨어진다!”
“왜, 왜 떨어지지??”
“헐! ME가 인수 포기했대요!!”
“뭐? 진짜야??”
“홈페이지에 공지 떴다는데요?!”
“씨발, 장난해??!”
벌떡, 나눔이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아무도 나눔을 신경 쓰지 않았다. 탄식과 고함, 허공에 뱉는 혼잣말 등이 사무실 공기를 흩트려놓았다.
--- p.20

마지막으로, 나눔의 시선이 6번 조항에 머물렀다.
‘6. 식구들은 공산당을 만들고 운영하는 창시자에 대해 궁금해하거나 정체를 밝히려 하지 않는다.’
창시자를 궁금해하지 말라고? 이건 대놓고 궁금해하라는 거 아니야? 나눔은 이 규칙을 만든 창시자의 진의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상상력이 풍부한 건 좋은 겁니다. 대신, 그걸 이로운 방향으로 쓰세요. 예를 들면, 공산당에 있는 간첩들이 각자 어떤 역할을 맡고 있을까, 상상해보는 거죠.’
그래. 하나하나 천천히 해보자. 저스티스의 메시지를 떠올린 나눔은 고개를 들어 베란다에 있는 용미를 보았다. 그러자, 용미의 얼굴 위로 조교 모자를 쓰고 간첩들을 교육시키는 모습이 저절로 그려졌다. 꽤나 그럴싸했다.
--- pp.73-74

“여기 대한민국 자본주의 세상은 말이야, 아무리 용이어도 시궁창에서 태어났으면 바다를 맡기지 않거든. 시궁창에서 태어난 용한테 돈과 명예를 주느니, 갯지렁이라도 바다에서 태어난 놈한테 주는 게 낫다는 거지. 그런 더러운 세상 이치를 깨달아버렸는데 어쩌겠어. 이렇게라도 반항할 수밖에.”
감정 섞인 말들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는 용미를 나눔은 얼떨떨한 얼굴로 보았다. 지금껏 차갑게, 단답으로만 말했으면서, 갑자기 왜 이래?
--- p.75

“자본을 증식시키면 안 된다는 그 철칙이 우리 삶에서 치킨을 앗아갔다고. 형, 눈 앞에서 갓 튀겨진 치킨을 먹지 못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아?”
나눔은 청연의 말을 들으며 식구들을 천천히 둘러봤다. 진지하다 못해 엄숙한 그들의 움직임이 모두 치킨으로 귀결되는 것이었다니. 나눔은 자기도 모르게 풉, 하고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지금 치킨 하나 만들겠다고 이러고 있던 거야?”
“치킨 하나?”
“아니, 난 그러니까, 그렇게 불행하면 그냥 한번 사먹어도 되잖아. 이삼만 원이면 먹을 걸 왜 이 고생을 하나 싶어서.”
청연은 나눔의 어깨에 툭, 손을 올렸다.
“그게 우리가 추구하는 삶이니까. 감자 전분을 만들기 위해 씨 뿌리고, 정성들여 키워서, 재배하고, 찌고 삶고 으깨고 건조하고! 이왕 할 거 일인 일닭은 해야 되니까 달걀 열심히 부화시켜서, 매일 밥 주고, 물 주고, 똥 치우고!”
“얼쑤!”
청연이 창을 하듯 리듬을 타자 명오가 추임새를 넣었다
--- pp.101-102

[저스티스] 우청연은 동조세력이겠네요, 그럼.
저스티스가 확언했다. 동조세력? 나눔이 고개를 갸웃하는데, 저스티스가 곧바로 메시지를 이었다.
[저스티스] 간첩에도 종류가 있어요. 우리가 아는, 북한에서 직접 파견한 간첩은 직파 간첩. 남한에서 터를 잡고 살며 생활하는 간첩은 고정 간첩. 그리고 그 간첩들에게 포섭된 대한민국 국민들을 동조세력이라고 해요. 여튼, 잘됐네요. 일이 쉽게 풀리겠어요.
[소년기사] ……예? 어떻게요?
[저스티스] 동조세력과 간첩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겁니다. 잘만 꼬드기면 누가 진짜 간첩인지 스스로 술술 불걸요.
“아…….”
나눔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 사람은 저런 생각이 어떻게 저렇게 척척 떠오를까? 난 매 순간 사사건건 흔들리는데.
--- p.124

새벽의 공기는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이슬을 머금은 흙은 좋은 냄새를 내뿜었고 장마를 이겨낸 땅은 폭신폭신 보드라웠다. 시간과 노력을 쏟은 대로 무럭무럭 자란 작물을 보고 있자니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귀촌하고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그러려면 빚을 해결해야 하고, 빚을 해결하려면 포상금이 필요하고, 포상금을 받으려면 공산당 사람들과 지지고 볶으면서 간첩 증거를 찾아내야 하지만.
“에휴, 인생 고달프다, 고달파아.”
--- p.138

[저스티스] ……예? 사백이요?
[소년기사] 네!! 인당 사백!! 대박이죠ㅋㅋ
[저스티스] 그니까, 사백만 원이라는 거죠?
[소년기사] 에이, 그럼 사백 원이겠어요? ㅋㅋ 제 두 눈으로 직접 봤다니까요. 오만 원권으로 네 묶음. 이천만 원. 그걸 다섯이서 똑같이 나눠 갖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ㅋㅋㅋ 누가 어떻게 번 돈인지는 몰라도 이 정도면 그냥 쭉 있을까 봐요ㅋㅋㅋ
[저스티스] 아.
--- pp.139-140

“그때 그렇게 강세 녀석한테 짓밟히면서, 제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아세요? 내가 내 모든 시간을 들여서 얻어낸 성과를, 돈이 있으면 그 절반만 들여도 얻을 수 있구나. 그걸 깨달았어요. 더 웃긴 건, 난 실패한 뒤에야 그 사실을 깨달았는데, 돈이 많은 집에서 태어난, 골든 DNA를 가진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거예요. 그 사람들한테는요, 우리가 쎄빠지게 고생한 거? 그딴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꿈이든 야망이든 복수든 그냥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무너뜨릴 수 있는 거라고요.”
그간 쌓여왔던 감정을 쏟아낸 나눔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고여 있었다.
--- p.180

“어느 정도 자산이 있는 사람들은요, 그런 거에 진지하게 투자 안 해요. 미국 농지를 제일 많이 갖고 있는 개인이 누군 줄 알아요?”
“……빌 게이츠?”
“오, 정답.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찍었어요. 그러니까, 있는 사람들은 땅을 산다 이 말인 거죠?”
“네. 땅이란 건 거의 양이 고정되어 있고, 가치만 변하니까요. 주식이랑 코인도 취미로는 하죠. 소소하게 일이억 정도? 게임하듯 쓰는 거죠.”
“하. 하하. 그렇군요.”
나눔은 허탈하게 웃으며 걸어갔다. 제길, 땅을 살 돈이 있었으면 나도 땅을 샀지, 이 사람아. 그리고 뭐? 게임? 지들이 정보도 더 많으면서, 그게 어떻게 게임이냐? 이미 정해진 승부지.
--- p.212

“명옹. 밤마다 무슨 악몽을 그렇게 꾸는지 물어봐도 돼?”
“이미 물어봐놓고 뭘 또 되냐고 물어보고 그려. 물어보지 말라믄 도로 주워 담을 겨?”
명오의 말에 나눔은 미안함과 걱정을 담은 미소를 지었다.
“별거 아녀. 그냥 억울헌 일들이 많아서 그려.”
명오는 잔에 있는 담금주를 단숨에 비워내곤 괴로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맨날 시끄러워서 잠 깨불지? 나도 나름대로 이겨보겄다고 용은 쓰고 있는디, 그게 또 쉽지가 않네잉.”
“뭐가 그렇게 괴롭게 하는데?”
청연이 명오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무심한 듯 물었다.
“내가 또 당당허지 못허고 죄인이 될까 봐, 그때처럼 상처 주고 또 혼자가 될까 봐, 그게 그라고 무섭더라고, 나는.”
--- p.238

“조구일, 이정백. 이 두 사람이 공산당이라는 셰어하우스를 국가 체제 정복의 기지로 삼고, 서민들의 생활이나 시장 활동을 감시하면서, 자본주의에 상처를 받은 젊은이들을 포섭, 납북하려던 거다. 이렇게만 그려지면 아주 환상적일 거 같은데 말이죠.”
팀장의 말에 나눔은 머릿속까지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그건 사실이 아니지 않냐, 증거가 없지 않냐, 반박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들어줄 거 같지 않았다.
“그렇다고 뭐, 거짓 진술을 하라는 건 절대 아닌데. 이거 하나는 알아두시면 좋겠네요. 간첩죄는요. 방조도 처벌받아요.”

--- p.308

출판사 리뷰

사유재산 철폐, 공동 노동 공동 분배를 모토로 하는 셰어하우스
공산당 창시자와 입주자들의 정체는?


선물 투자 실패로 전 재산을 날리고 억대 빚까지 진 나눔. 글러먹은 인생을 끝내려는 순간 ‘공산당 초대장’이라는 종이 한 장을 줍는다. 요즘에도 이런 걸 뿌리나 싶어 헛웃음을 터뜨린 나눔은 그날 네 가지 방법으로 죽으려고 시도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다음 날 어쩔 수 없이 출근길에 올라 휴대폰을 보는데 ‘간첩 신고 포상금 20억’이라는 글이 눈에 띈다. 황급히 전날 주운 초대장을 꺼내 본 나눔은 환호한다. ‘와 미쳤네. 이건 백퍼 간첩 증거다.’ 하지만 돈만 생각하고 섣불리 달려들 수는 없는 일. 평소 이용하던 커뮤니티에 조언을 구하자, 소설 쓰지 말라는 비웃음들을 뒤로하고 가장 신뢰하는 유저 ‘저스티스’의 답변이 달린다. 자신이 밖에서 지원해줄 테니 직접 들어가 증거를 잡으라는 것. 나눔은 용기를 내 공산당의 문을 두드리는데…….

나눔은 간첩의 본거지에 들어왔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공산주의에 관심이 많은 척 연기하며 정보를 캐내고 저스티스와 소통을 이어간다. 자본을 증식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모든 생산 활동은 농업을 기본으로 하며, 농업 활동으로 얻은 공동 소득과 입주민 개별 소득은 동등하게 나눈다는 수칙은 그런대로 이해했지만, 공산당을 만들고 운영하는 창시자에 대해서는 절대 궁금해하지 말라는 조항은 오히려 나눔의 궁금증을 키운다.

나눔은 먼저 입주한 공산당 식구 네 명에게 어떻게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은근슬쩍 캐묻는다. 아이돌 연습생을 하다 졸지에 신내림을 받았지만 신이 돈을 싫어해서 점사를 봐주고도 돈을 벌지 못해 노숙 생활을 하다가 초대장을 받았다는 20대 청연, 부모 사업이 망해 도망 다니다 찜질방에서 자고 일어나 보니 초대장이 놓여 있었다는 20대 보담, 기업 내부 권력 싸움에 이용당하다 쫓겨나 창업을 했지만 이 또한 거대 자본의 술수로 망해 폭주하기 직전 초대장을 받은 40대 천재 개발자 용미, 자기 이야기를 피하지만 공산당 창시자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70대 명오. 나눔은 상상력을 동원해 이들을 간첩으로 설정하고 그럴듯한 각본을 써나간다. 그러다 식구들에게 불순한 의도를 의심받는 위기에 처하지만, 실패한 인생에 대한 속엣말을 쏟아내며 상황을 극적으로 반전시킨다.

“씨, 나도 좀 살고 싶어서 들어왔다, 왜! 나도 더러운 자본한테 개같이 져버려서 거기선 도무지 살 수가 없으니까 들어왔다고! 돈을 벌려고 지랄지랄하다가 빚쟁이 됐고! 패배자는 죽어도 되기 싫어서 진짜 죽으려고 했는데, 그것도 제대로 못하는 등신이어서!! 그래서 들어온 거라고!! 어떻게든 살아야 하니까!!” (96~97쪽)

그때부터였을까, 나눔은 오히려 자신을 위로해주는 식구들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나아가 “닿지 못할 것에 닿고자 했던 경험”을 공유했다는 동류의식마저 갖게 된다. ‘정신 차려, 최나눔. 이것들 간첩이잖아! 다 거짓말이라고!’ 부정해보기도 하지만 자꾸 마음이 흔들린다. 한 집에 살면서 그들을 알아갈수록 자신이 추정한 간첩 시나리오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게 되자 나눔은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점점 혼란스러워진다. 저스티스를 비롯한 공산당 바깥의 세계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저스티스는 주저하는 나눔을 다그치고, 나눔의 주식을 곤두박질치게 한 장본인인 연주는 유혹적인 거래를 제안한다. 편과 적을 가늠할 수 없는 사람들이 식구들의 일상을 뒤흔들기 시작하고, 이제 나눔은 포상금이 아니라 이들을 지키는 싸움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유쾌한 반격
웃고 싸우다 보면 어느새 한 식구가 된다


최현유 작가는 능청스러운 입담과 유쾌한 필치로 나눔과 공산당 식구들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역학 관계를 다채롭게 보여준다. 이야기가 중반을 지나면 저스티스가 작전상 투입한 인물이 공산당의 새로운 식구로 들어와 판을 흔들고, 각 인물의 이해관계가 본격적으로 충돌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더해 공산당 창시자가 누구인지, 그가 공산당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밝혀지는 동시에 나눔을 조종했던 저스티스의 정체도 드러난다. 공산당의 평화는 깨지고, 인물들의 행동 동기가 되었던 돈, 그 돈이 있는 공산당에 모두가 집결한다. 마지막 대혼란의 소용돌이에서 그들은 각자 무엇을 손에 쥐게 될 것인가!

돈이 아닌 생활生活에서 느낀 행복. 그건 짧은 꿈이었다. 종국엔 깨지고야 마는, 실체 없는 꿈. (260쪽)

나눔은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건 돈이라고 믿는 사람이었다. 십오 년 전 청소년 야구 국가대표 선발전 때 실력으로는 앞섰지만 부모가 뒷돈을 쓴 친구에게 밀려 떨어졌다. 그때부터 돈이 없으면 아무리 잘해도 짓밟힌다는 냉소적인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 돈을 위해 들어온 공산당에서 돈보다 소중한 사람들을 얻는다. 청연의 노래, 보담의 담금주, 용미의 자긍심, 명오의 잔소리와 함께 진짜 삶을 맛본 그는 이 셰어하우스에 동화되고 한 가족이 된다. 공동 논밭에서 일할 때는 시간과 노력을 쏟은 대로 자라는 작물을 보며 행복에 잠긴다. “돈 때문에 죽음까지 생각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곳!” 공산당은 정말로 그런 곳이었다.

남녀노소가 서로의 보폭을 인정하며 한 지붕 아래 담담히 어우러지는 셰어하우스 공산당을 그려내고 싶었습니다.

글에는 정답이 없기에 제 선택이 매 순간 옳았는지는 여전히 확신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작중 인물 중 누구에게라도 독자님의 마음이 잠시 머물렀기를 바랄 뿐입니다. (‘작가의 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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